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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9화 (19/182)

19화

루카의 도움으로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주환은 곧바로 구덩이 앞에 엎드린 채 데스티나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내 손을 잡아!”

주환의 말에 데스티나는 그의 손을 잡기 위해서 위쪽으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데스티나의 손은 주환에게 닿지 않았다.

데스티나가 손을 잡지 못하자 주환은 루카에게 소리쳤다.

“줄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 찾아!”

주환의 말에 루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지만 쓸 수 있는 물건을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

상황 파악이 끝난 루카는 주환에게 말했다.

“적당한 걸 찾았어.”

“뭔데?”

주환이 물음이 끝난 순간에 루카는 양팔로 주환의 양다리를 감쌌다.

그리고 주환의 몸을 구덩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앗!”

주환의 몸을 구덩이 안에 넣은 루카는 그가 떨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꽉 잡았다.

그러자 주환은 몸을 거꾸로 한 채 구덩이 안쪽에 대롱대롱 매달린 신세가 되었다.

“이제 충분히 거리가 나올 거야!”

루카의 외침대로 주환의 몸이 구덩이 안쪽으로 쑥 들어가자 데스티나를 잡아 줄 수 있을 만큼의 여유 길이가 생겨났다.

“손잡아!”

주환의 외침에 데스티나는 다시 점프하여 주환의 손을 잡았다.

덥석!

비로소 주환과 데스티나가 손을 맞잡자 루카는 두 사람분의 무게를 견뎌 내야 했다.

“하압!”

루카는 힘을 주어 빠르게 주환의 몸을 당겼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주환의 팔을 잡고 있는 데스티나의 몸도 위쪽으로 딸려 올라갔다.

거대한 전갈들이 그곳에 도착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샤샤샥!

거대 전갈들은 데스티나를 잡기 위하여 집게발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데스티나는 다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서 재빠르게 자신의 다리를 위로 굽혀 올렸다.

집게로 잡는 것에 실패하자 전갈들은 자신의 꼬리를 움직여 독침을 이리저리 휘둘러댔다.

데스티나는 자신에게 쏘아지는 전갈의 꼬리를 발로 걷어찼다.

스륵.

루카와 주환의 도움 덕분에 데스티나는 구덩이의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녀가 구덩이를 나오자마자 바닥이 점점 더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선 이곳에서 벗어나자!”

주환 일행은 곧바로 흙집을 빠져나갔다.

흙집들에서 빠져나온 주환 일행은 앞에 있는 나무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정착지를 빠져나간 주환 일행의 뒤편에서 소름이 끼치는 숨소리가 그들을 따라왔다.

그들은 고개를 돌려 그 소름 끼치는 숨소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놈들이 바깥에도 있었어!”

주환 일행은 어느새 자신들의 뒤를 따라붙고 있는 몇 마리의 거대 전갈을 볼 수 있었다.

주환 일행은 도망쳐서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거대 전갈의 속도는 그들이 달리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수준이었다.

“더 도망칠 수가 없어. 여기서 싸워야 할 것 같아.”

루카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도 싸울 준비를 했다.

루카와 데스티나는 자신들의 무기를 앞세우고 전갈들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주환 역시 권총을 뽑고는 두 사람을 엄호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가장 가까운 놈을 잡자!”

“알았어!”

루카는 날렵하게 움직여서 괭이로 가장 가까운 거대 전갈을 내리쳤다.

루카의 공격이 전갈의 머리에 상처를 남기자 데스티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상처의 틈 사이로 검을 집어넣었다.

샤악!

두 사람의 합동 공격을 받은 전갈은 소름 끼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독침이 달린 꼬리를 버둥거렸다.

“죽어라!”

데스티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검을 잡은 손잡이에 온 힘을 주었다.

그렇지만 전갈은 버둥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루카가 점프해서 데스티나의 검 손잡이를 밟았다.

그러자 검의 끝이 전갈의 머리를 완벽하게 관통해 버렸다.

“해냈다!”

루카가 좋아하고 있는 순간, 다른 전갈이 두 사람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주환은 곧바로 그 전갈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위잉.

그때, 주환은 시야가 좁아지면서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또 그 감각이야.’

시간이 멈추는 것 같은 감각이 주환을 감쌌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 느낌에 익숙해져야 해. 그래야 내 마음대로 다룰 수가 있어.’

주환은 지금의 느낌에 최대한 집중했다.

이어서 그는 루카와 데스티나를 공격하고 있는 전갈의 머리에 권총을 난사했다.

퍼벅!

주환이 발사한 탄환은 거대 전갈의 눈알들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쿠와악!

눈이 박살 나 버린 전갈은 고통스러운 괴음을 내뿜었다.

“두 사람. 다 이쪽으로 물러서!”

주환의 외침에 데스티나와 루카가 재빨리 그가 있는 쪽으로 물러섰다.

그러곤 나머지 전갈들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머지 전갈들은 세 사람을 공격하러 오지 않았다.

그들은 죽은 전갈의 사체에 우르르 다가가더니 그 사체를 집게발로 자르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 뭐 하는 거지?”

“설마, 자기편을 먹는 건가?”

주환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분명 거대 전갈들은 죽은 동족의 사체를 섭취하고 있었다.

집게발로 관절 부분을 자른 다음에 안쪽의 살들을 파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주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섬뜩함을 느꼈다.

“지금이 기회다. 놈들이 사체에 정신이 팔렸을 때 이동해야 해!”

데스티나의 말에 세 사람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붙잡혔다가는 방금 죽은 전갈과 같은 꼴을 당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전갈들이 세 사람을 끝까지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전갈은 동료의 사체를 먹는 데 정신이 팔려서 그들을 쫓는 것을 멈추었지만, 그중 몇 마리는 세 사람을 여전히 추격하고 있었다.

“여전히 쫓아오고 있어!”

“어떻게든 한 마리를 잡으면 나머지들이 또 멈추지 않을까?”

“해보는 수밖에 없겠군.”

전갈들이 적이든 아군이든 가리지 않고 먹기에 한 마리의 전갈을 더 잡는다면 그곳을 완전히 빠져나갈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이번에도 루카와 데스티나는 동시에 움직였다.

“하앗!”

루카는 아까처럼 괭이를 가장 가까이 접근한 전갈의 머리를 향해서 내리쳤다.

그러나 그 순간에 전갈이 몸을 옆쪽으로 움직였기에 괭이의 끝이 빗나가서 전갈의 집게발에 명중했다.

“빗나갔어!”

루카가 놀라서 그렇게 소리쳤다.

옆에서 바로 머리에 검을 찌르려던 데스티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데스티나는 찌르는 검의 방향을 재빨리 틀어서 집게발에 생긴 상처 안으로 집어넣었다.

콰직!

단단한 물체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집게발이 전갈의 팔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 정도의 상처는 치명상이 아닌 듯 전갈이 남은 한쪽 집게발을 휘둘러서 데스티나를 맞추었다.

퍽!

“악!”

데스티나가 뒤로 넘어졌다.

팔이 잘린 전갈은 곧장 독침을 넘어진 데스티나에게 내리꽂았다.

“데스티나! 이걸 잡어!”

루카가 재빨리 괭이를 데스티나에게 내밀었다.

데스티나가 괭이의 끝을 잡자 루카는 괭이를 거세게 당겨서 그녀의 몸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간발의 차이로 데스티나의 몸이 끌려가면서 전갈의 독침은 허무하게 바닥에 박혔다.

독침이 빗나갔지만, 전갈은 집요하게 데스티나에게 따라붙으며 꼬리를 휘둘러댔다.

그것을 본 주환은 자신의 감각을 집중했다.

‘지금까지는 그 감각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었지만!’

주환은 시간을 느리게 만들었던 그 초집중력 상태를 다시금 끌어 올렸다.

‘성공해라!’

그가 속으로 강하게 염원하는 그 순간.

위잉.

주환은 극적으로 다시금 그 감각을 불러낼 수 있었다.

‘됐어!’

주환은 곧바로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는 거대 전갈의 꼬리를 조준했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기에 주환은 확실하게 조준을 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오래 끌 수는 없었다.

그의 경험상 그 감각을 오래 지속시키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이었다.

주환은 신중했지만, 또한 신속했다.

기회를 잡은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

주환이 방아쇠를 당기자 권총의 총알이 전갈의 꼬리 끝에 박혔다.

그러자 마치 수박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전갈의 꼬리가 터져 버렸다.

퍼석!

꼬리가 터지면서 안에 흐르던 독액들이 뿜어져 나왔다.

꼬리가 터진 전갈이 움직임을 멈추자 데스티나는 그 틈을 타 자신의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크게 부상을 당한 동료가 생기자 주변에 있던 멀쩡한 전갈들의 움직임이 일사불란해졌다.

그들은 상처를 입은 동료 전갈을 먹기 위해서 서서히 그 전갈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주환은 뭔가 생각해 내고는 조끼에 달린 물건을 움켜잡았다.

그것은 바로 수류탄이었다.

“루카! 데스티나! 위험하니까 여기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뭘 어쩔 생각이야?”

루카가 그렇게 묻자 주환은 들고 있는 수류탄을 데스티나에게 보여 주었다.

“데스티나 넌 이것의 위력을 알고 있지?”

수류탄을 본 데스티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루카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잠깐, 왜 그래?”

루카가 의아해했지만 데스티나는 억지로 그녀를 이끌었다.

“설명할 시간 없다. 여기서 멀리 벗어나야 한다. 뒷일은 주환이 알아서 할 테니까.”

루카와 데스티나가 멀리 이동하는 것을 보면서 주환은 몰려오는 전갈들을 바라보았다.

일부 전갈들은 다친 동료를 공격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전갈들은 주환 쪽으로 몰려왔다.

그리고 그 무리는 또다시 데스티나와 루카를 새로운 목표로 삼고 방향을 바꾸었다.

주환은 자신의 앞에 떨어져 있는 전갈의 집게발을 주웠다.

“너희가 갈 곳은 그쪽이 아니야!”

주환은 전갈들 쪽으로 집게발을 내밀었다.

동족의 사체를 먹는 녀석들이라면 동족의 팔에도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계산이 그에게 있었다.

주환이 집게발을 휘휘 휘두르자 전갈들은 그것을 잡기 위해서 자신들의 팔을 내밀었다.

그것은 데스티나와 루카를 뒤쫓으려고 하던 전갈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주환은 집게발을 흔들어 최대한 놈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반응이 있다.’

반응이 돌아오는 것을 확인한 주환은 끈을 이용해서 수류탄을 집게 팔에 연결했다.

그러고는 안전핀을 뽑았다.

그가 아직 수류탄에서 손을 떼지 않았기에 수류탄은 터지지 않았다.

주환은 뒷걸음질을 치면서 전갈들을 서서히 약을 올리듯이 팔을 흔들어댔다.

더는 참지 못한 전갈들이 일제히 공격에 나섰을 때 주환은 전갈들의 가운데로 집게발을 던졌다.

‘모두 이쪽으로 모여라!’

수류탄이 달린 집게 팔이 전갈 무리 한가운데로 떨어지자 전갈들은 그 집게발을 먹기 위해서 우르르 모여들었다.

그것을 본 주환은 뒤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주환이 속으로 4초 정도 세었을 때 그는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쾅!

주환이 바닥에 엎드림과 동시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주환은 사방으로 퍼지는 폭발의 에너지를 몸소 느꼈다.

엎드려 있던 주환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산산조각이 난 거대 전갈들의 사체가 즐비했다.

‘저 정도로 사체가 즐비하면 다른 전갈들이 와도 동료의 사체를 먹기 바쁘겠지.’

몸을 일으킨 주환은 다른 거대 전갈들이 몰려들기 전에 재빨리 데스티나와 루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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