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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60화 (60/182)

60화

‘지금은 살라만다를 쓰기에는 마나가 부족해!’

엘레나는 바람의 정령의 힘을 주먹에 담아 3호기의 복부에 날렸다.

급하게 날린 공격이기에 파괴력은 낮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타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퍽!

‘손에 닿는 느낌이 있다!’

2호기를 공격하는 것과는 다른 소위 ‘손맛’이 엘레나의 손에 전달되었다.

이번에는 분명히 공격이 먹혔다.

그때, 공격을 맞은 3호기의 얼굴이 이리저리 일그러지더니 본 모습을 드러냈다.

3호기를 이루고 있는 것은 바로 뱀이었다.

“뭐야!”

엘레나가 당황하는 순간 3호기의 얼굴에서 뱀이 튀어나와 엘레나에게 달려들었다.

우지끈!

엘레나는 자신의 몸이 아래쪽으로 추락하는 것을 느꼈다.

지붕이 약했던 것인지 엘레나가 딛고 있던 부분이 부서져서 그녀의 몸이 아래쪽으로 떨어진 것이다.

쿵!

아래층의 바닥으로 떨어진 엘레나는 고통을 느끼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떨어졌던 지붕은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수많은 뱀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미치겠네!”

엘레나는 몸을 굴려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자 그곳으로 뱀들이 우수수 추락했다.

떨어진 뱀들은 엘레나를 찾아서 사방으로 흩어져 갔다.

‘어떻게 하지? 이 집을 전부 불태워 버려야 하나?’

엘레나가 고민을 하는 사이 여러 마리의 뱀들이 그녀를 향해서 몰려들었다.

마음이 급해진 엘레나는 옆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곳에는 세안을 위한 물이 담긴 작은 대야가 놓여 있었다.

엘레난 대야를 잡고는 앞쪽으로 던지면서 물의 정령 운디네를 불러냈다.

뱀들이 일제히 앞으로 뛰어들면서 엘레나를 물려고 할 때, 대야 속의 물에 소환된 운디네는 그 물을 쫙 펼쳐 마치 유리창처럼 만들었다.

물로 된 방어막을 만든 것이다.

물 방어막의 장력을 뚫지 못한 뱀들은 그 방어막에 부딪혀 뒤쪽으로 우르르 튕겨 나갔다.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건가?”

언제 들어온 것인지 한쪽에서 가스파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재미있네.”

한숨 돌린 엘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너는 이렇게 지저분한 기술밖에는 쓰지 못하는 거야? 아니면 너희 비를 쫓는 자들이라는 녀석들은 다 그런 건가?”

“지저분한 기술이라니. 어느 부분이 지저분하다는 거지?”

“네가 조종하고 있는 모든 것들. 벌레, 뱀, 그리고 인간까지. 자유 의지를 빼앗아서 무기로써 쓰거나 실험에 쓰는 건 깨끗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는 너 역시도 정령들을 부리고 있잖아? 누군가를 조종해서 이득을 취한다. 그런 면에서는 그다지 다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달라. 정령과 나는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돕는 거니까.”

“너는 완벽한 상호 신뢰 관계가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건가? 그렇지 않아. 그 어떤 것으로 그 관계를 살펴보면 대등한 관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지. 언제나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종속되어 있을 뿐. 이러한 사실들을 인정해 버리면 편해. 어차피 그럴 거라면 힘이 있는 자가 관계를 지배해 버리면 된다.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어지는 거지.”

“흑마법을 쓰다 보니 뇌까지 썩어버린 거냐? 흑마법은 본래 이러한 추잡한 마법이 아니었지. 이 세상을 움직이는 이치, 그중에서도 진리의 이면을 담당하던 또 다른 진리가 바로 흑마법이었어. 그렇기에 우리도 흑마법의 존재를 놔두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너희는 진리로 이르는 그 길을 더럽혔다.”

“더럽히다니. 당치도 않은 소리야. 오히려 우리는 진리로 가는 새로운 문은 연 거다. 녹색의 비는 흑마법을 더럽힌 것이 아니라 흑마법이 가지고 있는 그 무한한 잠재력을 열어준 것일 뿐.”

그렇게 말하며 가스파르는 자신의 팔을 걷었다.

그의 팔은 기괴한 형태로 변해 있었다.

마치의 시체의 팔처럼 푸르스름하게 변해 있었지만, 생기가 넘쳤으며 손톱은 짐승의 그것처럼 날카로웠다.

엘레나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그의 팔에 군데군데 박혀 있는 녹색의 구슬들이었다.

“자기 자신의 팔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네 말대로 우리는 인간들에게 실험하고 있지.”

가스파르는 변이한 팔들을 들어서 엘레나가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우리는 녹색의 비를 우리 몸에 직접 실험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이루어 낸 결실이지.”

“멀쩡한 팔에다가 물감칠하고 구슬 박는 거?”

“그게 아니야!”

가스파르는 빈정거리는 엘레나의 말에 화를 냈다.

“이 팔은 다른 생물체들을 조종할 수 있는 특수한 벌레들을 키울 수 있는 부화장이다. 아무리 흑마법이라고 해도 그렇게 다양하면서도 많은 개체를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 벌레라면 가능하지. 이게 바로 녹색 비의 기적이다.”

엘레나는 역겹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딴 능력 하나도 부럽지 않아.”

“흥.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진화이자 흑마법의 발전이다. 그 증거로 너는 이 정착지의 정착민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지 못했지.”

가스파르의 말에 엘레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내가 방심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흉측한 팔이 아름다운 팔이 되는 게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네 그 팔은 미적인 부분에서 완전히 실격이라고! 진화? 발전? 그것은 기능뿐만 아니라 미적 감각도 함께 발전해 나가는 거야. 그리고!”

엘레나는 가슴을 펴면서 앞으로 나섰다.

“그 가장 진화된 존재가 바로 우리 엘프인 거지. 알겠어?”

“웃기지 마라.”

가스파르는 자신의 팔을 다시 가리면서 말을 이었다.

“이러한 진화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했다니. 슬프군.”

“그게 아름답다니. 흑마법을 해서 미치는 거냐? 아니면 미쳤으니까 흑마법을 하는 거냐?”

엘레나의 독설에 가스파르는 더는 참을 수가 없어진 듯 분노에 찬 표정을 지었다.

“실력이 있어 보여서 그래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군. 너에게는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보여 주마.”

가스파르가 손을 펼치자 어디선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점점 두 사람에게로 가까워지고 있었으며 그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장본인들의 숫자가 꽤 많은 듯 그 소리는 뒤편까지 이어졌다.

쨍그랑!

창문이 부서지면서 검은색의 덩어리들이 우수수 방안으로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낀 엘레나는 뒤로 물러나면서 방안으로 침범한 존재들을 확인했다.

그것들은 바로 쥐 떼였다.

“히익!”

이번만큼은 엘레나도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벽 쪽까지 단숨에 물러섰다.

“저 쥐들은 좀비들을 뜯어먹고 살아남은 쥐 떼들이다. 좀비들은 통각이 없어서 쥐가 뜯어 먹고 있어도 모르거든. 좀비 사태는 인간에게는 몰락의 시작이지만 쥐들에게는 부흥의 시작이었던 거지.”

가스파르의 말처럼 좀비들을 뜯어먹고 산 쥐들의 덩치는 보통 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보통의 쥐들보다 두 배나 커 보이는 덩치에 송곳처럼 날카로워 보이는 이빨.

그리고 인간의 살점 맛을 알기에 드러낼 수 있는 무자비한 흉포성.

그 모든 흉악한 요소들이 지금 엘레나를 향하고 있었다.

“으윽.”

엘레나는 숨을 쉬기 힘든 듯 힘겹게 침을 삼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가스파르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오. 혹시 쥐를 무서워하나?”

“그,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겠지.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니까. 이런 쥐들도 사랑할 수가 있는 거겠지? 그럼 이제부터 네 온몸으로 사랑해 주는 것은 어때?”

“그건 절대적으로 사양하고 싶은데?”

“남의 친절을 사양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애초부터 친절이 아니잖아!”

가스파르가 손을 움직이자 그에 맞춰서 쥐 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쥐 떼들은 망설임 없이 엘레나에게 달려들었다.

엘레나는 그 쥐들을 막기 위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거대한 쥐들이 꿈틀대는 움직임이 너무나도 징그러웠기에 머리와는 다르게 본능을 따르고 말았다.

“따라오지 마!”

엘레나는 쥐 떼가 들어온 반대쪽의 창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몸을 던져서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가서 잡아 와라.”

가스파르의 한마디에 쥐 떼들은 엘레나를 쫓아서 창밖으로 우르르 기어 나갔다.

그 역시 엘레나가 빠져나간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흠.”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바깥으로 뛰쳐나간 엘레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쥐들은 깨진 창문의 파편이 떨어진 자리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그사이에 사라지다니.”

가스파르는 2층에서 바닥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렇지만 그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가스파르는 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냄새로 그 녀석을 찾아라.’

가스파르의 명령이 전달되자 쥐들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쥐 떼는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뒤 엘레나의 냄새를 추적했다.

잠시 뒤, 쥐들은 엘레나의 냄새를 찾은 듯 모두가 한 방향으로 돌진했다.

가스파르는 쥐들의 뒤를 따랐다.

쥐 떼가 도착한 곳은 바로 정착지의 공용 식당이었다.

“이곳에 숨은 건가?”

가스파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쥐 공포증이 있을 줄이야. 너무 싱겁게 끝나는군.”

가스파르는 쥐들에게 명령을 내려 공용 식당 안으로 돌입시켰다.

그리고 그는 2호기와 3호기를 부른 후 식당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엘레나를 잡기 위해 밖에서 대기했다.

한편, 식당으로 안으로 들어간 쥐 떼들은 식당의 안에 가득 차 있는 어떠한 냄새를 맡고는 계속해서 코를 벌름거렸다.

그 냄새가 너무나도 진했기 때문에 엘레나의 냄새는 도저히 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용 식당의 안은 기름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쥐 떼들은 공용 식당 안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갔다.

식당의 바닥에는 온통 기름이 뿌려져 있었으며 화덕에는 장작불이 이글거리며 타고 있었다.

“드디어 들어왔구나, 이 녀석들.”

그때, 구석에 서 있던 엘레나가 음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쥐 떼들의 시선이 일제히 엘레나에게 쏠렸다.

엘레나는 화덕에서 타고 있는 장작 몇 개를 꺼낸 다음 바닥에다 던졌다.

화륵!

그러자 장작에 붙어 있던 불이 바닥의 기름에 옮겨붙으며 서서히 바닥이 불바다가 되기 시작하였다.

찌직!

가스파르에게 조종당하고 있지만, 불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일어난 것인지 쥐 떼들은 불안함이 섞인 울음소리를 냈다.

“이 정도 불이면 충분하겠지.”

공용 식당의 안쪽이 충분히 불타오르자 엘레나는 살라만다를 양손에 소환하였다.

“자. 살라만다. 맘껏 뛰어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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