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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25화 (25/182)

25화

탕!

큰 발사음이 어두운 굴 안을 가득 채웠다.

루카는 아티팩트가 작동하는 순간, 자신을 물기 위해서 달려들던 좀비 오크의 얼굴이 완전히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았다.

좀비 오크의 머리는 박살이 나서 그 조각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와.”

루카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루카의 앞에 서 있던 좀비 오크는 서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좀비 오크의 얼굴을 없애 버린 아티팩트의 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게 바로 ‘붐스틱’?”

들고 있는 아티팩트를 바라보면서 루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 * *

“어디 덤벼 봐라!”

데스티나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좀비 오크들을 향해서 검을 겨누면서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가장 앞에 있던 좀비 오크가 데스티나에게 달려들었다.

데스티나는 좀비 오크가 휘두르는 팔을 피하면서 단숨에 그의 허리를 베어 버렸다.

촤악!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허리를 베인 좀비 오크는 옆으로 스르륵 쓰러졌다.

‘대단해.’

주환은 데스티나의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데스티나의 실력이 좋은 것은 주환으로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무언가 망설임을 버린 듯 그 움직임에 거침이 없었다.

“다음 오너라!”

데스티나는 호기롭게 외쳤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한 마리의 좀비 오크가 공격해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 있던 나머지 좀비 오크들이 한꺼번에 데스티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호기롭던 데스티나의 표정도 눈에 띄게 사색이 되었다.

“비겁하게 한꺼번에 덤비는 것인가!”

“좀비한테 비겁한 게 어디 있어!”

주환은 데스티나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좀비 오크들이 휘두른 커다란 칼들이 박혔다.

“놈들을 한꺼번에 상대할 순 없어! 우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해!”

주환의 말에 두 사람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봐! 주환! 그 수류탄이란 물건은 이제 없는 건가!”

데스티나가 그렇게 소리치자 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이제 다 떨어졌어!”

주환이 말하는 사이에 그의 앞에서 무언가가 팔짝 뛰어올랐다.

주환은 반사적으로 초집중 상태에 들어갔다.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서 주환은 자신을 향해서 입을 쩍 벌린 채로 날아오는 좀비견을 볼 수 있었다.

주환은 권총을 들어서 정확하게 좀비견의 입안을 겨냥한 다음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

“깨갱!”

좀비견은 입안에서 체액을 토해 내면서 옆쪽으로 튕겨 날아갔다.

날아간 좀비견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위험하다!”

그 순간, 데스티나가 주환을 밀쳤다.

주환은 옆으로 넘어지면서 자신이 있던 자리에 좀비 오크가 공격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데스티나가 밀치지 않았다면 주환은 바로 그의 이빨이 물렸을 것이다.

“여기는 못 지나간다!”

데스티나는 뒤로 돌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뒤에 있던 좀비 오크도 들고 있던 거대한 검을 내리쳤다.

오크들이 사용하는 검은 참마도(斬馬刀)라고 불리는 것으로 한 번의 휘두름으로 말의 목을 베어 버릴 정도로 강력한 검이었다.

깡!

고막을 찌르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러져 버린 검의 조각이 허공을 돌다가 바닥에 박혔다.

부러진 쪽은 데스티나가 들고 있던 검이었다.

그녀의 검은 오크의 참마도를 이겨 낼 수 없었다.

“이런.”

데스티나의 목소리에는 낭패감이 가득했다.

“데스티나!”

주환은 데스니타를 향해서 달려드는 좀비 오크들을 보면서 그렇게 소리쳤다.

순간, 데스티나의 모습은 공격해 오는 좀비 오크들의 모습들 사이로 사라져 갔다.

“안 돼!”

주환은 좀비 오크들을 향해서 미친 듯이 권총을 발사했다.

그렇지만 소용이 없었다.

총을 맞은 좀비 오크들은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덩치가 큰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탁!

심지어 탄창 안의 탄환도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그건 주환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탄창이었다.

“물러서라! 괴물들!”

좀비 오크들에게 둘러싸인 데스티나는 부러진 검을 휘두르면서 저항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좀비 오크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빠져나갈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데스티나!”

주환은 당황했다.

그의 힘으로는 좀비 오크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데스티나를 구해 낼 방법이 없었다.

미친 듯이 고민을 하던 주환은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한 줄기 번개를 보았다.

주환은 황급히 주머니를 뒤졌다.

그가 꺼낸 것은 바로 이브가 주었던 그 손거울이었다.

“데스티나! 이걸 받아!”

주환은 데스티나를 향해서 거울을 던졌다.

잘못 던졌다가는 그대로 끝장이라는 생각이 주환을 사로잡았다.

주환이 던진 손거울은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가 다행히 좀비 오크들의 포위망 안으로 들어갔다.

주환의 외침을 들은 데스티나는 날아온 손거울을 받았다.

손거울을 받은 데스티나에게 주환은 외쳤다.

“데스티나! 그걸 깨!”

“뭐?”

“그 거울을 깨 버려!”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겠다!”

데스티나는 칼 손잡이를 이용해서 손거울을 박살 내 버렸다.

데스티나가 거울에 신경을 쓰고 있는 사이 좀비 오크들이 그녀를 향해서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때, 공중에서 빛줄기가 내려오더니 데스티나를 감쌌다.

“이, 이게 대체 뭔가!”

데스티나가 놀라는 사이 그녀의 몸이 빛줄기 안에서 희미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됐어!”

그것을 보고 있던 주환은 감탄을 내뱉었다.

데스티나를 공격하려던 좀비 오크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눈앞에 있던 목표가 갑자기 없어져 버렸으니 말이다.

좀비 오크들은 서로 두리번거리면서 사라진 데스티나를 찾기 시작했다.

목표를 놓쳐 버린 좀비 오크들은 이번에는 목표를 바꾸어서 눈앞에 있는 주환에게 달려들었다.

주환은 뒤돌아 몸을 피했다.

그의 목적은 오크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것이었지만 포위된 상황이기에 원하는 대로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오히려 족장의 천막이 있는 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족장의 천막 쪽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을 때.

족장의 천막 쪽에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루카!”

천막의 안에서 나온 이는 바로 루카였다.

루카의 손에는 두 개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하나는 그가 전부터 보던 루카의 괭이였지만 나머지 하나는 처음 보는 물건.

천막에서 빠져나온 루카는 들고 있던 물건을 주환에게 던졌다.

“이걸 사용해!”

주환은 급히 루카가 던진 물건을 받아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루카가 말을 이었다.

“나보다는 네가 훨씬 더 잘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주환은 받아 든 물건을 살펴보았다.

그가 그것을 본 순간 주환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게 바로 붐스틱!”

그것은 바로 샷건이었다.

주환은 샷건을 장전하고는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의 뒤쪽에서는 좀비 오크들이 파도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주환은 곧바로 좀비 오크에게 샷건을 갈겼다.

탕!

샷건에 직격된 좀비 오크는 튕기듯이 뒤로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가 사용하던 권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대단한 파괴력.

주환은 장전 손잡이를 당겨 재장전을 하고는 옆에 있는 다른 좀비 오크에게 샷건을 발사했다.

주환에게 달려드는 좀비 오크들은 연달아 발사하는 주환의 산탄에 맥없이 고꾸라지면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가 연달아 몇 발을 쏘고 나자 탄환이 떨어진 듯 샷건은 더는 발사되지 않았다.

‘총알이 떨어졌나?’

“이게 필요할 거야.”

그때, 때마침 루카가 주환의 곁으로 와서 작은 종이 상자를 하나 건네주었다.

그 종이 상자 안에는 샷건의 탄약이 가득했다.

그 탄약들은 상자 안에 샷건과 함께 들어가 있던 것들이었다.

주환은 그 상자에서 탄약들을 꺼내 샷건에 빠르게 장전해 나갔다.

장전을 마친 주환은 샷건에 맞은 후 바닥에 기어 다니는 좀비 오크의 머리를 향해서 샷건을 발사했다.

머리가 없어진 좀비 오크의 몸이 축 늘어지자 주환은 남은 좀비 오크들을 보면서 한 손으로 샷건을 재장전했다.

“좋아. 뚫고 나가자!”

주환은 루카를 독려하며 앞으로 돌진했다.

* * *

“여기는 어디지?”

데스티나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던 좀비 오크들이 전부 다 사라지고 처음 보는 방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상황에서 곧바로 평정을 찾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 거울을 깨자마자 대체 무슨 일이…….”

데스티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주환이 던진 손거울을 받아서 깨자 하늘에서 빛이 쏟아졌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린 게 그녀가 가진 기억의 전부였다.

“이건 누구의 방이지?”

데스티나는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사실 그곳은 주환이 별장에서 텔레포트를 하여 도착했었던 바로 그 방이었다.

데스티나가 긴장감이 어린 눈으로 둘러보고 있던 사이에 그녀의 앞에 있던 방문이 활짝 열렸다.

“생각보다 빨리 아티팩트를 구한 모양이네요.”

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사람은 바로 이브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브와 데스티나의 눈이 마주쳤다.

“…….”

“…….”

두 사람 모두 침묵했다.

“저기.”

먼저 그 침묵을 깬 사람은 바로 데스티나였다.

데스티나가 말을 꺼내는 순간 갑자기 이브의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더니 그대로 뒤쪽으로 쓰러져 버렸다.

“아아…….”

놀란 데스티나가 재빨리 이브를 부축하려고 했을 때 이브의 뒤쪽에서 타마두크가 나타나서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가볍게 받아 냈다.

“넌.”

이브를 부축하고 있는 타마두크의 모습을 보던 데스티나는 손에 들고 있던 부러진 검을 타마두크에게 겨누었다.

“너는 마족!”

“보시는 대로. 그렇습니다만.”

타마두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대체 무슨 속셈이냐!”

“속셈이라뇨. 손님이 오신 것 같기에 마중하러 나온 것일 뿐입니다.”

“마중이라고?”

“그렇습니다. 손거울의 텔레포트를 타고 오신 걸 보니. 주환 님의 동료분이신가 보군요. 물론, 그 거울은 주환 님만 사용하시라고 드린 것인데 그 약속이 어겨진 것을 보면 꽤 큰일이 있었나 보군요.”

타마두크를 보던 데스티나는 그제야 이브를 보좌하고 있는 마족이 있다고 한 주환의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데스티나는 그를 겨누고 있던 검을 거두면서 말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인가?”

“저희 주인님이신 이브 님이 거하시는 지식의 탑입니다.”

타마두크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을 이었다.

“물론, 밖에서는 검은 탑이라고 많이 부르기는 하지만요.”

데스티나는 그제야 자신이 검은 탑의 안으로 텔레포트된 것임을 깨달았다.

“여기가 검은 탑인가?”

“정확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 숙녀분은 괜찮으신 건가?”

기절해 있는 이브의 얼굴을 보고 있던 데스티나는 곧 그녀가 저택에서 보았던 그 영체의 여마법사라는 것을 눈치챘다.

“저희 주인님은 타인과의 접촉에 굉장히 민감하시거든요. 이번에 비로소 타인과의 만남에 조금 익숙해졌는데 갑작스럽게 또 다른 타인과 접촉을 하니 조금 충격을 받으신 모양입니다.”

“그 정도인가?”

데스티나는 영체의 모습을 한 채로 손님이 싫다고 말했던 이브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렇게 느닷없이 동료분이 오실 정도라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군요.”

타마두크의 물음에 데스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이 의뢰했던 아티팩트를 찾는 일. 그 일을 진행하는 도중에 좀 위기가 있었다. 주환이 손거울을 주면서 깨라고 하기에 그렇게 했더니 갑자기 이곳으로 와버렸군.”

“그렇군요.”

타마두크는 손가락을 튕겼다.

“무슨 상황인지는 대충 알았습니다. 그럼 이런 곳에서 이야기하기도 좀 그러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 하죠.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지만 지금 동료가 위험에…….”

“어차피 지금 저희 주인님이 저런 상태이셔서 당신은 이 탑을 나가는 것조차도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대체 무슨 일인지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죠. 저희 주인님이 시키신 일이니 그 정도 도움은 당연한 거겠지요.”

데스티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에 타마두크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럼 부탁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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