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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36화 (136/182)

136화

쾅!

그 소리에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 굉음은 바로 갈레오스의 무너진 집에서 난 것이었다.

갈레오스의 집을 이루고 있던 잔해 일부가 하늘로 솟구쳤다.

사람들의 시선을 끈 굉음은 바로 그 때문에 울려 퍼졌던 것이었다.

하늘로 올라간 잔해들은 갈레오스의 집 근처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주환은 무너진 잔해의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은색의 털을 지닌 늑대 한 마리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환은 그것이 루카가 완전한 변신을 이룬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로렌조가 완전체로 변신했을 때 그의 모습은 인간과 늑대의 중간쯤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 루카의 모습은 그것과는 달랐다.

그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늑대의 모습과 비슷했지만, 그녀가 풍기고 있는 아우라는 야생 동물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녀의 꼬리는 보통의 늑대보다 훨씬 크고 풍성했지만, 그에 비해 몸은 훨씬 날렵했기에 주환은 늑대로 변한 루카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아름답다고 되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두운 밤이었지만 그녀의 몸에서 방출되는 은색의 빛은 신비한 분위기를 한층 가중시켜 주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경비대원들이 은빛 늑대의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 어떤 경비대원도 은빛 늑대에게 해를 입힐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은빛 늑대는 잔해의 위에서 내려온 뒤 검을 빼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안토니오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은빛 늑대는 몸을 웅크렸다.

그러한 움직임도 잠시.

은빛 늑대는 안토니오를 향해서 쏘아져 나갔다.

그 움직임을 옆에서 본 사람들은 마치 은색의 유성이 내달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을 것이다.

비로소 안토니오는 검에 대한 집착을 관두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은빛 늑대를 바라보았다.

“괴물…….”

안토니오는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괴물 퇴치…….”

안토니오는 그렇게 말하며 공격해 오는 은빛 늑대를 막으려고 했지만 이제 그에게는 더는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없었다.

그는 본능대로 자신의 손을 뻗어서 은빛 늑대를 공격하려 했다.

그리고 그것을 놓칠 은빛 늑대가 아니었다.

은빛 늑대는 앞으로 뻗어진 안토니오의 팔을 물었다.

“아아악!”

은빛 늑대는 그의 팔을 문 채로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무지막지한 도약 능력.

은빛 늑대가 위로 날아오르자 그 입에 물려 있는 안토니오는 속수무책으로 딸려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놔라……. 놔라! 이 괴물!”

안토니오와 함께 공중으로 떠 오른 은빛 늑대는 비로소 입을 벌려서 그의 팔을 놓아 주었다.

그리고 은빛 늑대는 재빠르게 움직여 안토니오의 몸을 관통하고 있는 툴레오의 검의 손잡이를 입으로 물었다.

촤악!

은빛 늑대는 물고 있는 그 손잡이를 휘둘러서 안토니오의 몸을 베어 버렸다.

안토니오의 몸이 베어지면서 그가 입고 있던 툴레오의 갑옷 역시 박살이 나버렸다.

안토니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안토니오의 몸은 아래쪽으로 하염없이 떨어져 내렸다.

쾅!

안토니오의 몸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의 몸은 바닥에 충돌한 다음 축 늘어졌다.

주환은 겨우겨우 몸을 일으키고 바닥으로 떨어진 안토니오를 확인하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주환은 널브러져 있는 안토니오를 내려다보았다.

안토니오는 눈을 부릅뜬 채로 죽어 있었다.

확인해 볼 필요조차 없었다.

모든 싸움이 끝나게 된 것이다.

긴장이 풀린 주환이 한숨을 내쉬었을 때, 그의 옆에 은빛 늑대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 입에는 여전히 툴레오의 검이 물려 있는 채였다.

지금 툴레오의 검은 은빛 늑대, 즉 루카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었다.

[이봐. 이제 안토니오를 쓰러뜨렸으니 약속은 지켜 주는 거겠지? 내 갑옷이 부서지기는 했지만, 어차피 검만 있어도 내 가호는 여전히 유지가 되거든. 약속대로 나를 다시 데스티나에게로 돌려 보내 줘. 알겠어?]

‘그럴 필요 없어.’

루카는 머릿속으로 그렇게 대답하면서 툴레오의 검을 강하게 깨물었다.

[약속을 어기겠다는 거야? 이쪽은 너희를 돕기 위해서 약속을 지켰는데 그야말로 실망이로군.]

‘그딴 약속 따위. 나는 몰라. 그건 주환과 한 약속일뿐이지 나랑 한 약속은 아니니까.’

[냉정하군. 그렇지만 내 성구를 부순다고 해서 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야. 성구는 인간들과 나를 연결하는 매개체일 뿐이거든.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라고.]

‘소용이 있지. 당분간이라도 네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테니까.’

빠직.

은빛 늑대가 온 힘을 다하여 툴레오의 검을 깨물자 이윽고 검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두 동강 나버리고 말았다.

두 동강 난 검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주환은 떨어진 검의 손잡이 부분을 집어 들었다.

[네 동료는 통 내 말을 듣지 않는군.]

툴레오는 주환에게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더 이상 너와는 엮이고 싶지 않아.’

[그때 너희가 마족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내 덕인데 말이야. 정말 너무하는구만.]

툴레오는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웠다.

루카와 주환의 행동 따위는 자신의 예상 범위였다는 듯한 반응.

그 말을 끝으로 툴레오의 검은 하얀색의 모래가 되어서 주환의 손에서 흘러내렸다.

그러자 주환은 고개를 돌려 안토니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안토니오의 시체에 입혀져 있는 툴레오의 갑옷도 하얀색의 모래로 변하여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 * *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그다음 날 아침.

주환과 루카는 갈레오스의 집이 있던 자리에 와 있었다.

지금 경비대원들과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합심해서 무너진 잔해들을 치우고 있었다.

그 밑에 깔렸을 갈레오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함이었다.

어제 단 하룻밤 만에 안토니오의 손에 살해당한 사람들의 숫자만 하더라도 열 손가락에 가까웠다.

갈레오스의 시신까지 수습된다면 합동 장례식이 이루어질 것이다.

안토니오가 주장하던 화장이 아니라 마을 전통의 매장식으로 말이다.

안토니오에게 매수되어서 위증하였던 장례사는 경비대원들에게 체포되어 경비대로 끌려갔다.

주환은 누가 장례식을 지휘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했지만, 곧 그 걱정을 지워 버렸다.

그 누가 지휘하든 살인마 안토니오나 타락한 장의사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환의 옆에 서 있는 루카는 지금 보통 때와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루카가 은빛 늑대로 완전하게 변했을 때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다 갈가리 찢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렇기에 어젯밤 그녀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기 전에 주환은 마을 사람들에게 루카가 입을 수 있는 옷을 빌려 올 수밖에 없었다.

루카는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면서 투덜거렸다.

그녀가 입은 옷은 여자아이들이 입는 옷이었기 때문이었다.

“빌려올 수 있으면 더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 빌려 오지 그랬어.”

“미처 생각을 못 했어. 그래도 잘 어울리는데?”

“어울리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야. 이렇게 나풀거리는 옷을 입고 어떻게 싸우겠어?”

“나중에 네가 원하는 옷으로 구해 줄 테니까. 우선 그걸로 참아 줘.”

주환의 말에 루카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두 사람이 갈레오스의 집으로 온 것은 단순히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을 구경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찾고 있는 물건이 있었다.

바로 루카가 입고 있던 옷이었다.

물론, 루카는 다 찢어져 버린 그 옷을 다시 입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녀가 찾는 것은 그 옷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괴물 사냥꾼의 일기장이었다.

그녀의 찢어진 옷은 건물 잔해 밑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윽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건물 잔해의 일부를 들어내자 두 사람은 익숙한 옷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두 사람은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루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그 안에서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슬픈 눈으로 그 일기장을 바라보던 루카는 그것을 주환에게 건네주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주환이 그 일기장을 받아들자 루카는 그에게 말했다.

“거기에 다 적혀 있어. 어째서 내가 그렇게 안토니오를 증오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내가 왜 내 손으로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가 말이야.”

루카의 말에 주환은 그 일기를 펼친 후에 천천히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루카가 발견하고 현재 주환의 손에 들려 있는 괴물 사냥꾼의 일기에는 그가 괴물 사냥꾼이 되기 이전의 이야기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 * *

마을을 떠나온 뒤로, ‘테오’는 마을의 주변에 있는 다른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나름대로 정보들을 수집해 나갔다.

그의 목적은 마법사가 살고 있다는 ‘검은 탑’.

그 검은 탑에 사는 마법사는 그가 원하는 물음에 답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좀비를 다시 인간으로 바꾸는 방법.

두 제국 간의 전쟁이 길어지자 황제는 시체들을 전부 좀비로 되살아나게 하여 적국인 이토니아와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또한 실행하였지만, 그 결과는 그들의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좀비로 변한 시체들은 통제되지 않았고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댔기 때문이었다.

좀비들의 활동은 전쟁터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그중의 일부는 전선을 이탈하여 다른 지역으로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테오의 아내는 그런 떠돌이 좀비들에게 희생된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테오는 아내가 감염된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했다.

채집을 위하여 산으로 올라갔던 아내는 창백한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집에서 그녀를 맞이한 테오와 그의 딸은 아내의 변화를 눈치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집에 돌아온 아내는 곧장 좀비로 변하여 두 사람을 공격했고, 겨우겨우 아내를 제압했지만 테오와 딸은 차마 그녀를 죽일 수 없었기에 지하실에 가두어 둘 수밖에 없었다.

테오의 아내는 테오의 가족이 살고 있는 로덴 마을을 첫 번째 감염자였다.

테오의 아내는 지하실에 갇혀 있었지만, 테오는 마을 사람들에게 아내가 실종되었다고 속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말에 반신반의하는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

아내를 잃은 슬픔.

그리고 지하실에 좀비가 된 아내가 갇혀 있다는 정신적인 압박감이 테오를 몰아세웠다.

그러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인지 테오는 한 가지 믿음을 가지게 된다.

마법사라면 좀비를 다시 인간으로 바꾸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

그는 마법에 대한 조예가 없었지만, 최소한 마법사들이 좀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정도의 정보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테오는 검은 탑에 살고 있다는 마법사의 소문을 좇아 도망치듯 마을에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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