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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97화 (97/182)

97화

쿵!

괴물이 팔을 휘두르는 순간에 실프가 곧바로 바람의 장벽으로 엘레나를 보호했으나, 마나가 부족했기에 공격을 받은 엘레나는 충격을 받으며 뒤로 밀려났다.

“언제까지 그렇게 건방진 입을 놀릴 수 있는지 보자고.”

괴물이 엘레나를 붙잡기 위해서 다시 손을 뻗었을 때 루시아는 엘레나를 돕기 위해서 숏소드를 앞세우고 괴물에게 돌진했다.

루시아는 괴물과 싸우는 것이 두려웠다.

아니.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단 하루라도 두렵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다.

엘레나와 루시아를 죽이려고 하는 끔찍한 괴물.

괴물은 집요하게 엘레나를 노리고 있었기에 만약 루시아가 엘레나를 버리고 도망갔다고 하더라도 괴물은 그녀를 우선 놓아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루시아는 그 두려움을 이겨 내고 한 발짝을 내디뎠다.

그녀가 이곳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엘레나를 건드리지 마!”

루시아는 괴물을 향해서 숏소드를 휘둘렀다.

괴물은 루시아의 공격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엘레나의 진공 칼날은 단 한 개만 맞아도 인간 정도는 단번에 두 조각이 나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괴물은 방금 그러한 무시무시한 공격을 수백 대를 버텨 냈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린 소녀가 휘두르는 숏소드가 그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루시아가 숏소드를 휘둘렀을 때.

긴장 때문인지 아니면 손의 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들고 있던 숏소드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자 숏소드는 허공을 날아가면서 괴물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퍽!

루시아의 손을 떠난 숏소드는 괴물의 눈앞에 그대로 박혔다.

“끄아악!”

눈앞에 숏소드가 박히자 괴물은 순간 버둥거렸다.

눈알이 재생되지 않기에 그렇게 당황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초재생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스파르는 변이하기 전에는 인간일 뿐이었다.

인간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가장 큰 두려움 중의 하나는 바로 시각을 잃어버리는 것.

엔진실의 밖에서 엘레나가 그의 눈에 날린 불꽃의 화살.

그리고 방금 루시아가 던진 숏소드가 눈에 박히는 일.

그것들 모두 괴물 속에 있는 가스파르의 무의식적 공포를 자극한 것이다.

그러나 괴물은 그 패닉에서 금방 회복되었다.

그는 손을 들어서 눈에 박힌 숏소드를 빼내려고 했다.

그때, 그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위로 솟아올랐다.

그는 열려 있는 엔진실의 문을 통해서 괴물의 뒤쪽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등에 달린 여섯 개의 벌레 다리.

공중으로 뜬 상대를 바라보며 루시아는 놀라움에 탄성을 질렀다.

“페드로!”

루시아의 목소리에 숏소드의 자루를 잡으려던 괴물은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페드로는 6개의 다리에 달려 있는 수정을 전부 이용하여 엄청난 굵기의 하얀색 번개를 날렸다.

그 번개는 괴물의 눈에 꽂힌 숏소드에 명중했다.

콰직!

“끄아악!”

그 번개는 괴물의 온몸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페드로는 거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는 바닥에 착지한 상태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숏소드를 통해서 괴물의 몸에 번개를 때려 넣었다.

겉보기에는 알 수가 없었지만 지금 페드로의 번개는 괴물의 내부를 불태우는 중이었다.

괴물은 버틸 수가 없는지 엔진실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페드로는 공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상대의 존재를 말살이라도 하려는 듯이.

괴물의 입을 통해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이윽고 페드로 역시 힘이 다했는지 그가 발사하는 번개의 줄기가 점점 작아지더니 더는 번개를 발사하는 것을 멈췄다.

페드로가 공격을 멈추자 괴물은 엔진실의 바닥에 완전히 쓰러져 버렸다.

바닥에 쓰러진 괴물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괴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페드로를 보면서 루시아는 울먹이며 그에게 다가갔다.

“페드로.”

그러자 페드로는 무심한 눈으로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누나를 죽게 놔둘 수는 없었어.”

“고마워. 페드로. 이제 우리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집?”

페드로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에겐 이제 돌아갈 집 따위는 없잖아.”

“집은 없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니까. 너랑 내가 있으면 반드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 말에 페드로는 자신의 벌레 다리를 움직여 보였다.

“내가 이런 괴물인데도?”

“너는 괴물이 아니야. 여전히 내 동생이고. 나는 널 끝까지 챙길 거니까.”

루시아의 말에 페드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엘레나가 그에게 말했다.

“네 누나가 저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거야?”

그러면서 엘레나는 쓰러져 있는 괴물을 가리켰다.

“이게 네가 말했던 그 미래야. 클레이브를 계속해서 따른다면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이런 괴물들이 세상을 짓밟고 있는 미래밖에 없어.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엘레나가 페드로에게 다그치자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페드로는 그녀에게 대답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퍽!

그러나 그의 말은 두 사람에게 닿지 않았다.

그가 대답하려는 순간 쓰러져 있던 괴물의 팔이 움직여 페드로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쾅!

그 공격에 페드로의 몸이 날아가 엔진실의 설비에 강하게 충돌했다.

그러자 엔진실의 설비 중 일부가 박살이 나면서 페드로는 그 위에 축 늘어지고 말았다.

“페드로!”

루시아가 페드로를 구하기 위해서 쓰러진 그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죽은 줄만 알았던 괴물이 몸을 일으켰다.

“정말 지긋지긋한 괴물 놈!”

그 모습을 보면서 엘레나는 분노 섞인 말을 내뱉었다.

“크아아!”

자리에서 일어난 괴물은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마구잡이 휘두르면서 엘레나를 공격했는데, 엘레나가 그 공격을 피하자 근처에 있던 엔진실의 기기들이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

괴물은 미친 듯이 공격을 이어 나갔다.

엘레나는 페드로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모든 마나를 소진해 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괴물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페드로. 정신 차려! 페드로!”

한편, 루시아는 쓰러져 있는 페드로를 부축하고는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녹색의 비 때문에 변이된 덕분인지 페드로는 괴물의 강력한 공격을 받았음에도 목숨이 붙어 있었다.

“루시아! 페드로랑 같이 우선 이곳에서 벗어나! 이 녀석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엘레나가 루시아에게 외쳤다.

“그렇지만!”

“지금 너희가 있어 봐야 방해가 될 뿐이야!”

엘레나의 고함에 루시아는 쓰러져 있는 페드로에게 어깨동무하고는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루시아는 괴물이 엘레나를 신경 쓰고 있는 동안 페드로를 데리고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촤악!

그 순간, 괴물의 몸에서 팔이 하나 더 생기면서 루시아의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거대한 팔이 막아서고 있었기에 루시아로서는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너도 도망 못 가. 여기서 다 죽는 거야.”

괴물은 이곳에서 누구도 탈출하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이 구더기야!”

엘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목숨을 걸고 괴물을 상대할 각오를 다졌다.

그때, 갑자기 엔진실에 있는 설비들이 큰 소리와 함께 가동하기 시작했다.

* * *

지잉.

조종실의 문이 열리며 그 안쪽으로 이온이 걸어 들어왔다.

뚝뚝.

그녀의 온몸은 피 칠갑이 되어있었으며 그녀의 몸에서 맺힌 핏방울들이 조종실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후우.”

마음을 다잡듯이 한숨을 내쉰 이온은 곧장 조종실의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메인 조종간에 앉은 다음 목 뒤의 코드를 뽑아서 조종간에 접속했다.

메인 양자컴퓨터가 이상이 생겼기에 이온은 스스로 힘으로 그 양자컴퓨터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함선의 메인 조종간에 링크된 이온은 오르페우스 호를 보낼 수 있는 다른 차원들을 빠르게 검색해 나갔다.

쾅!

검색을 하고 있던 이온은 조종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가스파르가 이곳까지 도달한 모양이었다.

조종실에 오기 전 가스파르의 복제들과 마주한 이온은 그들을 뚫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전투 역량을 개방하는 ‘파괴자 모드’로 돌입했었다.

그리고 이어진 무자비한 대학살.

이온은 그야말로 전투의 화신이 되어서 사방에서 달려드는 살덩이 괴물들을 파괴하고는 겨우겨우 조종실에 도달한 것이었다.

이온은 자신이 어느 정도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가스파르는 금방 자신의 몸을 재구축하여 곧장 이온의 뒤를 쫓았던 것이다.

쾅쾅!

조종실의 문을 박살 낼 듯 두드려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온은 더욱더 가스파르는 이쪽 차원에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온은 필사적으로 차원들의 조건을 비교 분석했다.

가스파르를 다른 차원으로 보낸다면 그것은 아무런 죄도 없는 세상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폐기물을 버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에 이온은 아무 차원이나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아직 생명체가 생성되지 않은, 혹은 이미 모든 생명체가 소멸하여 버린 그러한 차원.

이온은 모든 조건을 바탕으로 검색을 시작하여 이윽고 가장 조건에 맞는 차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여기다!”

이온은 곧장 차원이동장치에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당장 오르페우스 호를 다른 차원으로 날려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함선의 갑판에 있는 주환 일행까지 차원 이동에 휘말려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버릴 수가 있었다.

이온은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차원 이동의 타임 리미트를 설정했다.

설정 후에는 반드시 그 시간 안에 함선의 위에서 싸우고 있을 주환 일행을 대피시켜야 하였다.

그때, 이온은 차원 이동의 에너지가 생각보다 빨리 충전되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속도가 느린 수준이 아니라 마치 문제가 생긴 것마냥 지지부진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온은 안 좋은 예감에 휩싸였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이온은 조종실과 링크되어 있었기에 재빨리 자신의 시야를 함선의 내부에 있는 감시카메라들로 돌렸다.

지금 오르페우스 호의 내부를 살덩이 괴물들이 점령하고 있었기에 대부분의 감시카메라가 사용 불능이었지만, 그녀가 보려고 하는 장소는 아직 감시카메라가 살아 있었다.

바로 차원이동장치가 있는 엔진실.

감시카메라를 통해서 엔진실을 확인한 이온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는 엘레나와 팔다리를 가진 둥글둥글한 살덩이 괴물이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온은 카메라를 움직여서 엔진실의 상황을 살폈다.

그녀가 의료실에서 보았던 루시아라는 소녀가 기절해 있는 한 소년을 부축하고 있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난장판이 되어 있는 엔진실의 안.

지금 엘레나와 괴물이 싸움을 벌이면서 엔진실의 중요한 기기와 설비들이 박살이 나고 있었다.

“그만 하세요!”

이온은 울상을 지으면서 감시카메라에 달린 마이크를 통해 엔진실에 소리쳤다.

그렇지만 한참 전투를 벌이고 있는 엘레나에게는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큰일이야. 이러다가 차원이동장치까지 망가지면 오르페우스 호를 보낼 수가 없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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