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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20화 (120/182)

120화

“젠장. 미쳤어?”

안토니오가 루카를 붙잡자 루카는 안토니오의 다리를 걸어서 바닥으로 쓰러뜨렸다.

“가만히 있어!”

루카가 안토니오에게 경고했지만, 안토니오는 곧장 경비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여기 이 미친놈들을 막아! 이 자식들이 장례식을 망치려고 하고 있어!”

안토니오의 명령에 경비대원들이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루카는 주환에게 말했다.

“주환. 저들을 좀 막아 줘.”

“루카. 너 지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어서.”

주환이 갈등하는 사이에 경비대원들 여러 명이 이미 두 사람이 있는 제단 쪽을 둘러쌌다.

“멈춰! 지금이라도 멈추면 봐줄 수 있지만 계속해서 장례식을 엉망으로 만들겠다면 너희를 체포할 수밖에 없다!”

경비대원들이 창을 겨눈 채로 두 사람에게 경고를 날리자 주환은 항복 의사를 내비치며 양손을 들었다.

“저기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은데 내 동료가 워낙 고집이 세서요. 저도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헛소리 들어 줄 시간이 없어. 당장 무릎을 꿇어!”

경비대원 중 한 명이 들고 있는 창을 주환의 코앞까지 가져다 대었다.

주환은 번개같이 서바이벌 나이프를 뽑아서 창의 자루 부분을 잘라 버렸다.

“어엇!”

경비대원이 당황하는 사이 주환은 재빠르게 거리를 좁히고는 상대의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바닥으로 쓰러뜨려 버렸다.

쿵!

“컥!”

한 명이 제압당하자 나머지 경비대원들이 한꺼번에 주환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주환은 재빨리 바닥에 떨어져 있는 창의 자루 부분을 집어 들었다.

그가 나이프로 창의 머리 부분만을 베었으니 끝에 날이 붙어있지 않을 뿐 그 길이는 원래의 길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봉이 되어 버린 창을 집어 든 주환은 창을 앞세우고 돌격하는 경비대원의 공격을 피해 바닥으로 굴렀다.

그리고 주환은 경비대원의 다리 쪽으로 봉을 휘둘렀다.

퍽!

“으악!”

봉으로 다리를 가격당한 경비대원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으로 쓰러졌다.

또 다른 경비대원이 창을 날쌔게 찌르면서 주환을 공격해 왔다.

그러자 주환은 봉을 옆쪽으로 휘둘러 찔러 들어오는 창을 바닥으로 찍어 누른 다음 바로 그대로 봉을 들어서 상대를 찔렀다.

경비대원들은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반신 부분을 봉으로 찔러도 타격을 입힐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봉의 끝이 향하는 곳은 경비대원의 목이었다.

“켁!”

봉이 목을 찌르자 경비대원은 자신의 목을 붙잡고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아무리 봉이라도 목을 세게 찌르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었지만, 힘을 조절하였기에 순간 상대의 숨이 잠시 막힐 정도의 대미지만을 줄 수 있었다.

그다음 상대는 창이 아니라 롱소드를 뽑아 들고 주환과 대치했다.

상대가 롱소드를 휘두르자 주환은 반사적으로 그 공격을 막기 위해서 봉을 들었지만, 봉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롱소드를 막자마자 절반으로 잘려 나갔다.

봉으로서의 이점을 잃었지만 하나의 긴 봉이 절반으로 잘려 두 개의 짧은 봉이 탄생했다.

주환은 그 단봉들을 양손에 하나씩 잡았다.

상대는 다시금 롱소드를 앞세우고 주환에게 돌진했다.

이번에는 아까 같은 베기 공격이 아닌 찌르기 공격.

주환은 왼손에 들고 있는 단봉으로 롱소드의 옆면을 때려서 검끝이 자신에게서 비켜 나가게 한 뒤에, 오른손에 들고 있는 봉으로 상대의 허벅지를 쳤다.

“아악!”

역시나 상대는 허벅지를 부여잡으면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주환이 삽시간에 네 명의 경비대원을 제압해 버리자 나머지 경비대원들은 겁을 집어먹고 차마 주환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그들은 전날 주환이 보여 주었던 신기한 무기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주환이 그 무기만 꺼내지 않는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가지고 있는 전력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그들은 쉽사리 주환에게 달려들 수 없었던 것이다.

“뭐 하는 거야! 빨리 막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안토니오가 경비대원들을 부추겼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그사이 루카는 들고 있던 통나무를 휘둘러서 제단을 무너뜨려 버렸다.

우르르!

제단이 무너지면서 불붙은 통나무들이 바닥에 굴러다니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비명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아. 이런 식으로 고인을 능욕하다니.”

안토니오는 처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제단이 무너지자 루카는 뜨거움을 참으면서 그 위에 올라가 있던 시신을 바로 옆쪽으로 옮겼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기에 누구도 루카를 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탓에 시신 대부분은 이미 불에 새카맣게 그슬려 버린 뒤였다.

그렇지만 루카가 중간에 제단을 망가뜨린 덕분에 아직 타지 않은 부분들도 남이 었었다.

루카는 시신의 상태를 관찰했다.

시신에게는 늑대 인간에게 당한 듯한 상처가 남아 있었으며 시신을 태우기 전 염을 했기 때문에 그 상처들은 전부 꿰매어진 상태였다.

루카는 최대한 시체의 상태를 자세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모든 일을 끝낸 루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루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들 다시 제단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줘.”

“뭐?”

안토니오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렇게 외쳤지만, 주환은 루카가 하고 싶은 말을 알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고인이 가는 길을 모독하긴 했지만 지금 제단을 다시 세움으로써 그에 대한 용서를 빌고 싶었던 것이다.

주환은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고 루카에게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묵묵히 다시 제단을 쌓기 시작했다.

주환과 루카가 제단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있던 경비대원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두 사람에게로 다가와 같이 제단을 만드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루카와 주환의 힘에 겁을 먹은 것인지, 아니면 고인이 장례식을 끝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

혹 누군가는 루카의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안토니오는 제단을 만드는 이들의 작업을 어처구니가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제단이 다시 완성되자 루카는 제단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녀는 제단 위에 올라가 있는 고인을 위해서 기도를 드렸다.

제단과 시신이 전부 다 불에 탈 때에야 비로소 루카는 드리던 기도를 멈추었다.

“가자.”

기도를 마친 루카는 주환에게 그렇게 말했다.

주환은 루카가 칼데브 마을로 돌아가자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루카는 칼데브 마을과는 반대쪽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놈들이 도망간다!”

안토니오는 경비대원들을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놈들이 장례식을 욕보이고 그대로 도망치고 있잖아! 빨리 놈들을 잡아!”

안토니오가 길길이 날뛰었지만 두 사람을 잡기 위해서 선뜻 나서는 이들은 없었다.

* * *

걷고 있는 루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는 주환 역시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합동 장례식을 치르던 곳에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두 사람은 그곳에서 이미 멀어진 지 오래였다.

주환은 경비대원들이 두 사람을 추격해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주환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경비대원들을 어쩔 수 없이 제압하기는 했지만, 그들과 싸울 마음도, 싸워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루카는 어젯밤 늑대 인간이 사라진 지점에 주환을 이끌고 갔다.

늑대 인간이 몸을 돌려서 그녀를 노려보았던 바로 그 지점.

그곳의 바로 앞쪽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다.

늑대 인간은 바로 그 안쪽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곳에서 루카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냄새가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분명 늑대 인간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루카는 주머니에서 병을 하나 꺼내 주환에게 던져 주었다.

“받아.”

병을 받아 든 주환은 병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이게 뭐야?”

내용물의 냄새를 맡은 주환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병의 입구에서 코를 뗐다.

“냄새가 지독한데?”

루카는 그것과 똑같은 병을 한 병 더 꺼내면서 주환에게 말했다.

“거기 안에 들어 있는 액체를 몸에 골고루 뿌려.”

“이렇게 냄새나는 거를?”

“냄새가 나니까 뿌려야 하는 거야. 그 액체는 여러 가지 식물들을 조합해서 만들었거든.”

“어째서 뿌려야 하는데?”

“지금부터 늑대 인간을 찾으러 갈 테니까.”

“지금?”

주환은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의 앞에 버티고 있는 숲을 바라보았다.

“늑대 인간은 후각이 민감해. 우리가 이 상태 그대로 놈을 찾아다니면 가까이 가기 전에 냄새로 알아차릴 거야. 그렇지만 그 약은 인간의 체취를 지워 줄 수 있거든. 물론, 계속 지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을 진하게 만들었으니까 반나절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냄새가 너무 역한데.”

주환은 투덜거리면서도 병 속의 액체를 손에 조금씩 받은 다음 몸에 구석구석 바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병의 액체를 몸에 골고루 바른 뒤 숲속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루카는 늑대 인간이 남긴 체취만을 의지해서 놈을 추적해 나갔다.

루카의 뒤를 따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주환은 무료함을 견디기 위해서 아까의 소동에 대해 루카에게 질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루카. 아까 그 합동 장례식에서 왜 그렇게 행동한 거야?”

“내 행동이 어땠는데?”

“솔직히 말해서 네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행동을 할 애가 아닌 건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남의 마을에 와서 그들의 문화를 욕보인 셈이 되는 거고,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을 때려눕혀야 했으니까.”

“나도 내가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만 네가 그렇게 한 이유는 있을 거 아니야?”

“이 마을에 와서 이 늑대 인간 사건을 대했을 때 어느 순간 이 사건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게 뭔데?”

“우선 맨 처음에 이상한 점을 느꼈던 때는 안토니오가 야식을 가져왔을 때였어. 그때 네가 양젖을 먹었을 때 상한 것 같다면서 바로 뱉어 버렸지. 그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입에 대자마자 뱉어 버릴 정도로 크게 상했다면 안토니오가 병의 뚜껑을 열었을 때부터 상한 냄새가 나야 했는데 그런 냄새는 없었거든.”

“그건 네가 먹어 보고 독이 들어 있다고 했었지.”

“응. 아무튼, 정말로 그 양젖이 상했는지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바로 늑대 인간이 나타나서 그러지 못했어. 그리고 우리가 늑대 인간을 잡으러 갔을 때 나는 늑대 인간의 행동을 보고 더욱더 이상함을 느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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