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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76화 (76/182)

76화

“됐어요!”

이온이 그렇게 외치자 주환은 곧바로 그녀를 향해서 달려갔다.

“열 수 있는 거야?”

“네. 거의 다 됐어요.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 있었지만 결국에는 9자리 숫자를 조합해서 만드는 비밀번호가 필요한 거였어요. 물론, 안쪽에서는 열 수가 없게 되어 있지만 나노 머신을 침투시킨 덕에 비밀번호를 넣으면 안쪽에서도 문을 열 수가 있는 거죠.”

말을 마친 이온은 벽에서 양손을 뗐다.

“이제 열릴 거예요.”

쿠구궁!

그때, 벽에서 진동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온이 뒤로 물러서자 벽이 마치 칼로 자른 것처럼 이리저리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잘린 부분이 이리저리 겹쳐지면서 결국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입구가 완성되었다.

“윽.”

주환은 눈부심에 손을 들어서 눈을 가렸다.

그리고 눈부심이 가라앉자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있는 곳은 바로 함선 오르페우스가 추락해 있는 절벽의 아래쪽으로 통하는 동굴의 입구였으며 그곳을 나가면 곧장 포로들이 작업하던 곳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주환은 자신의 짐을 챙기고는 레브를 바라보았다.

레브는 손을 들어서 동굴의 바깥을 가리켰다.

“어서 나가게.”

“그럼 일이 성공하면 다시 만나도록 하죠.”

“성공하길 빌겠네.”

동굴 속의 변이체들과 레브, 그리고 어둠을 남겨 두고 주환과 이브는 동굴의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레브는 작게 말을 이었다.

“아마…… 다음에 다시 보는 일은 없을 걸세.”

* * *

“주인님, 이제 어떡하실 건가요?”

이브의 물음에 주환은 달리면서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다시 오르페우스호로 돌아가야지. 그래야 감염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오르페우스호로 가려면 다시 절벽을 올라야 할 텐데.”

“비를 쫓는 자들이 포로들을 이용해서 절벽을 깎아서 계단을 만들어 놨으니까 그곳을 통해서 위로 올라갈 수 있어요.”

두 사람은 위로 오르는 계단을 찾기 위해서 절벽의 둘레를 빙 돌았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저기! 저기요!”

다급한 목소리에 주환은 곧장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촌장님?”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로즈버드 빌리지의 촌장으로, 촌장을 비롯한 로즈버드 정착지의 정착민들이 절벽 아래쪽에 만들어진 작은 동굴 안에 갇혀 있었다.

그 동굴의 입구는 마치 감옥처럼 철창과 나무로 만든 문으로 막힌 상태였다.

촌장은 철창을 통해서 지나가고 있는 주환을 불러 세운 것이다.

주환은 곧장 그 문으로 다가갔다.

“저희를 구하러 오셨군요! 저희를 빨리 이곳에서 꺼내 주세요.”

촌장이 주환에게 부탁했지만 주환은 그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들이 탈출하면 혼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 뻔했다.

지금 두 사람으로서는 그들을 지키면서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더구나 몸에 있는 벌레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탈출해 봐야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었다.

“촌장님. 잘 들으세요. 지금은 여러분을 당장 이곳에서 꺼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예? 어째서요? 저희를 구하러 오신 거잖아요?”

“맞아요. 그렇지만 구해 드리려면 준비가 더 필요해요. 그 전에 구해 드려도 의미가 없어요.”

“대체 무슨 준비가 필요하시길래?”

“지금 그걸 설명해 드릴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놈들이 주는 음식을 먹지 마세요. 그건 위험한 음식이니까요. 아셨죠?”

“예… 알겠습니다. 그럼 꼭 저희를 구하러 다시 와주시는 거죠?”

“약속드릴게요. 반드시 구하러 다시 오겠습니다.”

감옥의 안에 있는 촌장과 정착민들을 뒤로하고 주환과 이온은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고는 함선 오르페우스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찾은 두 사람은 단숨에 그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주환과 이온은 거침없이 계단을 타고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면서 주환은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감염된 포로들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된 노동을 하고 있었다.

주환과 이온이 절벽의 위로 올라갔을 때, 그곳에는 함선 오르페우스호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르페우스호의 바깥문이 열려 있었으며 그 문의 앞에 두 명의 추종자가 무기를 들고 그 입구를 지키고 있다.

“응?”

두 명의 추종자는 절벽의 입구 쪽으로 올라온 주환과 이온을 보면서 곧바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놈들을 잡아!”

추종자 두 명이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주환과 이온 역시 각각 한 명씩 맡아 공격을 감행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바로 이온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추종자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추종자는 손에 창을 들고 있었으며 그 창을 이온에게 찔러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녀는 창의 몸 부분을 붙잡은 다음 힘을 주어서 그 창을 부러뜨려 버렸다.

그러고는 부러뜨린 창을 손안에서 돌려 날 부분이 아래쪽으로 향하게 한 다음에 그대로 내리찍었다.

푸욱.

그러자 창의 날이 추종자의 발등을 관통하여 바닥에 박혀 버렸다.

“아악!”

추종자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전투로 말미암은 아드레날린이 발동한 것인지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검집에 있는 검을 뽑아서 이온을 베려고 했다.

탁!

그러나 그것 역시도 이온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이온은 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추종자의 팔을 잡아서 제압한 다음 다른 손을 그의 정수리 위에 올렸다.

그리고 그 추종자는 느껴본 적도 없는 작열통을 느끼면서 뒤쪽으로 튕겨 나갔다.

이온이 그의 정수리를 통해서 추종자의 뇌에 강력한 전류를 흘려보냈던 것이다.

이온이 적절하게 그 양을 조절했기 때문에 그 추종자의 목숨은 끊어지지 않았지만, 전류가 뇌를 강타했기에 그의 주요한 뇌 신경이 손상되고 말았다.

깨어나더라도 식물인간이 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을 정도의 심각한 부상이었다.

한편, 주환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추종자를 총으로 겨누었다.

주환이 들고 있는 물건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 추종자가 파악했다면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는 그 무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총구에서 발포음이 울려 퍼지고 추종자의 양팔에 총알이 박혔다.

주환은 추종자의 급소를 노리지 않았다.

양팔에 각 한 발씩.

그러자 추종자는 자신의 몸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자신이 들고 있던 무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을 관통한 탄환은 근육을 찢고 단단한 뼈를 완전히 박살 내 놓았다.

그러나 주환은 거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어서 추종자의 양 무릎에 각 한 발씩 총을 발사했다.

“끄악!”

추종자는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우스꽝스럽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도합 네 발의 탄환으로 몸을 관통당한 추종자는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추종자 두 명을 불구로 만들어 버린 주환과 이온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 둘을 놓아두고 곧장 오르페우스호 안으로 탑승했다.

“꽤 요란하게 시작해 버렸으니까 안쪽에서도 놈들이 밀려올 거야.”

주환이 그렇게 말하자 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의료실까지 최단거리로 안내할게요. 주인님은 그 녹색의 비를 잘 지켜 주세요.”

“알았어.”

이온이 앞장을 선 상태에서 두 사람은 복도를 빠르게 뛰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어느 정도 나아갔을 때, 그 앞에서 그들을 향해 오고 있는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앞장선 두 명의 마법사와 그 뒤를 따르고 있는 한 무리의 추종자들.

“단숨에 뚫고 간다!”

주환은 그렇게 외치면서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그 순간, 앞장서 있던 두 사람의 마법사들이 팔을 걷으면서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두 마법사의 팔이 마치 슬라임처럼 바닥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용액화된 피부가 납작한 벽처럼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단단한 방패처럼 변화했다.

두 마법사는 자신들의 팔을 방패로 만들어서 주환과 이온에게 대적하고 있었다.

주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한 탄창을 다 쓸 정도로 총을 난사했지만 놀랍게도 단 한 발도 그들의 방패를 관통하질 못했다.

“엄청 단단하네.”

이번에는 이온이 권총을 꺼내 양손으로 에너지 빔을 발사했다.

그러나 에너지 빔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빔의 열로 방패에 흠집이 생기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쉽게 통과시켜 줄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때, 그들의 방패에서 우둘투둘한 돌기들이 무수하게 생겨났다.

주환이 그 돌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전에 뒤에서 이온이 그의 뒷덜미를 당겼다.

“주인님! 조심하세요!”

파밧!

방패의 위에서 생긴 돌기들은 바로 그 방패와 같은 재질을 가지고 있는 화살들이었다.

방패의 표면에서 무수한 화살이 마치 신기전처럼 발사되어 두 사람에게 쏘아져 갔다.

이온이 재빨리 주환의 몸을 당겼기에 주환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의 위쪽으로 수많은 화살이 스치고 지나갔다.

주환을 챙긴 이온은 팔을 휘둘러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들을 튕겨 냈다.

그러나 모든 화살을 다 튕겨 낼 수는 없었기에 몇 개의 화살이 그녀의 몸에 명중했다.

화살들이 경질화시킨 이온의 피부를 뚫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강력한 공격이었기에 계속해서 그 공격을 받아 내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주환은 재빨리 앞을 바라보았다.

다시금 방패의 위에서 돌기가 생성되고 있었다.

돌기가 생성되고 나서 화살로 바뀌어 날아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

그사이에 주환은 재빨리 빈 탄창을 다른 탄창으로 교체했다.

그 탄창의 안에는 이브가 만들어 준 산성탄들이 가득했다.

주환은 그들이 화살을 발사하기 바로 직전에 산성탄을 두 마법사의 방패에 발사했다.

콰직!

수발의 산성탄들이 그들의 방패에 직격하고 방패의 표면 위에 노란색의 액체가 흩뿌려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지독한 타는 냄새.

“아악! 이게 뭐야!”

방패가 타들어 가기 시작하자 마법사들은 황급히 변화했던 자신들의 팔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산성액이 피부를 태우는 것이 멈추질 않았기에 그들은 곧장 그 자리를 피하고자 몸을 돌렸다.

“못 도망가지.”

주환은 빈 탄창을 산성탄이 가득 찬 탄창으로 교체하고 총구를 아래쪽으로 낮춘 다음에 난사했다.

“크아악!”

그러자 발사된 산성탄들이 도망치던 마법사들과 그들의 뒤에 있던 추종자들의 다리에 명중했다.

피부와 근육이 녹아내리는 그 고통에 산성탄을 맞은 자들은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으면서 바닥으로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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