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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6화 (16/182)

16화

주환이 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아는 한도 내에서는 대답을 해 드릴 테니까요.”

주환은 찻잔에 담긴 차를 완전히 비워 버리고는 질문을 던졌다.

“두 번이나 대답을 들었던 거라서 질문하기가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저희 일행인 루카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찾아온 일이 없었나요?”

“역시 그 질문이로군요. 세 번째로 대답해 드리는 거지만 그런 일은 없었어요. 애초에 그분은 어째서 저를 찾아오려고 하셨던 거죠? 그분은 마법사셨나요?”

“아니요. 평범한 농부이자 약초상이셨다고 들었어요.”

‘그 딸은 아무리 봐도 평범한 농부로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농부가 저를 찾아올 만한 일은 생각나지를 않네요. 특히나 저는 은둔 생활을 하고 있어서 다른 마법사들보다 더 만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건 말이죠.”

주환은 이어서 루카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이브에게 설명해 주었다.

“좀비들을 다시 원래의 인간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 저를 찾아오려고 하셨다는 이야기로군요?”

“그렇죠. 그렇지만 만나지 못했다면 중간에 다른 일을 당하셨을 수도 있고요.”

“제가 걸어 두었던 마법 때문에 계속해서 헤매다가 돌아갔을 수도 있죠. 아무튼,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좋은 대답을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하네요.”

“그게 당신의 잘못은 아니죠.”

“그리고 만약 저를 찾아오셨다고 하더라도 원하시는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을 거예요.”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예요. 저는 좀비를 다시 인간으로 돌리는 방법은 모르니까요. 그걸 더 정확히 설명하려면 이번 좀비 사태에 대해서 좀 더 정확히 설명해 드릴 필요가 있겠네요.”

“부탁합니다.”

“두 개의 왕국이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동료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두 나라의 싸움은 장장 200년을 끌었죠. 물론, 중간에 휴전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간 동안 크고 작은 전투들이 지속되었고 두 나라의 백성은 오랫동안 고통받았어요.”

“그래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좀비를 끌어다 썼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정확히 말하자면 좀비를 끌어다 쓴 것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잘못 알고 있다기보다는 전체적인 것을 다 알고 있질 못한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아무튼, 두 나라의 마법사들은 단 한 번에 전쟁을 끝내는 방법들을 연구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이 세상을 이렇게까지 만든 것이죠.”

“그게 정확히 뭐죠?”

“마법사들은 이 세상에 고위 마족들을 끌어들였어요.”

“마족이라면.”

주환은 자신도 모르게 근처에 서 있는 타마두크를 바라보았다.

그도 주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빙긋이 웃어 보였다.

“저도 마족이긴 하지만 저와는 다른 성향이 있는 존재들이 넘어온 듯합니다. 마족들도 다들 가치관이 다르고 파벌도 다르거든요.”

“타마두크 씨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신 거죠?”

“제 가치관은 소박한 편입니다. 그저 저의 주인님을 잘 모시는 것뿐이죠.”

“이 세상으로 넘어온 마족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온화하거나 인간에게 협조적인 마족들이 아니었죠.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힘을 합치면 그런 고위 마족들도 컨트롤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건 정말 오만한 생각에 불과했어요.”

그 말에 주환은 이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을 읽은 이브는 말을 이었다.

“저는 그 일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저는 그저 계속해서 탑에 은둔해 있을 뿐이었으니까요. 궁금한 게 있으면 영체로 나가서 정보를 수집하는 일 정도는 했지만요.”

이브의 말에 주환은 마법사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 루카를 떠올렸다.

“이브 씨도 이 일에 마법사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이브의 대답에는 약간의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미지를 탐구하고 힘을 추구하는 건 마법사들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은 탄압하거나 막으려고 한다고 해서 막히는 것도 아니고요.”

“냉정하군요.”

“일부러 냉정한 자세를 취하는 건 아니에요. 저 개인적으로는 좀비들의 세상이던 그 이전의 세상이던 체감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어요. 저는 여전히 탑에 있고 그들은 여전히 밖에 있죠. 밖에 있는 자들이 누구이냐만 달라졌을 뿐이에요. 아무튼.”

이브는 다시 말을 이었다.

“마법사들은 고위 마족들을 컨트롤하는 것에 실패했죠. 그들은 누구의 편도 아니었고 심지어 인간의 편은 더더욱 아니었어요. 마치 강도에게 스스로 문을 열어준 꼴이 되어 버린 거죠. 마족들은 인간의 적으로서 행동했고 그중 하나의 방법이 이 세상을 좀비들의 세상으로 바꾸어 버리는 거였어요.”

“그럼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은 마족들이라는 말이군요.”

“그래요. 그들의 목적은 꽤 멋지게 성공을 거두였죠.”

“그래서 아까 방법이 없다고 말했던 건가요?”

“맞아요. 이것들은 고위의 마족들이 진행한 일이기 때문에 현재로서 좀비들을 다시 인간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일은 역부족이에요. 저 역시도 그 방법을 알지 못하고요.”

“확실히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니네요.”

“희망이라. 그런 걸 가지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일지도 모르죠.”

이브가 말을 마치자 주환은 다음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는 저의 용건입니다.”

“주환 씨의 용건은 예상이 가네요. 자신이 살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거겠죠?”

“맞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대답을 드리기는 어렵겠네요. 분명 마법사들은 다른 차원의 세계와 연락을 취할 수 있지만 그건 정령계나 마계 정도고 심지어 그곳으로 넘어가는 것도 불가능해요. 기껏해야 그곳에 사는 존재들을 이쪽으로 불러낼 수 있는 정도죠. 주환 씨가 당한 수준의 차원 이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개 마법사 한 명이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기도 하고요.”

자신의 용건이 쓸모없어지자 주환은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이브는 그런 주환의 분위기를 살피며 질문했다.

“또 다른 용건은 없나요?”

심란한 기분이었지만 주환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에게는 마지막 용건까지 확실하게 이브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뇨. 하나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주환은 데스티나에게 들었던 정보를 언급했다.

“제 동료의 말에 따르자면 황제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부하들이 생존해 있으면서 좀비들에게 저항하고 있다던데, 그건 알고 있습니까?”

“황제와 그 측근들이 살아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이브의 대답에 주환은 흥분감을 느꼈다.

“그게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사실인 건 확실합니까?”

“사실이에요.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고요.”

“그들은 어디에 있죠?”

“영원의 교차점.”

이브는 스프를 다 비우곤 다시금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영원의 교차점은 인간계와 정령계의 사이쯤에 있는 곳이죠. 즉, 영원의 교차점은 차원의 틈새와 같은 곳이에요. 영원의 교차점에 대해서는 아는 이들이 거의 없어요. 심지어 마법사 중에서도 정말 소수 마법사만이 존재를 알고 있죠.”

“황제와 그 측근들이 그 영원의 교차점이라는 곳에 있다는 말이군요.”

“영원의 교차점에 대해 알고 있는 그 소수 마법사들도 그곳으로 들어가는 방법까지는 모르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황제가 그곳에 있는 건 그곳에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측근을 데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곳에 가는 방법은 이브 씨도 모르는 겁니까?”

“네. 그 방법은 저도 몰라요.”

이브의 대답에 주환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이브의 목소리에 주환은 고개를 들었다.

“그곳으로 가는 방법을 알 만한 사람을 소개해 드릴 수는 있어요.”

“그게 누구죠?”

“그걸 말씀드리기 전에.”

이브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이제는 제가 원하는 걸 말씀드릴 차례네요.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문제를 해결해 주시면 방금 말씀드린 ‘그분’을 소개해 드리도록 할게요. 그렇다면 서로 괜찮은 딜이 되지 않을까요?”

“좋습니다. 들어 보도록 하죠.”

“네. 그럼 설명을 드리도록 할게요.”

주환이 동의하자 이브는 곧바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주환 씨의 경우처럼 우연히 다른 차원의 존재와 물건들이 넘어오는 때가 간혹 있어요. 그것들은 발굴되는 일도 있고 발굴되지 않고 아직도 묻혀 있는 예도 있는데, 마법사들은 그것들을 ‘아티팩트’라고 불러요.”

“아티팩트라.”

“제가 요즘 주목하는 건 ‘붐스틱’이라고 불리는 아티팩트예요. 이번에 정보 수집을 통해서 오크의 한 부족이 그 아티팩트를 발견하곤 신성한 제단에 바쳐서 엄중하게 보관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럼 그 오크들과 협상이라도 벌여야 하나요?”

“그건 소용없어요. 그 부족의 오크들은 전부 좀비들이 되었으니까요. 제가 영체로 가서 정보를 수집해 본 결과 오크들은 좀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부족 안을 떠나지 않고 있어요. 아티팩트가 보관되어 있는 제단도 그대로 지키고 있죠. 마치 자신이 살아 있던 때의 기억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요.”

주환은 루카에게 괭이를 주기 위해서 먼 길을 걸어가던 대장장이 좀비의 모습을 떠올렸다.

“결론적으로 그 부족으로 찾아가 좀비가 된 오크들을 다 처리하고 ‘붐스틱’이라는 아티팩트를 가져다 달라는 거로군요. 맞습니까?”

“맞아요. 그리고 그 아티팩트를 손에 넣으신 뒤에는 ‘이걸’ 사용하시면 돼요.”

이브는 주머니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서 주환에게 내밀었다.

텔레포트에 이용하던 큰 거울의 축소판처럼 생긴 작은 손거울이었다.

“텔레포트용 거울이랑 비슷하게 생겼군요.”

“텔레포트용 거울을 축소한 버전이에요. 휴대성을 대폭 높였지만, 그 대신 일회용이 되어 버렸다는 단점이 있어요.”

“이걸 어디에 사용하라는 거죠?”

“제 탑 주위에는 감각을 교란하는 미궁의 마법이 처져 있어서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오기 힘들어요. 그러니까 그 거울을 이용하면 되죠. 사용 방법은 간단해요. 텔레포트를 이용하고 싶다면 그 거울을 깨버리세요. 그러면 자동으로 마법이 시전되어 당신을 이곳으로 옮겨 줄 테니까요.”

“만약 실수로 거울을 깨버리거나 한다면 싫어도 이곳에 텔레포트 되는 일도 있겠군요.”

“좀처럼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을 위해서 조심해 주세요. 의미 없는 출입이 잦아지는 건 원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알겠습니다. 명심하도록 하죠.”

거울을 챙긴 주환이 자리에서 일어난 뒤 자신의 짐을 챙기려고 하자 이브가 테이블의 위에 있는 돌격 소총을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이건 이곳에 놓고 가시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

“어째서죠?”

“당연히 연구를 위해서죠. 지금 이 무기는 총알이라는 게 떨어져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제가 연구를 하면 그 총알이라는 걸 복제해 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면 주환 씨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겠죠.”

이브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에 주환은 돌격 소총을 우선 그녀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는 권총의 탄창에서 총알 하나를 꺼낸 뒤 손가락으로 튕겨 이브에게 날려 보냈다.

이브가 그것을 받자 주환은 그녀에게 말했다.

“그게 작업할 때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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