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90화 (90/182)

90화

* * *

절벽의 위쪽으로 올라간 데스티나 일행은 그 위에 있는 함선 오르페우스를 마주하게 되었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거대한 배로군.”

데스티나가 감탄을 하자 루카가 열려 있는 오르페우스의 입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쪽으로 들어갈 수가 있어.”

두 사람이 그곳으로 가려고 할 때 그들을 쫓아온 데미안이 두 사람을 막아섰다.

“저 내부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무작정 들어갔다가는 헤매기에 십상입니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

데미안은 루카와는 달리 위쪽을 가리켰다.

“모든 소란은 저 위쪽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하늘을 나는 배의 높이가 높기는 하지만 곧장 올라가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데미안의 제안에 그들은 쉽게 위로 올라갈 수 있을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낮아 보이는 지점을 찾았을 때 갈로스가 그들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제가 여러분을 잡아서 위로 던지면 어느 정도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위험하지 않을까?”

데스티나는 갈로스의 손에 잡혀서 마치 돌멩이처럼 쭈욱 날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럼 내가 먼저 도전해 보겠어. 나를 먼저 던져줘.”

루카가 용감하게 먼저 나섰다.

그러자 갈로스는 거침없이 양손으로 루카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힘차게 루카를 위로 던져 버렸다.

부웅!

갈로스의 힘이 어찌나 센지 루카의 몸은 그야말로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리고 함선의 거의 위쪽에 다다른 루카는 손을 뻗어서 함선의 벽면에서 튀어나온 부분을 붙잡았다.

루카는 아래쪽을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야! 또 던져 줘! 내가 받을게!”

“마치 물건을 던져 달라는 말처럼 들리는군.”

데스티나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갈로스가 루카를 붙잡았을 때와 비슷한 자세로 데스티나를 붙잡았다.

“잠깐. 마음의 준비가!”

갈로스는 이어서 데스티나를 하늘 높이 던져 버렸다.

“으아앗!”

하늘 위로 날아가는 데스티나와 함선의 벽에 붙어 있는 루카가 점점 가까워졌다.

데스티나의 무게가 루카보다 더 무거웠기에 데스티나가 루카가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는 없었다.

데스티나가 루카에게까지 닿지 못하고 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루카는 함선의 튀어나온 부분에 발등을 건 다음 물구나무를 서듯이 아래쪽으로 매달렸다.

서커스에서 공중그네 묘기를 하는 서커스 단원의 자세와 매우 흡사한 자세였다.

“잡았다!”

거꾸로 매달린 루카는 양손으로 떠오른 데스티나의 양손을 붙잡았다.

“하압!”

루카는 팔을 당기면서 반동으로 데스티나의 몸을 더 위쪽으로 던졌다.

루카의 도움으로 더 위까지 날아간 데스티나는 함선의 갑판에 간신히 손을 걸쳐서 매달렸다.

“다 올라왔다!”

데스티나가 자신이 갑판에 도착했음을 소리쳐서 알리자 밑에 있던 갈로스가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데미안은 손을 들어서 정중히 거절했다.

“절벽도 아니고 이렇게 붙잡거나 밟고 올라갈 만한 부분이 많은 벽은 알아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갈로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스스로 올라가려던 데미안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계속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던 아르테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르테어 님?”

* * *

함선 오르페우스호의 실험실의 안.

실험실의 안에는 죽은 마법사들의 시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은 바로 가스파르의 손에 죽은 마법사들이었다.

마법사들의 시체를 뒤로하고 가스파르는 실험실의 한쪽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젠장. 시간을 너무 빼앗겼어.”

그는 재빨리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그곳에서 빠져나갈 생각이었지만 그의 계획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가 실험실에 숨어들었을 때 마법사들을 마주치고 만 것이다.

마법사들은 이미 가스파르를 발견하면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은 상황이었다.

데스티나 일행을 막지 못한 데다가 아지트의 위치까지 노출한 가스파르를 클레이브가 살려 둘 리는 만무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벌어진 가스파르와 마법사들의 싸움.

그 싸움의 끝은 가스파르의 승리로 끝났지만 가스파르 역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부상을 치료하는 것조차 잊은 채로 실험실의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었다.

“역시 여기 있었군!”

가스파르가 찾은 것은 실험실에서 벌어졌던 여러 가지의 실험의 경과들이 적혀 있는 자료들, 그리고 실험 도구들을 복제하기 위하여 실험 도구들의 내부 구조를 베껴 놓은 분해도 들이었다.

자료들을 찾은 가스파르는 근처에서 쓸 만한 가방들을 찾았다.

이윽고 가방을 구한 가스파르는 허겁지겁 자신이 발견한 자료들을 가방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자료들의 양은 많았으며 실험을 하는 인원들이 따로따로 자신의 자료들을 보관하였다.

그렇기에 자료들이 한곳에 저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스파르는 실험실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구한 뒤 가방에 거칠게 담았다.

그리고 가스파르는 크기가 작은 실험 기구들 역시 가방에 담았다.

실험 기구들을 어느 정도 챙긴 가스파르는 자신이 챙길 수 없는 거대한 실험 기구들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마음은 녹색의 비를 연구하는 힘을 독점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했다. 실험 도구들 중 일부를 망가뜨린 가스파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정도면 되었어. 그다음으로 중요한 게.’

이번에 그가 찾는 것은 자료가 아니었다.

가스파르는 약물 보관함들을 열어서 그 안을 뒤졌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이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녹색의 비가 담겨 있는 보관통.

“이것만 있으면……….”

가스파르가 기뻐하면서 보관통 중 하나를 가방에 집어넣었을 때, 누군가 실험실 안으로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가스파르는 화들짝 놀라면서 약물 보관함을 닫고는 안쪽으로 들어오는 상대와 대치했다.

“이곳에 있었군요.”

실험실 안으로 들어오는 자는 바로 아르테어였다.

“당신…….”

“이곳까지 오는 데 꽤 애를 먹었죠. 그때 당신과 단둘이 있을 때 당신에게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어 두지 않았다면 찾는 데 더 고생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것들을 찾으러 온 건가?”

가스파르는 자신이 들고 있는 가방을 가리켰다.

아르테어는 그와 거리를 좁히면서 바닥에 쓰려져 있는 마법사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들이 당신을 잡아 둔 덕분에 당신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군요.”

“난 이곳을 벗어날 거야.”

“그러시겠죠. 아까 말을 달려서 억지로 감염자들을 뚫고 들어갔을 때 당신은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우리를 이곳까지 끌고 온 죄가 있는 당신을 클레이브가 용서할 리가 없는데 당신은 억지로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까지 왔죠. 그때 협곡의 안에서 당신의 뒤에 있는 것은 저밖에 없었기에 당신이 그저 목숨을 부지하려고 했다면 안쪽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도망을 갔을 거예요. 그렇지만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온 이유는 귀중한 자료들과 녹색의 비를 챙기기 위한 것이고요.”

“그래. 그러고 보니 당신은 분명 이것들을 원했지. 원한다면 당신에게도 좀 나누어 줄 수도 있어. 내가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을 모르는 척해 주는 게 조건이지만.”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지만, 그 요구는 들어 드릴 수가 없네요.”

“어째서지?”

“저는 당신이 가진 것들을 모조리 원하니까요.”

“내가…… 이것들을 쉽게 넘겨줄 거로 생각하나?”

가스파르는 아르테어와 대치하면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그냥 넘기시지 않겠다면 힘으로 빼앗아야겠죠.”

아르테어는 들고 있는 지팡이로 가스파르를 가리켰다.

“지금 당신은 꽤나 크게 다친 것 같은데 그 몸 상태로 저를 상대할 수 있으신가요?”

“……아픈 곳을 찌르는군.”

가스파르는 가방을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렸다.

“한 가지만 묻지. 당신은 어째서 이것들을 원하는 거지?”

“그저 데미안 님을 위해서일 뿐입니다.”

“데미안을 위해서?”

“저는 그저 그분에게 도움이 되고 싶을 따름입니다.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그렇지만 그것이 어떠한 방법이든 간에 반드시 강력한 힘을 동반해야 하는 것임은 부정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 녹색의 비와 연구들이 데미안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죠. 그 녹색의 비는 분명 대단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최근에 한 나무를 보았죠.”

“나무?”

아르테어는 가스파르에게 다친 자를 치료하는 괴목과 그를 따르는 거대 자벌레들을 본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주었다.

“녹색의 비는 단지 괴물을 만드는 흉악한 극약이 아니에요.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가져다주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좋아.”

가스파르는 결정했다는 듯 아르테어에게 말했다.

“그럼 나를 너희 동료로 받아 줘.”

“동료로 말인가요?”

아르테어는 뜻밖이라는 듯 그렇게 되물었다.

“그래! 나는 어차피 여기에 있을 수 없어. 그런데 너는 이 자료들과 녹색의 비를 원하고 있잖아. 나를 데려간다면 얼마든지 줄게.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들도 공유할 수가 있어. 나쁜 거래는 아니잖아?”

“확실히 그렇네요.”

아르테어는 가스파르에게 다가갔다.

그는 아르테어가 자신을 공격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고 그가 테이블에 올려 둔 가방 중 하나를 챙겼다.

“그럼 이것은 우선 제가 맡아 두도록 하죠.”

“그래. 그렇게 해. 상관없어.”

아르테어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가스파르에게서 보이지 않게 몸으로 가리면서 자신의 지팡이 안에 숨겨져 있는 붉은색의 검을 천천히 뽑았다.

* * *

“갈로스 님.”

함선의 위쪽으로 모두를 올려보낸 뒤 밑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갈로스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에는 어느 새인지 아르테어가 서 있었다.

그녀는 어디서 얻은 것인지 짐을 잔뜩 들고 있는 채였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일 뿐이었다.

“아르테어 님?”

“갈로스 님께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어요?”

아르테어의 부탁에 갈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엇이든 말씀만 하세요.”

갈로스의 말에 아르테어는 자신이 들고 있는 가방들을 갈로스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 짐들을 갈로스 님이 보관해 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들어주실 수 있죠?”

갈로스는 아르테어가 가지고 온 짐을 바라보았다.

대체 그녀가 어디서 그것을 가져온 것인지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갈로스는 그녀가 건넨 짐을 챙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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