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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26화 (126/182)

126화

“아무도 죽은 사람이 없네. 상처를 입은 사람도 없고. 어떤 방법을 쓴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기 이자는 자네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던 거야.”

“그렇지만 이자가 괴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죽여야 합니다.”

“아니. 그렇기에 살려 두는 수밖에 없네. 지금 좀 흥분을 가라앉혀 보게. 이들이 우리에게 끼친 피해는 미미해. 아니, 피해라고 할 것도 거의 없지. 그런 상황에서 만약 우리가 이자를 죽인다면 이자의 동료가 이곳에 보복하러 올지도 몰라. 그럼 더 큰 일이야. 이자를 살려 두고 협상에 사용할 수도 있네.”

“그렇지만. 아버지.”

안토니오가 갈레오스에게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만약 방금 도망친 그 괴물이 지금까지 우리 마을을 습격했던 그 늑대 인간이라면 어떡하죠? 이놈들이 연극을 한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이놈들이 우리 마을을 습격해서 사건을 만들고 뻔뻔하게 괴물 사냥꾼인 척하고 나타난 거죠.”

“네가 범인이잖아!”

안토니오의 말을 듣고 있던 주환이 그물 속에서 그렇게 외쳤다.

갈레오스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안토니오를 바라보았다.

“어찌 되었건 간에 저들은 성전 기사단의 데미안이 보증하는 보증서를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이들이 모든 사건의 범인이라면 저기 누워 있는 로렌조는 어떻게 설명할 거냐? 너는 나한테 말했지. 네 형은 너의 눈앞에서 죽었다고. 분명히 봤다고 했잖느냐.”

갈레오스의 말에 안토니오는 조금 당황한 듯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변명했다.

“아버지.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그대로일 뿐이에요. 늑대 인간에게 죽은 사람은 늑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나 보죠. 지금까지 죽은 다른 사람들은 다 제가 시체를 태우자고 해서 늑대 인간으로 나타나지 않은 거고요. 이건 제가 세운 공이잖아요?”

갈레오스는 손을 들어서 안토니오의 양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안토니오.”

“예. 아버지.”

“너는 지금 나에게 단 한 점의 거짓도 말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

갈레오스의 물음에 안토니오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지만, 곧 그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예, 아버지. 저의 이야기에는 단 한 점의 거짓도 없어요. 정말이에요. 설마 저보다 저 괴물 놈들의 말을 믿으시는 건 아니시죠?”

안토니오의 말에 갈레오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의 어깨를 놓아 주면서 경비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선 저자를 경비대에 있는 감옥에 가두어 두게.”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우선 고민을 좀 해볼 생각이네. 이자는 내가 나중에 따로 면담을 좀 하도록 해야겠네. 그리고…….”

갈레오스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로렌조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사람을 시켜서 내 아들의 시체를 잘 수습하여 주게. 분명 이전에 한 번 가슴에 묻은 아들이건만 저러한 모습으로 돌아오니 마치…… 심장을 칼로 저미는 듯한 고통일세.”

“알겠습니다. 곧바로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갈레오스의 명령에 주환은 경비대원들의 손에 의해 무장을 해제당한 후 양손을 묶인 채 경비대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지만 주환은 경비대에게 반항하지 않았다.

갈레오스와 따로 면담할 수 있다면 안토니오가 죄가 있음을 분명히 증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항하게 되면 그런 기회 자체를 빼앗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갈레오스에게는 안토니오에 대한 의심이 자리 잡고 있다.

주환은 갈레오스의 반응을 보고 그러한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그것을 느낀 사람이 한 사람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안토니오 본인이었다.

안토니오는 경비대원들과 함께 로렌조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갈레오스의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에 자신의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분명 아버지는 나를 의심하고 있어.’

안토니오는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 * *

이브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여전히 미가동 상태에 빠져 있는 이온을 손보고 있었다.

이온의 몸은 커다란 실험대에 올라가 있었으며 그 옆에 있는 실험대에는 이브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정교한 자동 인형이 누워 있었다.

이브는 이온과 자동 인형을 번갈아 가면서 비교를 하고 있다가 실험을 보조하기 위해 그녀의 옆에 대기하고 있는 타마두크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무리야.”

“벽에 부딪히셨나 보군요.”

“어느 정도는 파악했지만 역시 정교함의 수준이 달라. 그리고 지금 확실히 결론을 내릴 수가 있을 것 같아. 이 안드로이드에게 필요한 것은 수리가 아니야.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에너지원의 재충전이 필요한 거지.”

“그때 주환 님은 그 에너지원이 번개 에너지라고 말씀을 하셨죠?”

“맞아. 번개 에너지를 주입하면 다시 재가동할 확률이 높지만, 문제는 번개 에너지의 초기 유입량이 상당히 커야 한다는 건데.”

이브가 그렇게 말하자 타마두크는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주인님. 자연 그대로의 에너지를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무슨 말이야?”

“이곳 검은 탑은 주변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탑 쪽으로 벼락이 떨어지는 일이 자주 있지 않습니까. 그럼 이 이온이라는 안드로이드를 탑의 옥상에 묶어 두면 번개가 명중하면서 재충전이 되지 않을까요?”

“흐음.”

이브 역시 타마두크처럼 천장을 바라보았다.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그렇게 했다가 오히려 더 망가지지 않을까?”

이브의 말에 타마두크는 머릿속에서 다른 방안을 검토했다.

번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서 그 장치를 탑의 꼭대기에 설치하고 번개 에너지가 충분히 장치에 저장되면 그 장치를 이온에게 연결하여 훨씬 더 안전하게 에너지를 주입할 수 있는 방안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브의 능력이라면 그 정도의 장치는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족으로서의 본능이 타마두크의 장난기를 자극했다.

“그냥 한번 매달아 보시죠. 저로서는 그 이상 좋은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타마두크의 말에 자극을 받은 이브는 타마두크에게 명령을 내렸다.

“좋아. 그럼 네가 이온을 들고 나를 따라와 줘. 이제부터 그 안드로이드를 피뢰침으로 사용할 테니까 말이야.”

* * *

경비대의 감옥에 갇힌 주환은 누워 있는 채로 감옥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누워 있던 주환은 손을 뻗어 다리에 묶여 있는 붕대를 만져 보았다.

그가 창에 맞았던 상처는 감옥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치료가 끝난 상태였다.

주환은 고개를 돌려서 창살이 박혀 있는 작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바깥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었다.

주환이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바깥에서 감옥을 지키고 있던 경비대원이 그가 갇혀 있는 방 쪽으로 다가왔다.

“이봐. 면회다.”

‘면회?’

주환은 비로소 갈레오스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드디어 갈레오스를 단둘이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올랐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도 경비대원의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바로 안토니오였다.

“너…….”

주환이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짓자 안토니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 심심할까 봐 친히 이렇게 방문을 해준 거니까.”

“지금 네 얼굴을 보고 싶은 기분이 아닌데.”

“그래?”

안토니오는 주머니에서 동전 몇 닢을 꺼내더니 경비대원에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잠깐 술이라도 한잔하고 와.”

“아. 이거.”

돈을 받은 경비대원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토니오에게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 저 상태로 뭘 할 수 있겠어. 기껏 해봐야 이 창살을 이빨로 물어뜯는 정도나 할 수 있겠지.”

“예. 그럼 알겠습니다. 이따가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경비대원은 안토니오의 눈치를 보면서 복도 쪽으로 사라져 갔다.

“자.”

안토니오는 창살에 붙어 주환을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 둘만 남았군.”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너도 나한테 할 수 있는 게 없을 텐데. 열쇠는 그 경비대원이 가져갔을 테니까.”

“그래? 정말 그럴까?”

안토니오는 그렇게 말하더니 잠시 복도 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그곳에 놓여 있는 어떠한 물건을 들고는 다시 문 앞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바로 주환의 돌격 소총이었다.

“너. 그거 어디에서 난 거야?”

주환이 안토니오에게 묻자 안토니오는 돌격 소총을 살펴보면서 주환에게 말했다.

“경비대의 한쪽에 잘 보관되어 있던데? 나는 영주의 아들이기 때문에 경비대 안을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거든. 경비대원들이 보고 있지 않을 때 슬쩍 해왔지.”

안토니오는 주환의 총을 드는 법을 흉내 내었다.

“이렇게 하는 거던가?”

안토니오는 돌격 소총을 주환에게 겨누었다.

들고 있는 폼은 어설펐지만, 총이 발사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철창문의 격자가 신경 쓰였는지 안토니오는 돌격 소총의 총구 부분을 격자의 안쪽으로 밀어 넣으면서 주환에게로의 조준을 확실히 했다.

“기본적인 느낌은 석궁이랑 비슷해. 여기 있는 방아쇠를 당기면 이 구멍이 있는 끝에서 보이지 않는 무기가 나가는 거겠지? 보이지 않는 정도라면 석궁의 볼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작은 물체일 거야. 그렇겠지?”

“예리한데.”

“칭찬 고마워. 너의 이 무기를 보는 순간 말이야, 한번 사용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더라고. 이런 무기 하나 있으면 혼자서 수십 명을 상대할 수도 있겠지. 안 그래?”

“실력만 있으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 그런데 그걸로 뭘 어쩌려는 생각이야? 그걸로 나를 쏠 거야? 너를 마지막으로 만난 게 나이기 때문에 여기서 나를 죽이면 바로 네가 범인으로 몰려. 이번에는 변명도 할 수가 없을걸?”

“맞아. 사실 그렇겠지. 그런데 그거 알아? 이제 내가 살인자인 거 굳이 숨기기도 귀찮아졌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그걸 너한테 알려 줄 필요는 없잖아? 그럼 잘 가.”

안토니오는 스스럼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지?”

안토니오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주환은 초집중 모드를 사용하여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는 단숨에 문 쪽으로 달려갔다.

안토니오가 당황하는 사이 주환은 격자의 안쪽에 들어와 있는 돌격 소총의 총구를 잡고는 반대쪽으로 거세게 밀었다.

퍽!

그러자 돌격 소총의 개머리판이 안토니오의 가슴에 부딪혔으며, 안토니오는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고통에 총을 놓치고는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주환은 잡고 있는 돌격 소총을 당겨서 감옥의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손안에서 한 바퀴 돌려 자세를 잡고 안토니오를 겨누었다.

“꼼짝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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