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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88화 (88/182)

88화

으직.

갈로스를 문 좀비들의 이는 대부분 박살이 나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청동으로 된 피부를 깨물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건 당연지사였다.

좀비 골렘은 바닥에 손을 댄 다음 자신의 크기를 이용해서 갈로스를 밀어내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갈로스가 아무리 힘이 좋고 단단한들, 상대의 키가 워낙 컸기 때문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갈로스의 끈질김은 좀비 골렘 이상이었다.

좀비 골렘이 일어서려고 할 때 갈로스는 바로 점프해서 좀비 골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퍽!

그 충격에 좀비 골렘은 휘청거렸다.

그러자 갈로스는 좀비 골렘의 머리를 잡은 다음 연속 무릎 차기를 날려서 좀비 골렘의 얼굴을 말 그대로 뭉개 버렸다.

그때, 좀비 골렘은 더는 버틸 수가 없는 것을 느낀 것인지 자신의 몸을 이루고 있는 코어를 스스로 박살 내버렸다.

그러자 좀비 골렘을 이루고 있던 좀비들이 골렘의 몸체에서 떨어져 나가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놈들을 막아야 해!”

데스티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툴레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상대는 감염자가 아닌 좀비.

그들을 상대하는 데에 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루카 역시 등에 차고 있던 참마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데스티나와 루카, 그리고 데미안은 자신들이 가진 무기로 좀비들을 쫓아서 베어 나가기 시작했다.

갈로스 역시 퍼지는 좀비들을 쫓아 그들의 머리를 박살 내는 방식으로 좀비들을 완전히 제압했다.

그리고 성전 기사단원들과 같이 감염자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던 싱클레어 역시 이리저리 퍼져 나가는 좀비들을 보고는 데스티나 일행을 응원하기 위해서 달려왔다.

“저도 돕겠습니다!”

싱클레어는 커다란 도끼 두 자루를 들고서 공격해 오는 좀비들의 목을 단숨에 베어 버렸다.

데스티나 일행이 각자의 방법으로 좀비들을 쓰러뜨리고 있을 무렵.

쾅!

큰 폭발음이 함선의 위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옮겨갔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데스티나는 새로운 괴수가 나타난 것으로 착각했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함선에서 쏘아진 무언가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더니 그 형태가 이리저리 변화하면서 민들레 씨처럼 천천히 그들을 향해서 내려왔다.

그것은 이온이 발사한 소화탄으로, 그 소화탄은 몸체의 구멍을 이용해서 사방으로 치료액을 흩뿌렸다.

“이상한 비행 물체가 비를 뿌리고 있다!”

성전 기사단의 누군가 외치자 데스티나는 문득 녹색의 비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우선 피해라! 저 액체를 맞지 않도록 물러서라!”

데스티나의 명령에 성전 기사단은 감염자들을 놓아두고 뒤로 물러섰다.

하늘을 나는 소화탄은 감염자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액체를 비처럼 뿌려댔다.

그리고 그 액체를 맞은 감염자들의 모습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들은 전부 다 행동을 멈추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온몸으로 고통스러움을 표현하였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데스티나는 그것이 클레이브가 벌이는 새로운 음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비를 맞은 감염자 중의 일부가 입에서 무언가를 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감염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은 커다란 벌레로, 그 벌레가 입에서 나온 감염자는 몇 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점차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가 어디지…….”

정신이 돌아온 감염자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깨어난 그들은 자신들의 주변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감염자들을 보면서 놀랐다가 자신들이 뱉어 낸 거대한 벌레를 보면서 기겁을 했다.

“으악! 이게 뭐야!”

그 모습을 보면서 데스티나는 지금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 녹색의 비가 아니라 오히려 감염자들을 구할 수 있는 치료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체 누가 치료액을?’

그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데스티나는 성전 기사단에게 외쳤다.

“감염자들 중 정신이 든 사람들을 빨리 확보하라!”

데스티나의 명령에 단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공황에 빠져 있는 감염자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달려갔다.

그들이 회복된 감염자들을 구하고 있을 때에도 아직도 다수의 감염자들이 벌레를 배출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 빠져 있었다.

벌레를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고통 때문에 공격성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었다.

그때, 함선의 갑판 위에서 보라색 불꽃으로 된 팔이 쭈욱 늘어지더니 하늘을 날고 있던 소화탄을 붙잡았다.

“이런!”

그것은 공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밑에 있는 인물들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불꽃의 팔은 소화탄을 절벽 쪽으로 내던졌다.

쾅!

절벽에 충돌한 소화탄은 박살이 났으며 그 안에 채워져 있던 치료약은 그 틈새로 새어 나와 절벽을 적셨다.

“단장님. 저 위에서 큰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 지금 누군가가 우리를 돕기 위해서 애쓰고 있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자도 같이 있다.”

“엘레나일까?”

루카가 데스티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엘레나일 수도 있지만, 엘레나가 그사이에 치료제를 얻을 수 있었을까?”

“우선 이쪽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으니 저희도 저 위로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대답하는 데스티나는 이제 곧 이 싸움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마침표가 찍힐 것을 예감했다.

탕!

함선의 갑판에서 울리는 돌격 소총의 발포음.

그 소리를 들은 데스티나와 루카는 서로 마주 보았다.

그것은 두 사람에게는 아주 익숙한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데미안은 그 소리를 들었을 때의 데스티나의 표정을 관찰했다.

자신을 만났을 때와 비견되는 기쁨에 찬 표정을 짓는 데스티나를 보면서 데미안은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외에도 단장님이 저런 표정을 짓는 상대가 있단 말인가?’

데미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데스티나는 흥분된 목소리로 루카에게 외쳤다.

“주환이 저 위에 있어!”

“그 녀석. 아직 살아 있었네. 그럼 저 치료제를 보낸 게 주환이라는 말이잖아?”

“그래. 지금 위에서는 주환이 우리를 돕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거다. 빨리 가서 돕지 않으면!”

“갈로스! 위로 올라가자!”

루카가 갈로스를 부르자 그는 데스티나 일행 쪽으로 달려왔다. 갈로스가 합류하자 데스티나는 곧장 루카, 갈로스와 함께 절벽의 계단 쪽으로 향했다.

앞장서서 달려가는 데스티나의 모습을 보면서 데미안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자의 이름을 되뇌었다.

‘주환. 주환이라…….’

데미안은 로즈버드 빌리지에 도착했을 때 일행들의 입에서 그의 이름을 들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분명 얼마 전부터 단장님과 행동을 같이했다던 군인의 이름이 그것이었지.’

데미안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이 바로 분노임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데스티나를 평생을 바쳐서 보좌하였고 그녀의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자신일 거라는 생각에 단 한 번도 의심을 품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막사에서 데스티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을 때 자신의 제안이 데스티나에게 거부당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때부터 데미안은 무엇이 데스티나를 뒤흔들어 놓은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있었다.

데스티나가 기사의 충성심에 대해 맹목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데미안은 데스티나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를 하고 있었기에, 그는 그에 대해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데미안은 지금이야말로 그 답을 찾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주환. 주환. 그자다. 그자가 단장님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자가 없다면. 그자만 없으면 단장님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실 것이다. 단장님을 보좌하고 때론 이끌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나뿐이야. 오로지. 오로지 나뿐이다.’

“데미안 님.”

그때, 아르테어가 데미안을 불렀다.

데미안은 그제야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아, 아르테어님.”

“뭔가 고민하고 있는 게 있으신가 보군요.”

아르테어의 날카로운 질문에 데미안은 순간 자기 생각을 말하려고 했지만, 곧 그 생각을 접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저희도 올라가도록 하죠. 저 위에서 이 싸움의 종지부가 찍힐 것 같으니까요.”

* * *

“자. 계속해서 나를 즐겁게 해주게.”

클레이브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환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클레이브는 점점 앞으로 걸어오면서 주환과의 거리를 좁혔다.

주환은 탄창을 교환한 다음 클레이브에게 계속해서 총을 발사했다.

클레이브는 총을 맞으면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보랏빛의 불꽃을 더욱더 강하게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를 감싸고 있는 보랏빛 오오라가 점점 커지자 주환이 발사한 탄환들은 클레이브의 몸에 닿지 못하고 그 오오라에 튕겨 나가 버렸다.

이제는 조금의 타격도 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주환이 탄창 하나를 다 비울 정도로 총을 발사했지만, 클레이브는 그 모든 공격을 받아 냈다.

팟!

마지막 한 발이 클레이브의 이마에 명중하자 이번에는 클레이브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먹혔나?’

그렇지만 주환의 바람과는 달리 허무하게도 클레이브는 여유롭게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상처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아주 재미있는 무기야. 작은 금속을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엄청난 관통력을 지니게끔 하여 상대에게 발사하는 무기로군. 그런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자네 같은 병사 한 명이 수백 명의 병사를 능히 당해 낼 수가 있는 거지.”

클레이브가 몸에 두르고 있는 불꽃이 다시금 팔과 같은 형상을 띠었다.

그리고 클레이브가 앞으로 손을 내밀자 그 두 개의 손이 주환을 붙잡기 위해서 앞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주환은 재빨리 옆으로 굴러서 그 팔을 피해 냈다.

그리고 누운 상태로 클레이브를 향해서 총을 쏘았다.

파밧!

그렇지만 여전히 그의 총은 클레이브의 오오라를 뚫을 수가 없었다.

쉭!

불꽃의 팔은 주환을 잡기 위해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자 주환은 초집중 모드를 이용해서 몸을 움직여서 그 추격을 피했다.

‘시간을 벌어야 해! 클레이브로서는 우리가 치료액이 채워진 소화탄이 몇 발이나 있을지 알 수 없을 거야. 방금 자기가 없애 버린 단 한 발밖에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방심을 한다면…….’

불꽃의 팔이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주환은 뒤쪽으로 물러섰다.

그가 물러서자 불꽃의 팔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주환을 추적해 왔다.

‘꽤나 늘어나는데.’

주환은 계속해서 물러났다.

그러자 불꽃의 팔은 주환은 추적하다가 어느 순간 클레이브 쪽으로 회수되었다.

‘이 정도가 한계치란 말이지.’

주환이 멀어지자 클레이브는 주환을 쫓아 거리를 좁혔다.

그러면서 클레이브와 포탑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좋아. 이쪽으로 와라.’

주환은 탄창을 교체해 가면서 계속해서 클레이브에게 사격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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