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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28화 (128/132)

〈 128화 〉 부산 로케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오빠가 사요?”

“아니, 황우 감독님이 사실 건데.”

“예? 감독님께서 저희에게요? 왜요?”

“너희한테만 사시는 것 아니야. 오늘 촬영이 무사히 끝이 났으니, 스태프들 모여서 밥이나 한 끼 하자는 거지.”

“그런 장소에 저희가 같이 가도 괜찮아요?”

“감독님께서 데려오라고 하시더라.”

회식이라고 해봐야 별 대수로운 자리도 아니었다.

오늘 촬영할 분량이 끝났고 예상보다 시간이 단축되었으니, 저녁을 같이 먹는 통상적인 경우일 뿐이다.

예나와 함께 영화동아리 ‘장산곶매’ 회원들을 데리고, 오늘 회식장소인 학교 부근의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어서 와.”

“뭐 한다고 나와 있어요?”

“너한테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아이고, 형.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었으면, 형은 가만히 있었겠어요?”

“그럴 수는 없지. 그런 상황이고 정말 재수가 없었더라면, 박이 터질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그러니까요. 형이 운이 좋았던 것뿐이거든요. 솔직히 제가 조금만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더라면, 저도 대책이 없었을 거고요.”

“그러니까 고맙지. 감독님께는 말씀드렸으니까 같이 가자.”

“가긴 어딜 가요?”

“나야 별 볼 일 없는 스턴트맨이지만, 넌 항상 바쁘잖아. 그러니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내가 너한테 고맙다고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

“됐어요. 어차피 여기서 삼겹살 먹는 것이나, 나가서 삼겹살 먹는 것이 뭐가 다르다고.”

“삼겹살은 무슨 삼겹살! 소고기 사줄 거라니까. 그러니까 서 배우님하고 같이 나가자.”

태식이 형 마음이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바위공원에서 있었던 일이, 따로 밥까지 얻어먹을 일은 아니다.

태식이 형에게 한 말처럼, 그런 상황이었다면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태식이 형 역시, 마찬가지로 행동했을 것이다.

물론 태식이 형은 나하고는 달리, 몸을 쓰는 것만으로 먹고사는 처지다.

그러니 만약 아까 거기서 중상이라도 입었다면, 생계에 큰 곤란을 겪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걸 빌미로, 태식이 형에게 뭔가 요구한다는 것은 내 체질도 아니고 또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 옛말에 ‘손녀 보X에 밥풀 떼어 먹는다.’ 또는 ‘문둥이 콧구멍에서 마늘 빼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아까 그 일을 핑계로 태식이 형에게 고기를 얻어먹는다면, 내가 그런 염치도 없는 놈이 될뿐더러 상대로부터 소중한 것을 빼앗는 나쁜 놈이 되는 것이다.

내나 소고기를 먹거나 주변 사람에게 사주는 것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별 대수로울 것 없는 일이다.

하지만 스턴트 배우인 태식이 형의 형편에, 남에게 소고기를 사주는 일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엄청난 일이다.

“형.”

“응?”

“내가 투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알아요?”

“다 그렇게 부르지 않았어?”

“아냐, 그건 형이 잘못 알고 있는 거야.”

“그럼?”

“내가 투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딱 둘 뿐이야.”

“그럼?”

“그냥 선배지. 물론 투에서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성질이 못돼먹어서, 아무나 나이만 많다고 형이라는 소리를 잘하진 못해. 그냥 저 사람이면 형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싶어야지, 형이라고 부르는 거지.”

100% 사실이다.

내가 전생을 살았던 이유로, 아니면 나이 때문에 형이라는 소리를 하길 꺼려하는 것이 아니다.

전생에서 인간에게 배신을 당해봤기에, 이번 생에서는 처음부터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은 거르자는 생각에서, 거리를 두기 위해서 이러는 것이다.

내가 곁을 줄 사람에게 형이라고 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선배라고 부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대부분은 태식이 형처럼 그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아무튼 형 오늘 밤에 특별한 일은 없죠?”

“이제 밥이나 먹고 숙소에 가서 자는 일 말고는 없지. 내일은 저녁에 부두서 찍는 신 말고는 없잖아.”

“그럼 조감독님한테 이야기하고, 저녁이나 먹고 둘이 커피나 마시러 갑시다.”

“커피?”

“그냥 형하고 따로 커피를 마셔본 적도 없어서 그래요.”

“알았다. 그럼 커피는 내가 살게.”

그렇게 태식이 형하고, 대충 이야기를 정리했다.

커피라도 사게 해서 태식이 형이 가지는 부담을 덜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를 조금은 더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생길 테니까.

“둘이 소고기 먹으러 간다더니, 아직 안 갔어?”

“감독님, 제가 예나한테 쫓겨나는 것을 보고 싶으세요?”

“왜? 태식이가 우리 서 배우한테까지 소고기 살 돈은 부족하다고 해?”

태식이 형하고 내가 방으로 들어가니, 테이블 중간에 앉아 있던 황우 감독님께서 빙글거리신다.

“한 배우.”

“예.”

“쟤들에게 카메라 한 대를 선물하면, 나중에 제대로 영화를 찍을 애들이 맞아?”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한테 쓰지 않는 구닥다리 카메라가 한 대 있거든. 그런데 버리긴 아깝고, 그렇다고 중고시장에 내놔봐야 몇 푼 받지도 못하고 그래서.”

“감독님께서 사용하셨던 카메라라면, 저 친구들에겐 엄청 도움이 될 것이고 또 영광으로 생각할 겁니다.”

“영광은 무슨. 그럼 나 한 배우 말을 믿고, 저 친구들에게 카메라 준다.”

“나중에 제가 감독님께, 거하게 술 한 잔 대접해 올리겠습니다.”

황우 감독님께서, 은교에게 엄청 호감을 느끼신 모양이다.

자기가 사용하던 장비를, 그것도 감독이 카메라를 누군가에게 주겠다는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저런 마음까지 먹은 것을 보면 말이다.

어떻게 잘 되면 은교가 황우 감독님 밑으로 들어가서 영화를 배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그런 일에 내가 가타부타 입을 댈 일도 없었다.

판단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고, 그 결과 또한 두 사람의 몫이니까.

“그럼 들어가세요. 내일 저녁에 뵙겠습니다.”

“그래, 한 배우도 수고했고, 서 배우님도 고생했어요.”

“예. 감독님 들어가세요.”

그렇게 황우 감독님과 촬영감독님 등을 배웅하고, 스태프와 동아리 동생들 모두가 떠나는 것을 확인했다.

“상호 넌 누나들하고 먼저 들어가.”

“형은요?”

“태식이 형하고 셋이서, 커피나 한잔하고 들어갈게.”

예나가 차를 가지고 왔기에, 누나 둘을 상호 편에 먼저 보냈다.

“내가 조수석에 탈게.”

“이따금 느끼는 일이지만, 형은 눈치가 없어.”

“응?”

“부부가 옆에 앉아서 가려는데 눈치도 없이. 그냥 빨리 뒤에 올라타요.”

내가 운전석에 앉고 예나가 조수석에 타려고 하니, 태식이 형은 상석인 뒷좌석에 앉아 가는 것이 불편한 모양이다.

“서 배우님,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리고 강수 씨를 대하는 것처럼, 저도 편하게 대해주세요.”

“제가 감히 어떻게......”

“강수 씨가 형으로 부르는 분이잖아요.”

예나가 몇 번씩이나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말해도, 태식이 형은 예나를 부를 때마다 꼬박꼬박 ‘님’ 자를 붙이고 있었다.

나야 데뷔조차 하기 전부터 봤던 얼굴이지만, 예나는 태식이 형 처지의 스턴트 배우는 우러러볼 수조차 없는 까마득한 존재다.

그러니 태식이 형이 당장 태도를 바꾸긴 힘들 것이다.

“어딜 가려고?”

“해운대요.”

도시고속도로에 차를 올리자, 태식이 형이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서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고 헤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도시고속도로에 차를 올리자 서서히 걱정되는 모양이다.

둘을 태우고 부산서 가장 핫 하다고 알려진, 센텀시티에 있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Pop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여긴.......”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 오는 곳입니다. 여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를 받지 않기도 하고, 또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전망이 좋아서요.”

“이런 곳은.......”

태식이 형의 표정을 보니, 돈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역배우의 삶이라는 것이, 하루 벌어서 하루를 먹고 산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다.

그런 태식이 형으로서는, 지금의 이 분위기가 많이 불편하면서도 걱정되는 장소이기도 할 것이었다.

“형, 솔직히 나 예전부터 형 보면서, 엄청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네가 나한테 고마워할 일이 뭐가 있다고.”

어쩌면 이 양반으로서는, 그게 대수로울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맨 처음 투를 찾아갔을 때, 그곳에도 다른 어떤 곳들처럼 이른바 텃새라는 것이 존재했었다.

그때 내가 그곳에서 적응할 수 있게 말을 걸어주고 챙겨주었던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는 태식이 형이었다.

그랬기에 언젠가 내가 먹고살 만해지면, 이 양반에게 거하게 밥이나 한 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었고, 마침 오늘 그런 일도 있었기에 이렇게 오게 된 것이었다.

“에이~ 그걸 고맙다고 하는 것은 오버다. 어차피 우리 액션스쿨에 배우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자 식구인데, 그러는 것이 당연하지. 그리고 사실 넌 배우고 말고 할 것도 없었잖아.”

“나 처음에 졸라 깨진 것 기억 못 해요?”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체육관에서 배운 것하고 실전 무술하고는 엄연히 차이가 있잖아. 체육관에서야 우리가 액션을 하면서 합을 맞추듯, 미리 짜둔 것으로 대련하는 수준이고, 실전 무술은 목숨 걸고 하는 무술이니,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시간이 흐를수록 태식이 형은 마음이 편해진 것인지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예나도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액션 쪽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기는지 잔뜩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타요.”

“됐어. 난 택시타고 가면 돼.”

“형, 부산 지리를 알기나 해요. 여기서 숙소까지 택시타면, 형 하루 일당 절반은 날아가요.”

가자고 해도 절대 따라오지 않겠지만, 태식이 형을 우리 신혼집에 재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태식이 형보고, 모텔에서 하룻밤을 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숙소로 잡아둔 서면에 태워다주고 가기로 했다.

“사람이 참 착한 것 같네.”

“맞아. 되게 착한 양반이야.”

“저 분하고 가깝게 지내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어?”

“네 말대로 착해서 가깝게 지내게 된 거지. 처음 액션스쿨 갔을 때, 텃새가 제법 심했었거든.”

“자긴 감독님이 보내셔서 간 거잖아. 그런데도 텃새를 부린단 말이야?”

“당시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생짜 신인이었잖아. 그러니 다른 잘 나가는 배우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나 같은 신인에게 푸는 거지.”

당시 나는 장수한 감독님의 ‘네 안의 야수’ 출연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 전제조건이 액션스쿨 투의 훈련을 소화해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액션스쿨 스턴트 배우들이 텃새를 부렸으니, 나로선 진퇴양난의 처지였던 것이다.

그때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이 바로 태식이 형이었고, 그 고마움 때문에 태식이 형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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