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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01화 (101/182)

101화

“감염자들을 진정시켜!”

싱클레어는 성전 기사단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갑자기 하늘에서 이상한 기계들이 내려와 감염자들이 있는 곳에 비를 내리기 시작한 후 그 비를 맞은 모든 감염자가 바닥에 쓰러져서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접한 기사단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비를 맞은 감염자들은 심하게 발작을 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색의 액체와 함께 징그럽게 생긴 벌레들을 토해 내었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전 기사단을 향해서 우르르 뛰어왔다.

싱클레어는 다른 감염자들이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서 뛰어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감염자와는 달리 모두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처럼 보였는데, 그들을 이끌고 있는 노인이 멀리 떨어진 성전 기사단을 보더니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로 그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

싱클레어는 그들이 지금까지 본 감염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들을 향해서 크게 소리쳤다.

“네. 혹시 로즈버드 빌리지에서 오신 분들입니까?”

“예. 맞습니다! 맞아요! 데스티나 님이 저희를 꺼내 주셨습니다!”

“다행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싱클레어는 기사단원들에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을 명한 후, 자신들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촌장과 정착민들을 향해서 달려갔다.

“아아. 살았습니다. 살았어요……. 아아앗!”

싱클레어 쪽으로 달려간 촌장과 정착민들은 순간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수없이 많은 좀비가 칼에 베인 채로 바닥에 죽어 나자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좀비 골렘을 몸을 이루고 있던 좀비들로, 좀비 골렘의 몸에서 벗어나자마자 데스티나 일행의 손에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정착민들의 사이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싱클레어는 촌장 쪽으로 뛰어와 그들을 독려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좀비들은 전부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에스코트를 하도록 하죠.”

싱클레어가 앞장을 서자 촌장과 정착민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

싱클레어의 뒤를 따르고 있던 촌장은 좀비들의 사체 중 이상한 사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태가 이상한 사체들의 숫자는 열 구 이상이었으며 전부 다 칼에 베여 죽은 모습이었는데, 그들의 모습은 도저히 좀비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저기. 기사님?”

궁금증을 참지 못한 촌장은 싱클레어에게 물었다.

“예.”

“저기 저쪽에 쓰러져 있는 사체들도 좀비들입니까? 제가 보기에는 인간들처럼 보이는데요.”

싱클레어는 촌장이 어떠한 사체들을 보고 질문을 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데미안이 베어 버린 감염자들의 시체.

그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었기에 싱클레어는 적당히 둘러대기로 하였다.

“저들은 비를 쫓는 자들의 부하였습니다. 격렬하게 저항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벨 수밖에 없었죠.”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촌장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애썼다.

그렇지만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하나의 의문점은 있었다.

죽어 있는 자들이 입고 있는 옷은 자신들처럼 억지로 끌려온 사람들이 입는 낡은 포로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잡혀 온 사람 중에서도 비를 쫓는 자인지 뭐인지 하는 놈들을 따르는 놈들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촌장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본 광경을 잊어버리려고 했다.

싱클레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던 촌장은 생각이 난 듯 그에게 말했다.

“데스티나 님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라고 하시던데요. 저희는 숨어 있다가 엄청나게 큰 대포가 터지는 소리를 듣고 황급히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데스티나 님이 말씀하신 것은 바로 이걸 겁니다.”

싱클레어는 정착민들을 감염자들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촌장은 감염자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정체불명의 비를 맞으면서 사방에서 벌레를 토하는 것을 보면서 기겁을 하였다.

그것은 그를 따르던 다른 정착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헤엑! 저게 대체 뭡니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싱클레어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저게 일종의 치료 과정인 것은 분명합니다.”

“치, 치료 과정이요? 대체 어떻게 저게?”

촌장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촌장과 정착민들이 위쪽으로 소화탄이 움직이면서 치료액의 비가 떨어졌다.

“앗. 차가워!”

깜짝 놀란 촌장이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그는 갑자기 온몸의 힘이 빠지면서 참을 수가 없는 구역감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으윽.”

촌장은 그것을 참아 보려고 했지만, 그것은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는 안쪽에서부터 올라오는 그 무언가를 입 밖으로 뱉어 냈다.

“어엇!”

촌장은 자신이 뱉어 낸 것은 보고는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감염자들이 뱉은 것보다는 훨씬 작지만, 충분히 그 징그러운 형태를 알아볼 수가 있는 벌레 한 마리가 바닥에서 꾸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대체 뭐야! 지금까지 내 몸 안에 이런 벌레가 있었던 겁니까?”

촌장을 제외한 나머지 정착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의 몸에서 기생하고 있던 벌레를 보고는 공황에 빠지거나 얼른 손이나 발로 그 벌레를 짓이겨 버렸다.

“대체 이게 뭐죠? 왜 이런 게 우리의 몸속에?”

“또 벌레가 더 있을지도 몰라. 다 토해 내!”

“있는 것 없는 것 다 토해 버려!”

정착민들은 그렇게 외치면서 목에 손가락을 넣어서 계속해서 구토하려고 노력했다.

사방이 아수라장으로 변하자 당황한 싱클레어는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이런 젠장. 이거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 역시 정확한 상황을 알 수가 없었기에 기사단에게 효과적인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감염자들 중 벌레를 토해 낸 자들은 마치 기진맥진한 사람처럼 바닥에 쓰러져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혈색이 예전처럼 정상으로 돌아왔기에 최소한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여러분 주목하세요.”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싱클레어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르테어와 갈로스가 서 있었다.

갈로스의 손에는 몇 개의 가방이 들려 있었다.

“아르테어 님?”

싱클레어는 놀라서 소리쳤다.

“위에 같이 올라간 것 아니십니까?”

“네. 같이 올라갔었어요. 그렇지만 여러분의 돕기 위해서 다시 내려왔습니다. 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데미안 님이 실패하실 일은 없을 테니까요.”

“잘되었군요. 저희가 일손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바닥에 구토하고 있던 정착민들은 아르테어의 복장을 살펴보았다.

“사제님이다.”

“파루시아의 사제님이야.”

아르테어가 사제라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엉금엉금 기어서 그녀의 앞에 모여들었다.

“사제님! 지금 저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죽을병에 걸린 겁니까?”

“저희는 죽고 싶지 않아요.”

“사제님. 저희를 도와주세요. 저희를 도와주세요!”

아르테어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파악했다.

지금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비를 누가 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감염자들을 치료하는 치료액임은 분명하였다.

치료되는 과정이 격렬할 뿐 지금 감염자들과 로즈버드 빌리지의 정착민들은 정상적인 치료 과정 속에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 모든 사실을 판단한 아르테어는 입을 열었다.

“걱정하실 것 없어요. 지금 여러분은 치유되고 있으니까요. 지금 저 기적의 비를 통해서 말이죠.”

“그, 그렇습니까?”

정착민들이 놀라며 비가 내리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적들은 여러분들의 몸에 벌레를 심었고 여러분들은 그 벌레 때문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곳으로 끌려온 거죠. 여러분을 구하더라도 그 벌레를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끌려올 수 있기 때문에 먼저 그 벌레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거예요.”

정착민들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퍼져 나갔다.

“저 기적의 비를 내려주시는 분은 바로 데미안 님이세요.”

아르테어의 말에 그들 사이에서의 술렁거림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 전설의 검사. 데미안 님 말씀이십니까?”

“네. 데미안 님과 성전 기사단 분들은 여러분들을 구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이끌고 다시 로즈버드 빌리지로 돌아간 뒤에 저희들 역시 로즈버드 빌리지의 옆에 저희의 정착지를 따로 마련하여 로즈버드 빌리지의 복구를 온 힘을 기울여 도울 예정이에요. 이곳에 끌려온 분 중 오갈 데 없는 분들까지 저희가 안고 가기 위해서는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아르테어는 싱클레어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싱클레어 님?”

아르테어의 질문에 싱클레어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장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도울 예정입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으로부터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었지만, 데미안이 아르테어에게 따로 귀띔한 것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그렇게 대답한 것이다.

“들으신 대로 저희는 끝까지 여러분들을 도울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치료받고 있지만 이 치료는 완전한 것이 아니에요.”

아르테어의 말에 기쁨으로 가득 찼던 정착민들의 사이에 다시금 걱정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제님?”

촌장이 아르테어에게 애원하듯 묻자 아르테어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일차적인 치료이고 그다음은 2차 치료가 필요합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전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면 저는 저희들의 예정 정착지에 치료소를 세울 생각이에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그곳으로 2차 치료를 받으러 오시면 되는 거죠. 당연하지만 모든 치료비는 무료입니다.”

아르테어의 선언에 촌장과 정착민들은 기쁨에 겨워 마치 기도를 하듯 손을 모았다.

“역시 자비로우신 분들이십니다. 정말로 정말로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그러자 아르테어는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양손으로 촌장의 손을 감싸 쥐었다.

“모든 것은 데미안 님이 내려주시는 은혜일 뿐, 제가 감사받을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찾아오시면 제가 특별히 조제한 ‘약’으로 여러분들을 반드시 고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르테어의 말에 촌장과 정착민은 아르테어를 향해서 더욱더 머리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르테어는 그들의 감사를 받으며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싱클레어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입가에 스쳐 지나가는 사악한 웃음을 본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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