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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08화 (108/132)

〈 108화 〉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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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사법경찰관의 말에, 과 총대인 장훈이는 황당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아직 사회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대학신입생이라지만, 주먹으로 폭행까지 당했는데 웬 이런 헛소리를 하느냐는 심정일 것이다.

“학생. 괜히 이런 사소한 일까지 사건을 만들면, 학교 명예에도 지장을 주는 일이잖아.”

“경관님, 말씀이 이상하시네요. 적어도 대학생 정도가 되면 양아치처럼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는 짓거리는 하지 않아야 정상 아닌가요? 전 저런 양아치 짓거리를 하는 사람은. 대학에서 축출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명예를 살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친구가 말이 좀 많이 과하구먼.”

“80년대 고등학교에서 선후배 간에 군기를 잡는 것도 아니고, 군대 내에서조차 구타가 금지된 시대에 대학 캠퍼스에서, 선배랍시고 후배에게 주먹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인간을 두고 양아치라고 부르는 것은 과하다는 말입니까? 그런 식이라면 경찰관 아저씨에게 법은 뭐 하러 존재합니까? 아니 이렇게 경찰서에서 조서를 받고 말고 할 것도 없겠네요. 그냥 ‘너네끼리 알아서 해라.’ 그렇게 하고 모두 풀어주시지.”

“학생!”

“학생이 아니라 전 피해자 조서를 꾸미러 온, 대한민국 국민이자 폭행사건 피해자입니다! 제가 피해당한 사실에 대한 진술은, 경찰관님에게는 할 수가 없겠네요!”

그러더니 장훈이가 대뜸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또한 그런 장훈일 보면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검사나 재판부에 대한 제척사유가 있을 때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수사과정에서 경찰관을 바꿀 수 있는지 그게 의아했기 때문이었다.

“너 괜히 이렇게 강하게 치고 나갔다가, 저 양반이 조서를 엉망으로 쓰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형, 짜고 치는 고스톱이거든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우리 학교 지회장이, 이 경찰서 형사들하고 이미 입을 맞췄을 거예요. 그래서 저렇게 나오는 거고.”

“그게 가능해?”

“이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하고 잘 통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일 아닙니까.”

“그럼 어떻게 하려고?”

“일단 청문감사관실에 수사관 기피신청을 해야죠. 그게 안 되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고 나서, 검사 앞에서 피해자 진술을 하고요.”

그런 제도가 있다면, 방금 조서를 담당한 경찰관에 대한 교체신청은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

검찰도 마찬가지지만 경찰 같은 경우는, 워낙 한 식구란 개념이 강한 집단이다.

어느 한 지역 경찰서 소속의 순경만 알고 있더라도, 다른 지역 사건에 관해 전화 한 통만 걸어줘도 알아서 편의를 봐준다는 것은, 나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문감사관실에 수사관 기피신청서를 제출하고 수사관을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경찰서 내의 수사관으로 교체될 것이니 결과가 뻔하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장훈인 씩씩거리면서 청문감사관실로 향했고, 나도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확인하려고 장훈이 뒤를 따라가면서, 박 변호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경찰서에서 하는 대로 놔두세요.”

“예?”

“기소든 불기소든 폭행사건이 있었고 상해진단서까지 첨부된 사건이니,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배우님께도 모욕적인 언사를 한 증거가 있으니, 우리도 그자를 모욕죄로 고소하면서 그 학생에게 사건을 위임받는 것으로 해서 처리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자꾸 번거롭게 만들어드려서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요. 세상에 미친놈이 많은 탓일 뿐이지요. 그래도 우리 배우님을 위해서 나서주는 분이 계시다는 소릴 들으니, 제가 뿌듯합니다.”

박 변호사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새삼 기분이 편안해졌다.

“장훈이 너 이번 건, 끝까지 갈 생각이야?”

“그런 양아치하고, 같은 학교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낼 수는 없잖아요.”

“그럼 우리 회사 법무팀 소속 변호사님께, 네 사건을 위임할 수 있겠어?”

“에이~ 저 변호사 살 돈은 없어요.”

“법무팀 소속 변호사님이, 일반인에게 수임료를 받을까?”

“그럼 공짜예요?”

“그래.”

요즘 ‘세넓다또’라는 신조어가 있다더니, 정말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는 말이 맞다 싶었다.

아직 J 당 우리 대학 지부장이라는 인간이, 무슨 이유로 나를 찾아왔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짜고짜 찾아와서 험한 말을 내뱉는 것도 황당했고, 또 그런 미친놈을 두둔하려는 정신 나간 경찰관이 있다는 현실도 당황스러웠다.

아무튼 이제 내가 더는 신경을 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나중에 검찰에 출석해서 장훈이와 함께 피해자 진술만 하면, 나머지는 박 변호사님께서 모두 처리해주실 것이니 말이다.

“진단은 얼마나 나왔어?”

“4주요.”

“뭐? 진단이 4주나 나왔어?”

“입안 찢어진 것도 있고 이빨도 좀 흔들리고 그래서, 양껏 뽑아달라고 부탁했죠.”

“이빨까지 다쳤어?”

“별거 아니에요. 원래 어금니 하나가 시원찮았거든요.”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예? 입안이 찢어져서, 맛있는 것도 먹지 못하는데.”

“매운 것 아니면 괜찮잖아.”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진수가 운전하는 차에 장훈일 태웠다.

“인사해. 여긴 내 친구이자 나 때문에 매니저를 자청한 진수라는 놈.”

“아저씨, 안녕하세요. 장훈이라고 강수 형님하고 같은 과입니다.”

“어! 강수한테는 형이라고 하고, 나한테는 왜 아저씨예요?”

“아저씨가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시는 데요.”

“나 강수하고 동갑이거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디 괜찮은 밥집으로 밥이나 먹으러 가자.”

“김 대리는?”

“그 양반은 어디 있는 데?”

“아마 지금 학교에 있을 거야. 상호보고 김 대리 찾아서 같이 있으라고 했거든.”

“알았어. 그럼 내가 전화해서 그리로 오라고 할 테니까, 연산동을 거쳐서 해운대 쪽으로 넘어가.”

“어딜 가려고?”

“수영강변 도로 쪽에 괜찮은 스테이크집이 있거든.”

“에이~ 이왕이면 해운대로 가서 먹자. 바다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좋잖아.”

“인마, 방금 얘기한 곳이, 부산에서 가장 비싼 곳 중의 한 곳이야.”

“비싸 봐야 뭐해. 분위기가 있어야지.”

진수 말대로 분위기가 괜찮은 음식점을 찾아보기로 했지만, 전망이 괜찮다는 곳 중에서 딱히 편하게 먹을 만한 곳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센텀시티 H 리조트 건물에 있는, 구름이란 식당으로 결정하고 전화를 걸었다.

“예약하시는 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한강수라고 합니다.”

“혹시 배우 한강수님이세요?”

“예. 맞습니다. 배우 한강숩니다.”

“알겠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준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황당했다.

내가 그다지 유명한 배우도 아니고 한강수라는 이름이 그리 희귀한 이름도 아닐 것인데, 예약을 접수하는 여직원은 내게 대뜸 직업이 배우냐고 물었다.

“왜?”

“한강수라고 하니 나보고 배우가 맞느냐고 묻잖아. 내가 아직 그렇게 알만한 정도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너 인기 많은 것 맞아. 물론  배우로서가 아니라 사건 때문이지만.”

“또 긁을래?”

“긁긴 뭘 긁어. 그냥 조용히 학교생활이나 잘하지. 아무튼 김 주무관을 비롯한 독도 정책과 직원들이, 네 안부를 엄청 궁금해 하더라. 정말 괜찮은 거냐고.”

“나중에 전화나 걸어서, 고맙다고 인사는 해야겠네.”

“고맙다는 인사는 그쪽에서 하던데. 도지사하고 독도정책과 과장님이 대표님께 전화를 걸어서, 고맙다는 인사뿐 아니라 아예 화환까지 보냈다고 하더라.”

“뜬금없이 웬 화환을 보내?”

“상호보고 사진 보내달라고 해봐. 화환도 완전 초대형 화환이더니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아서, 운전하는 상호 대신에 김영수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독도정책과에서 화환을 보냈다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요?”

“독도정책과뿐 아닙니다. 지금 회사 사옥이 완전히 꽃밭입니다.”

“예?”

“독도정책과에서 보낸 화환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사옥 앞에 세워두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 독도정책과로 보냈거든요. 그런데 그 사실을 안 사람들이 화환하고 꽃 화분을 줄줄이 보내는 덕분에, 직원들이 대책을 고민 중입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김영수 대리는 톡으로 사진을 전송해왔고, 그 사진을 본 나는 헛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 사옥 주변을 빙 둘러서 화환과 형형색색의 꽃이 심어진 화분이 줄지어 서 있었을 뿐 아니라 회사 벽면에조차 꽃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사진 확인하셨지요?”

“예. 나중에 꽃이 시들면, 청소하시는 분을 따로 불러야겠습니다.”

“아무튼 지금 SNS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홍보팀뿐 아니라 마케팅팀에서도, 배우님 콘텐츠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그 문제는 제가 결정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팬들이 서 배우님까지 한 묶음으로 생각하고 계시니, 그것 때문에 고민입니다.”

내가 끝까지 배우의 길을 걷겠다면 지금 상황이 문제가 되겠지만, 나야 정치에 쉽게 입문하려는 방편으로 배우란 직업을 선택한 것이니, ‘국뽕’ 배우로 충분히 만족한다.

굳이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듣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국뽕’ 하면 한강수가 떠오르고, ‘일본’ 하면 한강수를 국민들 기억에서 소환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로선 충분히 효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국민 여배우란 소리를 듣는 예나에겐 전혀 다른 문제다.

앞으로 계속 배우로서 살아야 할 예나에게 ‘국뽕’ 이미지를 덧씌우는 일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고 회사로서도 엄청난 손실이다.

“그래 회사에선 뭐래요?”

“조만간 대표님께서 서 배우님을 만나, 직접 의견을 들어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일단 이번에 찍기로 한 황우 감독님 작품까지는 어쩔 수 없고요.”

조만간 크랭크인에 들어가게 될 ‘도시의 하이에나’도, 일본 마약조직이 관련된 사건으로 이른바 ‘국뽕’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 작품에 오디션을 보려고 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독도 홍보영상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일본 진출만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영수 대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앞으로는 예나를 위해서라도 예나와 한 작품에 출연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수 배우님이시죠.”

“예.”

“매니저 김미소입니다. 절 따라오시지요.”

오늘은 정말 황당한 일의 연속이었다.

진수가 H 리조트 입구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자,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 하나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일반 이용객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이 아닌, 다른 쪽으로 우릴 안내했다.

“왜 이쪽으로?”

“사장님께서 특별히 모시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특별히 모신다는 것 때문에 일반 고객들보다는 조금 더 걸어서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우리는 예약했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정말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온 것처럼, 우리가 앉을 테이블 주위에는 화분 몇 개를 배치해서,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막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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