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급선회 하다!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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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조신(?)하게 대학신입생으로서의 학교생활을 해가면서, 조만간 크랭크인하게 될 ‘도시의 하이에나’ 준비를 철저히 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기로 결정한 이상, 소속사 대표이자 장인 되시는 선 대표님께 설명 드리고 도움을 받아야 했다.
“우리 일인데 꼭 아빠한테까지 허락을 받아야 해?”
“어찌 되었든지 간에 내 소속사는 예담기획이잖아. 내 결정이 회사에 피해가 갈 상황이라면, 계약을 해지하기라도 해야지. 아버님께 의견을 구한다기보다는, 내가 왜 갑자기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도 드리는 것이 옳은 일이기도 하고.”
그렇게 예나와 함께,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그렇게 됐구먼. 그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할 생각인가?”
“내년 초 예비후보 등록 이전까지는, 정치와 무관하게 조용히 지낼 생각입니다.”
“그럼 공천받기가 만만찮을 텐데?”
“물밑에서는 작업을 해야겠지요. 당분간은 배우생활을 계속하면서, 지금 이미지를 조금 더 굳건히 할 생각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여론을 제 편으로 만든 후에, 민국당에 선을 대볼 생각입니다.”
“민국당? 하필이면 민국당인가? 양산에서 출마하려면, 민국당보다는 한국당이 유리할 텐데. 아니면 자네 나이를 생각해서, 아예 빨갱이 소리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J 당 당적으로 출마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은가?”
이미 예나와 결혼을 하기 전에, 내가 정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던 바가 있다.
그랬기에 장인이시자 소속사 대표인 서 대표님은 딱히 반대하시진 않았다.
또 사업을 하시는 분답게, 내가 어느 정당에 입당하는 것이 유리한지 그 부분에 관한 고민도 하셨던 것인지,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을 말씀하셨다.
장인어른 말씀대로 내가 입당해서 정치활동을 하려는 민국당은, TK라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이나 PK라 불리는 부산·경남지역에서는 별 인기가 없다.
그랬기에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님 한분도, ‘지역감정이라는 벽에 달걀이라도 던지겠다.’라고 하는 표현까지 사용했었다.
얼마 전 밤을 새우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김영범 의원 역시, 지역에 천착하는 정치와 지역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해서라는 두 가지 화두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산에서 정치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내가 입당하고자 하는 민국당은, 서울이나 호남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선거를 치르기에 유리하다.
반대로 보수 세력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 그리고 부산·경남에서 출마는, 바위에 계란을 던져서 그 바위를 깨트리려는 것처럼 무모하면서도 어리석은 도전이다.
“말씀하신대로 민국당이 아닌 한국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다면, 당선이 훨씬 쉽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지역의 한국당 후보들은, 이미 지역 기반을 굳게 다진 사람들이기도 하고 현역의원이 포진하고 있기에 공천을 받기가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공천에서 이긴다는 것이 바로 당선인 지역이니까. 하지만 자네가 입당하겠다고 하는, 민국당 공천도 만만찮을 텐데? 그리고 설령 공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도 아주 미세하고.”
“일단 제가 비집고 들어갈 구석은, 상대적으로 민국당이 훨씬 넓잖습니까. 그리고 본선에 가게 되면 다른 지역구 후보들과 달리, 공중전을 펼쳐서 분위기를 달굴 수도 있고요.”
아무리 내 부모님의 고향이 이곳 양산이라고 해봐야, 조상대대로 양산서 살아왔고 본인이 양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보라면, 지역기반에 관해서는 아예 싸움이 되질 않는다.
그랬기에 내가 양산으로 내려오기를 결심하면서, 토착민이 많이 사는 지역이 아닌 양산의 신도심에 집을 구했다.
그래서 상대 후보가 뜨내기라고 나를 공격하는 부분은, 내 부모님들의 고향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아직 젊은 나이인 내가 이렇게 양산에 내려와 산다는 것을, 오히려 공격 무기로 삼을 생각이었다.
물론 갑자기 바뀐 결정 때문에, 그 공격 무기의 날이 좀 많이 무뎌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장인어른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최악에는 내년 선거에서, 낙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민국당의 중진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범 의원의 경우에서도 이미 증명된 바가 있다.
재선의원인 김영범 의원도, 자기가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고향에 내려왔지만, 첫 도전에서는 낙선의 아픔을 경험했었다.
그러니 정치에 갓 발을 디딘 내가 첫 도전에서 무조건 당선되리라는 것은, 과욕이자 자만일 수 있는 것이다.
“아버님,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년 선거는 우선 워밍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할 생각이거든요. 일단 내년 선거에서는, 제가 양산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사실만 유권자들이 알게 되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선거를 치를 생각입니다.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것은, 그다음 총선이고요.”
“그래서 그다음 선거에서도 당선되지 못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때는 깔끔하게 항복하고 손을 들어야지요. ‘국뽕배우’ 한강수라는 이미지로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제가 이길 무기가 없지 않습니까.”
물론 선거에서 당선될 것이란 자신감은 충만해 있었지만, 그렇다고 두 번씩이나 낙선하게 된다면 나는 더는 정치에 도전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국뽕배우’라는 캐릭터를 가지고서도 낙선하게 된다면, 그것은 더는 내가 정치를 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일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더 매달려봐야 사람만 추해지는 것이다.
“자네 생각이 그렇게 확고하다면, 홍보팀 직원 하나와 자네 팀의 팀원을 모두 데리고 내려가게.”
“예?”
“아무리 학업을 병행하는 배우라고 하더라도,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당장 지금 이 순간부터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정치는, 온라인 쪽을 도외시할 수는 없으니까.”
장인어른은 내가 본격적으로 정치하겠다는 결심을 밝히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를 서포터하기로 마음을 굳히신 모양이었다.
그렇게 장인어른과 이야기를 끝내고, 나는 홍보팀을 들러 팀장님께 이번에 도와주신 것이 대해 고맙다는 인사부터 드렸다.
“그런데 혹시 홍보팀에, 정치에 관심이 많으면서 온라인 쪽에 유능한 직원이 있습니까?”
“본격적으로 정치하시기로, 결심을 굳히신 것입니까?”
“예?”
“한 배우님께서 방금 말씀하신 것을 보니, 정치에 관심을 굳히신 것이 아닐까 해서요.”
“그걸 어떻게?”
“이미 대표님께서 지시하셨던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김영수 대리를 부산으로 내려보냈던 것이고요. 한 배우님께서 본격적으로 정치하시겠다면, 김영수 대리를 데리고 계시면 됩니다. 그 친구가 우리 업계에서는, 드물게 정치를 전공했거든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황당할 정도의 이야기가 홍보팀장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미 선 대표님은 내가 정치를 할 것에 대비해서 나름으로 준비를 해두셨고, 그 일을 위해서 홍보팀장님께 따로 지시까지 내려둔 상황이었다.
“사업을 하려면 정치권과의 연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문제는 더욱 절실한 법이지요. 오죽하면 뒷돈을 대가면서 정치권에 줄을 대려다가, 은팔찌까지 차는 일까지 생기겠습니까.”
하긴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는, 굳이 탈법이나 불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권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그 일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랬기에 잘나간다는 기업에서는 아예 ‘대관팀’이라는 팀까지 만들어, 여의도와 정부 청사에 상주시켜 정치권과 고위관료에게 줄을 대고, 그 연줄을 가지고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로비로, 홍보팀장님 이야기처럼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러니 선 대표님께서 내가 정치를 하려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는 대신에, 오히려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려고 하는 것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사위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으면 굳이 눈치를 보면서 정치권에 줄을 대지 않아도 되고,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에 한해서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아무튼 홍보팀장님 역시, 내가 본격적으로 정치할 기미를 보이자 적극적이셨다.
그 덕분에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회사를 나올 수가 있었다.
“김 대리님. 정치를 전공하셨다면서요?”
“예. 그건 팀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까?”
“제가 정치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하니, 팀장님께서 김 대리님을 추천하시더라고요.”
“맞습니다. 그제 양산에서 배우님 일을 도울 사람이 있으면 자원하라고 하시면서, 가능한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기에 제가 자원했습니다.”
“그럼 양산에서 계속 지내도 됩니까?”
“저도 고향이 양산 물금읍입니다. 한 배우님 사시는 곳과는 좀 떨어진 곳이긴 하지만, 같은 선거구거든요.”
“알겠습니다. 진수야 일단 집으로 가자.”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미 대표님으로부터 허락까지 받은 상황이니 딱히 미룰 이유도 없었다.
“누나들은 어떻게 할래요?”
“뭐가?”
“대표님께서 그렇게 지시를 하셨으니, 누나들이 양산으로 옮겨서 살 수가 있으면 같이 양산으로 내려가고, 그게 힘들면 회사로 복귀해서 다른 팀에 배치되어야 하니까요.”
“우리가 양산으로 가면, 월급은 그대로 주나?”
“당연하죠. 월급도 드리지 않고 부려 먹을까 봐서요?”
“그럼 난 강수 너 따라 다닐래.”
“나도.”
결론은 간단하게 났다.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아예 한집에 살다가 보니, 이제는 배우와 스태프란 관계보다는 아예 한 가족처럼 서로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모두 양산으로 내려가면, 지수는 어떻게 하려고?”
“지수는 도우미 아주머니를 한 분 모셔서, 밥이나 좀 챙겨주게 부탁을 해야죠. 나중 대학에 합격하면, 그때는 상황을 보고 어떻게 하든지 하고요.”
대학입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수를, 양산으로 전학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지수야 지금도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책상 앞에 앉기에 바쁘니, 밥만 챙겨줄 사람만 있다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형님.”
“왜?”
“어차피 팀장님이 양산으로 내려가시면, 제가 딱히 할 일이 없잖습니까.”
“왜? 넌 양산으로 가기 싫어?”
“그게 아니라 지수가 졸업할 때까지만, 제가 서울에 남아서 지수 등하교할 때 픽업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해서요.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해서.......”
“그럼 너 밥 먹고 사는 것은 어떻게 하고?”
“지수 등교시키고 난 후에, 회사식당에서 해결하면 됩니다.”
솔직히 밤에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문제가 걱정되었는데, 상호가 먼저 나서서 그 걱정을 덜어주었다.
결국 상호는 지금 이 집에서 지내면서 예나가 살던 아파트로 가서, 아침저녁으로 지수를 픽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내 주변은, 조금씩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