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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93화 (93/182)

93화

루시아는 점점 감았던 눈을 뜨면서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엘레나……….”

“이제 일어난 거야?”

졸음 때문에 정신이 없는 루시아는 페드로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는지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일으켰다.

“페드로는?”

“여기 없어. 다른 곳으로 간 모양이야.”

엘레나의 말에 루시아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또 어디로 가버린 거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루시아를 보면서 엘레나는 입을 열었다.

“페드로가 어디로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움직여야 해. 계속 여기에 있어 봐야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렇지만.”

“페드로는 여기에 없을 거야. 빨리 가자니까.”

엘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루시아를 일으켜 세웠다.

루시아와 같이 일어난 엘레나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수영장을 빠져나갔다.

“괜찮아?”

루시아가 묻자 엘레나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는 끄떡없어. 그렇지만 나중에 네 동생 만나면 두들겨 패주고 싶을 정도로는 아프네.”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면서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듯 함선이 작게 떨리기 시작했다.

당황은 두 사람은 떨림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엘레나.”

“왜?”

“저기.”

루시아가 어느 한쪽을 가리키자 엘레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에 닿았다.

그곳에는 두 사람을 향해서 천천히 밀려오는 거대한 살덩이가 있었다.

“저게…… 대체 뭐야?”

그 거대한 살덩이를 마주하고 있는 루시아는 역겨움과 공포감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을 잃고 난 후 그녀 역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어 왔지만 지금 그녀가 마주하고 있는 존재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상식의 규격을 매우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엘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야. 저 역겨운 녀석은!”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엘레나는 루시아의 손을 잡고 살덩이의 반대쪽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엘레나로서는 정체도 알 수 없는 그러한 괴물과 싸움을 벌이는 것이 무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엘레나…….”

그때, 살덩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엘레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을 향해서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는 살덩이의 가운데 부분에 칼로 자른 듯한 틈새가 생기더니 그 틈새가 위아래로 크게 벌어졌다.

처음에는 그냥 살덩이로 보였지만 그 틈새 안에서는 금세 혓바닥과 이빨들이 솟아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거대한 사람의 입처럼 변화했다.

그리고 그 입의 위쪽에도 그보다는 훨씬 작은 틈새가 생겨났다.

그 틈새의 안쪽에서 등장한 것은 바로 거대한 눈이었다.

지금 두 사람의 눈앞에 있는 것은 거대한 살덩이의 형상을 한 외눈박이 괴물이었다.

“그래. 맞아 너는 엘레나로군.”

괴물은 거대한 입을 우물거리면서 엘레나의 이름을 말했다.

“나는 너 같은 괴물 따위는 모르는데?”

엘레나가 그렇게 말하자 괴물은 빙긋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벌써 내 목소리도 잊어버린 거야?”

“네 목소리?”

엘레나는 괴물의 목소리를 기억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처음에는 떠올리는 게 쉽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가는 목소리가 있었다.

“가스파르?”

“바로 맞췄어.”

괴물은 만족스럽다는 듯 그렇게 이죽거렸다.

“갑자기…… 살이라도 찐 거야?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이는데?”

엘레나가 농담을 던지자 괴물은 하나밖에 없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여유 있는 척을 하려는 것을 보니 가엽군. 너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수작질을 벌이지. 자신을 위대한 엘프라고 생각하니까.”

“무슨 일 때문에 그런 요상한 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그따위 얼굴을 하고 센 척해 봐야 역겹기만 할 뿐이야. 지금 네 몸을 좀 둘러봐. 네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 턱이 없으니까 얼굴을 돌리는 게 불가능하려나?”

엘레나의 조롱에도 괴물은 눈웃음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너는 지금 잘 모르고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 안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어. 거의 절반 이상은 내 손아귀에 들어왔고 계속해서 차근차근 먹어치워 가는 중이지.”

괴물이 말을 하는 동안 엘레나는 넌지시 그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가 등장한 복도에서부터 거대한 살덩이 등이 그 뒤쪽까지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엘레나는 지금 가스파르가 말하는 ‘점령’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이 내부를 채워 나가고 있는 건가? 엄청 성가신 녀석이 되어 버렸는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너희는 이곳에서 도망칠 수가 없다는 말이지.”

괴물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뼈조차도 남지 않을 정도로 잘게 씹어 먹어 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으윽!”

루시아는 입 밖으로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엘레나는 도망칠 준비를 하기 위해 루시아의 손을 잡고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렇게 쉽게는 안 될 텐데.”

“걱정하지 마.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테니까. 내가 네 손에 잡혔을 때. 그때 당했던 굴욕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고. 너는 나를 그 깡통 같은 녀석의 안에 가두었지만 너는…….”

괴물은 길쭉한 혀를 날름거렸다.

“너는 나의 안에 가두어 주지.”

그 말을 신호로 괴물은 빠른 속도로 엘레나와 루시아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거대한 뱀의 움직임을 연상하게 하는 움직임으로 조금만 방심한다면 곧바로 그의 거대한 입에 붙잡혀서 삼켜져 버릴 수가 있었다.

그러자 엘레나는 루시아의 손을 잡고 도망치면서 운디네를 불렀다.

그러자 수영장에 있던 물들이 수영장 밖으로 넘치면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주르륵.

수영장의 물들이 밖으로 나와 괴물의 앞을 막아섰다.

“뭐야!”

괴물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듯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물이 자신의 몸을 펼치면서 복도 전체를 막는 거대한 방어막을 구축했다.

“이게!”

괴물은 물의 방어막을 돌파하기 위해서 앞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수영장의 안에 있던 물의 양이 상당하였기에 괴물의 괴력으로도 물의 방어를 뚫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익!”

계속 밀던 괴물은 물의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에 엘레나는 루시아를 이끌고 그에게서 멀어지는 중이었다.

“이러다가는 놓치겠군.”

괴물은 다시금 물의 방어막으로 다가갈 준비를 했다.

“꽤나 귀여운 짓을 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날 막을 수가 없을 거다.”

괴물은 다시금 물의 방어막에 충돌했다.

물의 정령은 아까처럼 계속 괴물을 밀어내려 했지만 괴물은 방어막에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네가 아무리 강력해도 그저 물일 뿐이야.”

괴물은 입을 크게 벌려서 방어막의 겉 부분을 강하게 깨물었다.

방어막의 장력이 어떻게든 그 괴물의 이빨을 견뎌 내기 위해서 애를 썼지만, 곧 괴물의 이빨이 방어막의 겉 부분에 상처를 내면서 그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물이라면 결국 마셔 버리는 게 최고라는 거지.”

괴물은 그 말과 함께 방어막에 난 구멍을 통해서 안쪽에 있는 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괴물의 덩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물을 빨아들이는 양과 속도가 엄청났다.

수영장의 물을 조종하면서 먹히지 않게 안간힘을 쓰던 운디네는 괴물이 빨아들이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촤악!

얼마 남지 않은 물에서 운디네가 빠져나가자 물의 방어막은 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복도의 바닥으로 흩뿌려졌다.

그 모든 물을 마셔 버린 괴물은 이빨의 사이로 물을 질질 흘리면서 곧바로 도망치고 있는 엘레나와 루시아를 쫓았다.

* * *

갑판의 위에서 버티고 있는 클레이브.

그리고 그를 노려보고 있는 네 사람.

그들은 언제든지 싸움을 벌일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데스티나를 필두로 한 네 사람은 알고 있었다.

지금 그들의 수가 더 많다고 하더라도 클레이브는 절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데미안이 첫 번째 공격 이후 섣불리 공격을 이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대치하고 있는 자 중 먼저 움직이는 것은 누구인가.

쿵.

그때, 그들은 바닥에서 울리는 작은 지진을 느꼈다.

‘지진?’

모두의 마음속에서 그러한 생각이 든 순간.

먼저 움직인 이는 클레이브였다.

휙!

클레이브는 미끄러지듯 데미안 쪽으로 이동했다.

마법사의 몸놀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스피드.

클레이브를 감싸고 있던 보라색의 거대한 불꽃은 여섯 개의 칼날이 되어서 데미안을 덮쳤다.

그러나 데미안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는 클레이브가 움직이자마자 그 타이밍에 맞추어서 하르페를 휘둘렀다.

촤장!

주환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그의 눈에는 데미안이 하르페를 두 번 정도 휘두른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데미안은 자신에게 쇄도하는 여섯 개의 불꽃 칼을 전부 다 쳐내 버렸다.

주환의 눈으로는 나머지 네 번의 휘두름이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만약 그가 초집중 모드를 통해서 데미안의 움직임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네 번 정도를 휘둘렀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만큼 데미안이 검을 쓰는 속도는 신기에 가까웠다.

그것을 느꼈는지 클레이브는 데미안에게서 물러서며 외쳤다.

“정말로 놀라운 속도로군, 천재 검사라는 별명이 허명이 아니야.”

그때, 어느새 데스티나가 클레이브의 뒤를 잡은 상태였다.

“각오해라!”

데스티나는 톨레오의 검에 마나를 잔뜩 담아서 클레이브의 등을 찔렀다.

콰직!

마나가 서려 있는 검끝이 불꽃의 오오라를 뚫고 들어갔지만, 완전히 뚫지는 못했다.

‘이럴 수가. 엄청나게 단단해!’

그러자 클레이브는 몸을 돌리면서 데스티나를 공격했다.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그 뒤에 있는 세 개의 검날이 데스티나에게 쇄도했다.

쾅!

데스티나는 검을 세워서 그중 두 자루를 막아 냈지만, 나머지 한 자루는 데스티나의 어깨에 박혔다.

마나로 방어를 하고 있었지만 불꽃검은 그녀의 마나를 찢으면서 목과 어깨 사이를 파고들었다.

“크윽!”

불꽃검이 데스티나의 목에 닿자 그녀는 검을 들지 않은 다른 손으로 그 검날을 붙잡았다.

그러자 클레이브는 곧장 왼손을 휘둘렀다.

남아 있는 불꽃검 세 개가 데스티나를 향해서 쏟아졌다.

챙!

그 세 개의 불꽃검은 데스티나에게 닿지 못했다.

어느새인가 루카가 두 사람 사이에 파고들어서 두 자루의 참마도로 클레이브의 공격을 막아 냈기 때문이었다.

“하압!”

루카는 기합을 내지르면서 클레이브의 공격을 견뎌 내었다.

그러나 그녀가 들고 있던 참마도는 클레이브의 공격을 버틸 수가 없었다.

루카가 들고 있던 두 자루의 참마도가 동시에 모두 부러져 버렸다.

“이런!”

참마도가 더는 클레이브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자 루카는 참마도의 손잡이를 놓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데스티나를 껴안으면서 함께 바닥으로 넘어졌다.

“으윽!”

데스티나와 루카는 바닥으로 넘어지면서 클레이브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불꽃검의 끝이 루카의 등을 베면서 지나갔다.

루카의 등에 커다란 상처가 생기면서 피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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