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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23화 (23/182)

23화

“저기가 마른 진흙 부족이 사는 곳이다.”

데스티나는 손을 들어서 한 지점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했다.

주환 일행은 모래 언덕 위에 엎드린 채로 아래쪽을 굽어보고 있었다.

목적지 근처에 도착한 주환 일행은 근처에서 가장 높은 지점을 골라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생각보다 꽤 큰데.”

주환은 오크들의 정착지를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비석들을 박아서 만든 돌울타리부터 그들의 기를 죽이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거대 동물들의 뼈와 나무들을 엮어서 만든 천막들이 군데군데 서 있었으며 그 주변을 좀비로 변한 오크들이 지키고 있다.

“오크 좀비는 인간 좀비와는 좀 다른걸?”

루카는 흥미롭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인간 좀비들은 뛰지 않을 때는 비틀거리면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었지만 오크 좀비들의 움직임은 살아 있을 때와 크게 다른 면이 없었다.

“좀비지만 전체적으로 확실하게 무장하고 있다는 점이 꽤 걸린다. 저기를 뚫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로군.”

“그런데 그 ‘붐스틱’이란 아티팩트는 어디 있는 걸까?”

“바로 저기일 거다.”

데스티나는 손을 들어서 정착지의 맨 끝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천막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큰 천막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봤을 때 저 천막은 아마 족장의 천막일 거다. 가장 크고 화려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확실히 그러네. 저기만 눈에 띄어.”

“그 아티팩트라는 게 오크들이 좀비가 되기 전에 신성하게 모시던 거라면 저 족장의 천막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렇지만 저 천막이 가장 멀리 있는걸.”

루카의 말대로 족장의 천막은 그들이 자리 잡은 곳에서 가장 먼 쪽에 있었다.

족장의 천막을 가만히 보던 루카는 방법을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면서 말을 이었다.

“족장 천막에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 몰래 돌아서 저 천막 안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아?”

“그건 힘들 것 같은데. 저 뒤쪽은 절벽이잖아.”

주환은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이 손가락 끝으로 절벽의 선을 따라가면서 움직였다.

그의 말대로 족장의 천막은 가파른 절벽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그 뒤쪽으로 우회해서 가는 것은 무리였다.

“절벽이 있어서 저쪽으로는 갈 수 없어.”

“난 할 수 있어.”

“어떻게?”

주환의 말에 루카는 자신의 괭이를 보여 주었다.

“가파르긴 해도 완전히 90도 각도가 아닌 절벽 정도는 이 괭이를 걸어가면서 올라갈 수 있어. 문제는 안전하기는 해도 올라가는 시간이 꽤 걸릴 거라는 거지.”

주환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마침 루카가 절벽을 탈 수가 있다니까 이번 작전은 양동 작전으로 가는 게 어때?”

“뭔가 떠오른 계획이 있는 건가?”

“두 방향에서 움직이는 거야. 루카가 절벽 쪽에서 올라가서 곧장 족장의 천막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입구 쪽으로 해서 들어가는 거지. 둘 중에 한쪽이 들키면 그쪽에서 소란을 피워 오크들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게 해주는 거고.”

주환은 데스티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데스티나. 너 숨바꼭질 잘하는 편이야?”

“무슨 의미인가?”

“말 그대로야. 저 오크들에게 들키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자신이 있느냐는 말이지.”

“그건 내 재능과는 맞지 않다. 그런 움직임은 도적이나 암살자들에게 적합할 뿐. 기사의 싸움이란 것은 명예롭게 정정당당하다.”

“그래, 알았어. 그럼 데스티나 너는 여기 남아.”

주환의 대답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데스티나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자, 잠깐 왜 결론이 그런 식으로 되는 건가? 나도 싸우거나 도울 수 있는 작전을 짜 주게.”

“이번에는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니라 이익만을 추구하는 치사한 싸움이 될 예정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양방향으로 몰래 들어가서 가장 먼저 족장의 천막에 도착을 한 사람이 아티팩트를 들고 빠져나오도록 한다. 그게 이번 계획이니까.”

“그, 그럼 나는 뭘 하면 되는 건가?”

“데스티나 너는 저 아래쪽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혹시나 내가 들키면 나를 구하러 들어와 줘. 루카는 들켜도 바로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되지만 난 들켰다가는 곧장 포위되어 버릴 테니까. 알았지?”

“솔직히 마음에 드는 작전은 아니다.”

주환은 손을 들어서 데스티나의 어깨를 잡았다.

“믿을 수 있는 동료니까 뒤를 맡길 수 있는 거라고.”

“그, 그런 건가?”

데스티나의 표정에 점점 다시 화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지금 내 뒤를 맡길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으니까.”

주환의 말을 듣던 데스티나는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흠흠. 그, 그렇게까지 말해 준다면야 그 중책 맡지 않을 수가 없겠군. 그 뒤를 확실하게 봐줄 테니까 안심해도 좋다.”

“바로 그거야.”

“야야. 니들 말이야.”

데스티나와 주환은 루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루카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좋은데 언제쯤 움직일 생각이야?”

* * *

주환 일행은 좀비 오크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언덕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정착지와 언덕 간에 거리가 있어서 쉽게 들키지는 않겠지만 세 사람은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였다.

“그러면 나는 이쯤에서 가도록 할게.”

루카는 데스티나와 주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일행에서 빠져나왔다.

루카는 절벽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가 추장의 천막이 있는 쪽으로 다시금 올라올 계획이었다.

“우리도 가도록 하자.”

“알겠다.”

주환과 데스티나는 몸을 낮추어서 정착지로 가까이 다가갔다.

돌울타리를 지키는 경비병은 없었다.

“이쪽으로.”

주환은 손짓을 하고는 돌울타리의 뒤로 붙었다.

울타리를 이루는 돌 말뚝 하나하나가 사람 정도의 크기를 하고 있어서 그 뒤에 숨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데스티나도 옆에 있는 돌 말뚝의 뒤에 붙었다.

두 사람은 고개만 내밀어서 안쪽의 상황을 살폈다.

스윽!

두 사람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에 그 앞쪽으로 좀비 오크 한 명이 지나갔다.

고개를 내밀었던 둘은 곧장 몸을 숨기면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쉿!”

주환은 손가락을 들어서 데스티나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걸 본 데스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슉!

그때, 두 사람이 있는 돌 비석들의 사이로 좀비 오크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좀비 오크는 딱히 무언가를 찾으려는 행동을 보이질 않았다.

그저 조용히 앞쪽을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좀비 오크는 그 자리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좀비 오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주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옆을 보니 데스티나는 바닥에 완벽히 납작 엎드려 있었다.

“놈은 갔나?”

데스티나가 겨우 고개를 들고는 물었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어.”

“이다음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데스티나 넌 우선 이쪽에서 숨어서 기다리고 있어. 기다리고 있다가 혹시나 내 총소리가 들리면 나를 도와주러 와 줘야 해. 할 수 있겠어?”

“당연히 도와주러 갈 거다. 오히려 네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군.”

“무조건 잘해야지. 그 아티팩트만 훔쳐 낸 다음에 바로 도망가는 거야. 그럼 준비하고 있어.”

주환은 데스티나에게 그 말만을 남기곤 돌 말뚝을 지나서 정착지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가서도 그는 계속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주환은 우선 가장 가까운 천막이 있는 쪽으로 뛰어간 다음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우선 전체적인 움직임을 한 번 파악해 볼까?’

주환은 엎드린 채로 돌아다니고 있는 좀비 오크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좀비들은 적을 발견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신이 익숙한 곳을 맴돌기 마련이었다.

좀비 오크들도 그와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그들은 각각 자신들의 주변에 있는 천막들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부스럭.

주환은 자신의 뒤쪽에서 나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때마침 좀비 오크 한 마리가 그의 뒤쪽으로 접근하고 있던 것이다.

주환은 재빨리 기어서 천막의 안으로 들어갔다.

‘들켰나?’

주환은 귀를 기울였다.

좀비 오크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주환은 천막의 안을 둘러보았다.

천막 안에는 역시나 뼈와 가죽을 엮어서 만든 의자나 침대 등의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계속 여기 숨어 있을 수는 없겠지.’

주환은 천막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바깥의 동태를 살폈다.

여전히 좀비 오크들은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타이밍을 재던 주환은 천막의 밖으로 나갔다.

몸을 낮추고 움직이던 주환은 위쪽으로 연결된 사다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긴 어디로 통하는 거지?’

나무 사다리는 똑같이 나무로 만들어진 경비탑으로 이어져 있다.

경비탑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경비탑과 경비탑 사이는 줄과 나무판자를 엮어서 만든 흔들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 한 개의 경비탑이 족장 천막의 바로 옆쪽에 서 있었다.

‘이쪽으로 올라가서 경비탑들을 계속해서 가로질러 가면 족장의 천막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주환은 자신을 보고 있는 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곤 나무 사다리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경비탑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기에 금세 올라갈 수 있었다.

경비탑 위에 올라가 있는 좀비 오크는 없었다.

주환은 최대한 오리걸음에 가깝게 해서 탑과 탑 사이를 건너기 시작했다.

‘불안한걸.’

주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래쪽을 살펴보았다.

좀비 오크들은 아직 그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누군가 하나라도 위쪽을 올려다보면 들킬 수도 있는 상황.

‘그나저나 루카는 어느 정도까지 온 거지?’

주환은 한참 절벽을 오르고 있을 루카를 떠올렸다.

그가 있는 곳과 족장의 천막까지의 거리는 아주 멀지 않았으나 몸을 낮추고 천천히 움직이는 통에 시간은 점점 늦어져 갔다.

‘천천히 가도 상관은 없지. 들키지만 않는다면.’

확실히 느리긴 했지만 주환의 계획대로 족장 천막과의 거리는 차츰차츰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왕왕!”

어느 지점에서 개가 짖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왔다.

주환은 우선 건너고 있던 흔들다리의 위에 납작 엎드렸다.

주환은 흔들다리의 아래쪽으로 슬쩍 시선을 던졌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 피투성이로 보이는 덩치 큰 개 한 마리가 천천히 걸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좀비견…….”

주환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가 말한 것처럼 그 개는 살아 있는 개가 아니었다.

입에서 침과 피를 질질 흘리고 있는 좀비 그 자체였다.

짖고 있던 좀비견은 코를 킁킁거리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 모습에 주환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좀비 오크들은 아직 나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좀비견은 후각으로 나를 찾고 있는 모양이군.’

좀비견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던 좀비견은 어느덧 주환이 엎드려 있는 흔들다리의 아래쪽까지 도달했다.

“크르르…….”

좀비견은 입에서 피가 섞인 침을 질질 흘리며 고개를 들어 주환이 숨어 있는 곳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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