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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94화 (94/182)

94화

“데스티나! 루카!”

“단장님!”

주환과 데미안은 동시에 소리치면서 앞으로 나섰다.

먼저 행동을 취한 것은 주환이었다.

그는 클레이브가 데스티나와 루카에게 다음 공격을 할 수 없도록 총을 겨누고 탄창이 다 빌 때까지 연사해댔다.

총알이 클레이브에게 명중하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주환의 총알이 클레이브의 방어를 뚫을 수는 없었지만, 주위를 끌기에는 충분한 모양이었다.

탄창을 교체한 주환이 다시 클레이브를 쏘려고 할 때, 그의 조준 방향으로 데미안이 끼어들었다.

“잠깐!”

방아쇠를 당기려던 주환은 반사적으로 총구를 위쪽으로 들었다.

주환의 공격이 멈추자 이번에는 데미안의 차례였다.

데미안이 하르페를 휘두르자 클레이브는 데스티나를 뿌리치고는 데미안의 공격을 받아 냈다.

치직!

하르페와 불꽃검이 맞부딪치자 순간 두 개의 에너지가 상쇄되었다가 다시금 생성되었다.

‘저 무기는 분명 위험하다.’

‘저 불꽃은 위험하다.’

이것이 데미안과 클레이브, 두 사람의 생각이었다.

클레이브는 데미안에게서 떨어지기 위해서 뒤쪽으로 물러섰다.

지금 모여 있는 네 명 중 클레이브가 경계하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데미안뿐이었다.

하르페만이 그의 보라색 불꽃을 무효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클레이브의 관심이 주환과 데미안에게 옮겨가자 데스티나는 루카를 부축했다.

“루카. 괜찮은가?”

데스티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루카는 괜찮다는 듯 웃어 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면 침 바르면 나아. 물론 내가 내 등을 핥을 수는 없지만.”

데스티나는 재빨리 루카의 상처를 확인했다.

루카의 말과는 달리 상처는 꽤 깊었다.

데스티나는 지혈을 하기 위해서 황급히 손을 들어서 루카의 상처를 눌렀다.

그리고 데스티나가 상처를 묶을 수 있을 만한 것을 찾고 있을 때, 갑자기 루카가 고개를 숙였다.

“크…….”

“루카…….”

데스티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루카의 입에 굵은 송곳니가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대체…….’

루카의 상태를 관찰하던 데스티나는 자신이 누르고 있는 상처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손을 뗐다.

그리고 데스티나는 루카의 상처에서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분명 깊게 베인 상처임에도 그 상처가 점점 조금씩 아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데스티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실이었다.

“루카. 넌 대체.”

그때, 루카가 손을 들어서 데스티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고개를 든 루카의 눈은 마치 고양잇과의 동물처럼 변해 있었으며 날카로운 송곳니는 더욱더 커진 상태였다.

“나는 괜찮으니까…… 주환을 도와줘.”

* * *

이온은 함선 안을 헤매고 있었다.

단순히 그녀가 함선 안의 내부 구조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함선의 구석구석을 자신의 몸처럼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헤매고 있는 것은 그녀를 쫓고 있는 살덩이들이 이미 통로의 이곳저곳을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온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들을 포기하고 돌아서 갈 수 있는 루트를 모색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지금 이온은 계속 움직이면서도 살덩이 괴물의 성장 속도에 경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속도는 그녀의 상상 이상이었다.

‘빨리 조종실로 가지 않으면 아예 조종실을 사용할 수가 없을 거야.’

이온은 남은 루트들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검색을 한 다음 폐기된 루트들 다음으로 빠른 루트를 정해서 이동했다.

그리고 이온이 가장 유력한 루트를 찾아서 움직였을 때,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놈은 성장하면서 또한 분열하고 있다.

그게 이온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 이유는 이온이 지나려는 복도의 벽에 가득 붙어 있는 작은 살덩이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이온은 멈칫했지만 더는 다른 루트를 찾을 여유가 없었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그 복도를 통과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온은 곧 자신의 온몸을 무장하기 시작했다.

양손에 든 에너지 권총.

팔과 다리의 관절부, 그리고 발뒤꿈치에서 솟아 나온 초진동 블레이드.

준비를 끝마친 이온은 단숨에 복도의 안쪽을 달렸다.

그러자 그녀의 예상대로 복도에 붙어 있는 살덩이들이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벽에 붙어 있는 끈적이는 살덩이 중 일부가 자신의 몸을 꼬챙이처럼 만들어 사방에서 이온을 향해서 찔러댔다.

이온은 오른쪽에서 찌르는 살 꼬챙이를 팔꿈치에 달린 블레이드를 휘둘러서 잘라 버리고는 그 힘을 이용해 한 바퀴 돌면서 천장에 매달려 있는 살덩이를 발뒤꿈치에 달린 블레이드로 반 토막을 내버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살덩이가 발사하는 꼬챙이는 손바닥으로 쳐 낸 다음 무릎을 올려 초진동 블레이드를 관통시켰다.

이온은 그런 식으로 초근접 격투술로 사방에서 달려드는 작은 살덩이들을 베어 내고 조각냈다.

이온은 체조선수처럼 날렵하게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면서 양 발뒤꿈치의 블레이드로 몇 개의 살덩이를 베어 버린 뒤 바닥에 착지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조각난 살덩이들이 즐비했다.

“까다롭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어.”

그러나 그것은 이온의 착각이었다.

그녀는 살덩이를 파괴했다고 생각했지만 잘린 살덩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린 채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플라나리아의 초재생 능력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상하게 하는 수준의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나누어진 살덩이들이 이번에는 위쪽으로 길쭉하게 쭉쭉 늘어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고는 팔과 다리를 가진 인간형의 괴물로 변했는데 그들은 변신하자마자 곧장 이온에게 달려들었다.

“으읏!”

이온은 달려드는 괴물들을 향해서 권총을 난사했다.

괴물들은 빔을 맞자 고통을 느끼는지 뒤로 물러났지만, 곧 재생 능력을 앞세워 계속해서 이온을 향해서 돌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온은 그들을 멈추는 것을 포기하고는 뒤돌아서 달려 나갔다.

계속해서 재생하는 괴물을 상대할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향하는 방향에서도 여전히 많은 살덩이 괴물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젠 여유가 없어. 단숨에. 단숨에 돌파한다!’

이온은 권총을 앞세우고는 계속해서 발사하면서 복도를 달렸다.

그러자 그녀를 향해서 뛰어드는 작은 살덩이들은 권총의 빔에 맞아 다른 쪽으로 튕겨 나가거나 바닥에 떨어졌으며, 그럴 때마다 이온은 그것들을 훌쩍 뛰어넘었다.

너무 가까이 붙어서 권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대들은 여전히 초진동 블레이드로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달리던 이온의 뒤쪽에서 뛰어든 인간형 살덩이가 그녀를 붙잡으려고 하자 이온은 곧바로 돌려차기를 날려서 그 징그러운 몸뚱이를 반으로 잘라 버렸다.

“이온, 도와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이온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주인님?”

그녀가 들은 것은 분명 주환의 목소리였다.

“주인님, 어디 계세요?”

이온은 필사적으로 주환을 찾았다.

그때, 복도의 한쪽에서 누군가가 벽을 짚은 채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것은 바로 고통스러워하면서 피를 흘리고 있는 주환이었다.

“이온…….”

주환은 피 칠갑을 한 채로 이온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주인님!”

이온은 곧장 주환에게로 뛰어갔다.

그녀가 달려오자 주환은 곧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이온은 주환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날붙이로 난자당해서 성한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주인님! 주인님은 동료분들이랑 갑판에 계셨잖아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다 죽었어…….”

“뭐라고요?”

이온이 되묻자 주환은 힘없이 말을 이었다.

“다 죽었어. 이제 우리 밖에는 남지 않았어.”

“주인님…….”

“나는 이제 틀린 것 같아. 그렇지만 너는 나랑 끝까지 함께해 줄 거지? 나를 지켜 줄 거지?”

죽어 가는 주환의 모습을 보면서 이온은 울먹거렸다.

“네. 주인님 제가 지켜 드릴게요. 반드시 제가 지켜 드릴게요.”

그러면서 이온은 주환은 껴안았다.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주환의 몸이 점점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이온. 나와 함께 있어 줘…….”

주환은 작은 목소리로 이온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이온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 점점 커다랗고 뾰족한 날붙이가 솟아올랐다.

그 날붙이는 인간의 살덩이가 변형된 것이었으며, 이온이 그 날붙이를 보았다면 그것이 바로 주환의 등에서 솟아 있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날붙이의 끝은 정확히 주환을 껴안고 있는 이온의 뒷목 경추 부분을 겨눈 상태였다.

그리고 그 날붙이가 이온이 경추로 쇄도하는 순간, 이온은 곧 위험을 감지하고는 주환을 밀치면서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쾅!

날붙이가 이온이 있던 자리에 떨어지자 그 끝이 함선 복도의 바닥에 박혀 버렸다.

만약 이온이 피하지 않았다면 그 날붙이의 끝이 그녀의 목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아. 실패했네.”

방금까지도 죽어 가던 주환은 비웃음을 날리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몸에 있던 수많은 상처가 모조리 재생되면서 주환은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뭐죠?”

“나? 네 주인이잖아. 잘 보라고. 네 주인도 못 알아보다니. 섭섭한데.”

“주인님의 모습을 이용해서 저를 속이려고 하다니.”

“흐흐.”

주환 아니, 주환의 모습을 빌린 가스파르는 웃음을 흘렸다.

“내가 어떻게 네 주인의 모습을 빌릴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가스파르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환의 모습에서 평소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당신은.”

이온은 자신이 함선의 네트워크 안을 떠돌아다니던 무렵 함선의 감시카메라로 보았던 가스파르의 모습을 떠올렸다.

“당신. 이름이 가스파르였던가요?”

“오. 나를 알고 있군? 봐도 봐도 너는 신기한 존재야.”

“당신이 이 괴물들을 조종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이 괴물 그 자체?”

“나를 괴물이라고 부르지 마.”

가스파르는 기분이 나빠진 듯 입을 비쭉이다가 다시금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내가 네 주인의 모습을 빌릴 수 있는 이유는 말이야… 너희가 죽이지 않고 전투 불능으로 만든 녀석들. 기억나?”

“기억나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인 거죠?”

“아. 확실한 상관이 있어. 내가 놈들을 다 흡수해 버렸거든.”

“뭐라고요?”

“너희들이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준 덕분에 도망가지를 못하더라고. 도망치지 못하는 놈들을 삼키는 건 엄청나게 쉬운 일이지. 그런데 말이야. 어느 순간 아주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 내가 삼켜 버린 녀석들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거야.”

“그래서 우리와 싸웠던 사람들의 기억을 흡수했기 때문에 저와 주인님에 대해서 알아낸 거로군요?”

“그래.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말이야. 사실 지금 내가 너랑 싸울 이유가 별로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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