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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37화 (137/182)

137화

떠나기 전 테오는 자신의 딸에게 아내를 부탁했다.

딸에게 큰 짐을 지워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테오는 자신의 믿음을 떠올리며 그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테오의 딸은 사실 두 사람의 친자식이 아니었다.

산에서 주운 은색 머리칼의 신비한 아이.

테오의 걱정과는 다르게 딸은 반드시 엄마를 지킬 테니 꼭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와달라고 테오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테오는 딸과 좀비가 된 아내를 놓아두고 검은 탑의 마법사를 찾아다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은 탑을 발견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누구도 탑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테오가 방법을 찾기 위해서 어느 마을에 도달했을 때,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이 살던 로덴 마을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로덴 마을에서 좀비가 발견되었다는군.’

‘정말이야?’

‘응. 근데 충격인 게 뭔지 알아? 어떤 집에서 그 좀비를 숨겨 놓고 있었다는 거야.’

‘뭐? 미친 거 아니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데?’

‘아마 좀비가 자기 가족쯤 되었나 보지. 그런 거 있잖아. 가족이 좀비가 되면 차마 죽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 아니야.’

‘그렇지만 그건 무책임한 거지. 아무리 가족이라도 그딴 짓을 하면 마을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거잖아. 지금 사방에서 좀비들이 출몰하고 있는데 다 같이 힘을 합치지는 못할망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테오는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검은 탑의 마법사를 찾는 것을 그만두고 곧장 로덴 마을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도착한 테오는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테오는 바로 지하실을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테오는 절망감에 몸을 떨었다.

그때, 누군가 집의 문을 두드렸다.

테오가 황급히 문을 열자 그 앞에 서 있던 누군가가 깜짝 놀라며 물러섰다.

“깜짝 놀랐잖은가!”

그는 로덴 마을의 대장장이로서 테오 역시 잘 알고 있는 이웃이었다.

“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자네가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곳까지 바로 뛰어 왔네. 자네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건가?”

대장장이의 물음에 테오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자네의 집의 지하실에 좀비가 된 자네 아내가 숨겨져 있었는데 그게 다 자네가 벌인 일인가?”

대장장이의 추궁에 테오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인 건가? 그런 큰일이 있었다면 마을의 대표들과 상의를 했어야지.”

“그렇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아내가 살아남지 못했겠죠. 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 마법사들을 찾기 위해 마을을 떠났던 겁니다. 어르신, 지금 제 아내는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제 딸은요!”

“자네의 아내와 딸은 이미 마을 사람들에게 끌려갔네. 자네의 아내는 오늘 마을 광장에서 본보기로 태워질 거고 자네의 딸은 마을의 안전을 어지럽힌 죄를 물어서 추방될 것이야.”

대장장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테오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목적지는 바로 마을의 광장.

그는 마을의 대표들에게 용서를 구할 작정이었다.

광장에 도착한 테오는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았다.

광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테오의 아내를 화형 시킬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한 제단이 광장의 한가운데에 설치되어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 화형식이 거행되고 있어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정체불명의 은색 늑대가 화형식을 거행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오는 어째서 괴물이 로덴 마을을 습격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테오는 광장에서 떨어진 채로 재빨리 자신의 아내와 딸을 찾았다.

그의 딸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아내는 화형대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그때, 은색 늑대가 화형대에 부딪히면서 화형대의 밑부분이 박살이 났다.

그러자 묶여 있던 테오의 아내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녀를 묶고 있던 줄이 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즉시 테오의 아내는 괴성을 지르며 근처 있던 사람을 습격했다.

단 한 명의 좀비에 의해 마을 전체가 전염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테오의 아내는 상대방을 사정없이 물어뜯었고 광장은 금세 아비규환이 되었다.

좀비가 된 테오의 아내는 다른 희생자를 찾아서 달려 나갔고, 광장을 난장판으로 만들던 은색 늑대 역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멀리서 그 모든 것을 목격한 테오는 정신없이 광장으로 뛰어갔다.

은색 늑대와 좀비를 피하고자 마을 사람들은 이미 이곳저곳으로 흩어진 뒤였다.

테오는 자신의 딸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의 딸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테오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익숙한 옷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항상 그의 딸이 입고 다니던 옷.

그 옷은 갈기갈기 찢어진 채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으며 그 옷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다.

테오는 그 옷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은빛 늑대라는 괴물에게 자신의 딸이 잡아먹히는 상상이 그의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딸의 옷을 추스르고 있을 때, 테오의 아내가 공격했던 사람이 좀비로 변하여 테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테오는 공포를 느끼며 그 옷을 쥔 채로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테오는 더 이상 그 마을에서 살아갈 수 없음을 알았기에 필사적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가족도 잃어버리고 터전도 잃어버린 테오는 정처 없이 걷기만 했다.

자신도 모르게 검은 탑 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하던 테오는 어느새 이브가 만들어 놓은 왜곡 마법에 걸려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미친 사람처럼 걷던 테오는 결국 배고픔과 탈수 증상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를 간호하고 있었던 것은 놀랍게도 이브의 집사인 타마두크였다.

이브는 테오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타마두크는 그를 별장으로 데려와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타마두크는 테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물었다.

테오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그에게 이야기했다.

테오는 더 이상 좀비를 인간으로 바꾸는 방법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딸의 원수인 은색 늑대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그렇기에 테오는 타마두크에게 그 은색 늑대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타마두크는 자신이 그 방법을 직접 제시할 수는 없지만, 그 방법을 알고 있는 이가 사는 곳을 소개해 주었다.

그녀는 바로 ‘검은 거미’라고 불리는 유명한 괴물 사냥꾼으로, 검은 탑을 떠난 테오는 결국 그 검은 거미를 찾아내어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검은 거미는 그의 사정을 듣고는 테오의 원수는 늑대 인간의 일종일 것이라고 알려 준 뒤, 그에게 늑대 인간을 사냥할 수 있는 무기들을 주었다.

평범했던 농부가 늑대 인간을 사냥하는 괴물 사냥꾼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검은 거미에게서 무기를 얻은 테오는 늑대 인간을 찾기 위해서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는 칼데브 마을이라는 곳에서 늑대 인간이 출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그곳으로 향했다.

* * *

거기까지 일기를 읽은 주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루카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알겠어?”

루카의 물음에 주환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토니오에게 살해당한 그 괴물 사냥꾼이…….”

“그래. 우리 아빠였어. 아빠도 그 늑대 인간을 쫓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 들어온 거지.”

루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내가 그 괴물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때 합동 장례식이 있었을 때, 루카 너는 그 제단을 무너뜨려서 시체를 확인했잖아? 그때는 알아보지 못한 거야?”

“시신의 얼굴 부분은 다 타버린 상태였으니까. 알아볼 수가 없었어.”

루카의 말을 들으면서 주환은 혀를 찼다.

“어째서 이런 일이…….”

“그 일기를 통해서 많은 걸 알 수 있었어. 내가 엄마 아빠의 친자식이 아니라 주워 온 자식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내 기억 속에서 빠진 것들까지도 다 알 수가 있었지. 엄마가 지하실에서 끌려 나오고 나도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가고. 그런데 그 이후에는 기억이 갑자기 사라졌거든. 아빠는 찢어지고 피가 묻어 있는 내 옷을 보고서 내가 죽었다고 오해했지만, 사실 옷은 내가 변신을 했기 때문에 찢어진 거고 그 옷에 묻은 피는 내가 공격한 다른 사람의 몸에서 튄 피일 테지. 기억이 나는 부분은 어느 순간 내가 집의 지하실에서 벌거벗은 채로 누워 있었다는 거야. 처음 변신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컸던 걸지도 몰라. 그래서 잊어버리려고 한 것일지도.”

루카는 주환에게서 일기를 돌려받으며 말을 이었다.

“주환. 너한테 말해 둘 게 있어.”

“뭘?”

“이제 더 이상 같이 여행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루카의 말에 주환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원래 내 여행의 이유는 아빠를 찾는 거였잖아. 내가 원하던 방향은 전혀 아니었지만 어쨌든 아빠를 찾을 수 있었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살아가기에는 내가 지은 죄가 너무 커.”

“네 죄라니?”

“내가 살던 로덴 마을. 정확히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내가 난동을 부렸기에 엄마가 풀려났고 마을 사람들은 좀비가 되었어. 그게 다 나 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그 사실을 몰랐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걸 알아 버린 이상 예전처럼 너희와 즐겁게 여행을 다닐 수는 없는 일이잖아.”

[진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상처받을 겁니다.]

루카는 타마두크가 했던 그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타마두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루카를 보았을 때 마족 특유의 판단력으로 그녀가 늑대 인간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전에 테오에게 들었던 일을 다시금 떠올려 실제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얼추 짐작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타마두크는 루카가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

‘쓸데없는 친절이야.’

루카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죗값을 치러야 하는 거니까. 안토니오처럼.’

“루카. 우리랑 같이 다니면서도 그 죗값은 치를 수 있지 않을까? 계속해서 사람들을 도우면서 말이야. 그러면 되잖아.”

주환이 그렇게 부탁했지만, 루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주환의 말대로 더 많은 악한 이들을 상대하며 죗값을 치르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만 루카로서는 그런 행위들 자체가 위선적으로 느껴졌기에 섣불리 대답하지를 못하였다.

“좀 생각할 시간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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