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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72화 (72/182)

72화

“우선 우리가 내뿜고 있는 빛을 꺼야 할 것 같아.”

“어째서요?”

“저들을 자극할 수도 있으니까.”

주환의 말에 이온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완전히 꺼버렸다.

그리고 주환 역시 총에 달린 플래시 라이트를 껐다.

그들이 불을 끄자 두 사람은 아예 서로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의 어둠 속에 서게 되었다.

“이제부터 야간투시 모드로 전환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이온은 자신의 시각을 야간투시 모드로 바꿨다.

그리고 이온은 주환의 손을 잡았다.

“주인님은 지금 주위를 제대로 볼 수 없으시니까 제 손을 잡고 잘 따라오기만 하세요. 아셨죠?”

“알았어.”

주환과 이온은 멀리서 약하게 빛을 내뿜고 있는 발광체들을 향해서 거리를 좁혀 나갔다.

이윽고 두 사람은 발광체들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걸음을 멈췄다.

그제야 주환은 발광체들의 정체가 무언인지를 알 수 있었다.

주환과 이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살아남은 실험체들로, 그들 중 일부가 몸에서 빛을 낼 수 있는 기관을 진화시킨 변이체가 되어 어둠 속을 밝히고 있었다.

마치 심해어인 초롱아귀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고 있는 것과 흡사했다.

주환은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실험체들은 더는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 신체 변화를 겪은 변이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온은 이 상황에서는 싸움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을 했는지 곧바로 변이체들에 에너지 권총을 겨누면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그러자 주환이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에 손을 올렸다.

“주인님?”

이온이 의아하다는 듯 말하자 주환은 낮은 목소리로 이온에게 속삭였다.

“저들은 피해자들일 뿐이야. 행여나 그들을 다치게 해서는 안 돼.”

“그렇지만 저는 주인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해요. 가장 합리적이고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이 전투라면 그것을 피할 순 없어요.”

“그건 최후의 방법이야.”

“냉정하게 봤을 때 차라리 이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일 수도 있고요.”

이온의 설득에 주환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주환은 이온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건 우리가 함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우리 쪽에서 싸우고 싶어 하지 않더라도 저쪽은 어떨까요?”

주환은 다시금 변이체들을 살펴보았다.

바위의 위에 올라가 있는 이들도 있었고 벽에 매달려 있는 이도 있었지만, 아직 그들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존재는 없었다.

“그냥 최대한 조용히 지나간다면 싸우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

“제가 판단했을 때는 저들 역시 우리의 존재를 느끼고 있을 거예요. 저들은 이런 어둠 속에서 생활해 왔을 테니까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하지만 말했잖아. 싸우는 것만큼은 최대한 피하자고.”

“그렇지만.”

이온이 머뭇거리자 주환은 설득을 이어 나갔다.

“저들도 한때는 인간이었어. 지금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 그렇지만 더 이상 저들을 괴롭히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아. 그게 내 이기적인 본심이야.”

주환의 말에 이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띠었다.

“어쩔 수 없네요.”

“고마워.”

“어차피 제가 주인님을 따를 거라는 걸 아시잖아요. 저는 주인님의 명령이 1순위니까요.”

대화를 마친 주환과 이온은 어둠 속을 천천히 나아갔다.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변이체들.

이온과는 달리 주환은 어둠 속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주변에 얼마나 많은 변이체가 숨어 있을지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어느 정도 걸어 들어갈 때까지 변이체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주환은 이온의 손에 의지하여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렇게 나아가고 있을 때쯤.

팟!

갑자기 사방에서 강한 빛이 터져 나왔다.

분명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변이체들은 은은하게 약한 빛을 띄우고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들의 발광 기관에서 강렬한 빛이 발사되어 한 번에 이온과 주환에게 쏘아졌다.

“악!”

그때, 이온이 비명을 질렀다.

야간투시시야는 빛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여 아주 작은 빛도 증폭을 시켜서 보는 시각이다.

그런 눈에 강한 빛이 쏘아졌으니 이온은 마치 섬광탄을 정면에서 보는 것과 같은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온!”

이온이 양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면서 주환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사방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변이체들이 두 사람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캬아악!”

변이체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주환을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사방에서 번쩍이는 빛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주환은 지금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주환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시야를 회복하지 못한 이온에게 달려드는 변이체 들이었다.

“조심해!”

주환은 이온을 향해 달려가 몸을 날렸다.

그리고 변이체의 공격이 닿기 전에 그녀를 밀어 그 공격이 빗겨 나가게 했다.

그렇지만 변이체의 날카로운 손이 주환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찍!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주환의 어깨에서 피가 솟아올랐다.

주환에게 밀쳐진 이온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소리로서 감지해 냈다.

“주인님!”

“크윽!”

주환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어깨가 불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렇지만 정신을 놓을 수가 없었다.

주환은 누운 채로 반사적으로 들고 있던 돌격 소총을 위쪽으로 들었다.

캉!

그러자 쓰러진 주환을 공격하는 변이체의 손을 돌격 소총의 몸체가 막아 주었다.

총신이 그 공격을 막아 주지 않았다면 변이체의 공격이 주환의 목을 관통했을 것이다.

“으윽!”

주환은 변이체에게 죽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버텼다.

이온은 소리로서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는 곧바로 주환을 덮쳐 누르고 있는 변이체에게 달려가 그것을 몸으로 들이받았다.

“캭!”

그러자 변이체는 튕겨 나가 나동그라지면서 주환의 몸에서 떨어졌다.

“주인님! 어째서 저 대신 다치신 거예요!”

이온이 주환에게 소리치자 주환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이유가 뭐가 있어. 그냥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인 거지!”

이온은 온 힘을 다해서 주변을 감지했다.

아직 그녀의 시각이 정상으로 돌아오기에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을 향해서 공격해 오는 변이체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이온은 누워 있는 주환의 위로 올라가서 그의 방패막이가 되었다.

그러자 달려들던 변이체들은 밑에 있는 주환을 공격하지 못하고 그를 가리고 있는 이온의 등을 공격해 댔다.

쿵쿵!

이온에게 전달되는 충격이 그녀의 밑에 깔린 주환에게까지 전달될 정도였다.

“이온!”

주환이 걱정스럽게 외치자 이온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 지었다.

“시각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려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면서 이온은 자신의 에너지 권총의 출력을 최대한으로 낮췄다.

“사살이 아닌 제압을 우선으로 할게요.”

그러면서 이온은 마치 날갯짓을 하듯 양팔을 들어 에너지 빔을 발사하였다.

그러자 양쪽에서 달려들던 변이체들에게 빔이 명중하면서 두 명의 변이체가 뒤쪽으로 한꺼번에 날아갔다.

이온은 청각 센서를 극도로 강화해서 모든 상황을 분석했다.

이온은 왼팔을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넣어서 빔을 발사했다.

그러자 뒤쪽에서 그녀의 등을 공격하던 변이체에 그 빔이 명중하면서 변이체는 그녀의 뒤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금이에요!”

이온은 단숨에 일어나면서 쓰러져 있던 주환을 일으켜 세웠다.

주환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플래시 라이트를 켜 사방으로 비추었다.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는 수많은 변이체들.

주환과 이온은 이미 적대적인 변이체들에게 포위된 상황이었다.

그들은 이온의 강함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함부로 공격해 들어오진 않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인다면 바로 공격해 들어올 것이 뻔했다.

“어느 쪽이 출구지?”

주환의 물음에 이온은 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이쪽이에요!”

주환은 이온이 이끄는 대로 달려갔다.

그러자 변이체들 역시 두 사람을 놓칠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두 사람을 쫓기 시작했다.

“꽉 잡으세요!”

이온이 갑자기 주환을 껴안았다.

그리고 그녀는 곧장 분사구에서 불꽃을 분사하며 앞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이온은 변이체들과 싸우지 않고 단숨에 동굴의 안을 돌파할 생각이었다.

그때, 날개를 가지고 있는 변이체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마치 행글라이더처럼 두 사람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온이 반응하기도 전에 변이체는 이온의 몸을 황소처럼 들이받았다.

그러자 그 충격에 이온은 주환을 놓치고 말았으며 두 사람과 변이체는 동굴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크윽!”

주환은 바닥에 구르면서 신음을 흘렸다.

그는 전신이 부서질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다.

주환과 이온이 약해진 틈을 타서 변이체들이 두 사람을 향해서 달려왔다.

주환은 그들을 향해서 총을 겨누었다.

주환은 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지만 차마 그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주환은 총구를 위쪽으로 쳐들고는 그제야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당!

그것은 변이체들을 공격하지 않는 위협 사격이었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굉음이 그들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었는지 달려들던 변이체들은 뒤쪽으로 물러섰다.

그렇지만 그것은 궁여지책이었기 때문에 변이체들은 틈을 보아서 언제든지 달려들 것이 뻔했다.

주환은 이판사판의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 중에 의식이 남아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내 말을 들어 줘! 우리는 너희에게 해를 끼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어! 반대로 우리는 너희를 돕고 싶을 뿐이야!”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지만 주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가 여기를 나가면 반드시 당신들의 복수를 해줄게! 당신들을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꼭 벌을 줄 테니까 우리를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줘! 진심이야! 내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우리를 도와줘!”

“주인님…….”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온은 겨우 몸을 추스르면서 일어났다.

그렇지만 여전히 변이체들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들은 그저 점점 주환과 이온에게 가까이 다가올 뿐이었다.

시각을 회복한 이온은 변이체들을 향해서 에너지 권총을 겨누었다.

“이제는 정말로 싸울 수밖에 없어요.”

“싸움을 피할 수가 없는 건가?”

주환과 이온이 다가오는 전투를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휘잉.

그 소리가 들리자 주환과 이온의 근처에 있던 모든 변이체가 그 소리 반응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주환과 이온을 뒤로 한 채 마치 썰물이 빠지듯이 두 사람에게서 멀어져 갔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때, 변이체들의 무리 안에서 누군가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는 점점 두 사람에게로 가까이 다가왔지만 둘을 공격할 의사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온은 자신의 몸을 다시 밝게 발광시켰다.

그들에게로 다가온 자는 누가 보아도 변이체였다.

작은 키에 여섯 개쯤 되어 보이는 다리로 자신의 몸을 받치고 있었으며 이마에는 세 번째의 눈, 그리고 얼굴과 몸의 경계를 알 수 없는 일체형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생김새보다 두 사람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그 변이체가 입고 있는 복장이었다.

그는 바로 비를 쫓는 자들의 마법사들이 입는 검은 색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변이체의 키가 매우 작았기에 그가 입고 있는 로브의 끝은 바닥에 질질 끌렸다.

“당신은?”

주환이 놀란 목소리로 묻자 로브를 입은 변이체가 역으로 그에게 질문했다.

“당신들은…… 정말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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