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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22화 (122/182)

122화

남자의 말에 주환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생?”

그렇지만 루카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당신은 갈레오스의 첫째 아들일 테지. 늑대 인간에게 물려갔다고 알려진.”

루카의 말에 남자는 움집의 한쪽에 마련된 침대에 주저앉았다.

“맞아. 마을에는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유령이나 다름없는 남자. 그게 바로 나야.”

* * *

“낡은 움집이라서 앉으라고 권할 수 있는 의자도 없군. 이해해 줘. 이곳에 손님이 오는 일 따위는 없으니까.”

“마음 쓸 필요 없어. 서서 이야기해도 충분하니까.”

루카와 주환은 움집의 벽을 등지고 서서 벽에 몸을 기대었다.

“내 이름은 로렌조. 아까 말했듯이 칼데브 마을의 영주인 갈레오스의 첫째 아들이지.”

“나는 루카.”

“나는 주환.”

“당신들의 반응을 보니까 대충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온 것 같은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우선 우리 쪽 사정을 설명해 둘게.”

루카는 나이츠 빌리지에서 데미안에게 이번 일에 대한 의뢰를 받은 것과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로렌조에게 설명했다.

“그래서 당신의 동생 안토니오가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 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

“늑대 인간이 된 뒤로 사람을 죽인 적은.”

“한 번도 없어. 맹세코 정말이야.”

“그 말을 믿어.”

주환은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로렌조의 말이 진실이라면 지금까지 일어난 살인 사건은 안토니오의 손에 의해 일어난 것이 된다.

상대가 늑대 인간이라면 차라리 쉬울지도 모른다.

늑대 인간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그렇지만 안토니오는 영주의 아들.

그가 가진 무력은 약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두 사람을 방해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환은 로렌조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겠어? 우리가 의뢰받은 것은 늑대 인간의 퇴치지만 당신이 인간들을 죽이지 않고 가축들만 습격했다면 좀 더 작은 책임만을 지고 이 일을 마무리할 수가 있어. 그렇다면 우리가 당신을 괴롭힐 필요도 없고.”

“그렇지만.”

로렌조는 내키지 않은 듯했다.

“지금 상황을 봐서 알겠지만 내가 있기 때문에 동생은 살인죄에서 벗어나게 된 거야. 만약 내가 그 사실을 밝힌다면 안토니오가 아무리 영주인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극형을 피할 수가 없어. 심지어 아버지도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두 아들 중 한 명은 괴물이고 한 명은 연쇄 살인마이니까.”

“그렇다고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잖아. 안토니오는 이미 우리까지 죽이려고 했어. 우리도 우리의 목숨을 지키려면 안토니오의 죄를 밝힐 수밖에 없어. 어차피 당신이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환의 설득을 듣던 로렌조는 고민에 빠졌다.

“내가 어떤 설득을 하든 안토니오는 궁지에 빠질 수밖에 없겠군.”

“그뿐만이 아니라 이대로 가다간 안토니오가 더 큰 죄를 짓게 될 거야.”

로렌조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로렌조는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해서 늑대 인간이 되게 되었는지, 사실 나도 잘 몰라. 다만 아주 어릴 적에 남아 있는 기억이 있는데, 이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그게 그냥 어릴 적에 보았던 환상이라고만 생각했어.”

“무슨 일이었지?”

“아주 어릴 때, 혼자 산에 올라간 적이 있었어. 지금은 겁쟁이지만 그때는 정말로 겁이 없었거든. 부모님 몰래 산에 올라가 숲속을 헤매고 있었는데 발을 잘못 디뎠는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지.”

그 뒤에 이어지는 로렌조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로렌조는 낭떠러지에서 바닥으로 추락했고 크게 다치고 말았다.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을 수준의 부상이었지만 그는 숲속 깊은 곳까지 혼자서 들어왔기에 움직여서 마을로 돌아갈 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낭떠러지의 바닥에서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있던 로렌조는 상당히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기에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고, 그에 따라 주변의 일들을 흐릿하게만 인식할 수 있었다.

그가 거의 사망하기 일보 직전에 이르렀을 때, 그의 눈앞에 거대한 늑대 인간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정신이 몽롱했던 로렌조는 그것이 꿈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늑대 인간은 쓰러져 있는 로렌조를 공격하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자신의 발톱으로 몸에 상처를 내어 떨어지는 피를 로렌조에게 먹였다.

그에게 피를 먹인 늑대 인간이 사라질 때까지도 로렌조는 현실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고, 곧 다시 눈을 떴다.

로렌조는 어느새 자신의 몸이 멀쩡해진 것을 깨달았다.

죽음에 이를 정도로 크게 다쳤던 로렌조는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로렌조는 자신이 보았던 것을 마음속으로 외면해 버렸다.

괴물의 피를 먹고 다시 살아났다는 그 사실을 어린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은 꿈이었으며, 자신은 처음부터 다친 적이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믿어 버렸다.

늑대 인간을 만난 일은 그의 무의식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집에 돌아온 이후로도 가족들에게 그때의 일은 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무의식에 가두어둔 기억이라 할지라도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법.

그는 자라나면서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여 어릴 적의 용기와 에너지를 잃어버렸다.

“그 일이 없었다면 나는 그 일을 평생 잊고 살았겠지.”

“그 일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늑대 인간으로 변신하고 말았어.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 처음 변신했던 순간은 기억조차 나지 않아. 정신을 차려보니까 정신없이 가축을 뜯어먹고 있는 내가 있더군.”

그리고 그는 그 현장을 동생인 안토니오에게 들키고 말았다.

“제정신으로 돌아왔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어. 반미치광이 상태에 빠졌다고 해야 하나? 지금이야 변신했다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그때는 처음 변신을 한 거라서 영원히 늑대 인간 상태로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그저 겁이 날 뿐이었지. 우연히 마구간 주변을 지나가던 안토니오가 소란스러움을 느끼고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를 발견했어. 그런 꼴을 보이니 정말로 죽고 싶어지더군.”

로렌조는 늑대 인간인 상태에서 안토니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안토니오는 우선 사태가 진정이 될 때까지 숲에 숨으라고 조언했으며 일이 좀 진정이 되면 자신이 그곳으로 찾아가겠다고 그를 설득했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로렌조는 괴물이 된 자신의 몸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산속에 있는 동굴에 들어가 그곳에서 하염없이 동생을 기다릴 뿐이었다.

“동굴에 있다 보니 어느 순간 변신이 풀리더군. 그렇지만 마을로 갈 수는 없었어. 갑자기 언제 다시 늑대 인간이 될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변신의 영향 때문인지 한동안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프더군.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지.”

로렌조는 루카를 보면서 물었다.

“너는 자유자재로 변신을 조절할 수 있나?”

“아까 보여 줬던 것처럼 일부 변신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당신 같은 완전 변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몰라.”

“그렇군. 나도 이제는 변신을 조절할 수 있지만 어떨 때는 내 의지에 상관없이 변신할 때가 있어. 그때에는 반쯤 내 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지. 그저 피와 고기를 먹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숲을 내달릴 뿐이야. 그러고는 마을로 가서 가축들을 습격하지. 그렇지만 이성이 어느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절대 인간은 공격하지 않아.”

주환은 그렇기에 그가 경비대원들을 상대할 때 발톱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동굴에서 며칠간 숨어 있을 때 비로소 동생이 찾아왔지. 그는 혼자였어. 동생은 늑대 인간이 나타나서 가축을 죽이고 나를 물어갔다고 마을에 알렸다고 했지.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 그렇잖아. 나는 멀쩡히 살아 있는걸. 그렇지만 동생은 그 방법밖에 없다고 했지. 내가 언제 다시 괴물이 되어서 마을을 망칠지도 모르고, 또한 괴물을 아들로 둔 아버지의 명예가 손상될 것이라고 했으니까.”

로렌조는 그렇게 마을에서 공식적으로 늑대 인간에게 당한 첫 사망자가 되었다.

로렌조는 살아남기 위해서 산속에 움집을 만들었으며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 몰래 머물렀다.

초창기에는 안토니오가 지속해서 움집에 들러 생필품과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뜸해졌다.

“동생도 눈치가 보였겠지. 계속해서 이곳에 오면 꼬리를 잡힐 수도 있으니까. 나도 이해는 해. 그래서 산에서 사냥하는 법을 익혔어.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까 굶어 죽는 건 면할 수 있더군.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마을로 내려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어. 내려갔다가 경비대원들을 보고 다시 도망갔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야.”

“동생이 살인자가 된 건 언제부터 안 거야?”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어. 어느 날 오랜만에 동생이 이곳으로 왔지. 나는 동생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동생의 상태가 이상했어. 넋이 나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더라고.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동생이 사람을 죽였다는 거야.”

안토니오의 이야기를 듣고 당황해하는 로렌조에게 안토니오는 무릎을 꿇고 그의 손을 잡으면서 부탁했다.

사람을 살해한 죄를 대신 뒤집어써 줄 것을 말이다.

“동생은 필사적으로 나를 설득했지. 나는 늑대 인간이니까 그러한 죄를 지어도 달라질 것이 없지만, 자신은 재판에 넘겨질 것이 뻔하다고 말이야. 안토니오는 영주의 아들이지만 우리 아버지는 강직하신 분이야. 아들이라고 해서 살인죄를 용서하실 분이 아니란 말이지.”

로렌조가 하는 수 없이 동생을 위해 그 제안을 수락하자 안토니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 설명했다.

“안토니오는 이미 모든 계획을 짜놓았더군. 아마 내가 무조건 받아들일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겠지. 녀석이 계획한 것은 바로 연극이었어. 안토니오는 자신이 죽인 이의 주검을 마을 어딘가에 숨겨 놓은 상태였어. 시간을 많이 끌면 시체가 썩으면서 들키겠지. 안토니오가 계획한 연극은 단순했어. 우선 늦은 밤에 내가 변신한 상태에서 마을에 나타나는 거야. 그리고 안토니오가 숨겨놓은 시체를 꺼내지. 나는 그 시체를 물고 마을에서 난동을 부리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사람들에게 그 시체를 물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그 시체가 나에게 방금 습격당한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적당한 순간에 그 시체를 입에 문 채로 마을을 빠져나가는 거지.”

동생이 찾아온 그날 저녁, 로렌조는 연극을 실행하기 위해 칼데브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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