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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17화 (117/182)

117화

“아. 안녕하십니까.”

주환은 안토니오에게 어색하게 인사했다.

안토니오는 다락문을 밀어서 연 다음 사다리를 타고 다락방의 안쪽으로 올라왔다.

“그냥 말을 놓도록 해. 어차피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그래도 되나?”

“흥.”

안토니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을 삐죽이더니 들고 있던 바구니를 두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루카는 코를 킁킁거렸다.

“음식인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루카가 바구니를 벌리자 두 사람은 그 안에 빵과 병, 그리고 컵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건 보다시피 빵이고. 병에 들어있는 건 양젖이야.”

“왜 이걸?”

“야밤에 가져다주는 음식에 다른 뜻이 뭐가 있겠어. 배가 고플 테니까 야식으로 먹으라는 거지.”

안토니오는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생각한 게 아니야. 아버지가 가져다주라고 하셔서 가지고 온 거뿐이라고.”

그런 안토니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주환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너 생각보다 착한 녀석이구나?”

“뭐?”

안토니오는 얼굴까지 붉히면서 흥분을 했다.

“아니. 내가 뭐 나쁜 놈으로 보일 만큼 뭘 한 건 아니잖아. 나는 그냥 너희가 사기꾼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었던 것뿐이란 말이야.”

“나도 알아. 그냥 농담한 거야.”

“나 참.”

안토니오는 다락방의 바닥에 앉았다.

“그래도 내가 좀 무례해 보일 수도 있었다는 건 사과할게.”

“괜찮아. 네 말처럼 이런 일에는 사기꾼이 끼어들 수도 있는 거니까.”

“내가 좀 민감해져서 그랬던 것 같아. 형에게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영주님에게 이야기는 들었어.”

“나는 어릴 적부터 강해지는 것에 대한 집착이 좀 남달랐거든.”

그러면서 안토니오는 바깥을 감시하고 있는 루카를 바라보았다.

“물론 저 꼬맹이에게는 상대도 되질 않았지만.”

“그건 네가 약해서 그런 거라는 건 알고 있지?”

“야. 최소한 내 쪽이라도 보면서 이야기해! 그럴 가치도 없다는 거야?”

돌아보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대답하는 루카에게 안토니오는 그렇게 소리쳤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어릴 때부터 그런 끼가 있었지만, 내가 강해지는 거에 더욱더 집착하게 된 거는 형이 그런 일을 당하게 된 사건 때문인지도 몰라.”

“네 형은 어떤 사람이었어?”

“싸움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어. 몸도 말랐고 겁도 많은 편이었거든.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상냥하기 그지없어서 주변에서도 좋아했지. 나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이어지는 안토니오의 목소리는 어두웠다.

“형은 나 때문에 죽은 걸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나는 사냥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자주 사냥에 나서는 편이거든. 활쏘기를 연마할 수도 있고 마을의 식량문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날은 형을 억지로 사냥에 데리고 나갔어. 나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야. 이제는 좀비들이 세상을 누비고 있으니까 아무리 착한 형이라도 활쏘기 정도는 배워두는 게 좋지 않을까 했거든. 그리고 멀리만 나가지 않으면 괜찮을 거로 생각했고.”

“그런데 사냥을 나간 곳에서 그 늑대 인간을 만난 거야?”

“그래, 맞아. 나는 내가 항상 형을 지켜 주겠다고 했었지. 그렇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내 손에는 활도 있었고 칼도 있었지만, 손이 움직이질 않았어. 그사이에 늑대 인간 놈은 형을 공격하고 결국에는…….”

안토니오는 고개를 떨구었다.

“물어가 버렸지.”

“네 잘못이 아니야.”

“아니. 내 잘못이야. 그래서 그 잘못을 조금이라도 바로잡고 싶어서 더욱더 강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야. 강해져서 놈을 직접 사냥할 테니까.”

“네 마음은 알겠지만.”

루카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지금 네 수준에서는 무리야.”

“뭐? 그래서 강해지려는 거잖아. 너야말로 늑대 인간을 잡을 수 있는 실력은 되는 거야? 여기 있는 주환은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너는 그냥 나보다…… 아주 조금 더 셀뿐이잖아?”

루카의 진짜 능력을 알고 있는 주환은 티격대는 두 사람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바구니 안에 있던 병을 들어서 안에 들어 있는 양젖을 컵에 따라서 마셨다.

“켁! 뭐야!”

주환은 양젖을 마시다가 황급히 뱉어 버렸다.

그러자 두 사람의 시선이 주환에게로 향했다.

“이거 상했잖아!”

“상했다고?”

안토니오는 경악하면서 한쪽 바닥에 놓여 있는 양젖이 든 병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아… 미안. 진짜 상했나 봐.”

안토니오가 시무룩해지자 루카는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나한테 당한 걸 상한 우유로 복수하려는 거 아니야? 내일 온종일 화장실에 있게 말이야.”

“뭐? 그럴 리가 없잖아.”

안토니오를 놀리던 루카는 순간 마구간이 있는 쪽에 검은 그림자가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잠깐. 둘 다 조용!”

루카의 말에 안토니오와 주환은 숨을 죽였다.

“놈이 나타난 것 같아.”

루카는 그 말만을 남기고는 다락방의 창문에서 단숨에 뛰어내렸다.

* * *

루카가 움직인 것.

그것이 신호였다.

루카가 다락방의 창문에서 몸을 날리자 주환 역시 황급히 옆에 있던 돌격 소총을 들고 루카의 뒤를 따라서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자, 잠깐만! 어이!”

루카는 가볍게 바닥으로 착지하여 앞으로 달려 나갔고 주환은 바닥으로 내려서면서 몸을 굴려 충격을 최소화했다.

두 사람이 갑자기 밖으로 나가 버리자 당황한 안토니오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제법 높잖아.”

예상외로 높아 보이는 거리에 놀란 안토니오였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기다려!”

바닥으로 떨어진 안토니오는 몸을 추스르면서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루카와 주환은 마구간을 향해서 달렸다.

늑대 인간을 유인하기 위해서 마구간과 거리가 있는 곳에서 감시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지금은 그 거리가 문제였다.

두 사람이 최대한 빨리 마구간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늑대 인간을 놓칠 수도 있었다.

루카와 주환이 마구간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는 양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 있는 으르렁거림.

놈이다.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루카가 앞장서고 주환이 그 뒤를 따랐다.

마구간의 앞으로 간 루카는 곧장 밀어차기로 문을 거세게 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크르릉!”

피 냄새.

안으로 들어가자 주환이 맡게 된 냄새는 바로 그것이었다.

건초 냄새, 양들이 싼 분뇨 냄새 등 많은 강렬한 냄새들이 안쪽에서 떠돌고 있었지만 피 냄새를 숨겨 줄 수는 없었다.

마구간의 문이 열리자 안쪽에 설치된 울타리에 갇혀 있던 양들은 몸부림을 치면서 울타리를 단체로 뛰어넘더니 마구간의 밖으로 우르르 빠져나왔다.

양들이 마구간을 빠져나와 바깥으로 달리자 두 사람을 쫓고 있던 안토니오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진정해! 이 녀석들아! 진정하라고!”

안토니오는 멈춰 서서 양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극도의 공포에 빠진 양들을 다시 순하게 만드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한편, 루카와 주환은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던 존재와 마주했다.

전신을 덮고 있는 하얀색의 털.

거대한 덩치.

기다란 손톱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살점과 핏자국.

날카로운 송곳니 사이로 흘러내리는 끈적한 피.

마구간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는 하얀 털의 늑대 인간은 지금 나무로 만든 커다란 상자 함정에 갇혀 있었다.

그 함정은 새벽이 오기 전 두 사람이 경비대원들과 힘을 합쳐서 만든 것이었다.

그 함정에 대한 기본적인 청사진을 제공한 이는 바로 주환이었다.

굵은 나무들을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상자형의 작은 감옥을 마구간의 위쪽에 매달아 놓은 뒤 그 함정과 연결된 줄을 마구간의 안쪽을 가로질러서 길게 설치해 두었다.

인간 수준의 덩치를 가진 이가 그 줄을 건드려도 작동 조건의 무게가 맞지 않기 때문에 나무 감옥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늑대 인간 수준으로 덩치가 큰 개체가 그 줄을 건드리면 그 즉시 나무 상자가 떨어져서 그 아래쪽에 있는 목표물을 가두어 버릴 수 있었다.

금속으로 만든 상자였다면 더 낫겠지만 짧은 시간에 그렇게 커다란 금속 상자 함정을 만드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나무로 만든 장치였지만 지금 그 장치가 멋지게 작동했기에 지금 마구간에 발을 들인 늑대 인간은 그 함정 줄을 건드려 위에서 떨어진 거대한 상자 감옥에 갇힌 꼴이었다.

주환이 익힌 함정 중에는 더 위험한 함정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만약 상자 감옥의 안에 아래쪽으로 날을 세우고 있는 쇠꼬챙이를 몇 개만 장치했다면 상자가 떨어지면서 그 안에 있는 늑대 인간의 몸을 관통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환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늑대 인간이 루카의 아버지인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크아아!”

늑대 인간이 울부짖자 주환과 루카는 서로 계획한 대로 움직였다.

“지금 가두어 버려야 해!”

두 사람은 양쪽으로 퍼졌다.

주환이 정면을 맡았으며 루카는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상자 함정의 아래쪽 모서리에 각각 하나씩 달린 굵은 동아줄들이었다.

두 사람은 그 줄 중 하나씩을 잡은 다음 각각 마구간의 한쪽 구석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각각 달려간 곳의 바닥에는 미리 박아 놓은 쇠말뚝이 하나씩 박혀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그 쇠말뚝들에 동아줄을 감은 뒤에 세게 묶었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는 단점이 있었다.

감옥은 통나무들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게가 아주 무거웠지만, 상대가 늑대 인간이라면 그 감옥을 잡고 들어 올려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상자의 아래쪽에 달려 있는 동아줄을 마구간의 한쪽에 세게 묶어서 늑대 인간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두어 둘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 역시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주환! 신호를 보내!”

루카의 외침에 주환은 재빨리 마구간의 한쪽에 놓여 있는 횃불용 장작을 집어 들었다.

그것 역시 그들이 미리 준비해 놓은 물건이었다.

주환은 마구간의 밖으로 나가서 라이터를 꺼내 횃불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는 그 횃불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것은 멀리서 마구간을 지켜보고 있을 경비대원들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그 신호가 닿는다면 상대 쪽에서도 횃불로 신호를 줄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대원들이 마구간 쪽으로 우르르 몰려들게 될 것이다.

화륵!

멀리 어둠 속에서 횃불이 올랐다.

‘신호를 받았다!’

자신의 역할을 마친 주환은 다시 황급히 마구간으로 돌아왔다.

마구간으로 돌아온 주환은 문득 한쪽에 쓰러져 있는 양을 한 마리 볼 수 있었다.

그 양은 이미 죽은 뒤였으며 온몸에는 늑대 인간의 발톱 자국과 잇자국이 가득했다.

늑대 인간의 손에 남은 흔적은 바로 그 양의 몸에서 나온 것일 터였다.

그 양은 운이 나쁘게도 늑대 인간이 함정에 걸리기 전에 당했을 것이다.

‘불쌍해.’

그렇지만 단 한 마리의 피해만을 끝으로 늑대 인간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제 경비대원들이 두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버티기만 하면 되는 상황.

퍽!

그때, 나무상자 감옥 안에 갇혀 있던 늑대 인간이 상자의 벽을 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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