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25화 (125/132)

〈 125화 〉 부산 로케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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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가면 언제 다시 올라와?”

“그래. 아마 촬영에 두 달쯤은 걸릴 거야.”

서울에서 찍어야 할 분량에 대한 촬영이 끝나고, 드디어 부산으로 내려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지수는 다시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던지,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도 그동안 양산 쪽 사정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했기에, 지수의 그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아무튼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알았어. 언니도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그렇게 지수의 배웅을 받으면서 우린 집에서 출발했다.

“어딜 가려고?”

“진수부터 만나 봐야지.”

“그럼 나도 같이 갈까?”

“됐어. 피곤하니까 좀 쉬고 있어.”

진수가 물금 쪽 공사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해서,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집을 나섰다.

“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요즘 건물 올리는 것은 금방이지.”

“제대로 콘크리트 양생은 하고 올린 거야?”

“기초하고 기둥 말고는, 딱히 양생이고 뭐고 필요 없어. 요즘 건축자재가 얼마나 잘 나오는데.”

솔직히 한창 콘크리트를 치고 있거나, 아니면 아직 콘크리트 벽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한창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일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번듯하게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진수 말로는 처음 설계를 하면서부터 PC 공법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한다.

기둥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공장에서 제작된 벽체를 싣고 와서 붙이는 작업이 대부분이었기에, 공기를 이렇게 단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설마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니겠지?”

“지랄한다. 원래 이 PC 공법이라는 것은, 우리처럼 소규모 건축물에서 쓰는 방법이 아니라 대형건물을 지을 때나 쓰는 거야. 대형건물도 무너져 내리지 않는데 이런 건물이 무너질까를 걱정해?”

“아무튼 예나가 너한테 밥 산단다.”

“제수씨가 왜?”

“제수씨가 아니고 형수님이고, 밥을 사는 이유는 네가 줬던 소형 카메라 덕을 봤거든.”

“서울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나는 얼마 전 있었던 김소운이라는 여배우와 있었던 일을, 진수에게 설명했다.

“지랄! 그만큼 내가 여자는 따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고 했잖아. 그냥 커피숍에서 만나도 말이 나올 판에, 그 여자 차에까지 올라타는 것은 무슨 배짱으로 그런 거야?”

“설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지.”

“지랄한다. 다 늙은 PD나 감독에게도 치마를 벗는 애들이, 너처럼 잘 생긴 놈에게 그러지 않을 거로 생각해? 한번 눕기만 하면, 제 팔자 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애들인데. 더구나 베드신을 했던 상대고 또 신인이라면서?”

“신인이었으니 설마 그렇게까지 나올 것이라고는 아예 예상하지 못했지.”

“도대체 나이를 거꾸로 먹은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대책 없다.”

내 이야기를 들은 진수는, 아예 나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에, 나도 어쩔 수 없이 진수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정말 어리석었다는 것, 그리고 이 나이 먹도록 뭘 하고 살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은교란 애, 그 애도 조심해.”

“뭐? 갑자기 은교가 왜 나와?”

“걔도 문제지만 김 의원님 딸도 조심하고.”

“지랄, 그렇게 이야기하면, 대한민국 여자 모두를 조심하란 말이잖아?”

“맞아. 제수씨 말고는, 절대 어떤 여자든지 단둘이 있는 자리는 피하라고. 여자가 먼저 들이대고서, 나중에 강제로 어쩌고 하면 답이 없으니까.”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갔었잖아?”

“그러니 하는 말이지. 차에 탄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쳐. 그런데 만약 네가 그 상황에서 그 여자 말만 믿고 모텔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주변이 가려지거나 룸 같은 데서 단둘이 있는 상황이 생긴다고 한다면, 그땐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되거든.”

“녹화된 영상이 있는 데도?”

“당연하지. 사람들이 그런 장소에 왜 따라갔느냐고 하면, 그때는 뭐라고 변명할 건데? 아니 네 마음속에 은근히 그런 일을 기대하고 간 것이 아니냐고 하면, 그땐 뭐라고 할 건데?”

솔직히 칭찬은 아니더라도 잘했다는 소리 정도는 들을 줄 알았는데, 진수는 아예 나를 꾸짖듯 질타하기 시작했다.

진수 말대로라면 나와 친하게 지내려는 세상의 모든 여자가, 나에게 무언가를 얻어 내기 위해서 접근하는 여자란 말이 된다.

그리고 최악에는 몸을 던져서라도, 내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으려는 강도와 같은 요물이란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설마 은교나 현서가 내게 그렇게 들이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장산곶매’의 은교나 김 의원의 딸인 현서는,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이니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어?”

“보다시피 이제 공사가 거의 끝이 났잖아. 그러니까 서두르면 다음 주부터도 사용 가능하지만, 우선 사람부터 모집해야지.”

“일단 그 부분은 네가 주도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 나하고 예나는 게스트 정도 역할만 할 거야.”

“콜!”

처음부터 내가 주도가 되어서 이곳을 운영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방법이 아니란 것이 내 판단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하게 될 모든 강습의 주체는, 진수가 맡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와 예나는 이곳에서 초청한 강사의 역할 정도로 시작해서, 점차 깊이 개입하는 식으로 엮기로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강습에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고 그들이 소속감을 느끼게 될 즈음, 나는 이곳 지역위원회에 평당원으로 입당하면서, 서서히 내 세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진수 씨는?”

“당분간은 저쪽 일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조금 그렇다고 하네.”

“밥 한 끼 먹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솔직히 그것보다는, 당분간 우리하고 같이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하는 것을 자제하자는 생각 때문이야.”

“그럼 집으로라도 오라고 하든지, 그게 안 되면 부산에서 만나면 되지.”

“알았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볼게.”

예나는 진수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조금 툴툴거리긴 했지만, 그 여자와의 일 때문에 잔소리 듣는 것이 싫어서 그냥 돌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그 여자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예나의 속이 말이 아닐 것인데, 그 이야기를 진수에게 다시 듣게 되면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이 가지 않을 거야?”

“오늘 내가 가봐야 뭐해? 어차피 자긴 감독님하고 동선 짜느라 바빠서, 따라가 봐야 나 혼자 있어야 할 텐데.”

예나의 배웅을 받으면서 집을 나섰다.

“한 배우, 어서 와. 좀 쉬었어?”

“예. 오랜만에 푹 쉬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집이 최고지. 그런데 온다는 친구들은?”

“늦진 않을 겁니다.”

황우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와 오늘 촬영에 함께할 학생들이, 인문대학 옆의 작은 숲으로 둘러싸인 바위공원에서 만났다.

“그럼 여기서 영화동아리 학생들이, 영화를 찍는 장면을 연출하겠다는 말이지?”

“그렇죠. 시나리오 상에 있는, 던지기 하는 장소를 여기로 하는 거죠. 영화 찍는 것을 구경하는 학생들 틈에 있다가 던지기를 하고, 그걸 확인한 형사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문창회관 쪽으로 도망가다가, 거기서 야외공개방송을 하고 있는 현장을 덮쳐 엉망으로 만들면서, 액션을 펼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쪽에 벤치가 많다면서? 그럼 벤치에 걸려서 다치고 그럴 수가 있지 않나?”

“중간 부분에 공간이 있습니다. 벤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도망치다가, 결국 중간에서 포위된 상태로 액션을 펼치는 거죠.”

황우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딱 어울리는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동아리 ‘장산곶매’와 대학방송국 학생, 두 팀의 요구를 동시에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바닥이 시멘트로 되어 있어서 잘못 넘어지면 긁힐 수는 있겠지만, 구조물에 부딪혀서 다칠 위험성을 그다지 크지 않은 장소다.

“여긴 위험할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위험하겠습니까?”

“내리막길이잖아. 차하고 부딪친 후에 바닥을 구르게 되면 아무래도.......”

“그럼 저쪽은 어떻습니까?”

나는 바위공원에서 도망치면서 바로 차량과 부딪치는 식으로 차량 신(scene)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감독님께서는 그곳이 내리막이어서 다칠 위험성을 걱정하셨다.

결국 바위공원에서 도망을 치다가 문창회관 쪽에서 오는 차량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으로, 콘티를 변경하기로 했다.

“선배.”

“어~ 오랜만이네. 인사드려. 이번 영화를 찍으시는 황우 감독님.”

“안녕하세요. 감독님.”

“감독님, 이 친구는 영화동아리 ‘장산곶매’ 회장인, 양은교란 친굽니다.”

“그래? 드레스덴 갔던 그 친구야?”

“예.”

“어이쿠! 이거 영광입니다. 양 감독님.”

황우 감독님이 은교를 비롯한 ‘장산곶매’ 팀들이, 드레스덴 국제 단편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사실을 기억하고 계셨다.

그 때문에 황우 감독님께서 장난을 치시면서 손을 내밀자, 은교는 부끄러움에 볼이 빨개졌다.

“이거 우리 양 감독 이름도, 엔딩 크레딧에 올려야 하는 것 아니야?”

“예? 정말이요?”

황우 감독님이 농담 삼아서 툭 던진 말에, 은교가 낚였다.

사실 영화가 끝이 난 후에 줄줄이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눈여겨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일반 관객의 그런 반응과 달리, 영화에 종사하는 사람은 단역이든 스태프든 가리지 않고, 그 엔딩 크레딧에 목을 맨다.

지금 황우 감독님의 한 마디에 마냥 감격스러운 표정을 하는 은교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엔딩 크레딧 그 한마디에 은교를 비롯한 ‘장산곶매’ 회원들은, 정말 반쯤 미쳐서 영화촬영에 협조하게 될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그렇게 은교가 한창 들떠 있는데 묵직한 음성이 들렸고, 대학방송국의 실무국장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황우 감독님께 방송국 실무국장 학생을 인사시켰고, 황 감독님께서는 어떤 식으로 촬영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셨다.

“오빠. 정말 크레딧에 우리 ‘장산곶매’ 이름을 올려주실까요?”

“그게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그게 왜 대단한 일이 아니에요. 우리 ‘장산곶매’ 동아리 이름이 영화 크레딧에 올라가는 일인데요.”

“아무튼 내일 평소에 촬영하는 것처럼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말고 자연스럽게만 해. 그림이 잘 나와야지 크레딧에 올리든지 말든지 하시지.”

“예. 애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해둘게요.”

그렇게 은교와 헤어지고, 황우 감독님께도 학과 사무실에 먼저 가 있겠다고 말씀드린 후 사회대로 향했다.

“자네가 웬일인가?”

“내일 촬영이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지. 며칠 전에 전화를 받아 놓고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네. 그런데 영화를 찍으려면 따로 준비하거나 해야 하지 않나?”

“그냥 평소에 강의하시는 것처럼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미장원에 가서 머리 손질도 하고, 또 화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내 보기에는 까맣게 잊고 계셨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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