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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27화 (127/132)

〈 127화 〉 부산 로케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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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고생하셨습니다.”

“괜찮았어요?”

“예. 정말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서 배우는 괜찮은가요?”

교수님 말씀에 나는 예나를 쳐다보았고, 예나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 촬영을 끝내고 찾아뵙겠습니다.”

내 역할은 영화동아리 ‘장산곶매’ 촬영현장을 구경하다가, 형사가 범인을 덮치기 직전에 실수인 척하면서 형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범인이 무사히 도망치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도망친 범인이 후문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잡아타면, 숨어서 그걸 지켜보던 형사가 택시를 뒤쫓아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것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나 저쪽으로 갈 거야.”

“응, 그럼 나도 따라갈게.”

“넘어진 곳은 괜찮아?”

“응, 당연히 괜찮지.”

그렇게 예나와 함께 강의실을 나섰고, 예나는 건물을 나서자 바로 팔짱을 끼어왔다.

“인마, 학생들 보잖아.”

“피~ 좀 보면 어때? 부부가 그리고 마누라가, 남편 팔짱 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야?”

솔직히 싫다기보다는 부끄러웠다.

이전 삶에서는 내게 여자란 존재가 없었던 것 같았기에, 이렇게 훤한 대낮에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것이 내겐 생경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난 이후에도, 서울에서는 예나 때문에 사람들 시선을 피해 다니느라 외출조차 쉽지 않았다.

예나와 마음 편하게 외출한 기억이라고는, 양산으로 내려와서 아파트 단지와 도로 건너편 하천의 산책로를 손잡고 걸었던 것이 거의 전부였다.

“자기야.”

“응?”

“나도 수능시험 준비를 해볼까?”

“왜? 갑자기 공부하고 싶어졌어?”

“공부하고 싶다기보다는 자기랑 같이 학교에 다녀보고 싶어서. 그래서 다른 CC들처럼 강의가 비는 시간에는 자기랑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또 도시락을 나눠 먹는 것도 해보고.”

“도시락은 누가 싸고?”

“그거야 당연히 자기가 싸야지. 내가 도시락을 싸면 그걸 누가 먹어?”

“이 학교에 연기자 특별전형 같은 것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수능 친다니까. 자긴 날 못 믿어?”

“그런 말이 아니잖아. 이렇게 활동하면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어.”

“수능 치려면 활동은 접고 아예 학원에 등록하든지, 아니면 과외선생님을 찾아서 공부만 해야지,”

이렇게 캠퍼스를 함께 누비다가 보니, 예나 눈에 학생들의 모습이 부러운 모양이었다.

머리가 나빴더라면 배우로서 성공할 수도 없었을 것이니, 예나가 지금부터라도 수능시험을 준비한다면 방법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예나와 나는 한창 촬영에 열심인 ‘장승 터’를 지나쳐서, 내가 촬영을 하게 될 인문대 앞 바위공원으로 향했다.

“언니!”

“인마, 너희 눈에는 나는 아예 보이지도 않지?”

“오빠는 자주 보지만 언니 얼굴은 자주 못 보잖아요.”

예나가 뜨면 아이들은 아예 나는 뒷전이다.

예전에는 내가 말이라도 건넬라치면 묻는 말에 대답조차 잘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내가 그냥 흔하디흔한 동네 오빠 중에서 조금 잘 생긴, 밥이나 잘 사주는 그런 오빠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튼 준비는 잘 돼가고 있어?”

“예. 그냥 여기서 영화를 찍는 것처럼 하면 되잖아요. 지금처럼.”

“영화를 찍는 것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영화를 찍어야지.”

“그거나 이거나 마찬가지죠.”

“아냐, 마음가짐이 달라져. 그리고 그 마음가짐이 표정과 행동으로 그대로 나타나게 되어 있고. 그러니까 영화를 찍는 것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여기서 영화를 찍어야 하는 것이야.”

“알았어요. 오빠는 갈수록 잔소리만 느는 것 같아. 언니 제 말이 맞죠?”

“응, 잔소리가 는다는 것에는 동의, 하지만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말은 오빠 말이 정답이다.”

그렇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놓고, 나와 예나는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오늘 촬영을 구경 온 다른 학생들과 함께, ‘장산곶매’ 멤버들의 준비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 어! 저걸 어째!”

그 순간 작은 나무로 둘러싸인 곳이 소란스러움이 일더니, 잠시 후 그 나무 위로 스턴트 배우가 훌쩍 뛰어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순간 나는 태식이 형이 낙하할 지점을 보고, 깜짝 놀라서 순간적으로 몸을 날렸다.

한 손으로는 바위를 짚고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쭉 뻗어, 태식이 형의 엉덩이를 힘껏 걷어찼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내 발길질에 태식이 형이 땅바닥을 굴렀고, 땅바닥에 굴러 떨어진 태식이 형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태식이 형, 괜찮아요?”

“갑자기 왜?”

“형은 표시해 둔 곳으로 넘지 않고, 왜 엉뚱한 곳으로 넘어왔어요?”

“뭐?”

나는 대답 대신에 조금 전 태식이 형이, 나무를 넘어 착지할 지점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곳은 평평한 바위가 아닌, 부딪치면 어디가 터지든지 아니면 아예 뼈가 부러질, 뾰족한 바위가 있는 곳이었다.

방금 내 발길질에 고통스러워하던 태식이 형은, 그 바위 생긴 모습을 보고 아예 질린 표정이다.

“시파! 오늘 곡소리 날 뻔했네. 그런데 표식을 누가 옮긴 거야?”

“예?”

깜짝 놀라서 원래 넘기로 했던 곳으로 가보았지만, 스태프가 붙여두었다는 표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을 찾아보니, 원래 표식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약간 위로 올라간 곳에 표식이 붙어 있었다.

아마도 지나던 누군가가 장난을 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왜 끊긴 거야?”

“그게.......”

“참, 가지가지 한다. 손대지 말라고 안내문이라도 붙여 뒀어야지.”

“죄송합니다.”

뒤늦게 달려오신 황우 감독님은 촬영이 중단된 이유를 물으셨고, 이곳 장면의 촬영을 책임진 조감독은 난감한 표정으로 황우 감독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태식이 너, 괜찮아?”

“예. 다행히 강수가 이쪽에 있었던 덕분에요.”

“그런데 엉덩짝에 있는 발자국은 웬 발자국이야?”

“제가 떨어지는 순간 강수가 발로 찼거든요. 그때 생긴 발자국입니다.”

아무튼 운이 좋았다.

만약 내가 그 옆에 예나하고 앉아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었더라면, 대형사고가 터질 뻔했던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떨어지면서 낙법을 구사한답시고 굴렀다가는, 자칫 모서리에 찍혀 장 파열이나 아니면 다른 장기가 파손되거나 최악에는 뇌까지 다칠 수도 있다.

그리고 방금 그 장면은 도로를 건너는 장면부터 다시 찍게 되었고, 태식이 형은 표시된 쪽을 넘어 안전하게 흙바닥에 몸을 굴리면서 그 신(scene)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 본격적인 액션 신(scene) 촬영이 이어졌다.

그 때문에 한창 영화를 촬영하던 ‘장산곶매’ 멤버들뿐 아니라, 주변에서 영화촬영을 구경하던 학생들 또한 비명을 질러대면서 바위공원은 완전히 난장판으로 변해 갔다.

엑스트라로 참여하게 된 학생들은 서서히 가장자리로 자리를 옮기거나 바위 공원 바깥으로 도망을 치면서, 형사들과 범인의 격투 신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소품으로 준비한, 이미 고장이 나서 폐기를 앞둔 그러니까 영화동아리 ‘장산곶매’ 회원들이 영화를 찍는 척하던 소품들은, 연달아 소음을 내면서 부서져 가고 있었다.

“그쪽 막아!”

마침내 범인이 또다시 바위 위를 뛰어다니면서 소공원 바깥으로 향했고, 형사 역할의 배우들 또한 미친 듯 범인을 쫓기 시작했다.

“에이! 시팔! 하필이면 그때 택시가........”

“컷! 오케이! 바로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한 배우가 슬며시 몸을 빼는 장면부터 갑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언더커버 형사였다.

그랬기에 오늘 출동한 마약반 형사들 또한, 내가 형사 신분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까지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는, 마약반 형사들이 범인을 쫓다가 놓치는 것까지 확인하고 상선에 보고하는 것이 내가 맡은 역할이었다.

그리고 이런 나를 조직의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을 수도 있었기에, 나는 가능한 한 조용한 가운데서 몸을 빼내야 했다.

“어이~ 거기 학생.”

형사 중 하나가 나를 불렀고, 나는 나를 부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고 그냥 앞을 향해 걸어갔다.

“어이~ 거기 모자 쓴 학생! 잠깐만 거기 서 봐.”

“저요?”

“그래.”

카메라가 내 얼굴을 바짝 당겨서 잡고 있었고, 나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풀고 웃는 낯으로, 나를 부르는 형사를 바라보았다.

“왜요?”

“자네 학생 맞아?”

“학생이지만 복학생인데요? 그런데 왜요?”

“조금 전에 왜 내 다리를 걸었어?”

“아~이~씨! 아재 때문에 내가 다쳤잖아요. 정신이 없어서 아픈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네. 어쩌실 겁니까? 이거 보세요. 아재 때문에 내 정강이 까진 것 안 보여요?”

“그게.......”

“애들 영화 찍는 것 구경하고 있는데 달려와서, 가만히 있는 나를 넘어뜨린 사람이 누군데.......”

다리를 다쳐 쩔뚝거리는 내가 의심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대들 듯 항의했고, 이런 나의 태도에 나를 의심했던 형사가 오히려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미안합니다.”

“미안한 건 좋은데, 이쯤 되면 치료비라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다 찍혔을 텐데.......”

“뭐? 이 학생이 두고 보자 하니까 너무 하네. 우리가 국민들 안전을 위해서 범인을 쫓다가 벌어진 일인데, 그렇게 빡빡하게 굴면 어쩌자는 거야?”

“됐습니다. 무슨 양아치도 아니고.......”

“뭐? 지금 너 뭐라고 했어?”

“됐다고요. 혼잣말도 못 합니까?”

주변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킥킥거리기 시작했고, 학생들 눈 때문에 내게 발이 걸려 넘어진 형사는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면서도 더는 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던 형사에게, 혼잣말을 빙자해서 망신을 주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컷! 오케이!”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스태프들은 장비들과 소품으로 사용했던 폐기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부산대학교에서 찍어야 할 분량은 모두 찍은 것이다.

“한 배우, 어떻게 같이 회식에 갈 테야?”

“여기 정리를 끝내는 것을 보고, 바로 뒤따라가겠습니다.”

“정리야 애들이 할 텐데 자네가 왜?”

“동아리 애들도 있지 않습니까.”

“아 참, 저 친구들에게 같이 가겠느냐고 물어나 봐.”

“예?”

“아까 보니까 제법 진중한 맛이 있더라고. 언젠가 한솥밥을 먹게 될 동료가 될 수도 있으니, 이런 기회에 서로 얼굴을 익혀두는 것도 괜찮잖아.”

“알겠습니다. 무조건 데리고 가겠습니다.”

동아리 동생들이야 회식자리 참석을 거부하진 않을 것이다.

아니 현역에 있는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니, 영화에 관심이 있는 동생들로서는 오히려 환호할 일이었다.

그렇게 감독님은 스태프들과 먼저 철수를 했고, 남은 스태프들과 은교를 위시한 동아리 회원들은 현장 정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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