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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47화 (47/182)

47화

“루카.”

“왜?”

루시아의 흔적을 쫓아서 계속해서 산길을 나아가고 있던 루카와 데스티나는 지금 서로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누군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어.”

두 사람은 그들을 쫓고 있는 자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쫓아오고 있는 건 확실한데.”

“들려오는 것은 발소리가 아니다. 뭐가 다른 형태인 것 같은데.”

“간단하게 말해서 인간이 아니라는 거지.”

“내 무기는 검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무들이 우거진 곳에서 싸우면 불리하다. 좀 더 넓은 곳으로 나가야 할 것 같군.”

“알겠어.”

뒤에 따라오는 불청객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두 사람은 쉽게 싸울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 더욱더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 정도 걷던 두 사람은 비로소 나무들과 덩굴의 수가 적은 곳으로 나갈 수가 있었다.

그곳이 싸우기가 적당한 곳이라는 것을 직감한 두 사람은 곧장 무기를 꺼내고는 몸을 돌렸다.

싸울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은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숲속에서 두 사람을 쫓고 있던 그 불청객은 나무들의 사이를 통과하여 두 사람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데굴데굴.

그것은 분명 구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커다란 공을 닮은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분명 그것은 절대로 평범한 공은 아니었다.

지름은 1미터가 좀 더 넘어 보였고 표면은 녹색이었지만 마치 코뿔소의 가죽을 보는 것처럼 질기고 거칠어 보였다.

그 생물은 어디가 위고 아래인지를 알 수 없도록 거의 완벽한 구체를 이루고 있었는데, 데스티나와 루카로서는 그 생물의 어디에서도 눈, 코, 입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겉껍질에는 아주 긴 금이 나 있었으며 그 금의 사이로 수도 없이 많은, 작은 촉수들이 솟아 나와 있다.

그 촉수들의 색은 투명한 회색에 가까웠고 하나하나의 길이는 약 15센티미터 정도였다.

촉수들은 무수하게 많은 섬유가 꼬아져서 만들어진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 끝에서 투명하면서도 노란빛을 띤 액체를 지속해서 분출하고 있었다.

분출된 액체는 촉수를 타고 방울방울 떨어져 내려 공의 몸체에 떨어진 후 다시금 흘러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저런 건 처음 보는군.”

데스티나는 긴장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저건 대체 동물인지 식물인지 알 수가 없는데?”

루카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저 촉수에서 흘러나오는 액체가 상당히 수상해. 조심해야 하겠어. 그리고 어디가 눈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카는 옆쪽으로 슬쩍 움직였다.

그러자 루카는 상대 역시 미세하게 살짝 몸을 돌리는 것을 확인했다.

“무엇으로 감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분명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엄청나게 기분 나쁜 녀석인데?”

“저렇게 공처럼 움직일 수 있다면 움직임이 상당히 빠를 것이다. 조심하는 게 좋아.”

데스티나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괴물 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굴데굴 굴러서 거리를 좁히는 그 스피드는 예사롭지가 않았다.

“빨라!”

그때, 데스티나는 이브의 탑에서 구르는 골렘과 싸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데스티나가 골렘을 검으로 베려고 했을 때 갑자기 골렘이 위로 뛰어올랐던 그 장면이 기억이 난 것이다.

“루카! 내가 놈을 베려고 하면 놈은 분명히 위로 뛰어오를 거야!”

데스티나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안 듯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데스티나 역시 구르는 괴물 공에게 단숨에 달려든 다음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검이 놈의 피부에 닿기 직전에 괴물 공은 몸의 탄력을 이용해서 위로 뛰어올랐다.

거기까지는 데스티나의 예상 대로였다.

“걸렸다!”

공이 튀어 오르는 것과 동시에 루카 역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공중으로 뛴 루카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괴물 공을 향해 참마도를 휘둘렀다.

“받아라!”

그러나 두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루카가 공격하는 순간에 괴물 공의 몸체에 있던 금이 갈라지면서 사방으로 활짝 펴졌다.

그것은 마치 온몸을 편 날다람쥐를 연상하게 했다.

온몸에 끈적한 액체가 잔뜩 뿜어져 나오는 촉수를 가진 날다람쥐.

놈이 몸을 펴자 그 크기는 위협적인 정도였으며 놈의 촉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액체가 튀어서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비처럼 내리는 그 액체는 마치 소화액처럼 약한 산성을 띠고 있었다.

“이런!”

데스티나는 바로 몸을 굴려서 놈의 액체 공격을 피했다.

괴물 공은 정말 날다람쥐처럼 바람을 타면서 데스티나를 향해서 아래쪽으로 돌진했다.

“데스티나, 조심해!”

그렇지만 데스티나는 그것을 보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양손으로 강하게 거머쥐고 있을 뿐이었다.

데스티나는 짧은 시간에 자신의 마나를 단숨에 끌어 올렸다.

그리고 검을 한 손으로 고쳐 잡더니 마치 펜싱을 하듯이 날아오는 괴물 공을 향해서 검을 찔러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루카는 의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괴물 공과 데스티나 간에 거리가 꽤 있었기 때문에 그 거리에서는 데스티나의 검이 그 괴물에게 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데스티나의 마나가 검에 모이더니 단숨에 한 줄기의 파란 빛으로 괴물 공에게 쏘아졌다.

“받아라!”

퍽!

데스티나가 발사한 마나의 창은 떨어지고 있는 괴물 공의 한가운데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그러자 마치 빨랫줄에 널어 놓은 담요에 돌팔매질한 것처럼 괴물공의 몸은 크게 꺾인 후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놈은 바닥에 누운 채로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다시 공처럼 말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나 그것인 쉽지 않은 듯 미친 듯이 바닥에서 버둥거려댔다.

놈에게서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아마 발성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 듯싶었다.

전투 불능이 되었는지 놈은 버둥거리기만 할 뿐 두 사람에게 다시 공격을 해오지는 않았다.

“이긴 건가?”

데스티나는 괴물 공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가까이 갔다.

“잠깐만, 데스티나.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루카가 데스티나를 만류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죽어 가던 괴물 공은 갑자기 몸을 펴더니 팩맨처럼 순간적으로 데스티나의 온몸을 감싸 버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데스티나는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린 채로 양팔을 휘둘렀지만, 그녀를 붙잡은 괴물 공은 쉽사리 떨어져 주지를 않았다.

치직.

괴물 공의 입안에서 흐르는 산성 액체가 데스티나의 옷을 조금씩 태우기 시작했다.

데스티나가 순간적으로 마나를 온몸으로 방사해서 방어막을 쳤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마나가 다 떨어지는 순간 데스티나의 온몸은 산성 액체에 화상을 입을 것이 뻔했다.

“데스티나!”

루카는 데스티나를 삼키고 있는 괴물 공에게 참마도를 내리쳤다.

퍽!

참마도의 날이 괴물공의 단단히 피부에 박혔지만, 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몇 번 더 공격을 가하던 루카는 이번에는 괴물 공의 바깥에 빠져나와 있는 데스티나의 하반신을 잡고는 계속해서 당겼다.

“뱉어! 이 자식아!”

괴물 공이 데스티나를 뱉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루카는 발을 헛디디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쓰러진 장소가 약간 경사가 져 있었기 때문에 루카의 힘에 밀려 괴물 공이 아래로 구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냐!”

상체가 먹혀 있는 데스티니의 안타까운 외침이 루카의 귀에도 들려왔다.

괴물 공과 데스티나가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을 보던 루카는 불현듯 데스티나를 구해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조금만 참아!”

그렇게 외치면서 루카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데스티나의 검을 집어 들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마치 축구공을 차듯이 괴물 공을 발로 걷어찼다.

퍽!

괴물 공의 피부가 상당히 질겼기 때문에 루카의 발차기가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 발차기 덕분에 구르고 있는 괴물 공의 속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아!”

가속도가 붙어서 더 빠르게 구를 때마다 그 안에 있는 데스티나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루카는 마치 드리블을 하는 축구선수처럼 계속해서 괴물 공을 발로 차면서 점점 더 속도를 높여 갔다.

어느덧 굴러가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져서 루카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가 되었을 때 루카는 자신의 발에 최대한의 힘을 끌어모았다.

“하압!”

루카는 온 힘을 다해 괴물 공을 걷어찼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무거운 괴물 공이 공중으로 뜨면서 앞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쾅!

괴물 공이 날아간 곳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이었다.

낮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던 괴물 공은 나무 중 아주 크고 두꺼운 나무에 정확하게 충돌했다.

푸엑!

나무에 처박히는 엄청난 충격에 괴물 공은 삼키고 있던 데스티나를 뱉어 버렸다.

충격의 반작용 때문인지 데스티나 역시 데굴데굴 구르면서 괴물 공과 반대쪽으로 튕겨 나갔다.

“데스티나! 받아!”

루카는 데스티나의 검을 하늘 높이 던졌다.

괴물 공의 몸 밖으로 나온 데스티나는 어지럼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루카의 외침에 순간 정신을 차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검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데스티나는 나무에 부딪혀서 허덕이고 있는 괴물 공을 바라보았다.

괴물은 다시 공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괴물 공의 입 안쪽에 큰 상처가 나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괴물공에게 삼켜지기 전에 날린 마나스피어가 만들어 낸 상처였다.

“너는 확실히 입 안쪽이 약점이로군.”

데스티나는 머리 위쪽으로 손을 들었다.

그러자 떨어지고 있던 검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에 안착되었다.

데스티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괴물 공을 향해서 돌진했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괴물 공의 상처 부분을 정확하게 찔러 들어갔다.

콱!

마나가 담긴 데스티나의 검이 괴물 공을 관통했다.

마나가 담겨 있는 검날은 놀라운 예리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괴물 공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던 나무까지 한꺼번에 관통해 버렸다.

검으로 관통당하자 괴물 공은 잠깐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곧 아주 축 늘어져 버렸다.

데스티나는 검을 뽑아내고는 온몸을 털어 냈다.

그러자 마나의 방어막 위에 묻어 있던 산성 용액들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데스티나는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지금껏 마나를 많이 사용하면 몸 일부분이나 전체가 슬라임으로 변화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질 않았다.

“좀 더 강해진 건가?”

데스티나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루카가 점프하여 데스티나의 등에 폴짝 업혔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데스티나의 볼을 콕콕 찔렀다.

“괜찮은 거야?”

“아무 문제 없다.”

거기까지 말한 데스티나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뭐야? 어디 다친 거야?”

“다친 곳은 없지만.”

데스티나는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굴렀더니 멀미가 엄청나군.”

“그 정도는 견뎌 내라고. 성전 기사단의 전 단장이 이상한 괴물에게 먹혀서 사탕처럼 굴려지는 것보다는 낫잖아?”

“확실히 그건 끔찍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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