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09화 (109/132)

〈 109화 〉 급선회 하다!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혹시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신경이 쓰였지만, 우리가 밥을 먹고 계산을 마칠 때까지도 환한 미소와 함께 다른 손님을 대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예상치 못한 환대를 받게 된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음식점을 나섰고, 인근의 호텔 로비의 커피숍에서 마주 앉았다.

“형,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뭘? 물더라도 살살 물어라.”

“와~ 그럼 아재란 소리 들어요.”

“아재가 아재 소리 듣는 것이, 뭐 어때서.”

“아무튼 형은 정치하실 거잖아요. 그럼 어느 당에 가실 거예요?”

“확실히 결정 내린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아무래도 민국당 아니겠어?”

“그럼 진보 쪽이잖아요. 그렇다면 지회장 그쪽 당 사람들하고 부딪히면 손해잖아요?”

“난 민국당이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아까 그놈처럼 진보라면서 설레발치면서 뒤에서 별의별 협잡질을 해대는 것들은,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놈이 아까 한 짓만 봐도, 그 당 애들이 얼마나 양아치일지 짐작되잖아.”

물론 오늘 일이, 내가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소 등에서 알짱거리는 쇠파리 수준이고, 대세엔 지장이 없는 귀찮음일 뿐이다.

만약 오늘 일이 내 정치 이력에 걸림돌이 되거나 아니면 선거에서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그만큼 내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될 것다.

그리고 내가 그 정도 수준밖에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 되는 일이다.

“형, 민국당이 진보가 아니라니요?”

“당연히 진보가 아니지.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앞으로 신문기사부터 자세히 봐. 그럼 한국당하고 민국당하고 다른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솔직히 꼭 다른 점을 꼬집으라고 하면 한국당은 부끄러운 줄을 아예 모르는 집단이고, 그나마 민국당은 부끄러운 줄은 알고 있다는 차이지.”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정치를 하실 거라고요?”

“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그건 아니지만, 전 형이 되게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계신 줄 알았거든요.”

“정치적 정체성을 이야기하자면, 난 진보라기보다는 보수집단 중에서 개혁에 방점을 찍은 쪽이지. 나는 현실정치를 지향하는 사람이지 이상을 바라보면서 정치를 하자는 쪽은 아니야.”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가진 뜻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걸 이룰 힘이 없으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말은 곧 이상주의자들의 말과 행동은, 탁상공론이자 헛소리라는 것이다.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을 가지고 그것을 꼭 이루어야 한다고 고집부리고,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나 집단을 비난하고 매도하는 것은,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저해요소일 뿐이다.

정치란 같은 목적지를 두고 그 목적지에 국민이란 손님을 모시는 일이고, 누가 더 국민이라는 손님을 안전하고 편하게 목표지점까지 모실 수 있느냐 하는 게임이다.

손님을 안전하게 모신답시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은 사고의 위험성이 있으니, 안전하게 마차로 서울까지 모시겠다느니, 아니면 부산에서 대구쯤 거리를 비행기로 모시겠다느니 하고 설레발을 친다면, 그게 어찌 옳은 정치라고 하겠는가 말이다.

현 집권당인 민국당이 진보가 아닌 보수라고 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인지, 장훈이 기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진보성향이 아닌 보수성향이라고 한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든지.......

“그래, 들어가서 푹 쉬고 내일 보자.”

커피까지 마시고 조금 늦은 시간에, 양산 집으로 향했다.

“배출출하지 않아. 올라가서 라면 먹고 가.”

“됐어. 너도 빨리 쉬어야지.”

“인마, 너는 김 대리님이나 상호 생각은 안 하고 사냐?”

“우린 좀 나가면 해장국집이 있으니, 거기서 소주나 한잔 하면 돼.”

“쓸데없이 고집부리지 말고 올라가자. 할 이야기도 있고.”

싫지도 않으면서 싫다고 나불거리는 진수를 끌고, 집으로 올라갔다.

“당신도 빨리 이리로 와봐.”

“뭔데?”

라면을 먹고 차를 준비하는 예나까지 재촉해서 모두 한자리에 앉혔다.

“내년에 가야겠다.”

“어딜 가려고?”

“내년 총선에 출마해야 하겠다고.”

“뭐?”

내 말에 진수를 비롯한 모두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하는 맹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여론 추이를 보자면, 지금만큼 내게 유리한 분위기는 없을 것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당분간 내가 배우로서 어느 정도 인기를 얻어 국민배우라는 소리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을 때, 그때부터 내 정치적 성향을 슬며시 드러내면서 출마를 저울질할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려는 이유가 당선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인지도와 인기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지 결코 나이나 경력 또 학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진수야.”

“응?”

“지금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

“절반쯤은 알지 않을까?”

“김 대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적어도 30% 많으면 50% 이상입니다.”

“그럼 이번 일과 같은 일이, 한 번 더 생기면요?”

“그렇게 된다면 또 달라지겠지요.”

“이번 일로 저한테 욕하는 댓글 달린 것 보셨어요?”

“몇 개 달리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맹폭을 당하고 맥을 못 췄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져서가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해서 지금 분위기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충분히 당선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지금 내게 씌워진 ‘국뽕배우’ 이미지는, 조만간 크랭크인에 들어가게 될 황우 감독님의 ‘도시의 하이에나’에서 한 꺼풀 더 덧씌워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국뽕배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갑자기 왜 출마를 서두르는 것인데?”

“‘도시의 하이에나’가 개봉되면, 그때 배우 한강수 이미지가 어떻게 될 거 같아?”

물론 영화가 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영화가 망한다면, 그 영화에서의 캐릭터는 내게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반대로 영화가 흥행하거나 흥행을 넘어 대박을 치게 된다면, 공동주연을 맡은 다른 배우는 몰라도 몇 편 되지 않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줄곧 일본에 적대하는 역할을 해왔던 내 이미지는, 완벽하게  ‘국뽕배우’로 고착될 것은 뻔하다.

물론 이 영화 개봉 이후에도, 이런 이미지를 계속 굳혀나갈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제작된다면 조금 더 고민해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질 않다.

“그럼 배우생활은 어쩌고?”

“어쩌긴 뭘 어째. 배역이 들어오면 연기는 계속해야지. 물론 당선되고 난 이후에는 국회의원으로서 그 직에 충실해야 하겠지만.”

“그렇다면 강수 네 생각은 이미 굳혀졌다는 거네?”

“이번이 기회일 것 같기도 하고, 다음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전생의 삶에서 배우 일은 지겨울 정도로 해봤던 탓인지, 또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달라질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배우란 직업에는 그다지 애착이 가질 않았다.

이번 생에서 배우란 직업은, 정치를 하기 위한 지름길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말이 될 것이다.

“제수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나야 우리 서방이 하자는 대로 해야죠. 내가 무슨 조선 시대 여인은 아니지만, 남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나쁜 일도 아닌데 그걸 막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제수씨 배우생활에도 변화가 생길 수가 있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배우 일은 지겹도록 했는데요. 진수 씨는 듣지 못했는지 몰라도, 난 그냥 빨리 아기를 갖고 아기 키우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거든요.”

“제수씨!”

진수는 내 전생의 삶에서처럼, 내가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예나에게 도움을 청해봤지만, 예나 역시 반대하는 쪽이 아니란 것에 실망한 것인지 목소리가 올라갔다.

전생의 삶에서 딱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진수와 거리가 멀어졌고, 그때 가졌던 서운한 마음 때문에 결국 내가 삶을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 진수를 다시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절대 진수의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아니 진수가 먼저 내 손을 놓고 등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나는 진수의 발을 묶어 놓고서라도 진수를 내 곁에 두고 챙길 것이다.

“진수야.”

“왜?”

“내가 정치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싫어해?”

“정치를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리고 정치를 하려면, 네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 준비가 끝이 난 후에 하면 되잖아.”

“그게 전부야?”

“너에 대한 것은 전부야.”

“그럼 다른 것은?”

“네가 정치를 하게 되면, 더는 내가 너한테 필요한 존재가 못되잖아.”

“지랄한다. 너, 내 친구 맞아?”

“그럼 내가 네 친구가 아니냐?”

“친구라면서 친구 사이에 필요하고 말고가 어디에 있어. 친구는 죽을 때까지 함께 손잡고 가야지.”

“배우 매니저야 내가 얼마든지 할 수가 있지만, 정치인 그것도 국회의원 옆에서 내가 뭘 하라고?”

진수가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저 문제였다.

진수는 내가 배우를 할 것이라고 하자 고등학교 다니던 때부터 내 매니저를 자처했고, 결국 대학까지 매니저 일을 배울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할 정도의 놈이었다.

그런데 내가 배우가 아닌 정치를 하게 되면, 자기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란 생각에, 이렇게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생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였었고.

“진짜 너도 지랄이다.”

“뭐가?”

“진짜 네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얼마든지 할 일이 많아.”

“내가 뭘 어떻게 한다고?”

“네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호처럼 운전할 사람도 필요하고, 또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처럼 내 스케줄을 조정해주면서 하는, 수행비서도 할 수가 있잖아. 솔직히 네 나이가 있으니 나는 그런 일보다는 지역구에서 사무국장을 맡아서, 지역구도 내 대신 관리해주고 지역주민들의 민원처리도 해주고 했으면 좋겠지만......”

회귀한 후에 내가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신경을 쓴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진수였다.

내 전생의 삶을 두고 가장 후회했던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진수와 인연이 끊어진 그것이었으니까.

그랬기에 내가 이번 두 번째 삶에서는, 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진수를 나를 대신해서 지역구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국회의원이 해야 할 주된 일 대부분은 여의도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아무리 여의도에서 중앙정치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지역구 주민들의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국회의원으로서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다.

지역구는 선출직 국회의원에게 뿌리이자 영양공급원인 것이다.

그랬기에 지역구에는 내가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심어둬야 하는 것이고, 그 일을 제대로 해나갈 사람은 진수 말고는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