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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00화 (100/182)

100화

이온의 엄청난 힘에 덩치가 훨씬 큰 괴물이 뒤쪽으로 점점 밀려 나갔다.

“소용없어!”

괴물의 이빨이 이온의 머리 닿으려고 할 때, 이온의 뒤쪽에서 엘레나가 뛰어올랐다.

엘레나는 손안에서 공기가 휘몰아치는 거대한 구체를 만든 다음 그것을 괴물에게 던졌다.

퍽!

회오리의 구체가 괴물의 얼굴에 직격하자 그 충격에 괴물은 뒤쪽으로 한참을 밀려 나갔다.

그러면서 그의 입에 꽂혀 있던 에너지 블레이드가 바깥으로 뽑혀 버렸다.

괴물은 두 사람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엘레나가 한 공격은 위력적이긴 하지만 몸을 잘라 내는 진공 칼날 공격보다 훨씬 비효율적인 공격이었다.

잘린 상처도 쉽게 치료하는 상대에게 강하게 타격하는 공격이 큰 의미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녀석들 계속 나를 뒤로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괴물은 즉시 자신의 등 뒤쪽으로 새로운 눈을 만들어 냈다.

그가 눈을 만들어서 자신의 뒤쪽을 확인한 순간.

괴물은 자신의 뒤에서 수없이 점멸하고 있는 차원의 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괴물은 놀라며 다리를 더 많이 만들어 뒤쪽으로 넘어가지 않고 버티려고 하였다.

괴물의 의도를 눈치챈 이온은 틈을 주지 않고 괴물의 몸에 강력한 옆차기를 날렸다.

괴물의 몸이 한 번 더 밀리면서 그의 몸이 뒤쪽에 있던 차원의 문 안으로 쏙 하고 들어갔다.

“제길!”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면서 괴물은 이온과 엘레나를 향해서 팔을 뻗었다.

최소한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잡아서 끌고 가기 위해서였다.

스윽.

그러나 차원의 문이 바로 닫히면서 그가 내뻗은 팔이 마치 칼로 자른 것처럼 매끈하게 잘려 나갔다.

차원의 문은 점멸하듯이 깜빡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괴물이 들어갔던 차원의 문은 바로 다시 열렸지만, 그 뒤에는 또 다른 차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채널을 바꾸면 계속해서 화면이 바뀌는 텔레비전처럼 차원이 문이 한 번 열렸다 닫힐 때마다 그 안에서 보이는 풍경들은 계속 바뀌었다.

엘레나와 이온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괴물을 팔을 바라보았다.

방금 두 사람이 괴물을 차원의 문 안으로 날려 버리기 전, 갑자기 괴물의 등 뒤에서 수도 없이 나타난 차원의 문을 보면서 엘레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부유체를 만지면서 보았던 차원에 대한 약간의 지식들.

그리고 거침없이 괴물을 그 차원의 문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이온의 행동을 보면서 엘레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곧바로 바람의 정령을 통해서 이온이 괴물을 차원 너머로 던져 버리는 것을 도왔던 것이다.

꿈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괴물의 팔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성장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엘레나는 곧바로 그 팔을 발로 차서 다른 차원의 문 안으로 던져 버렸다.

“진짜. 끈질긴 괴물이야.”

엘레나가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질린다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이온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수도 없이 만들어졌다가 소멸해 가는 차원의 문들.

이온으로서도 그 차원의 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괴물과 함께 오르페우스 호를 아무도 없는 심연 등급의 차원으로 보낼 생각이었지만 방금까지 상대했던 살덩이 괴물과 그 조각이 어느 차원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이온은 자신이 실수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조종실에서 만들어진 차원의 문을 타고 이곳 엔진실로 내려왔어. 그렇다면 지금 저 차원의 문들은 다른 차원으로 보내는 역할도 하지만 저 중에 일부는 다른 차원이 아닌 같은 차원의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일 수도 있어.’

이온의 생각이 맞는다면 방금 사라진 살덩이 괴물은 다른 차원으로 간 것이 아니라 낮은 확률로 같은 세계의 어딘가로 ‘텔레포트’를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실수를 해버린 걸까.’

이온이 울상을 짓고 있을 때 엘레나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등을 탁하고 때렸다.

그러자 놀란 이온이 몸을 돌리면서 엘레나에게 물었다.

“무, 무슨 일이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아.”

엘레나는 차원의 문들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괴물 때문에 엄청 고전을 하는 참이었어. 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도 그렇고 저기 있는 꼬맹이 둘도 죽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일 뿐이야. 우리를 지키려면 어쩔 수가 없었어.”

엘레나는 쑥스러운지 자신의 밀짚모자를 깊게 눌러쓰면서 말했다.

“어쨌든 고마워. 도와줘서.”

“당신들은 주인님의 동료분들이니까요. 당신들이 없으면 주인님이 슬퍼하시겠죠.”

“글쎄. 그 녀석이랑 동료하고 하기 엔 좀…….”

“엘레나!”

그때,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두 사람은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것들이 점점 수를 늘려가고 있어!”

루시아가 가리킨 곳에는 점점 더 많은 수의 차원의 문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것도 벽면뿐만이 아니라 바닥에서도 생겨나기 시작했기에 이제 점점 그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갔다.

“이제 어쩌지? 네가 이 배의 출신이라면 저 장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지 않아?”

엘레나의 말에 이온은 곧바로 차원이동장치로 다가갔다.

그러자 엘레나 역시 곧장 이온의 뒤를 따랐으며 루시아 역시 차원의 문들을 피해서 기절해 있는 페드로를 끌고 차원이동장치로 이동했다.

그리고 차원이동장치를 살펴보던 이온은 그 안에 떠 있는 부유체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차원이동장치는 부서져서 불안정한 상태예요. 이 상태에서는 차원이동장치를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들이 대화를 하는 사이에 엔진실의 바깥에서 무엇인가 우글우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괴물들이 몰려오고 있는 모양이네.”

“그렇겠죠. 그들은 모두가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이온은 결심한 듯 차원이동장치 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뒤 그 안에서 부유체를 꺼냈다.

“뭘 하려는 거야?”

“차원이동장치로는 이걸 컨트롤할 수가 없으니 이걸 제가 직접 다룰 수밖에 없어요.”

“그게 가능해?”

“모르죠.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걸어 볼 만은 해요. 이것 자체와 직접 접속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정교한 조종이 가능해져요. 예를 들어서 말을 타는 것과 직접 말이 되는 것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러면 이 우주선을 다른 차원으로 보내면서 우리가 나갈 수 있는 비상구격의 차원문을 만들 수가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온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거대한 함선이 하던 양의 연산을 제가 도맡아서 해야 하는 것과 에너지의 주입 역시 제가 직접 해야 한다는 거죠.”

이온은 코드를 뽑아서 부유체와 연결했다.

“엘레나 씨.”

이온은 엘레나를 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부탁 하나 들어주실래요?”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제가 이걸 성공하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제 뇌가 타버릴 수도 있어요.”

“뇌가 타버린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예요. 그렇게 된다면 저의 자아는 아마 소멸해 버리겠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 육체는 저희 주인님에게 넘겨주시겠어요?”

“잠깐. 지금 하려는 게 그렇게 위험한 거야? 그럼 너는 죽게 되는 거잖아?”

“뒤를 부탁하도록 할게요.”

엘레나가 말리기도 전에 이온은 눈을 감으면서 부유체와 접속을 시도했다.

* * *

오르페우스 호의 갑판 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마법진을 타고 내려온 루드비히를 올려다보았다.

갈로스만 한 덩치를 지닌 루드비히의 몸이 완전히 마법진을 빠져나오자 마법진은 마치 안개가 흩어지듯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루드비히는 서서히 눈을 뜨면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피를 채워 넣은 듯한 새빨간 붉은 눈.

루드비히의 소환이 완료되자 클레이브는 엄청난 양의 피를 입으로 뿜어냈다.

“크악!”

그 역시 지금 이브가 겪고 있는 고통과 같은 수준의 격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바닥에 피를 줄줄 흘리는 클레이브를 보면서 루드비히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의 소환이로군.”

“그래. 아주 오랜만이지.”

“힘에 부치는 상대가 있나 보군.”

그렇게 말하면서 루드비히는 클레이브를 둘러싸고 있는 주환 일행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조무래기들을 상대하면서 나를 소환한 거냐. 너도 늙어 버렸군.”

그렇게 말하던 그의 시선이 데미안에게 닿았다.

“오. 그래도 제법 쓸 만한 녀석이 한 명 섞여 있군.”

루드비히의 말에 데미안은 그를 향해서 소리쳤다.

“당신이 알케비젼 가문과 결탁한 마족인가?”

그의 말에 루드비히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결탁이라니. 제법 당돌한 녀석이로군. 너처럼 앞뒤 분간하지 못하는 애송이들을 무수하게 봐왔지. 자신은 절대 죽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혈기만 왕성한 녀석들.”

클레이브는 몸을 추스르면서 데미안을 향해서 말했다.

“루드비히는 최고위급의 마족이다. 네가 인간치고는 실력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네 실력으로는 절대로 루드비히를 상대할 수 없어.”

클레이브의 말에 데미안은 들고 있는 하르페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내색하지 않고 있었지만, 데미안 역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루드비히야 말로 지금까지 자신이 만난 상대들과는 완전히 격이 다른 상대라는 것을.

그의 옆에 서 있는 주환만이 유일하게 그의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 역시도 상황이 다를 것은 없었다.

주환은 지금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클레이브만 쓰러뜨리면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기 때문이다.

데미안과 주환이 힘을 합쳐서 클레이브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먹였지만 그러한 공격이 무색하게도 클레이브는 새로운 원군을 불러왔다.

그것도 그 힘에 규격조차도 판단할 수 없는 수준의 원군을.

주환은 멀리 있는 데스티나를 바라보았다.

데스티나는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루카를 감싸고 있었다.

주환은 데스티나의 얼굴에서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데스티나뿐이었다.

‘데스티나.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구나.’

루드비히는 클레이브에게 물었다.

“시간을 더 끌면 너의 몸만 상하게 되겠지. 나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라.”

“내가 원하는 것은 별것 없어.”

클레이브는 손을 들어서 주환 일행을 가리켰다.

“내 앞에 있는 이놈들. 그리고.”

클레이브는 이번에는 주환 일행의 너머를 가리켰다.

“저기 절벽 아래에 있는 인간들까지 모조리 불태워서 없애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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