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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2화 (2/182)

2화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차원의 문을 통과한 주환은 갑작스럽게 눈을 비추는 빛에 놀라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뛸 수 없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방금까지 어두운 밤거리를 질주하던 그였기에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밝은 빛은 그의 눈을 시리게 만들었다.

‘이러다가 좀비들에게 잡히겠어!’

두려움을 느끼며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다. 마치 잠에서 방금 일어난 사람처럼 눈앞이 뿌연 것을 느꼈다.

휙.

주환은 황급히 뒤쪽으로 몸을 돌리며 돌격 소총을 겨누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어느 새인지 자신을 쫓아오고 있던 좀비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음을 깨달았다.

‘놈들이 사라진 건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기에 주환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눈을 비비자 그제야 주변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맑고 청명한 하늘.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발아래에서 하늘하늘거리면서 흔들리고 있는 풀들.

사람의 마음에 안정감을 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산뜻한 풍경이 그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게 뭐야?”

주환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갑작스럽게 바뀐 주변 환경에 압도되어 다시금 자신의 눈을 비볐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가 있는 곳은 어느 숲속의 야트막한 언덕이었다.

‘방금까지 밤의 도시를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낮의 숲속 언덕으로 이동했단 말이야?’

주환은 곧바로 자신이 통과했던 차원의 문을 다시 찾으려 했지만, 그 차원의 문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주환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 내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대체 그 빛은 뭐였지? 영화에서나 보던 공간 이동인 건가?’

자신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의문점을 풀어 나가던 주환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공간 이동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거야?’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어 하던 주환은 우선 심호흡을 했다.

‘그렇게 치면 좀비도 말이 될 리가 없지. 그리고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야.’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려 노력하자 주환은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갈 수 있었다.

‘그 빛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그 빛이 사라지면서 좀비들이 나를 쫓아올 방법이 없어진 모양인데.’

그때 주환은 자신의 손목에서 익숙지 않은 묵직함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확인했다.

그의 손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계가 감겨 있다.

“이건 뭐야?”

시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몸통에는 시간을 표시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기이한 물건.

그는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던 기억이 없었다.

‘대체 언제 이런 게…….’

주환이 그 정체 모를 시계를 확인하려고 할 때.

그는 뭔가 움직이는 소리를 포착해 냈다.

주환은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몸을 돌린 뒤 자세를 낮추었다.

그는 천천히 소리가 난 쪽으로 이동했다.

소리가 난 곳은 언덕의 아래쪽.

그는 멀리 언덕 아래의 풀밭에서 움직이고 있는 십 수개의 점을 포착했다.

주환은 그 점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인가?’

가장 앞에 달리고 있는 인물이 뒤에서 달려오는 십 수 명에게 쫓기고 있는 모양새.

주환은 소총에 달린 고배율 스코프를 통해서 상황 파악에 나섰다.

스코프에 눈을 대자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추격자들의 움직임은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옷차림도 뭔가 다르다.

그의 눈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모습.

그것들은 바로 살아 있는 시체, ‘좀비’였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이곳까지 좀비들의 마수가 뻗친 건가?”

쫓기고 있는 쪽도 지치는지 자리에 멈추어 선다.

스코프로 그 모습을 확인한 주환은 깜짝 놀랐다.

쫓기는 이는 여성이었는데 그 옷차림이 주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금발을 질끈 묵고 있었으며 중세 시대의 기사들이 입을 법한 갑옷을 입고 있다.

좀비들에게서 도망치고 있던 여기사는 갑옷의 무게 때문에 지치는지 곧 달리던 것을 멈추었다.

스릉.

여기사는 차고 있던 검을 뽑은 다음 쫓아오던 좀비들에게 맞섰다.

“덤벼라!”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알았는지 여기사는 좀비들을 향해 소리쳤다.

“캬악!”

그와 동시에 좀비들이 단숨에 여기사에게로 달려들었다.

좀비 한 마리가 달려들자 여기사는 검을 들어서 멋지게 좀비를 베어 넘긴다.

다음으로 달려드는 좀비들까지도 그녀는 무리 없이 베어서 쓰러뜨렸다.

‘대단해. 한 번에 한 놈씩 베어 넘기고 있어.’

주환은 데스티나의 솜씨에 감탄했다.

그러나 좀비들의 숫자는 많았다.

아무리 강자라고 해도 에워싸이면 불리해지기에 주환은 그녀를 돕기 위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는 여기사를 돕기 위해서 신중하게 좀비들을 조준했다.

그동안 여기사는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다음 좀비들을 베어 넘겼다.

그때.

팅!

여기사가 한 좀비의 몸에 검을 박아넣는 순간 검이 두 동강이 나면서 부러지고 말았다.

아무리 몸이 썩은 좀비라도 뼈는 단단했기에 계속해서 상대의 뼈를 베며 혹사당한 검이 그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검이 부러지자 당황한 여기사의 움직임이 잠시 멎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좀비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쿠와왁!”

그녀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좀비가 여기사를 덮치기 위해 위쪽으로 뛰었다.

탕!

그때, 주환의 돌격 소총이 불을 내뿜었다.

총구가 불을 내뿜음과 동시에 여기사에게 달려들던 좀비는 마치 걷어차인 공처럼 한쪽으로 튕기며 데굴데굴 굴러갔다.

부르르.

탄환에 명중한 좀비는 바닥에서 부르르 떨다가 곧 움직임이 멎었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총을 발사한 주환 쪽으로 향했다.

“캬아악!”

자신의 동족이 당한 것을 본 좀비들은 마치 합창을 하듯 주환을 향해서 울부짖었다.

그리고 좀비들은 여기사를 놓아 두고 주환 쪽을 향해서 단숨에 언덕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좀비들의 괴성이 주환의 귀를 때렸다.

그렇지만 주환은 당황하지 않으며 연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크와악!”

주환이 방아쇠를 당기자 언덕의 위쪽으로 올라오던 좀비들이 점차 한 마리씩 바닥으로 쓰러졌다.

바닥으로 쓰러진 좀비들은 데굴데굴 굴러 언덕의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동족이 쓰러졌지만, 좀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언덕을 올라갔다.

좀비에게 죽음의 공포 따위는 없는 법.

좀비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며 주환을 사방에서 조여오자 그는 연사 모드로 전환했다.

투다다다다!

주환은 여기사를 맞히지 않도록 신경 쓰며 올라오는 좀비들에게 돌격 소총을 갈겼다.

그가 화력으로 밀어붙이자 올라오는 좀비들이 우후죽순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탄창 속의 총알들은 금세 자리를 비워 버렸다.

탄창이 다 비워지자 곧바로 탄창을 교환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좀비들을 겨누려고 했을 때.

타닷!

그에게 가깝게 접근한 좀비 한 마리가 위쪽으로 떠오르며 그를 붙잡으려 했다.

주환은 곧바로 그에 대응하려 했다.

위잉.

그 순간, 그의 팔에 있던 그 정체불명의 시계가 주황색의 빛을 발했다.

그와 동시에 주환은 갑자기 좀비의 움직임이 정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야?”

주환은 좀비가 정지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좀비는 아주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설마 지금 시간이 느리게 가고 있는 건가?’

그렇게 몇 초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갑자기 시계의 빛이 사라지며 좀비가 다시 원래의 속도로 움직였다.

시간이 느려진 것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은 주환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었다.

주환은 달려드는 좀비를 피해 낸 뒤 바로 돌격 소총 개머리판을 휘둘렀다.

퍽!

얼굴 뼈가 박살 나는 느낌이 그의 손에 그대로 전달되며 좀비가 한쪽으로 쓰러졌다.

‘방금 대체 뭐였지?’

주환은 시간이 느리게 가던 그 기묘한 감각에 의문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곱씹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남은 좀비들이 여전히 주환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환은 옆에서 달려드는 다른 좀비에게 대응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는 돌격 소총을 창처럼 잡고 달려드는 좀비에게 찔렀다.

푹!

그의 총구 쪽이 좀비의 목을 찌르자 좀비는 충격 때문에 뒤쪽으로 물러났다.

주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격 자세를 잡은 뒤 좀비의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을 맞은 좀비는 뒤쪽으로 넘어졌다.

‘아직 마지막 좀비가 남았어!’

주환은 바로 다음 좀비에 대응하려고 했다.

다른 방향에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포착했다.

그와 동시에 주환은 그 좀비의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또 다른 그림자를 보았다.

그것은 바로 좀비를 상대하고 있던 그 여기사.

그녀는 좀비의 뒤를 따라잡은 뒤 부러진 검의 나머지 부분을 휘둘렀다.

주환이 보고 감탄했던 그 날렵한 솜씨는 여전했다.

투둑.

부러진 검의 나머지 부분을 휘두른 것이었지만 그 날은 좀비의 등을 통과하여 심장을 꿰뚫었다.

심장을 관통당하자 좀비는 몸을 부르르 떨며 앞쪽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좀비가 쓰러지자 그 등을 관통한 검이 마치 묘비처럼 바닥에 세워졌다.

좀비가 쓰러지면서 가려져 있던 여기사의 모습이 주환의 눈에 온전히 들어왔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며 입고 있는 옷의 이곳저곳이 피와 좀비의 체액으로 얼룩져 있기는 했지만 그녀가 가진 수려한 외모까지 가려지지는 않았다.

“하아. 하아.”

마지막 좀비를 쓰러뜨린 여기사가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환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여기사가 좀비의 등에 박혀 있는 부러진 검을 뽑았다.

그리고 주환 쪽으로 그 검의 끝을 겨누었다.

“너는…… 누구냐!”

여기사가 서슬 퍼런 목소리로 외치자 주환은 우선 한 손을 들어 여기사를 향해 손바닥을 폈다.

그것은 그가 공격하거나 위협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의사 표시였다.

“이봐. 진정해.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니야.”

주환은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상대 쪽에서는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었다.

주환은 문득 자신이 그녀의 말을 무리 없이 알아듣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 모양을 보았을 때 그녀가 주환과 같은 문화권의 언어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 주환은 그도 모르는 모종의 방법을 통해 그녀가 하는 말을 저절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주환은 문득 자신의 팔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정체를 밝혀라!”

여기사가 소리친 순간 시계의 화면에서 마치 심전도를 연상케 하는 파형이 움직였다.

‘설마 이 시계가 번역기의 역할까지 하는 건가?’

주환은 그 시계의 역할을 본능에 따라 파악해 나갔다.

‘내가 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저쪽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도 있나?’

주환은 그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봐. 당신. 지금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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