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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32화 (132/132)
  • 〈 132화 〉 옛 친구를 만나다.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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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 한 배우도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 다시 양산으로 내려갈 텐가?”

    “그래야겠지요. 그렇지만 감독님께서 부르시면 언제든지 달려오겠습니다.”

    “다른 작품으로 부르기 전에도 와야지. 후시녹음을 해야 할 부분도 약간 있을 테고. 그리고 아직 정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지만, 무대 인사 일정도 소화해야 하니까.”

    “당연하죠. 언제든지 불러만 주십시오.”

    드디어 ‘도시의 하이에나’ 크랭크업이다.

    황우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모두 서로 손을 맞잡고 그동안의 고생에 대해 치하하면서 환호했다.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과의 인사를 마치고, 황우 감독님을 비롯한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드렸다.

    “언제 내려갈 생각이야?”

    “딱히 서울에서 할 일이 없으니, 동생만 만나고 바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회사는 가보지 않고?”

    “월급쟁이도 아닌데 회사는 뭐하려고 가요. 가봐야 직원들 귀찮게만 할 뿐인데요.”

    “예담기획 대표님이, 자네 장인어른 되신다면서?”

    “가봐야 얼굴 뵙고 이야기할 시간도 없어요. 회사에 계시지 않을 수도 있고요.”

    감독님께 인사를 마치고 나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태식이 형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런데 형, 같이 안 갔어?”

    “응, 오늘은 너한테 기필코 밥을 사려고.”

    “그동안 이자가 불어서, 한 그릇으로 안 되는데?”

    “그럼 몇 그릇이든지 배부를 때까지 먹어. 어디서 만나서 먹을래?”

    “만나긴 뭘 어디서 만나. 승합차도 이미 출발했는데.”

    “조금 내려가면 버스 정류장 있잖아.”

    “사람들은 속에 없는 말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거든. 말도 되지 않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타기나 해.”

    괜히 내 차에 타고 가기 미안하니 말로는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했지만, 어디 속마음이야 그럴 리가 있겠는가?

    “어딜 가려고?”

    “우리 집.”

    “집에? 뭐 가지고 갈 거라도 있어?”

    “우리 집 냉동실에 삼겹살 잔뜩 있거든. 그러니 오늘은 그거 구워서 삼겹살로 배를 채우고, 다음에 날 만나러 올 때 삼겹살 잔뜩 사서 와.”

    “나 오늘 돈 있다니까? 어제 출연료 정산 받았거든.”

    “형, 내가 형한테 밥 얻어먹으면, 엄청 기분 좋을 것 같지?”

    “밥 한 그릇에 기분 좋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어? 그냥 같이 밥 먹으면서 친해지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밥을 누가 사든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양산 집은 형도 불편하다고 하고, 예나도 불편해할까 봐 집에 가자고 더 강요하지 못했지만, 여기 서울 집은 그렇게 불편해할 일도 없으니 가자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태식이 형이 예나를 욕하거나 할 사람은 아니다.

    예나가 남자가 가까이 다가서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끔찍해 하는지는 이미 이 바닥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태식이 형으로서는, 예나가 집에 남자를 들인다는 것은 기대는커녕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지수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부터 외롭게 자라다가 보니, 집에 사람이 와서 북적거리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덕분에 미정 누나와 지민 누나뿐 아니라 상호도, 가족처럼 마음 편하게 한집에서 지낼 수 있고 말이다.

    “여동생도 집에 있다면서?”

    “걔는 열한 시 가까이 되어야 집에 돌아오고, 어차피 누나들하고 상호도 같이 살거든.”

    “정말이야? 한집에서 산다고?”

    태식이 형은 미정 누나와 지민 누나 그리고 상호까지 한집에서 산다고 하니, 그게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넷은 집으로 향했고, 가지고 온 짐을 정리한 후에 마당에 모두 모였다.

    “상추는 내가 씻을 테니까, 누나들은 상호나 거들어줘.”

    “불판만 올리면 되는데, 거들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러니 그냥 나와.”

    “됐어. 지난번에도 깨끗하게 씻지 않아서, 벌레 먹을 뻔했었잖아.”

    “이제 그러지 않는다니까.”

    지난번 그 일을 생각하니, 또다시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그날 불이 밝았으니 망정이지, 자칫했으면 벌레를 씹어 먹을 뻔했었다.

    그 일이 떠오르니 아무리 귀찮아도 상추를 씻는 일만큼은, 누나들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상추를 한 장 한 장 깨끗하게 씻어 채반에 담아 식탁으로 가져가니, 불판 위에서는 벌써 삼겹살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오늘 건배사는 손님인 형이 해봐.”

    “뭐? 나보고 건배사를 하라고? 원래 건배사는 주인이 하는 거잖아?”

    “아~ 이 형은 다 좋은데, 밥상을 차려줘도 떠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단 말이야. 그런 성격으로 지금까지 어떻게 버틴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거든.”

    결국 한 차례 더 등을 떠밀자, 태식이 형은 ‘반갑습니다. 건배!’라는 짧은 말로 건배사를 대신했고, 우리는 모두 맥주 캔을 서로 부딪치면서, 맥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시원한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이젠 정말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원하니 죽여준다. 그런데 이런 자리가 자주 있어?”

    “작품 없으면 나도 형처럼 백수잖아.”

    “난 백수 아니거든. 1년에 한 달도 채 쉬지 못하는데.”

    하긴 태식이 형만큼, 현장을 자주 뛰는 스턴트 배우도 드물긴 했다.

    잘생긴 얼굴이라고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태식이 형의 얼굴은 개성이 넘치는 그런 얼굴이었다.

    뿐만 아니라 비록 짧은 대사지만 대사를 칠 때는, 여느 배우 못지않은 맛깔이 있는 그런 대사를 쳐주니, 감독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스턴트 배우들의 일거리가 고정적이지도 않고, 상대적으로 보수가 열악한 탓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태식이 형 같은 경우는, 다른 스턴트 배우들보다는 수입이 나은 편이지만, 수입 대부분을 몇 년째 입원해계신 아버지 병원비를 감당하기 바쁜 것으로 알고 있다.

    “누나들은 어쩔래?”

    “어쩌긴 뭘 어째?”

    “오랜만에 서울에 왔으니, 며칠 있다가 가고 싶으면 서울에서 며칠 지내다가 내려오라고,”

    “나는 같이 내려갈 거야. 이제 서울은 갑갑해서 못 살겠더라.”

    “클럽 한 판 안 뛰고 내려가면, 나중에 억울하지 않겠어?”

    “이젠 나도 늙었는지, 딱히 클럽 가도 재미도 없어.”

    몇 달 양산에서 살다보니, 서울이 갑갑하긴 누나들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래서 내일 바로 양산으로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나중에 시간 되면, 양산으로 놀러 내려오슈.”

    “알았어. 조심해서 내려가고, 도착하면 전화나 해.”

    지수가 학교에 가는 것을 보고, 느지막하게 잠에서 깬 선수들과 함께 서울 집에서 출발해서 양산으로 향했다.

    “형, 오늘은 집에 계실 거죠?”

    “응, 그러니 가서 푹 쉬어.”

    양산 집에 도착해서, 상호와 누나들이 출발하는 것을 보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촬영은 잘 끝났어?”

    “어제 얘기했잖아.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고. 그런데 혼자 심심하지 않았어?”

    “심심할 일이 뭐가 있어서. 옆 동에 향기 엄마 알지?”

    “응. 그 양반이 왜?”

    “나 향기 엄마하고, 향기 학교에도 갔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향기 학교에서 바자회 행사를 하는데, 같이 가보자고 해서.”

    “그런 델 혼자 갔었다는 말이야?”

    “응, 엄청 재미있던데? 사람들도 착하고.”

    예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 사람 저 사람 이렇게 어울려서 지냈겠지만, 배우 생활을 시작한 후엔 친구조차 없이 살아왔었던 사람이 예나였다.

    거기에 예전의 그 나쁜 기억 때문에, 아예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겁을 냈던 사람이 예나였다.

    그러니 옆 동에 산다는 향기 엄마라는 분과 다른 학부모들과 어울린 경험은, 예나에게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예나의 말에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예나에게 이런 자연스러운 경험은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서서히 가슴 속에 쌓은 벽을 허물게 되면, 언젠가 예나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예나의 삶이, 조금 더 알차고 행복하게 될 것이다.

    “자기 피곤하지 않아?”

    “어젯밤에 맥주 한 캔 마시고 푹 잤잖아.”

    “그럼 나도 같이 갈까?”

    “궁금하면 그러든지.”

    상호에게야 집에서 쉴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촬영하는 사이에 오픈한 ‘공간 예담’은, 겉으론 양산지역에 영화예술문화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단체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내 정치적 기반조성을 위한 것이고, 얼마 전 예나의 방문 덕분에 사람들이 엄청 몰렸다니 집에서 쉴 수는 없었다.

    “어서....... 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로 들어가니, 직원인지 아가씨 한 사람이 우릴 맞이했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우리 부부를 보고 인사를 하다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예, 아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어요?”

    “아뇨. 혹시 예전 어릴 적에, 등기소 쪽에 살지 않았어요?”

    “맞아요. 혹시 절 알아요?”

    “나 미희야.”

    “응? 미희? 우리 옆 골목에 살던?”

    “그래. 결혼하고 양산으로 내려왔다기에, 혹시 했더니 역시 강수 네가 맞았구나.”

    “그런데 여긴 어떻게?”

    “여기 대표님하고 이야기해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어.”

    “웬 자원봉사? 월급도 안 준다고 그래?”

    “자원봉사를 하는데 무슨 월급을 줘. 물론 우리 동네와는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우리가 사는 양산을 위해서 만든 곳인데.”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초등학교 때 양산을 떠났기에, 양산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30년 전에 헤어진 친구를, 누가 기억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양산의 외곽인 물금까지 찾아와서 자원봉사를 하는, 30년 만에 만난 옛 친구를 보면 정말 세상이 좁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당신 여기 이 친구 하고 인사해. 예전 어릴 때 같은 동네, 그러니까 우리 집 옆 골목에 살았던 친구야.”

    우선 예나와 미희 서로에게 인사를 하게 했고, 나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미희를 데리고 ‘공간 예담’의 대표인 진수 방으로 올라갔다.

    “응, 왔어? 어! 미희 씨는 웬일이십니까?”

    “인간아~ 인간아~”

    “지랄! 만나자 마자....... 그리고 여기 우리 둘만 있는 것도 아니거든.”

    “인마, 넌 어떻게 된 인간이,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서 돈도 안 주고 시키나?”

    “강수야, 그게 아니라니까.......”

    내 말에, 진수는 진수대로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황당한 표정이었고, 미희는 돈 이야기가 나오니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 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했다.

    미희가 내 옛 고향 친구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만약 다른 사람에게도 자원봉사란 핑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뒷말이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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