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페드로는 6개의 벌레의 다리를 마치 날개처럼 펴면서 말을 이었다.
“벌레들을 효과적으로 조종하는 방법이 뭔지 아나요? 그건 바로 조종하는 그 자신이 벌레가 되는 거예요.”
“페드로…….”
루시아는 변이된 페드로의 몸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페드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누나. 나랑 함께 돌아가자고 했지? 그렇지만 이렇게 변해 버린 내가 다시 돌아가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 지금의 변이는 이 정도이지만 녹색의 비가 가져오는 변화는 이 정도가 아니야. 나중에는 어떤 존재가 될지 모른다고.”
“아니야! 반드시 너를 구할 방법이 있을 거야! 반드시 그 방법을 찾을게!”
“물러서. 루시아.”
엘레나는 팔을 뻗어서 루시아를 물러나게 했다.
“지금은 설득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어.”
“엘레나. 그렇지만!”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죠.”
페드로는 엘레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간단해요. 당신이 나를 압도한다면 당신의 승리예요. 저조차도 이길 수가 없다면 클레이브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거예요…. 클레이브를 이길 수 없는 사람들이 클레이브보다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리는 없겠죠.”
“존재의 가치가 강함으로 결정되는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너를 좀 패줘야 속이 시원할 것 같거든. 나중에 울며불며 봐달라고 매달려도 소용없다. 바로 붙잡아서 엉덩이에 피가 맺힐 때까지 패줄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이 꼬맹아!”
엘레나와 페드로, 두 사람은 동시에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 * *
콰앙!
극장의 안에서 엄청난 소음이 울려 퍼지자 그 안에서 엘레나와 루시아가 굴러 나왔다.
밖으로 빠져나온 엘레나는 구르면서도 다시 멋지게 자세를 잡았지만, 루시아는 굴렀다가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극장 안에서 엘레나와 페드로가 서로 싸우기 위한 태세를 잡자마자 선제공격을 날린 쪽은 바로 페드로였다.
페드로는 자신의 등에 달린 벌레의 다리를 이용해서 앞에 있는 극장의 의자들을 뜯어낸 다음 엘레나에게 던진 것이었다.
엘레나는 바로 바람의 정령을 소환하여 방어했지만, 공격을 받은 충격 때문에 루시아와 함께 극장의 밖으로 튕겨 나갔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루시아를 보면서 엘레나는 소리쳤다.
“루시아! 싸울 준비를 해!”
“하지만!”
루시아는 자신이 차고 있는 숏소드를 그저 불안한 눈길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페드로를 어떻게 공격해!”
“그럼 우선 몸이라도 피해 있어 봐! 말려들 수 있으니까!”
그때, 페드로가 커튼을 밀치면서 극장의 바깥으로 나왔다.
“역시 그 정도 공격으로는 타격을 줄 수가 없군요.”
“맞아. 그런데 정말 진심으로 공격해도 되겠어?”
“진심으로 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진짜 당신들의 실력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런 걸 허세라고 하는 거야.”
엘레나는 바로 페드로에게 불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페드로는 위로 뛰어오르면서 그 공격을 피했다.
엘레나는 페드로가 떨어졌을 때에 맞추어서 다시 공격을 날리려고 했지만, 페드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페드로는 자신의 벌레 다리를 이용해서 천장에 매달린 상태였다.
“이 다리가 있으면 이런 것도 가능하죠.”
페드로는 천장에서 뛰어내리며 엘레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옆에 있던 루시아가 달려들어서 페드로를 덮쳐 눌렀다.
“누나?”
당황한 페드로는 루시아와 같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페드로! 이제 그만해! 우리는 네 적이 아니야!”
“누나. 비켜 줘! 누나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페드로는 루시아를 밀쳐서 떨어지게 한 다음 벌레 다리를 이용해서 바닥에서 단숨에 일어났다.
“루시아. 비켜!”
엘레나는 페드로를 공격할 순간을 보고 있었지만, 루시아가 페드로에게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페드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펄쩍 뛰어올라 엘레나를 걷어찼다.
엘레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서 공격을 방어했지만, 발에 걷어차이면서 뒤쪽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쿵!
바닥으로 넘어진 엘레나는 자신의 아픈 팔을 문지르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 꼬맹이가. 진짜.”
그때, 페드로가 자신의 벌레 다리 중 하나를 엘레나 쪽으로 향하게 했다.
엘레나는 그 다리의 끝부분을 볼 수 있었는데 그곳에는 유백색에 가까운 수정이 박혀 있었다.
‘뭐지, 저건?’
그것을 발견한 순간 엘레나는 위험을 느끼면서 옆에 있는 바 테이블로 몸을 날렸다.
파직!
그러자 수정에서 그와 같은 색의 번개가 발사되면서 엘레나가 있던 자리를 공격했다.
‘별 재주를 다 부리네.’
엘레나는 바 테이블 위를 구르면서 그 안쪽에 몸을 숨겼다.
그녀는 페드로의 능력이 단순히 감염자들을 조종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제 엉덩이를 때려서 말을 듣게 하겠다고 하셨는데, 이 정도로는 그렇게 하실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페드로의 조롱에 엘레나는 곧바로 맞받아쳤다.
“잠깐 유리해졌다고 곧바로 좋아하는 거야말로 꼬맹이의 얕은 생각일 뿐이지. 그리고 네가 사용하고 있는 힘, 그건 네 힘도 아니야. 그저 클레이브가 너에게 만들어 준 힘일 뿐이잖아.”
“아뇨. 이건 제 능력이에요. 그 실험을 이겨 내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 줄 아세요? 대부분 인간으로서의 의식조차 상실한 괴물이 되어 버리고 말죠.”
“그래서? 너는 그들을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는 그것을 이겨 냈으니 승리자라고 생각하는 거고? 그 사람들은 너처럼 아무런 죄도 없이 이곳으로 끌려와서 고통받은 피해자들일 뿐이야.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하지는 못할망정 네 적을 돕고 있는 것이 정말로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
페드로는 대답하지 못했다.
“너는 지금 현실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야. 너의 마음에는 클레이브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지. 어떻게 해도 클레이브를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차라리 그에게 굴복하는 것을 선택한 것뿐이야.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그가 너의 정신을 조종하고 있는 거고.”
“당신의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아까 했던 말을 다시 돌려 드리죠. 당신들이 저조차 이기지 못한다면 클레이브를 이길 수가 없을 거라고요.”
“이 멍청아!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한 거라고!”
엘레나는 장식장에 전시되어 있는 술들을 한꺼번에 잡은 다음에 바 테이블 너머에 있는 페드로에게 던졌다.
그러자 페드로는 자신의 벌레 다리 6개를 동시에 폈다.
그러고는 6개의 다리에 끝에 있는 수정에서 하얀 번개를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여 날아오는 술병들을 격추했다.
번개에 맞은 술병들이 박살이 나면서 안에 들어 있던 술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페드로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서 쏟아지는 유리 조각들을 막았다.
그러자 몸에 쏟아지는 술들까지는 막아 낼 수가 없었다.
페드로의 몸이 술로 흠뻑 젖은 것을 본 엘레나는 바 테이블에서 나오면서 살라만다를 소환했다.
“살라만다!”
그러자 엘레나의 주변에서 불꽃이 솟아오르면서 그녀를 두르는 불꽃의 벽을 생성했다.
엘레나는 손을 들어서 페드로를 가리켰다.
그 순간, 그녀를 두르고 있던 불꽃의 벽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면서 페드로에게 쏘아져 갔다.
화륵!
페드로는 벌레 다리를 움직여서 그 공격을 막아 내려고 했다.
분명 그의 방어는 효과적이었으나 그의 온몸이 도수가 아주 높은 술들로 젖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벌레 다리에 불꽃이 옮겨붙었다.
“큭!”
페드로는 당황하며 자신에게 붙은 불을 끄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이 붙은 벌레 다리들을 이용해서 옆에 있는 테이블을 들어서 엘레나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곧장 바람의 정령이 만들어 낸 방어막으로 그 테이블을 막아 냈다.
튕겨 나간 테이블은 그녀의 뒤쪽에 있는 바의 유리문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와장창!
페드로는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옆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을 엘레나에게 던졌다.
그러자 엘레나는 바람을 정령을 이용해서 바의 옆방에 있던 운동 기구 중 덤벨들을 떠오르게 해서 앞쪽으로 돌팔매질하듯 쏘았다.
투다당!
서로에게 날아오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덤벨들이 충돌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날아갔다.
“으윽.”
공격을 하던 페드로는 뜨거움을 참을 수가 없는지 갑자기 몸을 돌려서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엘레나는 놓치지 않기 위해서 페드로를 쫓았다.
그리고 옆에 피해 있던 루시아 역시 엘레나의 뒤를 쫓았다.
페드로는 극장의 옆에 있는 새로운 구역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어서 그 안으로 들어간 엘레나와 루시아는 구역의 가운데에 가득 차 있는 물을 볼 수가 있었다.
그곳은 바로 작은 수영장이었다.
풍덩!
페드로는 곧장 수영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수영장의 물 안에서 벌레 다리를 식히고 있는 페드로를 보면서 엘레나는 곧장 물의 정령을 소환했다.
소환된 물의 정령은 수영장 안에 있는 페드로의 주변을 이리저리 회전하더니 곧 그를 감싸는 물 감옥을 만들어 냈다.
“으앗!”
당황한 페드로는 비명을 질렀다.
엘레나는 페드로의 얼굴만 물의 밖에 나오게 한 다음 그의 주변의 물을 단단하게 굳혀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페드로는 물이 만들어 낸 감옥에 완벽하게 갇혀 버리고 말았다.
“자, 이제 잡았다, 꼬맹아.”
엘레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하면서 페드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까 뭐라고 그랬더라? 자기를 이기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클레이브에게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으윽.”
페드로는 분한 듯 이를 악물었다.
“그런 이야기를 했던 꼬맹이는 어디 갔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걸?”
엘레나가 페드로를 놀리자 페드로는 물의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온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수영장의 안에 있던 물이 넘쳐서 밖으로 흐를 정도로 강한 힘이었지만 그의 힘으로는 물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하아앗!”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엘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정도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야. 정령 마법이라는 것은 매질이 되는 원소가 많으면 더 힘이 강해지거든. 이곳에 담겨 있는 물의 양이라면 운디네가 너를 제압하는 정도는 일도 아니야.”
계속해서 몸을 뒤틀던 페드로는 물이 수영장 밖까지 흘러서 바로 앞에 있는 엘레나의 발을 적시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엘레나는 샌들을 신고 있었기에 발이 직접 물에 닿고 있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그 말을 함과 동시에 페드로는 자신의 6개 벌레 다리에서 동시에 하얀 번개를 발사했다.
그러자 그 번개가 물을 타고 엘레나의 발에 흘러 들어갔다.
“아악!”
엘레나는 순간 감전되면서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