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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34화 (134/182)

134화

주환은 우선 급한 대로 툴레오의 검을 등에 메고 있는 배낭에 달린 고리에 끼운 후에 갈레오스의 집으로 달리는 루카를 따랐다.

한편, 세 사람을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경비대장은 주변에 있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모종의 명령을 내렸다.

경비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경비대원들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하여 각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루카와 주환이 안토니오를 쫓아 갈레오스의 집으로 들어가려 할 때, 루카는 부서진 벽 앞에서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려 주환을 바라보았다.

“주환.”

그대로 진입하려던 주환은 루카의 목소리에 그녀를 마주 보았다.

“왜?”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

“만약 우리가 안토니오, 그 녀석을 제압하게 된다면 내가 직접 놈을 죽일 수 있게 해줘.”

“잠깐만.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야. 우리가 의뢰받은 것은 괴물 퇴치였잖아. 물론, 로렌조가 죽어서 흐지부지해지긴 했지만 우리는 안토니오를 잡아서 경비대에 넘기면 되는 거야. 그들이 심판하도록 해야 해.”

“그렇지 않아!”

루카는 분노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나도 놈을 심판할 권리가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와장창!

주환이 그렇게 물었을 때, 집안에서 집기들이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튼 놈을 죽일 수 있는 권리는 아무한테도 양보 안 해. 반드시 내가 죽일 거야!”

“야. 대체 무슨…….”

루카는 주환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벽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주환은 하는 수 없이 루카를 돕기 위해서 그 안으로 따라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벽의 안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쪽에는 넓은 거실이 펼쳐져 있었으며 바로 맞은편에는 갈레오스의 집무실로 통하는 문, 그리고 왼쪽에는 안토니오의 방으로 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안토니오의 방문은 안토니오의 검에 잘려 나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루카를 따라서 집안으로 들어온 주환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안토니오의 손에 숨을 거둔 갈레오스의 시신이었다.

주환은 갈레오스의 시신으로 다가갔다.

아들에게 당한 배신 때문인지 죽어서도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있는 갈레오스의 시신을 본 주환은 손을 들어 그의 눈을 감겨 주었다.

[비참한가?]

주환은 머릿속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누구야?”

주환이 그렇게 물었지만, 그의 옆에는 루카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굳이 소리 내어 대답할 필요 없네. 나와는 머릿속으로 대화할 수가 있으니까.]

상대의 말에 주환은 생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당신 누구지?’

[나는 툴레오. 자네가 가지고 있는 그 검을 통해서 현현하는 신이지.]

‘툴레오?’

주환은 그제야 툴레오의 검에 깃들어 있는 존재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구면이지?]

‘잘 알고 있지. 최근까지 데스티나가 당신의 무구를 사용했으니까.’

[그래. 맞아. 너희 곁을 겨우겨우 떠났는데 여기서 또 만나게 되다니. 세상 참 모를 일이로군.]

‘안 만날 줄 알았던 거야? 당신이 안토니오 같은 놈한테 힘을 주는 바람에 죄 없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희생되었어. 당신이 신이건 무엇이건 그런 일을 벌여 놓고 그냥 넘어가길 바라는 건 너무 억지 아니야?’

[이봐. 내가 원래 그런 성질의 신인 걸 어떡하겠어? 나는 힘을 원하는 자에게는 그의 잠재력을 개방하여 무한한 힘을 준다고.]

‘무한한 힘을 받은 것치고는 안토니오는 그다지 강하진 않던데.’

주환이 머릿속에서 툴레오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것을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 루카가 손을 들어서 주환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으응?”

루카의 손짓에 놀란 주환이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는 안토니오에게 당할지도 모른다고.”

“맞아. 그랬지.”

주환은 갈레오스의 곁에서 몸을 일으키고 안토니오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토니오는?”

루카는 안토니오의 방 쪽을 가리켰다.

부서진 방문의 안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자기 방에 있는 모양이야.”

“저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글쎄.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조심하는 게 좋아. 안토니오의 방에 들어갔었는데 그 안에 무기와 갑옷으로 가득 차 있었어.”

“검을 빼앗겼으니까 새로운 무기를 찾으려는 모양인데?”

[응. 그래 맞아. 녀석은 지금 자신에게 맞는 무기들을 찾고 있지.]

툴레오가 끼어들자 주환은 귀찮다는 듯 머릿속으로 외쳤다.

‘갑자기 끼어들지 마. 깜짝 놀랐잖아.’

[이거야 까다로운 친구로구먼. 나는 지금 나름대로 자네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말이지.]

‘도와주려는 거라고?’

[그래.]

‘어째서지?’

[저 안토니오라는 놈의 빈약함에 슬슬 질리고 있는 참이거든. 강함에 대한 집착은 내 입맛에 딱 맞았지만 가장 중요한 잠재 능력 부분에는 한계가 확실한 녀석이야. 녀석이 당하면 나도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잖아?]

‘솔직히 우리 생각 같아서는 당장 용광로에 녹여 버리고 싶은데.’

[바로 그거야. 처음에는 데스티나의 완고함 때문에 별 재미가 없어서 떠났는데 이제는 다시 돌아가고 싶어졌어. 나를 다시 데스티나에게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면 너희가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지.]

‘뭐라고?’

주환은 툴레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도와준다는 말도 의심스러웠지만 저주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무구를 데스티나에게 다시 준다는 것도 염려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툴레오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 이제 놈이 나올 거야. 어떻게 할 것인지 빨리 결정하라고.]

샤샥!

툴레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토니오의 방 안에서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다수 사람들이 한꺼번에 검을 휘두르는 것 같은 소리였다.

그리고 동시에 안토니오의 방과 통하는 벽에 무수한 선이 생기면서 그 선에 맞추어 마치 블록이 무너지듯이 벽이 앞쪽으로 쓰러져 버렸다.

무너진 벽의 잔해들을 넘어서 두 사람 쪽으로 걸어오는 안토니오를 보면서 그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토니오를 감싸고 있던 마나의 보호막은 더욱더 얇아져 있었다.

그 대신 그 보호막은 마치 수많은 얇은 푸른색의 끈이 되어 그 끝에 검을 하나씩 들고 있는 채였다.

그 검들은 모두 안토니오가 수집한 검들이었다.

푸른색 끈들이 들고 있는 검만으로도 수십 개였는데 안토니오가 양손을 뻗자 그 수십 개의 검은 마치 천사의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졌다.

날붙이를 깃털로 삼은 무시무시하고 흉악한 날개가 안토니오의 새로운 무기였다.

그 검 하나하나에는 마나가 엷게 코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하나하나의 날카로움은 일반적인 검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반드시 다 죽인다….”

안토니오는 거실 쪽으로 걸어 나오며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너희만 없으면. 너희들만 없으면 다 잘되었을 거야.”

안토니오는 눈에 살기를 번뜩이면서 거실에서 그를 마주하고 있는 루카와 주환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너희는 반드시 죽여 주마.”

분노에 치를 떨고 있는 안토니오를 보면서 주환은 총을 들어서 그에게 발사했다.

번개 속성탄이 안토니오를 향해서 쏘아져 나갈 때, 안토니오는 마치 새가 날개를 앞쪽으로 내밀 듯 수십 개의 검을 방패처럼 만들어 냈다.

그러자 속성탄들이 그 검의 방패에 막혀서 튕겨 나갔다.

“얌전히 죽어!”

안토니오는 소리를 지르며 두 사람에게로 쇄도했다.

그는 검의 날개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의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검의 개수가 수십 개에 달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단 한 번에 조각조각 나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공격이었다.

주환이 계속해서 총을 발사했지만, 안토니오는 한쪽으로는 그 공격을 막으면서 반대쪽에 있는 검들로는 루카를 공격했다.

그야말로 공격과 방어가 일체화되어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감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들이 한 번이라도 잠깐 눈을 떼는 순간, 어느새 수십 개의 검날이 두 사람을 베기 위해서 휘둘러졌기 때문이었다.

주환으로서도 초집중 모드를 통해 겨우겨우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루카는 뒤로 물러서서 거실의 가운데에 있는 굵은 기둥의 뒤로 돌아 들어갔다.

그렇지만 안토니오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기둥과 루카를 함께 베어 버릴 생각인지, 검의 날개를 이용해서 기둥을 조각조각 내버렸다.

루카는 미끄러지는 듯한 기민한 움직임으로 몸을 피할 수 있는 다른 기둥을 찾았지만, 안토니오는 루카가 기둥으로 돌아 들어갈 때마다 족족 모든 기둥을 베어 버렸다.

지직.

주환과 루카는 건물의 벽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너진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단지 기둥들만이 사라졌으면 그 집은 잘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안토니오가 그 어떤 것도 망설이지 않고 베어 버린다는 점에 있었다.

루카가 밀려서 한쪽의 벽에 붙었을 때, 안토니오는 거침없이 루카와 벽을 한꺼번에 베어 버렸다.

루카는 그 공격을 피했지만, 검의 날개를 이루고 있는 크고 작은 검들에는 검기가 서려 있었기에 그녀가 기대고 있던 벽들은 마치 칼을 댄 두부처럼 힘없이 썰려 나갈 뿐이었다.

‘이대로는 이 집이 버티질 못하겠어.’

안토니오는 마치 춤을 추듯이 회전을 하면서 루카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그야말로 살인 팽이와 같은 모습.

루카는 섣불리 안토니오와 붙지 않으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루카가 안토니오를 상대하는 사이, 주환은 갈레오스의 시체 근처에 있는 은 말뚝 발사기를 발견했다.

주환은 재빨리 그곳으로 가 은 말뚝 발사기의 뒤쪽 부분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자동으로 뒤쪽 구멍의 주변부가 주환의 팔뚝을 안정감 있게 잡아 주면서 조준하기 쉽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기에 은 말뚝 발사기는 크기가 꽤 큰 편이었지만, 한 손으로 발사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주환은 발사기의 안쪽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그곳에 달린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위에 달린 뚜껑을 뒤쪽으로 당겨서 열었다.

뚜껑으로 가려져 있는 삽입구에 은 말뚝을 최대 2개까지 넣어 장전할 수 있었기에 주환은 화살통의 안에 있는 은 말뚝 2개를 꺼내서 삽입구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자동으로 은 말뚝이 장전되면서 삽입구의 뚜껑이 저절로 닫혔다.

주환이 은 말뚝 발사기를 장전하고 있는 동안 툴레오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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