소설리스트

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48화 (148/182)

148화

주환의 기억 속에 사라는 분명 거동이 불편해 보이기는 했지만,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까는 휠체어를 타고 계시지 않던데요.”

“다행스러운 일이죠. 사라 님은 지금 점점 회복되고 계십니다. 지금은 걷는 것이 한계이지만 나중에는 달리거나 더 활동적인 일을 하시는 것도 가능하겠죠. 저 역시 그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라 아가씨가 당신을 꽤 위하는 모양이군.”

데스티나의 말에 프란시스는 미소를 지었다.

“사라 아가씨뿐만이 아닙니다. 저택에 있는 모든 분이 저를 도와주고 계시죠. 저의 생명을 구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렇게 좋은 후원자까지 되어 주셨으니 제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이번 전령 실종 사건에 매달리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갑자기 사라진 물고기들. 그리고 역시나 실종되어 버린 전령과 미치광이. 바다 괴물의 이야기. 제가 본디 예민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나쁜 예감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불길한 무언가가 사라 아가씨에게 위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이 일을 그냥 놓아둘 수가 없더군요.”

프란시스가 정말을 기억을 잃어버렸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네 명 중 프란시스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만이 프란시스의 과거를 알고 있는 셈이었다.

그의 본명은 가스파르이고 흑마법사였으며 괴물을 만드는 실험을 하다가 그 스스로 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주환 일행은 그가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어떠한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지금도 사라 아가씨가 걱정되겠군.”

“눈치채셨습니까. 사라 아가씨의 몸은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제가 그분의 곁을 떠나면 마음을 놓지 못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저 역시 언제 이곳을 떠날지 알 수 없는 몸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가씨의 곁에 있어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군. 그럼 자네는 저택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군.”

데스티나의 말에 프란시스는 놀랐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이곳의 수색은 우리 세 사람의 힘으로도 충분할 것 같으니.”

“그러시군요. 염치는 없지만, 그 호의를 거절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럼 시간에 맞추어서 저택으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여러분이 편히 쉬실 수 있게 준비를 해놓을 테니까요.”

프란시스는 그 말만을 남기고는 주환 일행과 헤어져 루퍼트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주환은 데스티나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를 돌려보낸 거야?”

“안 될 이유라도 있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가 이 도시를 잘 아니까 길 안내를 시킬 수도 있잖아.”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옆에 두기에는 불안하다는 이야기야?”

“스스로 우리를 불러들였으니 그런 면에서는 믿을 수 있지만, 지금은 좀 거리를 두고 싶군. 그럼, 이곳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또 이동하도록 하지.”

데스티나의 말에 세 사람은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 * *

세 사람의 수색은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다시 항구 쪽으로 돌아왔다.

항구의 풍경은 그들이 처음 왔을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주환은 항구 뒤편의 건물들에서 간판을 하나 발견했다.

[주점 인어의 부엌]

나무로 된 그 간판에는 위와 같은 가게의 이름을 쓰여 있었는데, 해풍을 지속해서 맞은 탓인지 간판이 삭아서 그 위에 쓰여 있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아까 항구에 왔음에도 그 가게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그 탓이었다.

“저기에 뭔가 단서가 있지 않을까?”

주환은 데스티나와 이온을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그럼 한번 들어가 보도록 할까요?”

“다른 수가 없으니 그렇게 하도록 하지.”

세 사람은 간판의 밑에 있는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술집의 안쪽은 널찍했다.

술집의 내부는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번 꺾어지는 ‘ㄱ’자 구조였으며 꺾이는 코너 쪽에 카운터가 있어 그곳에서 주인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벌써 손님이 많군.”

“지금은 일을 나갈 수가 없으니까 갈 곳이 없어서 이곳으로 모이는 게 아닐까?”

세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손님들의 시선이 그들 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세 사람이 주점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우리를 그다지 반기는 것 같지가 않은데.”

“어디를 가든 외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슷하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루퍼트 씨의 손님이라는 것을 모를 테니까.”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에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얼마 없었다.

“주인님. 저기 남은 자리가 있어요.”

이온이 빈자리를 가리키자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착석했다.

“뭔가 시켜야 하나?”

데스티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님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아까 그 냄새 나는 생선으로 만든 음식들이라면 먹기 힘들 것 같은데요.”

“확실히 그래.”

주환은 그렇게 말하며 주변에 떠도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음식 냄새에 가려져 있었지만, 시장에서 맡았던 역한 냄새가 희미하게 주변을 떠돌고 있었다.

“음식이 싫으면 음료라도 시켜야겠군. 그래도 술 정도는 믿고 마실 수 있겠지.”

술이든 뭐든 메뉴판이 있어서 음식을 고를 수 있었지만, 메뉴판은 없었기에 주인이 주문을 받으러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손님이 많기 때문인지 가게 주인은 좀처럼 세 사람의 주문을 받으러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온과 주환이 이야기하는 동안 데스티나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주환의 어깨너머로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떨어지지 않자 그것을 눈치챈 주환은 데스티나에게 물었다.

“뭐가 있어?”

“저쪽 테이블에.”

그러자 주환과 이온은 고개를 돌려서 데스티나가 바라보고 있는 테이블에 시선을 두었다.

그곳에는 단 한 사람만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 역시 식사를 하러 온 것은 아닌 듯 그 앞에는 나무로 된 컵 하나만이 놓여 있었으며, 특이하게도 커다란 망토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생김새는 알 수 없었지만, 얼굴 쪽에 작게 벌어진 틈으로 그의 눈만 들여다볼 수가 있었다.

그의 눈은 주환 일행에게 꽂혀 있었다.

“저희 쪽을 쳐다보고 있는데요?”

“그냥 우연히 눈이 마주친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여기 들어왔을 때 손님들이 우리를 신경 썼지만, 곧 그 신경을 거두었지. 그렇지만 저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내 옷차림이 신기해서 그런가?”

주환의 옷차림과 무기가 특이했으니 그럴 수도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저자는 주환 네가 아니라 정확히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데스티나, 너를?”

“그래.”

“데스티나 님을 아는 사람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성전 기사단 단장이었으니까,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저 눈빛은 전혀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다.”

상대도 주환 일행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말없이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카운터로 다가가 돈을 놓고는 주환 일행의 테이블을 스쳐 지나가면서 술집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데스티나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그자를 따라가야겠다.”

“미행할 셈이야?”

“미행이든, 붙잡고 사정을 알아보든 할 셈이다. 내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으니 너희는 이곳에서 단서를 수집해 줘. 그자는 나 혼자 쫓아갈 테니까.”

“괜찮겠어?”

“그래. 그럼 저녁에 루퍼트의 집에서 다시 모이도록 하지.”

그렇게 말한 데스티나는 방금 주점의 밖으로 나선 낯선 이를 쫓아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데스티나가 주점을 나서자 그제야 주점 주인이 주환과 이온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뭘로 시킬 겁니까?”

덩치가 큰 중년 남성인 주점 주인은 누가 보기에도 정상적인 낯빛을 하고 있지 않았다.

사실 두 사람이 보기에 이 주점 안에 있는 손님들 모두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인이 주문을 받으러 오자 이온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술은 뭐가 있나요?”

그러자 주환은 손을 들어서 이온의 입을 막았다.

“술 말고 마실 건 다른 게 뭐가 있죠?”

주환의 물음에 주인은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여긴 마실 게 술밖에 없소.”

주인의 대답에 주환은 이온을 바라보았다.

이온은 그것 보라는 듯 기대감에 찬 눈으로 주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 수 없어진 주환은 주인에게 주문했다.

“맥주는 있죠?”

“있습니다.”

“그럼 맥주 한 잔.”

거기까지 말했을 때 이온이 주환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아. 왜?”

“주인님. 저는요?”

“꼭 먹어야겠어?”

“저도 먹고 싶단 말이에요.”

“다수가 오시면 반드시 음료든 음식이든 사람 수에 맞게 시키셔야 합니다.”

주인이 그렇게 말하자 주환은 손가락을 두 개 폈다.

“그럼 두 잔 주세요.”

“알겠습니다.”

주문이 들어가자 이윽고 주인이 맥주가 가득 찬 나무잔을 두 잔 가져와 두 사람의 앞에 내려놓았다.

“맛있게 드십쇼.”

맥주가 앞에 놓이자 이온은 곧장 나무잔에 손을 가져갔다.

“조금만 마셔.”

그러나 이온은 주환이 말하기도 전에 큰 나무잔에 있는 술을 다 비우고 말았다.

“다 마셨는데요.”

“야. 너는 진짜.”

맥주를 가져다준 주인이 다시 돌아가려고 하자 주환은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뭣 좀 여쭤볼 게 있는데요.”

“뭡니까?”

“이 부두에 미치광이 한 명이 자주 나타났다는데 알고 계십니까?”

주환의 물음에 주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사람이 있었죠. 저도 가끔 그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곤 했으니까요.”

“요즘 그 사람이 안 보인다고 하던데요.”

“제대로 된 집이 없는 사람이니 이리저리 떠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아시는 바가 있나요?”

“그런 사람의 행방까지 알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보시다시피 말이죠.”

주인은 고개를 돌려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주변의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주인의 반응에 주환은 돈을 얼마쯤 꺼내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주환은 이쪽 세계에 넘어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빈털터리였지만 칼데브 마을의 사건을 해결하고 영주 대행으로서 활동하면서 얻게 된 여비를 가지고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습니까? 작은 정보라도 상관없습니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돈을 내려다보던 주인은 손을 뻗어서 그 돈을 잡더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까 댁이 물어본 건 잘 모르지만, 그 사람 아마 ‘하마스’ 교단의 사제일 겁니다.”

“하마스 교단이요? 사제가 왜 항구를 떠도는 거죠?”

“모르죠. 신을 모시는 사제도 미칠 수가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하마스 교단은 바다의 신 하마스를 모시는 종교입니다. 다른 곳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지만, 이곳 도빌 워터는 항구 도시이기에 하마스 교단과 밀접한 연관이 있죠. 그 사람은 언제나 낡은 하마스 교단의 사제복을 입고 다니더군요.”

주환은 뭔가 실마리가 잡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하마스 교단과 접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접촉이고 뭐고 그냥 교단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될 일입니다. 하마스 교단의 사무실은 도빌 워터의 가장 가운데에 있으니 찾는 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