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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27화 (127/182)

127화

바닥에서 쓰러져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가슴을 누르고 있던 안토니오는 총으로 자신을 겨누고 있는 주환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손을 내밀었다.

“쏘지 마!”

“죽고 싶지 않으면 이 문을 열어. 너는 이 무기를 사용할 수 없지만 나는 사용할 수 있거든.”

주환은 당장에라도 안토니오를 쏠 것처럼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것은 사실 거짓말이었다.

안토니오가 주환의 총을 사용하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주환이 경비대장에게 그물로 잡혔을 시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갈레오스가 경비대장에게로 다가와 주환을 죽이지 말라고 설득할 때 주환은 그들의 관심이 자신에게서 좀 멀어진 것을 느꼈다.

만약에 잡혀가기라도 한다면 그가 가지고 있는 무기들을 빼앗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환은 그물 속에서 가지고 있는 돌격 소총과 권총의 탄창을 몰래 분리하고 장전되어있는 총알을 꺼낸 뒤 그것도 모자라 조종간을 ‘안전’으로 맞추어 두었다.

돌격 소총이 작동하는 정확한 원리를 알 리가 없었던 안토니오는 방아쇠만 당기면 무조건 총을 사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리고 주환 역시 탄창이 없는 지금 돌격 소총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안토니오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기에 주환은 그 사실을 이용해서 안토니오를 협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문을 열어 줄 수 없어. 네가 아까 말했잖아. 열쇠는 경비대원들이 가지고 있다고.”

안토니오가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움직이려고 하자 주환은 그를 향해 소리쳤다.

“손들고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주환의 말에 안토니오는 시키는 대로 손을 들었다.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그래 봐야 소용없을 텐데.”

“우리가 그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던 그 이야기. 모두 사실이지?”

주환의 물음에 안토니오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우리 둘밖에 없는데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 너희는 어차피 로렌조 형에게서 다 들었을 테니까.”

“그 움집의 밖에서 은 말뚝을 던진 것도 너일 테고.”

“맞아.”

“그 무기는 대체 뭐야?”

“너희보다 전에 이곳에 온 괴물사냥꾼에게서 빼앗은 거지. 적당히 일에 실패하고 이 마을에서 떠나 주었으면 죽을 일도 없었을 거야. 그런데 역시 괴물 사냥꾼은 괴물 사냥꾼인 건지 가축을 죽인 것은 늑대 인간이지만 인간을 죽인 것은 다른 존재라는 것을 눈치채더군. 내가 한 일인지까지는 몰랐지만 거기까지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여서 말이지. 그래서 놈을 죽인 다음에 놈이 가지고 있던 무기들을 내가 가져갔어.”

안토니오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너희가 형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재빨리 마을로 돌아가 괴물 사냥꾼의 무기를 챙겼지. 괴물 사냥꾼의 무기 중에는 괴물에게 들키지 않게 몸의 냄새를 없애는 약도 있더군. 알리바이를 위해서 장의사를 꼬드겨서 같이 나갔어. 돈을 한 움큼 주니까 입을 싹 닫더군. 그를 산 밑에서 기다리게 한 후에 냄새를 지워 주는 약을 몸에 뿌리고 형의 움집으로 갔어. 형은 그곳에 없더군. 움집의 밖에 숨어서 형이 올 때까지 기다렸지. 그런데 너희들이 먼저 도착을 하더군. 그리고 곧바로 형이 도착하고 말이야. 나는 움집의 벽에 붙어서 형이 나를 배신하는지 안 하는지 계속해서 듣고 있었어. 형이 배신하지 않기를 기도했지만…… 결국에는 나를 배신하고 말더군.”

“그건 배신이 아니야.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이야.”

“아니. 배신이지. 그렇게 하면 내가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 나는 형을 지키려고 했어. 너희들이 형을 찾아서 해코지하지 않게 미리 독으로 너희를 치워 두려고도 했단 말이야. 물론, 너무 급하기 준비한 거라서 실수하긴 했지만. 아무튼.”

안토니오는 입을 삐죽이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로렌조 형이 나를 생각하는 형이었다면 말이야. 그 자리에서 너희 둘을 죽여 버렸어야 해.”

“네놈은 진짜…….”

주환은 안토니오의 뻔뻔함에 치가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거야.”

“뭐지?”

“우리가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던 것. 대체 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거지? 네가 말한 대로 넌 영주님의 아들이고 이 영지를 물려받게 되어 있어. 그런데 왜 그런 의미 없는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

“영지라.”

안토니오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얻은 것에 비하면 이딴 영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영지, 영주 이런 것들은 반쯤 멸망해 버린 이런 세상에서는 그저 허울뿐인 이름이지. 우리 아버지가 이 마을을 잘 지켜 내셨기 때문에 영주라는 직책을 유지할 수 있는 것뿐이야. 상황이 더 악화한다면 영주의 자리가 위태위태할 수 있거든.”

“그게 사람을 죽이는 것과 무슨 상관이지?”

“인간의 법도보다는 신의 법도가 더 위대한 법이야. 그것 정도는 이해하겠지. 너희 같은 범인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난 신의 계시를 받았어.”

“신의 계시?”

“그래. 어느 순간 신께서 나에게 말을 거시더군. 그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려왔어. 그분은 나를 종으로 삼으시고 원하시는 것을 말씀하셨지. 힘을 원한다면 그만큼의 생명을 바치라고 말이야.”

“미친놈.”

“내가 미쳤다고? 진정한 진리에 다다르지 못한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겠지. 너의 그릇은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야. 내 손으로 한 명 한 명의 생명의 불꽃을 꺼나갈수록 나의 힘은 점점 강해졌어.”

“강해졌다고?”

주환은 코웃음을 쳤다.

“루카에게 얻어맞고 바닥을 구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강해진 것 같지도 않은데?”

주화의 말에 안토니오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직은 내 진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때가 아니야! 지금도 상당히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그러면서 안토니오의 눈이 광기로 물들었다.

“아까 내가 말했지. 이제 내가 살인자인 것을 들키는 게 상관이 없어졌다고 말이야. 이제 찔끔찔끔 힘을 모으는 것은 질렸어.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이제 이 마을을 떠날 거야. 하지만 그냥 떠나지는 않아.”

안토니오는 들고 있는 손을 내렸다.

“손들어!”

주환이 안토니오를 향해 외쳤지만, 그는 주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안토니오의 얼굴은 무언가에 홀린 듯 귀기가 넘쳐흘렀다.

“오늘 밤. 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을 깡그리 다 죽일 거야. 그 정도의 피가 흘러야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거든. 이제는 눈치 볼 필요가 없어. 나는 죽이면 죽일수록 강해지니까. 계속해서 죽이다 보면 더는 나를 막을 수 있는 자 따위는 없겠지.”

“너는 그럼 네 아버지도 죽일 생각이냐?”

주환의 말에 순간 안토니오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했지만, 곧 다시 흐리멍덩한 눈으로 돌아갔다.

“그 정도 희생은 어쩔 수가 없겠지. 아버지도 하늘에 올라가셔서 형과 같이 지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너는 정말로 구제 불능의 미친놈이야.”

“아니. 나는 깨어 있는 자야. 내 진정한 힘을 본다면 너 따위는 더 이상 나를 모욕할 수가 없을 테지.”

그때, 안토니오는 복도의 한쪽에 놓여 있던 나무 물통을 마치 축구공처럼 발로 찼다.

쾅!

물이 담겨 있던 나무 물통은 공중에 떠 주환이 갇힌 감옥의 철창문에 부딪히면서 박살이 났다.

촤악!

그 안에 있던 물이 안쪽으로 뿌려지면서 주환의 시야를 가렸다.

주환은 재빨리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아 내며 감옥의 밖을 바라보았지만, 안토니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 * *

안토니오가 경비대로 가 있는 사이.

루카는 이미 칼데브 마을의 안쪽으로 숨어든 뒤였다.

루카는 어둠을 틈타서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은밀하게 움직였다.

주환을 두고 마을을 빠져나갔던 루카는 겨우겨우 자신을 진정시킨 후에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그 이상 나아갔다면 늑대 인간으로의 완전한 변화를 이루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루카는 칼데브 마을의 바깥에 잠시 숨어 있으면서 어떻게 해야 일을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루카가 가장 걱정하고 있던 것은 주환의 현재 상황이었다.

주환이 경비대원들에게 반격하기는 했지만, 루카는 경비대원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즉결 심판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 아마 어딘가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제일 큰데.’

루카는 주환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쳐들어가 난장판을 만들어 놓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또다시 갈레오스와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잃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루카는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갈레오스를 설득하는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녀가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안토니오를 바라보는 갈레오스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안토니오를 바라보는 갈레오스의 표정에는 믿음이 실려 있지 않았다.

단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므로 안토니오를 말리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태도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루카는 갈레오스의 집을 몰래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늑대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루카가 두려운 것인지 마을에 어둠이 깔리자 밖으로 나오는 이들은 거의 없었으며 돌아다니는 이들은 대부분 경비대원들이었다.

경비대원들을 피해서 어둠 속을 돌아다니던 루카는 이윽고 갈레오스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갈레오스의 집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루카는 가볍게 몸을 날려 창문을 붙잡은 뒤 안쪽을 살폈다.

갈레오스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고뇌에 빠져 있었다.

그가 혼자인 것을 확인한 루카는 몸을 당겨 순식간에 창문의 안으로 쏙 하고 들어갔다.

루카의 덩치가 작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루카가 방 안에 가볍게 네발로 내려서자 책상에 앉아 있던 갈레오스는 놀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레오스가 경비대원을 부를 수도 있었기에 루카는 바로 갈레오스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영주님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요.”

루카의 말에 갈레오스는 책상에서 벗어나 루카에게로 다가왔다.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소.”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죠.”

갈레오스는 루카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당신은 정말로 늑대 인간인 거요?”

“그런 꼴을 보였으니 숨길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오해하지는 마세요. 저는 이곳에 나타났던 늑대 인간이 아니에요. 나도 내가 늑대 인간인지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루카의 말에 갈레오스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알고 있소. 그 늑대 인간은 역시나…… 로렌조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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