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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13화 (113/182)

113화

주환과 루카는 나이츠 빌리지로 넘어간 다음 데미안의 숙소를 찾았다.

데미안의 숙소의 앞은 두 명의 기사단원이 지키고 있었으며 그들은 주환과 루카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을 보자마자 군말 없이 바로 문에 노크했다.

“무슨 일입니까?”

안쪽에서 데미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환 님과 루카 님이 오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안으로 모셔 주세요.”

데미안의 허가가 떨어지자 기사는 문을 열어 주었다.

주환과 루카가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책상의 앞에 앉아 있던 데미안은 몸을 일으켰다.

데미안은 혼자가 아니었다.

데미안이 앉아 있던 책상의 옆에는 아르테어가 서 있었다.

들어온 두 사람을 본 아르테어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데미안은 두 사람이 온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 손을 들어서 자신의 책상 맞은편에 앉도록 권했다.

데미안의 책상으로 다가가면서 주환은 주변을 살폈다.

데미안의 숙소는 상당히 넓고 훌륭했다.

데미안은 자신의 침실과 집무실의 구별을 두지 않은 듯, 숙소의 대부분은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깔끔하게 갖추어 놓고 있었으며 작은 침대 하나가 한쪽에 놓여 있었다.

그 침대의 옆에는 작은 파티션이 하나 놓여 있을 뿐이었다.

데미안과 루카가 자리에 앉자 데미안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제가 루카 님에게 연락을 드렸었는데.”

데미안은 주환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 연락을 듣고 오신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데미안의 시선이 루카에게 닿았다.

“이제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데미안과 아르테어는 루카가 늑대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 굳이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그럭저럭.”

이에 주환 역시 옆에 서 있는 아르테어를 보면서 물었다.

“데스티나의 상태는 어떤가요?”

주환의 입에서 데스티나의 이름이 나오자 데미안은 기분이 언짢은 듯 얼굴을 살짝 찡그렸지만, 워낙 순간적인 변화였기에 그 안에서 그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아직은 큰 변화는 없습니다.”

“그렇군요. 뭔가 변화가 생긴다면 저에게 바로.”

“제가 연락을 드린 것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입니다.”

데미안은 주환의 말을 끊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주환은 데미안의 예의 없는 행동이 언짢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을 해결하고 저희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포섭하여 공동체를 이루기도 했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와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죠. 그렇지만 이제 저희가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전처럼 활발할 구조 활동을 하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희와 함께하는 생존자들의 수가 너무 늘어났거든요. 그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일만으로도 일손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저도 그래서 한동안 농사일을 도왔죠.”

“저희의 활동에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들이 닿고 있습니다. 그 일을 중함에 따라서 단원들을 편성하고 출장을 보내고 있죠.”

“우리한테도 출장을 다녀와 달라는 거?”

루카의 물음에 데미안은 책상의 한쪽 위에 놓여 있던 편지를 잡아서 두 사람의 앞으로 내밀었다.

“맞습니다. 가장 최근에 온 편지입니다. 편지를 보낸 곳은 ‘칼데브’ 마을이라는 곳입니다. 이 마을은 좀비 사태가 일어났을 때 마을의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좀비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했죠. 물론, 아무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의 수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마을을 버리고 떠나거나 할 필요는 없을 정도로 피해를 최소화한 곳이죠.”

“그럼 저희가 가서 해야 할 일은 피해 복구인가요? 아니면 좀비들이 습격을 해왔다던가?”

“좀비들이 가끔 습격해 오긴 하지만 그건 마을 자체적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듯합니다.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죠.”

“다른 곳이 이라면?”

“지금 그 마을은 어떠한 괴물에게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괴물?”

“예. 처음에는 마을 안에 있는 가축들을 습격하는 정도에서 끝났는데 이제는 인간을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는군요. 죽은 사람들의 숫자도 한둘이 아닌 듯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괴물이 어떤 괴물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거야?”

“목격자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괴물인지는 대충 파악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 이런.”

거기까지 말한 데미안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을 이었다.

“제가 실수를 한 것 같군요.”

“무슨 실수?”

“마을 사람들을 그 괴물이 늑대 인간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데미안의 말을 들었을 때 주환은 데미안이 어째서 실수라고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데미안의 속뜻은 알 수 없지만, 그가 말한 대로라면 지금 그는 편지의 내용을 빌려 늑대 인간을 괴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루카 역시 늑대 인간으로 밝혀진 상황.

다른 이들의 눈으로 보기에 루카는 괴물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주환은 루카의 반응을 살폈지만, 루카는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주환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말을 돌렸다.

“그러면 지금 데미안 씨는 저희가 그 마을로 가서 그…… 늑대 인간을 퇴치하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일손도 부족한 데다 저는 지금 나이츠 빌리지 내부의 일을 돌보는 것만도 바쁜 상황이죠. 단장님이 지금 몸이 좋지 않으시니 제가 문제 대부분을 처리할 수밖에 없거든요. 퇴치 활동에 대한 보상은 마을의 대표에게 받으시면 됩니다.”

주환이 선뜻 대답하지 않자 데미안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특히 그는 루카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받아들이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해합니다.”

데미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루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받아들이도록 할게.”

“그래 주시겠습니까? 마을의 자세한 위치는 이 편지에 적혀 있습니다.”

데미안이 편지를 루카에게 내밀자 루카는 그 편지를 빼앗듯이 받아 든 다음 주환에게 말했다.

“주환. 가자.”

루카가 그 말만 남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가자 당황한 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데미안과 아르테어에게 가볍게 묵례를 한 다음 루카의 뒤를 따랐다.

* * *

“기분 나쁜 녀석이야.”

데미안의 숙소를 나오면서 루카는 그렇게 말했다.

“이해해. 왠지 사람 신경을 긁는 면이 있는 사람이니까.”

주환의 말에 루카는 걸음을 멈추었다.

“단지 그 수준이 아니야. 데미안은 내가 늑대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러면서 나에게 늑대 인간의 퇴치에 관련된 일을 일부러 맡긴 거야. 어째서 그랬다고 생각해?”

“그건…….”

“증명하라는 거야. 내가 그런 괴물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뜻이지. 자신들과 같이 있고 싶다면 자신들과 같은 편이라는 것에 대한 증거를 가져오라는 거고. 내가 만약 이걸 거절했으면 아마 저들은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나를 멀리하겠지.”

그렇게 말하며 루카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괴물이니까.”

“무슨 소리야. 너는 괴물이 아니야.”

“주환 너는 그렇게 봐주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라. 나조차도 내가 인간인지 괴물인지 모르겠는걸. 나는 내가 힘이 센 걸 하늘이 내려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니 나도 모르고 있던 괴물이 자리 잡고 있었던 거지.”

“그런 생각 하지 마.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무도?”

루카는 몸을 돌려서 주환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곳 사람들은 나를 무서워하고 있어. 내가 늑대 인간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소문이 퍼지고 있는 걸 난 알아. 귀가 밝다는 거는 이럴 때는 그닥 좋은 능력이 아니거든.”

“그럼 그렇게 기분 나쁘면서도 어째서 이 일을 선뜻 받아들인 거야? 결국, 너도 너 자신을 그들에게 증명하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않아.”

“뭐?”

“나는 저들에게 나 자신을 증명할 생각 따위는 없어. 저들은 내 동료가 아니야. 내 동료는…….”

루카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너랑 데스티나뿐이야. 아주 넓게 치면 엘레나 정도까지는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받아들인 건 그 늑대 인간이 내 아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뭐?”

“생각을 해봐. 나는 내가 늑대 인간인지 평생을 모르고 살았지만 확실하게 그 힘이 발현한 이상 그걸 부정할 수는 없어. 만약 늑대 인간에도 혈통이라는 게 있다면 우리 부모님 중 최소한 한 분은 그런 혈통 출신이라는 뜻이겠지?”

“확실히 그렇겠지.”

“그럼 우리 아빠도 늑대 인간일 가능성이 있어. 그렇기에 그 마을로 가서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루카의 말을 들은 주환은 새로운 의문점이 생겼다.

“분명 네 말은 일리가 있지만 그럼 그것을 확인했을 때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무슨 말이야?”

“우리가 가서 확인했을 때 네 아버지가 아니라면 별문제는 아니야. 어떻게든 퇴치를 하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네 아버지라면 문제가 생겨. 너는 늑대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사이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어. 그렇지만 편지에서 알리고 있는 그 늑대 인간은 달라. 가축들을 죽이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살인까지 저질렀어. 그것도 한두 건도 아니란 말이야. 그렇지만 루카 너는 그를 퇴치할 수 없을걸? 그는 네 아버지니까.”

“나도……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아빠를 찾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이 일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정말 아빠가 그런 늑대 인간이라면 어떻게 할지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거기까지 말한 루카는 짜증이 난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어뜨렸다.

그때, 루카의 머리 위쪽에서 두 개의 불룩한 두 덩이가 점차 솟아올랐다.

그 두 덩이의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펼쳐지면서 동물 귀로 바뀌었다.

“너 귀가 생겼어.”

주환이 신기하다는 듯 말하자 루카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나도 알아. 뭔가 기쁘거나 화가 나거나 하는 것처럼 감정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점점 늑대 인간의 특징이 나오게 되더라고.”

“조절할 수는 없는 거고?”

“기분을 조절하면 이것도 조절할 수 있어.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가능한 한 드러내고 싶지는 않으니까. 최대한 조심하고 있어.”

루카의 말에 주환은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루카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뭐 하는 거야?”

주환은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린 채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다른 사람들이 너를 뭐라고 생각하든, 뭐라고 부르든 나는 상관없어. 너는 여전히 내 동료야. 그건 데스티나도 똑같이 생각할 거고.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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