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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85화 (85/182)

85화

* * *

부웅!

좀비 골렘의 팔이 데미안의 스치고 지나갔다.

데미안의 그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면서 좀비 골렘과의 거리를 좁혔다.

‘방금의 공격은 위험했다.’

데마안은 좀비 골렘의 공격이 보통의 골렘의 것과는 다른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방금 좀비 골렘의 팔이 자신을 지나갈 때 그 팔의 일부가 되어있는 좀비들이 이빨을 세우고 있던 것을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

‘즉 저 팔에 맞게 되면 단 한 번에 즉사. 잘못 스친다면 좀비에게 감염이 될 수가 있다. 아까의 파수꾼보다는 방어력은 약하지만 다른 의미로 까다로운 상대로군.’

좀비 골렘의 공격이 이리저리 이어졌지만, 데미안은 빠른 속도로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그 공격들을 피해 냈다.

데미안의 목적은 좀비 골렘과의 거리를 좁힌 다음 그의 다리를 노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큰 거인이라도 다리를 공격당하면 자신의 무게에 짓눌릴 뿐. 거인형의 적들을 상대하는 데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다.’

데미안은 좀비 골렘의 다리 아래쪽으로 들어갔다.

좀비 골렘의 덩치가 워낙 컸기에 다리의 아래쪽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느 정도 수월했지만, 그것을 두고 볼 좀비 골렘 역시 아니었다.

그는 마치 축구공을 차듯 데미안을 걷어차기 위해서 다리를 들었다.

휘익!

한 방 한 방이 공성추의 공격에 맞먹을 정도로 묵직한 공격이었다.

데미안은 바닥에 몸을 굴리면서 좀비 골렘의 발을 피한 다음 하르페를 휘둘러서 발목을 잘라 버렸다.

‘되었군!’

데미안은 좀비 골렘이 쓰러지는 것을 대비해서 그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좀비 골렘은 쓰러지지 않았다.

좀비 골렘은 잘린 발목의 아랫부분을 새로운 발바닥으로 삼아서 바닥에 대고 있었다.

그럼으로써 넘어지는 것을 막고 있었는데, 그 순간 좀비 골렘의 몸을 이루고 있는 좀비들 중 몇 마리가 그의 몸에서 이리저리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좀비들은 좀비 골렘의 몸을 타고 내려와 그의 잘려 나간 발목에 모여들었다.

그러더니 자신들끼리 나름의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발을 탄생시켰다.

“허어.”

그러한 행위에 데미안은 순수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런 방식으로 몸을 재구축할 수 있다는 말이로군.”

다시 좀비 골렘의 공격이 이어졌다.

좀비 골렘의 팔이 데미안을 붙잡기 위해서 뻗어지자 데미안은 몸을 솟구쳐서 그 골렘의 팔 위로 올라탔다.

그것은 지극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아까도 설명했듯 좀비 골렘의 몸을 이루는 것은 좀비들이었기 에 그가 팔에 올라타자마자 물릴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데미안은 그러한 위험을 속도로 상쇄하였다.

그가 팔에 올라타자 그의 발아래에서 좀비들이 그를 물기 위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데미안은 그러한 기회 자체를 주지 않고 빠른 속도로 팔을 타고 올라갔다.

좀비들은 데미안을 잡기 위해서 자신들의 손까지 뻗었다.

그러자 좀비 골렘의 팔에서 마치 잔디들이 돋아나듯 작은 좀비들이 팔이 무수히 솟아났다.

데미안은 마치 중력을 잊어버린 듯 그러한 팔들을 가볍게 밟으며 날렵하게 뛰어올라 좀비 골렘의 머리로 향했다.

데미안의 작전은 간단했다.

좀비 골렘이 계속해서 몸을 재구성할 수 있다면 그것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베어 버리는 것.

데미안은 하르페를 머리 위로 쳐들고 좀비 골렘의 머리에 내리치려고 했다.

그때, 데미안은 오싹한 느낌을 받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에 눈에 들어온 것은 감염자들의 공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진 데스티나의 모습이었다.

“단장님!”

절호조의 기회였지만 데미안은 그런 것에 미련이 없다는 듯 좀비 골렘의 머리를 밟으면서 그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감염자들이 쓰러진 데스티나를 둘러싸고 그녀를 향해서 농기구를 내리치려고 하는 극한의 상황.

만약에 데미안이 망설인다면 데스티나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데미안의 마음속에는 한 점의 고민조차도 없었다.

감염자들이 데스티나를 포위한 그 자리까지 단숨에 날아온 데미안은 망설임 없이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하여 감염자들을 향해서 하르페를 휘둘렀다.

* * *

바닥에 쓰러진 데스티나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감염자들.

그들은 저마다 손에 농기구를 들고 있었으며 그 농기구를 그녀의 얼굴이 내리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데스티나는 전신의 마나를 최대까지 소진하여 몸을 슬라임화 시키려고 하였지만 그것 역시도 여의치가 않았다.

물론, 슬라임화를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둔기 부류의 무기일 뿐 곡괭이의 날카로운 끝부분과 삽의 날 부분은 슬라임의 피부를 뚫을 수가 있었다.

더군다나 마나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체력이라도 남아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데스티나는 너무나도 지쳐 있었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탈진을 할 힘조차도 없는 것이다.

데스티나는 자신을 내리치는 농기구들을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겁에 질린 채로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데스티나는 한 줄기의 녹색 섬광과 함께 자신을 둘러싼 감염자들이 행동을 멈추는 것을 보았다.

투둑.

감염자들은 힘없이 자신들이 들고 있던 농기구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데스티나는 간신히 고개를 움직였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 떨어진 곡괭이가 박혔다.

스르륵.

데스티나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서 있던 감염자들은 마치 꽃봉오리가 만개하듯 사방으로 쓰러져 버렸다.

자신을 밟고 있던 감염자가 사라지자 데스티나는 기침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피를 흘리면서 쓰려져 있는 감염자들을 볼 수 있었다.

데스티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주변에 쓰러져 있는 감염자들은 전부 죽었다는 사실을.

데스티나는 사색이 되어서 고개를 들었다.

지금 몇 명의 감염자들이 여전히 데스티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하얀색의 그림자가 솟구쳐 오르더니 단 한 번의 칼질로 그들 모두를 베어 버렸다.

“단장님!”

감염자들을 베어 버린 자는 바로 데미안이었다.

그의 손에는 검날을 방출시킨 하르페가 들려 있었으며 그의 몸에는 감염자들의 몸에서 나온 피가 묻어 있었다.

“데미안…….”

데스티나는 망연자실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데미안은 그다음에 달려드는 감염자들까지도 거침없이 베어 버렸다.

지금 그의 모습에서는 우아하고 고귀한 기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는 생존자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다.

“데미안!”

데스티나는 소리를 지르며 데미안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하여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단장님. 놓으십시오!”

“놓을 수 없어! 데미안! 우리는 기사이다! 기사인 우리가 이렇게…….”

데스티나는 말을 잇지를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십수 명의 시체들.

데스티나도 알고 있었다.

데미안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무능한 자신에 대한 책망과 거침없이 죄 없는 자들을 베어 버리는 데미안에 대한 원망이 함께 섞여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죄 없는 백성을 벤단 말인가! 어떻게!”

패닉에 빠진 데스티나가 소리치자 데미안은 손을 들었다.

짝!

데미안의 손이 데스티나의 뺨을 때렸다.

데미안에게 뺨을 맞은 데스티나는 그 충격에 겨우 공황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데스티나는 멍한 눈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단장님. 정신 차리십시오!”

데미안은 데스티나를 향해서 일갈했다.

“단장님! 싸움은 우아한 게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한 투쟁일 뿐입니다. 우리는 기사라는 이름 아래 손에 수많은 이들의 피를 묻혀 왔습니다. 지금 그 손에 몇 명의 피를 더 묻히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 이후를 기약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때, 다른 감염자가 두 사람을 공격해 왔다.

데미안이 하르페로 그를 베려고 하자 데스티나는 그를 제지하면서 팔을 들어서 공격자를 바닥으로 쓰러뜨렸다.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지옥 같은 싸움이라도 우리 스스로의 법도를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는 기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기사라는 그 멍에를 벗어 버리십시오.”

데미안의 말은 데스티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데스티나는 자신과 데미안이 끝까지 기사로 남아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 왔다.

그것은 좀비 사태로 인하여 왕국의 근간이 흔들릴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좀비 사태 이후 수많은 군인은 자신의 본분을 저버리고 산적이 되거나 약탈자가 되어서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을 더욱더 혼란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나라에서 봉급을 받는 자들이었으나 황제와 그 측근들이 사라진 후 그들을 통솔하고 보상을 해줄 대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명예나 국가에 대한 의무감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데스티나는 달랐다. 그녀는 성전 기사단이 와해하여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을 때 성전 기사단이 다시 뭉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 자신이 여전히 나라에 충성하는 기사의 신분임에는 의심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부하이자 벗이자 최고의 이해자였던 데미안 역시 그럴 것으로 생각했었다.

데미안의 막사에서 그의 황제에 대한 생각을 들었을 때에도 잠깐의 혼란일 뿐이라고 애써 생각하면서 넘어갔었다.

그리고 데스티나는 로즈버드 빌리지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선뜻 나서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생각이 맞았으며 데미안은 여전히 자신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데스티나는 데미안의 눈빛을 보면서 그가 그 어떤 순간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기사의 의무를 내려놓았음을 깨달았다.

“기사를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저는 영원히 당신의 부하이고 당신을 지킬 겁니다.”

데미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장님의 뜻은 고귀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그 뜻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때, 그들의 옆에서 루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켜!”

루카는 여러 명의 감염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녀는 날아 차기로 앞에 있는 감염자를 걷어찬 다음 몸을 숙이면서 수면 차기로 뒤에 있는 감염자 두 사람을 다리를 걷어서 쓰러지게 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감염자는 앞차기로 턱을 걷어차서 쓰러뜨려 버렸다.

“아. 오랜만에 땀 흘리니까. 힘들어 죽겠네!”

루카는 투덜거리면서 또다시 달려드는 감염자를 공중 무릎 차기로 쓰러뜨린 다음에 바닥을 날렵하게 구르면서 데미안과 데스티나를 향해서 뛰어왔다.

“둘 다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두 사람을 향해서 다가온 루카는 주변의 상황을 보고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대충 짐작할 수가 있었다.

“데스티나. 이건 데미안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지금은 좋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루카는 손을 들어서 두 사람의 너머를 가리켰다. 데스티나와 데미안은 동시에 자신들의 뒤를 돌아보았다.

쿠아앙!

두 사람의 뒤에서는 어느새 좀비 골렘이 다가서고 있었다.

세 사람이 좀비 골렘에게 맞서 싸우려고 할 때, 데미안은 순간 아르테어가 내려 주고 있는 축복이 끊어진 것을 느꼈다.

‘아르테어 님?’

데미안은 황급히 아르테어가 있는 협곡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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