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이동 침대에 누가 누워 있어. 자는 것 같은데?”
“지금 조종당하고 있는 상태예요. 날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저렇게 잠든 것처럼 마비시켜 놓은 거죠.”
추종자들은 이동식 침대를 수술대 옆에 붙인 다음 그 위에 있는 이를 수술대 위에 올렸다.
그러자 마법사들은 올라간 이의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묶은 뒤에 다른 쪽에서 카트를 가져왔다.
카트 위에는 몇 개의 주사기와 약물들이 있었는데 그중 주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밀봉 그릇에 담겨 있는 에메랄드빛의 액체였다.
“찾았어.”
주환이 이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때, 마법사 중 한 명이 카트 위에 있는 주사기를 하나 들었다.
“제1번 시약에 대한 반응 실험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더니 마법사는 그 주사기를 수술대에 누워 있는 피험자의 팔뚝에 주사했다.
주환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곧 주사를 맞은 자리를 중심으로 마치 동심원이 퍼지듯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팔은 마치 마른 나무와 같은 빛깔을 띠면서 단단해지더니 점점 길어져 갔다.
그리고 손톱은 마치 날카로운 단검을 연상하게 할 만큼 흉악한 면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놀라고 있는 이는 오로지 주환뿐이었다.
주변에 있는 마법사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실험의 결과를 아무렇지도 않게 기록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잠든 듯이 누워 있던 피험자가 눈을 떴다.
“크아악!”
피험자는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면서 온몸을 비틀어 댔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악물고 있는 이빨이 부러질 정도였으며 핏줄이 터져 피부 위로 피가 흘러내렸다.
“으윽!”
피험자는 자신의 뒤통수를 계속해서 수술대에 부딪쳤다.
수술대 위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몸부림이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마법사들이 그의 몸을 단단히 묶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예상했다는 듯 마법사들과 추종자들은 그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을 뿐이었다.
피험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기나긴 시간이 지나가고 곧 피험자는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법사 중 한 명이 피험자의 상태를 관찰하고는 다른 이들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피험자는 사망했다. 1번 시약은 실패작이로군.”
“다른 약을 써봐야 하는데 벌써 죽어 버리다니. 그러면 실험체들을 또 데려와야 하잖아.”
“불평해 봐야 소용없어. 우선 이 시체부터 처리하자고.”
마법사들의 대화가 끝나자 추종자 중 한 명이 실험실의 벽에 붙어 있는 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무런 실험기구도 놓여 있지 않은 바닥 일부가 열리면서 바깥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만들어졌다.
마법사들이 시체를 치우기 위해 시체를 묶은 포박을 풀고 있을 때 이온이 주환에게 속삭였다.
“지금 돌입하죠.”
“지금?”
“네. 지금 5명일 때 해결해야 해요. 아니면 언제 또 다른 적들이 몰려올지 모르니까요.”
이온은 그 말만을 남기고는 주환을 지나쳐서 실험실의 안으로 돌입했다.
그리고 실험실의 안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넌 뭐야?”
이온을 가장 먼저 발견한 마법사가 그녀를 향해서 소리쳤다.
그러자 이온은 그를 향해서 팔을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팔 아래쪽이 열리면서 기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마치 비행기의 랜딩기어가 움직이듯 길쭉한 권총이 튀어나왔다.
그 권총은 주환이 사용하는 화약 계열 열병기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었다.
퓽!
그리고 그 권총의 총구에서 에너지 빔이 발사되었다.
그 빔은 소리를 치던 마법사에게 정확하게 명중했으며, 마법사는 그 충격에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돌면서 실험실의 벽에 처박혀 버렸다.
이온이 선제공격에 들어가자 그 순간 나머지 인원들이 전부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적이다!”
“적의 습격이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면서 이온에게 공격해 들어갔다.
마법사들은 이온에게 불덩이 공격과 같은 공격 마법들을 퍼부어 댔으며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검과 같은 냉병기로 이온을 공격해 들어갔다.
이온이 그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사이, 주환은 몸을 낮추고 빠르게 실험실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싸우고 있는 와중에 카트 위에 있는 녹색의 비가 박살이 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주환은 재빨리 카트 쪽으로 다가갔다.
다행히도 카트 위에 있는 녹색의 비는 아무런 타격을 입질 않은 상태였다.
주환이 그 녹색의 비에 손을 대려고 할 때, 주환은 자신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느꼈다.
“넌 뭐야!”
그는 이온과 싸우고 있던 추종자 중 한 명이었다.
이온과 싸우고 있던 도중 실험실 안으로 진입한 주환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죽어!”
추종자는 주환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때, 주환은 뒤로 물러서며 그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주환은 곧바로 카트 위에 있던 금속 쟁반을 집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주환은 다리로 상대의 슬개골 아래쪽을 걷어찼다.
“억!”
추종자가 고통에 비틀거리자 주환은 금속 쟁반을 추종자의 머리 쪽으로 내리쳤다.
퍽!
금속 쟁반이 구겨질 정도로 강력한 타격이었지만 추종자는 비틀거리기만 할 뿐 쓰러지지 않았다.
“이 새끼!”
추종자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주환은 들고 있던 금속 쟁반을 방패처럼 들었다.
캉!
그러자 금속 쟁반이 방패의 역할을 하여 추종자의 검을 튕겨 냈다.
추종자가 당황하는 사이 주환은 다시금 금속 쟁반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추종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주환이 다시 달려들어서 쟁반을 휘두르자 금속 쟁반과 그의 검이 맞부딪쳤다.
우당탕!
그리고 그 충격으로 쟁반과 검이 동시에 날아가면서 실험실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환과 추종자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서 실험실 바닥을 미끄러지며 자신들과 멀어져 가는 검과 금속 쟁반을 바라보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추종자였다.
그는 맨손으로 주환에게 달려들어서 주환의 목을 붙잡았다.
“죽어라! 죽어!”
추종자는 양손으로 주환의 목을 조르며 그의 몸을 밀어붙였다.
쿵!
두 사람의 몸이 뒤쪽에 있는 카트와 충돌하자 그 둘은 카트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컥!”
쓰러지면서도 추종자는 주환의 목을 놓아 주지 않았다.
그러자 주환은 바로 그의 양팔을 잡고는 자신의 양다리를 올렸다.
그는 다리 중 하나를 그의 목에 걸면서 빙글 한 바퀴 돌았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의 팔을 꺾는 ‘암바’ 기술이 완성되었다.
주환은 자신의 몸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추종자의 팔을 꺾었다.
으득.
상대의 팔이 부러지는 느낌이 그의 손에 생생히 전달되었다.
“아악!”
팔이 부러지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추종자는 주환의 목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주환은 팔을 움직여 쓰러진 카트의 옆에 굴러떨어진 주사기 중 하나를 집었다.
주환은 그 주사기를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추종자의 목에 꽂았다.
“억!”
놀란 추종자는 주환의 목에서 손을 떼고 주사기를 뽑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주환이 주사기를 꽂자마자 그 안에 있는 실험액을 바로 그의 목에 주사했기 때문이었다.
주환은 발로 추종자를 차서 밀어냈다.
“너희도 당해 봐.”
주사를 맞은 추종자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턱 부분이 마치 울어대는 두꺼비의 턱처럼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 * *
한편, 이온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명의 마법사와 한 명의 추종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손에서 발사해대는 불덩이는 과연 위력적이었지만 그녀가 견디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온은 마법사 중 한 명을 조준하고 에너지 빔을 발사했다.
그러자 마법사는 즉시 투명한 에너지 방어막을 만들면서 대응했고 이온이 발사한 빔은 그 방어막에 부딪히자 튕겨 나갔다.
“확실히 마법사들은 성가시네요. 상대하는 법을 좀 바꿔야 할지도.”
이온이 그렇게 말하자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에너지 권총의 발사 모드가 전환되었다.
그리고 총구에서 에너지로 된 작은 탄환들이 마치 기관총처럼 발사되었다.
이번에도 공격을 받아 내는 마법사는 에너지 방어막으로 이온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방어막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도탄들이 너무 많았기에 그중 일부가 옆에 서 있던 다른 마법사에게 명중했다.
“크악!”
마법사들이 당황하는 사이 추종자 중 한 명이 이온에게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온은 반사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 팔을 들었다.
푹!
날붙이에 의해서 피부가 뚫리는 소리.
그렇지만 뚫린 것은 이온의 팔이 아니었다.
심지어 추종자의 검은 이온에게 닿지도 못한 상황.
추종자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네 갈래의 날카로운 날붙이가 그의 몸을 뒤에서부터 관통하고 있었다.
이온을 비롯한 마법사들의 시선이 황급히 배를 관통당한 추종자의 뒤쪽으로 옮겨 갔다.
그곳에선 분명히 사망했었던 피험자가 수술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의 변형되었던 팔은 더욱더 길어져서 마치 창처럼 그의 앞에 있는 추종자의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커억!”
외마디 비명만을 남기고 추종자는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말았다.
그러자 피험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변형된 팔의 피부조직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더니 그의 전신을 완전히 변형시켜 버렸다.
“변이하고 있어!”
마법사 중 한 명이 그렇게 외쳤다.
“성공한 건가?”
“아니야! 의식을 유지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 저건 그냥 괴물이라고!”
“크아악!”
변형을 끝낸 피험자는 그야말로 괴물이 되고 말았다.
거대해진 몸과 단단한 피부, 양손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가공할 만한 날붙이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당장 밖으로 떨어트려야 해! 폐기해 버려!”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마법사 중 한 명이 벽에 붙어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그리고 이어서 실험실의 바닥에 있는 커다란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문의 아래쪽에 있는 것은 하염없는 어둠이었다.
문이 완전히 열렸을 때 피험자는 마법사들에게 달려들었다.
* * *
“크오오!”
턱이 마치 종양처럼 부풀어 오른 추종자는 양손을 뻗으면서 주환에게 공격해 들어왔다.
그에게는 더는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으며, 그의 입에서는 독액이 계속해서 샘솟아 올랐다.
“으윽!”
주환은 그에게서 몸을 피하고자 달렸다.
옆에 있는 탁자를 뛰어넘어서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추종자는 마치 네 발로 달리는 짐승처럼 단숨에 탁자를 타고 넘어 주환을 붙잡으려고 했다.
“저리 꺼져!”
그때, 주환은 실험실의 바닥에 슬라이딩하듯 미끄러져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실험실의 바닥이 미끄러웠기에 주환의 몸은 꽤 멀리 밀려 나가다가 겨우겨우 멈췄다.
몸을 일으키려던 주환은 자신의 옆에 놓여 있는 익숙한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환이 빼앗겼던 무기와 짐들.
비를 쫓는 자들이 실험을 위해서 그곳에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찾았다!”
주환은 누운 상태로 손을 뻗어서 돌격 소총을 집었다.
그리고 재빨리 장전한 후 자신을 향해서 뛰어들고 있는 변형된 추종자를 향해서 총구를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