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26화 (126/132)

〈 126화 〉 부산 로케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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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교수님께서는 잔뜩 들떠 계셨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얼굴이 스크린에 잘 나올까하고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그냥 평소처럼 하시면 됩니다. 내일 촬영 전에, 메이크업 담당자가 얼굴을 봐 드릴 겁니다.”

“그래?”

“정 걱정이 되신다면, 저희 회사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담당자를 따로 부를까요?”

“서울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아닙니다. 집사람하고 저 때문에 양산에 따라 내려와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줘야 하는가?”

“에이~ 교수님도.”

이왕이면 멋있게 보이고 싶으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교수님의 이런 모습을 보니 빙긋이 웃음이 삐져나온다.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강의하시는 모습이, 교수님이 가장 멋있게 보이는 그림이고 구도상 가장 좋다.

그런데 이렇게 잔뜩 들떠 계시니, 촬영에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굳을 수가 있으니, 그게 걱정이다.

“교수님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시고 소매도 반쯤 걷어 올리신 상태에서, 강의하시는 모습이 가장 멋있으십니다.”

“응? 그건 또 무슨 뜻인가?”

“괜히 꾸미지 않으셔도, 교수님은 충분히 멋이 있으신 분이시라고요.”

평소처럼 하시라고 말을 해봐야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기에, 우선 외모에 신경 쓰시는 것부터 단속해볼 생각으로, 그렇게 말씀드렸다.

하지만 교수님의 들뜬 표정은 여전했고, 여차하면 내일 청심환이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한 배우, 어딘가?”

“2층으로 올라오시면, 제가 복도로 나가겠습니다.”

동선을 짜는 일을 대충 마무리 하신 것인지, 황우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난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복도로 나가 황우 감독님을 교수님 방으로 모셨다.

“크게 신경을 쓰실 일은 없습니다. 그냥 평소에 수업하시던 것처럼 똑같이 하시면 됩니다. 괜히 부담을 가지시면 분위기가 딱딱해지고, 그러다가 보면 NG가 나오는 법이거든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강의 장면은 굳이 찍을 이유가 없었지만, 이곳이 대학 캠퍼스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린다는 차원에서 찍기로 했었다.

거기엔 내가 교수님들에게 잘 보이겠다는 사심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었고, 그런 내 제안에 황우 감독님 또한 동의해주신 덕분이다.

이렇게 내일 학교를 배경으로 찍게 될, 세 곳의 촬영준비는 대강 마무리가 되었다.

“강의실이 모두 이렇게 생겼어?”

“아니, 대부분 강의실은 그냥 중고등학교 교실하고 비슷해. 여긴 합반을 하거나 할 때 주로 사용하는 강의실이고.”

“좌석만 아니라면 꼭 영화관 같이 생겼네.”

일반 강의실은 좁다는 이유로 대 강의실에서 찍기로 했고, 대학 강의실을 처음 구경한 예나는 많이 신기해했다.

대 강의실 구조가, 교수님이 서서 강의하시는 교탁과 칠판을 학생들이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조로 되어 있으니, 영화관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그 말이 맞는 말이기도 했다.

“교수님, 제 집사람입니다.”

“그래요. 어서 와요. 결혼식을 하던 날 보고 처음이네요.”

“제가 인사를 드리러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요. 그런 말이 아니었어요. 우리 서예나 배우가 얼마나 바쁜 사람이라는 것이야, 대한민국 사람이 다 아는 데요. 아무튼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그리고 교수님 여기 두 사람은,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누납니다.”

그냥 화면에 제대로 보이게 만들 정도만 가볍게 손봐드릴 예정으로, 누나 둘과 함께 교수님 방을 찾아온 것이다.

“조금 갑갑하시더라도 얼굴 문지르거나 하시진 마세요.”

“한 배우는 또 어디 가려고?”

“영화동아리 ‘장산곶매’하고 대학방송국 애들도, 손을 조금 봐줘야 하거든요.”

원래 이 일은, ‘도시의 하이에나’ 제작사에서 파견 나온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마약반 형사들이 총출동할 뿐 아니라 사복으로 분장한 강력계 형사들까지, 캠퍼스 곳곳에 포진해 있는 그림을 따기로 되어 있다.

덕분에 단역 배우들 얼굴까지 손을 봐야 했고, 메이크업 담당자로선 감당이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제작 PD의 요청을 받아, 누나 둘에게 부탁한 한 것이다.

“선배 오셨어요. 어! 언니!”

영화동아리 ‘장산곶매’로 갔더니, 애들이 예나를 보고선 환호성을 지른다.

심지어 단역 아닌 단역으로 출연하게 될 학생들은, 예나의 실물을 처음 본 탓인지 아예 얼이 빠진 모습이다.

“은교 너부터 앉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은교부터 자리에 앉히고 분장을 시작했다.

미정 누나와 지민 누나가 학생들의 매무새를 손봐주는 가운데서도, 예나는 장산곶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고 있었다.

오늘 처음 예나의 얼굴을 마주한 친구들은, 예나와 ‘누나’ ‘언니’ 하면서 친한 척하는 장산곶매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스탠바이~ 액션!”

슬레이트 소리와 함께, 교단에 서신 교수님께서 강의를 시작하셨다.

청심환까지 드리면서 수차례 평소처럼 강의하시라고 했음에도, 교수님은 PPT 화면을 스크린에 띄워두고 열강을 펼치기 시작했다.

“컷! 거기 두 번째 학생. 카메라 보지 말고 앞을 보세요.”

“예. 죄송해요.”

“교수님, 다시 가겠습니다. 스탠바이~ 액션!”

오늘 촬영 때문에 우리 과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채웠는데, 그중 누군가가 교수님을 보지 않고 카메라를 빤히 쳐다본 모양인지 NG가 났다.

감독님의 사인에 교수님은 또다시 열강을 펼치셨고, 단역으로 출연한 학생들은 스크린과 노트를 번갈아 봐가면서 필기하는 척했다.

“그러니까 정치가 뭐냐고 한다면, 음....... 뭐라고 해야 할까? 거기 A반 너 상....... 죄송합니다.”

“컷! 교수님, 괜찮습니다. 평소 수업을 진행하실 때도, 학생 이름을 깜빡 잊으시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냥 그대로 진행하셔도 됩니다.”

“예. 미안합니다. 감독님.”

아마추어를 모아두고 촬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했었지만, 강의실에서 쓸 만한 장면을 따기가 결코 쉽지가 않았다.

덕분에 자꾸 컷만 쌓여갔고, 교수님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독님, 죄송하지만 10분 정도만 쉬었다가 가시면 안 될까요?”

“그거야 관계없지만 왜?”

“잠시 교수님하고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서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세.”

지금 이대로라면, 오늘 온종일 촬영해도 쓸 만한 컷을 건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NG에 교수님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고,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또한 지치다 못해 짜증내는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교수님. 괜찮으세요?”

“자넨 촬영에 들어가면, 항상 이렇게 촬영을 하나?”

“특별하게 잘 되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 이렇게 NG가 납니다.”

“휴~ 교수질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지만, 배우 노릇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가 보네.”

“남의 호주머니 돈을 빼먹는 일 중에서, 쉬운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아무튼 잠시 편하게 쉬시다가, 아까처럼만 하시면 됩니다.”

“아까처럼? 아까도 NG인가 뭔가가 났잖아?”

“그건 감독님 욕심이죠.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냥 황우 감독님이 조금 더 좋은 그림을 따기 위해서, 욕심을 부리시는 것뿐입니다.”

감독님께 양해를 구하고 우선 교수님부터 진정시켰다.

그렇게 교수님을 잠시 쉬게 하고, 나는 단상 아래에 서서 우리 과의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했다.

“B반 한강숩니다. 힘들죠?”

“예.”

“조금만 힘내요. 그냥 카메라가 없다 생각하고, 평소 우리가 강의를 받을 때처럼 옆자리 친구 하고 메모를 교환한다든지, 아니면 휴대전화로 톡을 한다든지 하다가 보면 금방 시간이 가잖아요.”

“그러다가 전국적으로 농땡이라고 얼굴이 팔리면 형이 책임져요?”

“그러게. 그때는 어쩔 수 없이 개망신 한 번 당해야지. 그런데 오늘 촬영이 완벽하게 끝나면, 교수님께서 피자를 쏘신다니 힘내서 잘해보자!”

물론 시급을 따지자면, 상품권으로 준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학생은, 한 시간쯤이면 충분히 촬영이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인데, 한 컷을 찍기 위해 벌써 한 시간 반을 소비했으니 지치기도 했을 것이다.

당연히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도, 짜증이 난 상태이고 말이다.

아마 지금 황우 감독님 머릿속에는, 이 장면을 아예 날리는 것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

“자! 다시 갑시다! 스탠바이~ 액션!”

“얘, 어딜 가?”

“오늘 남자친구하고 약속이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중에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면, 네가 대출 좀 하라고.”

“지난번에 정수 걔가 들켰을 때, 둘 다 리포트 점수 빵점 맞았다는 것 알잖아. 난 못해!”

“너 정말 이럴 거야? 내가 잘 되면 너도 소개팅 시켜줄게.”

“정말이지?”

“당근이지.”

그렇게 예나의 친구 역의 학생이 조심스럽게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고, 허리를 잔뜩 굽힌 자세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의실 문을 몇 걸음 앞두고서, 잠시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헉!’

“자네 뭘 하고 있나?”

“교수님 그게.......”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난입한 한 사내에게 부딪쳐, 예나 친구 역의 학생이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 사내 뒤로 사복형사들이 우르르 달려 들어와, 강의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사내를 쫓기 시작했다.

“다가오지 마! 더 다가오면 이년은 죽어!”

“야! 칼 내려놔!”

“지랄하네. 내가 칼을 내려놓으면, 어떤 꼴을 당할지 뻔히 아는데 내가 미쳤어?”

강의실 계단을 뛰어내리던 그놈은, 갑작스런 사태에 우왕좌왕하던 학생들 틈에서 예나를 인질로 잡았고, 예나 머리채를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예나의 목에 시퍼런 단도를 들이대고 있었다.

그렇게 마약반 형사들과 마약범의 대치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컷! 오케이! 우리 서 배우님 표정 연기는 여전하네.”

“감사합니다.”

“아무튼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보니, 나도 은근히 겁이 날 정도였어요. 이제 여기서 경찰들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고, 그걸 확인한 범인이 서 배우를 앞으로 확 밀치면서, 강의실 앞문으로 도망가는 장면을 찍을 겁니다. 앞에 두 여학생, 서 배우를 잘 받을 수 있겠어요?”

“예.”

“바닥에 안전매트가 깔려 있으니, 다칠 일은 없을 테니까 겁먹지 말고요. 참, 교수님 표정 완전히 굿이었습니다.”

이번 컷만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강의실 장면은 끝이 난다.

마약반 형사들이 강의실 입구가 있는 위쪽으로 올라가면, 예나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던 범인은 그걸 확인하고 앞쪽 출입구를 통해 바깥으로 달아나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 ‘장승터’라고 불리는 곳까지 달아났다가, 거기서 형사들과 1차 액션을 벌인 후 2차전은 인문대 앞 바위공원에서 격투를 벌이게 되는 것이다.

“쫓아!”

“저 문이 어디로 통해 있어요?”

“나가면 바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하고 연결됩니다.”

강의실이 경사져 있기에 학생이 출입하는 쪽은 2층이지만, 교수님이 출입구는 1층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교수님 설명을 들은 형사들은 범인을 쫓기 위해 내달렸고, 그것으로 강의실에서의 촬영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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