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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1화 (11/182)

11화

“온다! 놈들이 오고 있다!”

데스티나가 검을 뽑으면서 그렇게 외치자 주환 역시 총을 장전하면서 싸울 준비를 마쳤다.

주환은 옆에 있는 나무 위쪽을 보면서 소리쳤다.

“루카! 준비됐어?”

“나는 언제든지 준비 만전이었어.”

나무 위쪽에 앉아 있던 루카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지금 그들이 야영하고 있는 장소의 위쪽에서 한 무리의 좀비들이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텐트를 세워 놓은 야영지에서 진을 치고 좀비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카는 손을 마치 쌍안경처럼 만들고는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좀비들을 주시했다.

“저 녀석들. 그냥 좀비들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

“아마 이 근처에서 활동하던 산적들이었나 봐. 다들 손에 무기들을 들고 있어.”

“그래 봐야 좀비일 뿐. 아니, 산적이라고 하더라도 내 검 앞에서는 어떤 저항도 무의미하다.”

데스티나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좀비들이 도달하기를 고대했다.

주환은 자세를 낮춘 채 좀비들이 다가오는 쪽으로 돌격 소총을 겨누었다.

“이제 거리가 얼마 남질 않았다.”

좀비들이 모습이 확실하게 보일 정도로 그들에게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맨 앞에서 달려오던 좀비들이 우르르 넘어지기 시작했다.

앞이 넘어지자 뒤에 따라오던 좀비들도 그 좀비들에 걸려서 함께 넘어졌다.

그 모습을 본 주환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걸렸어.”

좀비들이 넘어진 것은 주환이 야영지 근처에 미리 만들어 놓은 함정들 덕분이었다.

숲에 줄을 쳐 달려오는 좀비들이 걸려 넘어질 수 있도록 조처를 해 둔 것이었다.

주환은 아직 줄에 걸려 넘어지지 않은 뒷줄의 좀비 무리를 조준했다.

탕탕탕!

주환이 총을 발사하자 수 마리의 좀비들이 뒤로 나자빠졌다.

앞줄에 걸려 버벅이고 있는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건 주환에게는 아주 손쉬운 일이었다.

“그럼 우리도 간다!”

주환의 사격 뒤에 곧바로 데스티나가 달려 나갔다.

루카는 앉아 있던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날렵하게 뛰어서 좀비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캬아악!”

바닥에 넘어졌던 좀비들은 금세 몸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좀비들은 고통을 느끼거나 당황하는 법이 없었기에 그 정도 함정으로는 움직임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루카의 말처럼 좀비들은 무기를 들고 있었으며 그것들을 미친 듯이 휘두르면서 데스티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찮다!”

데스티나는 곧장 앞에 있는 좀비들을 베어 넘겼다.

그와 동시에 루카가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바로 밑에 있던 좀비의 머리에 괭이를 내리쳤다.

퍽!

루카의 괭이질 한 번에 방금 공격받았던 좀비의 머리가 없어져 버렸다.

루카는 곧바로 머리가 없어진 좀비의 다리를 잡더니 가볍게 붕붕 휘둘렀다.

좀비화로 인한 근손실이 오긴 했어도 성인 체격의 좀비가 루카의 손안에서 막대기처럼 휘둘리는 모습은 꽤 장관이었다.

“좀비 철퇴!”

그야말로 루카는 좀비를 철퇴처럼 휘둘려서 근처에 있는 좀비들을 마구잡이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돕기 위해서 달려온 주환은 그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잊었다.

“하다 하다가 이제는 좀비를 무기로 쓰는 거냐?”

그러다가 주환은 자신에게 뛰어드는 좀비에게 빠르게 반응하여 총을 발사해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는 조준하지 않은 근거리 사격으로 좀비들을 하나씩 처치해 나갔다.

“다리!”

데스티나는 몸을 낮추고는 한 바퀴 돌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에 있던 좀비들의 다리가 전부 잘려 나가면서 한꺼번에 바닥으로 쓰러졌다.

“좀비에게서 움직임만을 빼앗으면 나머지는 식은 죽 먹기일 뿐.”

데스티나는 넘어져서 버둥대고 있는 좀비들의 머리를 빠르게 잘라 냈다.

싸움이 끝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싸움이 끝났을 때 세 사람의 앞에 놓인 것은 좀비들의 몸통과 팔다리들뿐이었다.

“방금 죽인 게 마지막이었나?”

주환이 묻자 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좀비들은 도망가거나 하는 일이 없으니까 여기 있는 것들이 다일 거야.”

“생각보다 쉽게 끝났네.”

“이번에는 우리 쪽의 대비가 잘되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거다. 만약 밤중에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당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지.”

“하긴 그러네. 좀비 자체는 약해도 한 번이라도 물리거나 하면 돌이킬 수가 없으니까.”

“아까는 자신감이 넘치더니 왜 이젠 약한 소리 하는 거야? 좀비들 따위는 밤에 온다고 해도 발로 차거나 패버리면 그만이지.”

루카가 그렇게 말하자 주환은 핀잔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너나 가능한 거지. 오늘도 느낀 건데 너 정말 농부 맞냐?”

“농부의 생활 근력을 얕보지 마시지.”

루카가 근육을 자랑하듯이 팔을 들어서 보여 주었지만, 주환의 눈엔 그저 어린 소녀의 가녀린 팔뚝과 별다른 바가 없어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던 주환은 손을 들어 텐트들을 가리켰다.

“이곳은 좀비들에게 한 번 습격을 당했으니 다음 습격이 있을 수도 있어. 야영지를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지만 여기 야영지 만든 지 얼마 안 됐잖아?”

“그건 알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주환은 나머지 두 사람을 설득한 뒤 바로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짐이 꾸려지는 사이에 주환은 지도와 나침반을 꺼낸 다음 목적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작업을 가졌다.

그가 가지고 있는 지도는 루카에게 받은 것.

지도로는 검은 탑의 대략적인 위치만 알 수 있었기에 계속해서 정보를 바로잡는 작업이 필수였다.

짐이 다 꾸려지자 데스티나는 주환에게 다가온 뒤 지도의 정보에 대해서 같이 논의했다.

데스티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주환은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가 잘 찾아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

“지금 방향을 잡아보았을 때 조금 오차가 있기는 하지만 맞게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어느 정도가 더 가야 하는데?”

“걸어서 삼 일 정도?”

“걸어서 삼 일 정도라면 애매한 거리네.”

“걸어서 3일 정도면 그리 먼 편도 아니다. 단지 마차나 말이 없어서 불편하게 느껴질 뿐.”

지도를 들여다보던 주환은 예상 지점을 짚으며 데스티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유명한 마법사라면 꽤나 능력이 있는 모양인데. 어째서 이런 곳에 숨어 사는 걸까?”

“마법사들은 반쯤은 미쳐 있는 사람들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만난 마법사들도 대부분 뭔가 하나씩은 괴짜 같은 면이 있는 사람들이었지. 그러니 검은 탑의 마법사도 뭔가 나름의 사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들 미치지 않았을까?”

루카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상한 녀석들이니까 이 세상을 이렇게 좀비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버렸겠지. 정상인이라면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었겠어?”

루카는 짐을 등에 메면서 냉소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 * *

그들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이틀 정도를 쉬지 않고 이동했다.

그리고 이동을 하던 도중, 데스티나는 일행에 잠시 멈추도록 지시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멀리 한 지점을 가리켰다.

“저게 보이나?”

그곳에는 산등성이 위로 희미하게 보이는 아주 작은 검은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마치 가늘게 깎은 연필심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환은 총의 스코프를 이용해서 곧바로 데스티나가 가리킨 곳을 확인했다.

스코프에 담긴 검은 존재는 그 모습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냈다.

그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산의 꼭대기에 있는 검은 색의 탑이었다.

“검은 탑이야.”

주환이 확인한 사실을 전달하자 루카가 주환의 총을 받아들여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진짜네. 진짜로 저기에 검은 탑이 있어!”

“우리가 검은 탑에 거의 다 왔다는 증거다. 이제 정말로 많이 가까워졌지만, 저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꼬박 하루 정도는 걸릴 거다.”

데스티나의 말에 주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으로 올라가려면 체력을 보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곧 날이 저물 테니 지금부터 야영 준비를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고 말이야.”

주환의 말에 루카가 맞장구를 쳤다.

“어차피 저 탑에서 누가 우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난 지치진 않았지만 좀 배가 고파졌거든.”

두 사람의 말에 데스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게 낫겠군. 어차피 하루 정도면 도착할 수가 있으니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다. 그럼 야영 준비를 하도록 하지.”

뜻을 모은 세 사람은 바로 야영을 할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야영에는 익숙한 세 사람이었기에 금세 야영지를 세울 수가 있었다.

야영지가 만들어지자 루카는 곧바로 식사할 준비를 하였으며 데스티나와 주환은 숲속으로 이동했다.

숲속으로 들어간 데스티나는 주환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쓸 만한 땔감들을 찾아볼 테니 주환 너는 습격에 대한 대비를 부탁한다.”

“알았어. 그럼 조심해.”

두 사람은 숲속에서 서로 헤어졌다.

주환은 함정을 설치하기 적당한 곳을 물색했다.

그는 좀비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을 만한 길목에 줄을 묶어 그들을 넘어트릴 함정을 설치했다.

‘이번에는 다른 함정도 설치해 볼까?’

주변을 둘러보던 주환은 마침 딱 좋은 덩굴을 찾아냈다.

‘이 정도 튼튼한 줄이 있다면…….’

주환은 곧바로 나이프를 꺼내 나무를 깎아 말뚝을 만들었다.

주환은 나무와 잘라 낸 덩굴을 조합하여 줄에 걸리는 순간 나무 말뚝이 튀어나오는 함정을 만들어 길목에 설치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부스럭.

완성된 함정들을 점검하던 주환은 뭔가 숲속에서 움직이는 기척을 느꼈다.

주환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으르르.”

그곳에는 늑대 한 마리가 이를 드러내고는 으르렁대며 주환을 노려보고 있었다.

주환은 늑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위해 최대한 움직이질 않았다.

둘은 서로 노려보았다.

탓!

먼저 움직인 것은 늑대 쪽이었다.

늑대가 움직이자 주환은 반사적으로 돌격 소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

주환의 대응은 빨랐지만, 늑대가 워낙 빠르게 움직였기에 그가 발사한 탄환은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틱.

탄창이 비워지자 주환은 탄창을 교체하기 위해서 손을 움직였다.

멈칫.

그때, 탄약집으로 손을 움직이던 주환은 잠시 멈칫하더니 방향을 바꾸어 군용 나이프를 뽑아 들었다.

그동안 늑대는 이미 가까운 거리까지 도달한 상황.

주환은 늑대가 함정의 줄을 건드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늑대는 줄의 위쪽으로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주환은 다시금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이 느낌이야!’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느낀 주환은 곧바로 자신이 들고 있는 군용 나이프를 던졌다.

나이프가 향하는 곳은 늑대 쪽이 아니었다.

바로 늑대가 뛰어넘은 함정의 줄.

툭.

나이프가 함정의 줄을 끊어 버리는 순간, 그가 미리 준비해 두었던 함정이 작동했다.

휘익!

한쪽에 숨겨져 있던 나무 말뚝이 탄성의 힘으로 휘둘러지며 늑대의 몸을 강타했다.

“깨갱!”

나무 말뚝이 늑대의 몸에 큰 상처를 내자 늑대는 곧바로 꽁무니가 빠져라 방향을 바꾸어 숲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무슨 일인가?”

총의 발사음을 듣고 온 데스티나와 루카가 주환에게로 달려오자 주환은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하지만 말과는 달리 주환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늑대는 도망갔지만, 그에게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바로 돌격 소총의 탄약이 모두 떨어진 것.

다행히 권총의 탄약은 남아 있었지만 탄약집에 있는 돌격 소총의 탄창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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