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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4화 (4/182)

4화

오솔길에서 좀비들을 처리한 주환과 데스티나는 계속해서 길을 따라가다 결국 원하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인가.”

주환은 도착한 목적지의 주변을 둘러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겨우 도착했군.”

데스티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빠르게 마을 주변부를 살펴보았다.

그들이 도착한 마을의 주변은 낮은 돌담으로 둘려 있었으며 출입구에는 사람 키만 한 나무 문이 설치돼 있었다.

나무 문의 위쪽에는 마을의 이름을 알리는 팻말이 마치 그네처럼 달려 있었다.

[로덴 마을]

지금 주환이 보고 있는 글자들 역시도 시계의 힘 덕분에 적절하게 번역이 되어 그에게 전달되었다.

돌담의 너머, 나란히 위치한 여러 채의 집들이 주환의 눈에 들어왔다.

“무슨 유령 마을 같은 분위기야.”

“차라리 유령 마을이라면 다행이겠지. 지금은 좀비 마을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주환이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좀비들도 보이질 않아.”

“방심하면 안 된다. 좀비들이 집 안에 숨어 있는 일도 종종 있으니까.”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마을의 입구로 들어섰다.

데스티나는 좀비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지금까지 두 사람의 눈에 띄는 좀비는 없었다.

데스티나의 부러진 검을 떠올린 주환이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에 무기를 구할 만한 데가 있을까?”

“마을 대장간이 있다면 날붙이를 구할 수 있겠지만 이런 작은 마을에서 기사가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검을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주환은 총을 앞쪽으로 겨누고서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경계를 하면서 이곳저곳을 빠르게 훑어 나가던 주환은 여전히 아무도 보이지 않자 조금은 경계심이 풀린 듯 데스티나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좀 더 묻고 싶었는데.”

“뭘 말인가?”

“이 나라는 계속해서 전쟁 중이었다고 했지?”

“그래. 맞다.”

데스티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플로네시아는 옆 나라인 이토니아와 기나긴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200년 동안이나 지속하여 온 전쟁이었지.

나 역시도 기사가 되고 나서는 대부분 시간을 최전방에서 보내야 했어. 이토니아 군과 싸워서 이기고 또 지기도 하고. 검에 묻은 피를 지울 새도 없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럼 그 전쟁은 결국 어떻게 되었는데?”

“끝나 버렸다. 그건 플로네시아의 의지도, 그렇다고 이토니아의 의지도 아니었다. 전쟁을 끝내려는 의도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고 해야겠지.”

마을 안쪽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은 이윽고 모루와 화덕이 있는 집을 발견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지만, 모루와 화덕이 있다는 것은 그곳이 대장장이의 집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저곳이라면 네가 쓸 수 있을 만한 무기가 있을 것도 같은데?”

“칼이 있긴 있어도 대부분 부엌칼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

두 사람은 대장장이의 집으로 보이는 곳의 마당에 들어섰다.

모루와 화덕은 집의 바깥벽에 설치돼 있었으며, 집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데스티나는 말을 이었다.

“너무 길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마법사들은 사람이 아니라 시체를 병사로 부리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서 고위 마법사들이 모여서 거대한 시체 군단을 이끄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지.”

“위험한 생각이었네. 그런 계획들이 잘될 리가 없는데 말이야.”

“맞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시체 군단들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사들이 그러한 부작용을 알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체에 공격당한 사람들은 그 자신들도 감염되어 움직이는 시체가 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좀비들이 들끓게 된 이 상황이 오히려 전쟁을 끝나게 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지.”

두 사람은 이야기하면서 집의 문 앞에 섰다.

주환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내자 데스티나가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환은 심호흡을 한 뒤에 문을 손으로 살짝 밀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주환은 잽싸게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어두웠으며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주환은 총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집 안을 샅샅이 훑어 나갔다.

“최소한 부엌칼만 만들면서 지내지는 않은 모양인데.”

주환은 벽에 걸려 있는 검들을 보면서 데스티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곳에 살던 대장장이는 군대에서도 일을 받은 듯 병사들이 사용하는 검들이 벽에 진열되어 있었다.

데스티나는 그것 중 하나를 꺼내 살펴보았다.

질이 좋지는 않지만 쓸 만한 수준의 검이었다.

“이 중에서 괜찮은 걸로 골라 봐야겠는걸.”

데스티나는 걸려 있는 검 중에서 가장 질이 좋아 보이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주환은 허기를 느꼈다.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지 꽤 되었네.’

주환은 부엌으로 보이는 곳으로 간 뒤 먹을 수 있어 보이는 것들을 찾아 보았다.

다행히도 부엌에는 음식이 남아 있었다.

주환은 바구니에는 담겨 있는 빵을 집어 들었다.

그가 빵을 집어 들었을 때 상한 냄새가 확 하고 그의 코를 괴롭혔다.

‘이건 먹을 수가 없겠네. 배가 고프더라도 상한 것을 잘못 먹고 병이 났다가는 데스티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

주환은 어쩔 수 없이 상한 빵을 제자리에 둘 수밖에 없었다.

데스티나가 검을 찾는 사이에 주환은 다른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 주변을 더 뒤져 보았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위쪽 다락방으로 통하는 작은 계단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끼익.

주환이 계단에 발을 대자 나무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환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타고 다락 쪽으로 올라갔다.

아래층도 어두웠지만, 다락 위쪽은 더욱더 어두웠다.

벽에 작은 창문이 있긴 했지만, 그 빛으로 다락방을 환하게 비추어 주기는 역부족이었다.

주환은 손전등을 꺼낸 뒤 돌격 소총의 아래쪽에 장착했다.

딸칵.

버튼 누르는 소리와 함께 빛이 어둠 속을 갈랐다.

‘여기도 뭐 별것 없는 것 같은데.’

그의 생각대로 다락에는 잡동사니들만이 가득했다.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면서 다락을 살피고 있을 때.

후둑.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주환의 귓가를 때렸다.

철컥!

주환은 총구의 방향을 바꾸었다.

돌격 소총에 장착된 손전등의 환한 빛이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쏘고 있었지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없었다.

“위에 뭔가 있나?”

아래쪽에서 데스티나가 주환을 향해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 역시 다락 쪽에서 난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무슨 소음이 들렸어. 뭐 때문에 난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주환은 자신의 어깨 쪽이 점차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야…….’

주환은 한쪽 손을 들어서 자신의 어깨를 만졌다.

끈적.

마치 묽은 슬라임 젤리처럼 보이는 끈적한 액체가 위쪽에서 떨어져 주환의 어깨를 적시고 있는 듯했다.

투명하면서도 기분 나쁜 액체.

주환은 마른침을 삼켰다.

‘위에 무언가가 있어…….’

주환은 온몸을 긴장시키며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지금 뭐가 그를 노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빠르게 대응할 준비를 했다.

어둠 속에서 주환은 그의 머리 위쪽에 있는 존재의 기척을 점차 선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마치 눈치싸움과도 같은 적막한 침묵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주환이었다.

주환은 번개같이 몸을 낮추며 총구를 위쪽으로 겨누었다.

높지 않은 다락방의 천장을 노리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그러자 손전등의 빛이 다락방의 천장 쪽을 비추었다.

빛이 천장에 닿는 순간 그곳에 있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장에는 누군가가 거미처럼 거꾸로 매달려 주환을 내려다보고 있다.

누가 봐도 인간이라 생각할 수 없는 신체와 상어 이빨.

그 이빨의 틈새 사이로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침이 주환의 어깨에 떨어졌던 것이다.

주환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당!

주환이 발사한 탄환이 괴물을 향해서 쏟아졌다.

그러나.

샤삭!

그가 방아쇠를 당긴 순간 뭔가 위험을 느낀 것인지 괴물은 천장에 매달린 채로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괴물은 손전등의 빛을 벗어나 삽시간에 어둠 속으로 숨어 버렸다.

“이런!”

주환은 자신이 그 괴물을 맞히지 못했음을 느꼈다.

우당탕!

그 발포음을 들은 데스티나가 다급히 다락의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다.

“주환, 무슨 일인가!”

데스티나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주환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적이야! 올라오지 마!”

어둠 속에서 잘못 발사하면 데스티나를 맞힐 수도 있었기에 주환은 데스티나가 올라오지 못하게끔 한 것이다.

타닥.

그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뭔가 다락의 바닥으로 내려서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환은 재빨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손전등의 빛이 비치자 괴물의 모습이 살짝 비쳤다.

스륵.

그러나 괴물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랐기에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괴물의 잔상뿐이었다.

그리고.

슉!

어느새 괴물은 주환의 앞에 번개처럼 등장했다.

주환은 바로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괴물의 행동이 더 빨랐다.

푹!

괴물은 손을 뻗어 주환의 복부를 찔렀다.

괴물의 손끝에는 마치 날카로운 칼과 같은 손톱이 달려 있었다.

놈이 가진 힘이라면 인간 정도는 손톱으로 가볍게 관통하는 것이 가능했다.

드득.

하지만 괴물의 손톱은 주환을 관통하지 못했다.

주환이 입고 있는 플레이트 캐리어 방탄복 안에는 고속탄조차 막을 수 있는 강화 플레이트가 삽입되어 있었다.

그 플레이트는 날붙이로 뚫는 게 불가능한 강도였다.

손톱이 플레이트를 뚫지 못했지만, 충격은 있었기에 주환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괴물은 그가 물러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놈은 비틀거리는 주환을 향해서 드롭킥을 날렸다.

쾅!

주환의 몸은 엄청난 충격 때문에 뒤로 날아갔다.

어찌나 그 충격이 컸는지 뒤로 날아가던 그의 몸은 다락방의 창문에 부딪혔으며 그 창문을 박살 내며 밖으로 튕겨져 나갈 수준이었다.

“으악!”

주환은 비명을 지르며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는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에 간신히 낙법을 이용해 몸을 굴렸다.

“으윽.”

낙법으로 몸을 보호했지만, 바닥에 떨어진 그의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그가 밖으로 떨어지자 1층의 문이 벌컥 열리며 데스티나가 뛰어나왔다.

“주환!”

“데스티나! 빨리 이쪽으로 와!”

데스티나에게 외치는 주환의 손에는 수류탄이 들려 있었다.

주환은 곧바로 수류탄의 핀을 뽑았다.

그는 괴물이 다락방의 창문을 나오기 전에 그 안에 수류탄을 던져 넣을 생각이었다.

주환은 겨우 몸을 일으키며 수류탄을 던지려고 했다.

욱신!

그때, 주환은 팔에 통증을 느끼며 들고 있던 수류탄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툭.

떨어진 수류탄은 달려오는 데스티나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데스티나는 자신을 향해 굴러오는 수류탄을 발견했다.

혼비백산한 주환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데스티나! 그걸 집 쪽으로 차!”

주환의 외침에 데스티나는 반사적으로 그 수류탄을 집 쪽으로 걷어찼다.

그녀에게 차인 수류탄이 열려 있는 1층의 문 안으로 쏙 들어갔다.

콰쾅!

집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수류탄이 바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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