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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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일보 김정국 기자와의 인터뷰는, ‘점잖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 수준에서 끝을 냈다.
뺨 한 대 맞은 것을 가지고 ‘죽일 놈’ ‘살릴 놈’ 해봐야 딱히 이슈가 될 일도 아니다.
또 강 교수가 내 앞에서 ‘딴따라 주제에.......’ 어쩌고 나불거린 것 역시, 흔히 있을 수 있는 개인적인 모욕 그 이상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우선 때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이런 일은 내가 억울하니 어쩌느니 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들쑤셔줘야 탄력을 받는 법이었다.
“자기 괜찮아?”
“뭐가?”
“오늘 난 기사 말이야.”
“그 양반 혼자서 뻘짓을 한 것일 뿐이야.”
정말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예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진수 씨도 내려왔다면서?”
“응, 당분간 양산에서 지낼 모양이야.”
“그럼 같이 오지 왜?”
“걔 성격 알잖아. 거기에다 홍보팀 직원도 함께 내려와서, 아예 올라왔다가 가라고 하는 말도 듣질 않더라.”
“그럼 여기까지 왔었어?”
“응.”
내 말에 예나는 휴대전화로 진수를, 홍보팀 직원과 함께 상호도 데리고 집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빨리 라면부터 끓여.”
“뭐?”
“밥은 내가 충분히 해뒀으니, 자긴 라면을 끓이라고.”
“상호나 진수 둘 만이라면 몰라도, 홍보팀 직원에게까지 라면을 먹이려고?”
“자기가 라면 끓이는 실력은 자랑해도 괜찮아.”
오늘은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기에 그냥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지만, 예나는 나하고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와! 서 배우님, 라면을 이렇게 잘 끓이셨어요?”
“그거 한 배우가 끓인 거야.”
“예?”
김영수 대리는 라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더니, 조금은 과할 정도의 리액션을 선보였다.
하긴 아무리 소속사의 배우와 홍보팀 직원 관계라고 하더라도, 회사를 대표하는 배우의 집을 찾아오는 것이 흔한 일도 아니다.
하물며 국민배우라 불리는 예나가 직접 라면까지 끓여줬다고 생각했으니, 김영수 대리의 지금 반응은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강수 넌 배우 하지 않았어도, 분식집 차려서 라면만 팔아도 굶진 않겠다.”
“지랄, 나처럼 한 그릇 한 그릇 따로 끓여서, 언제 손님들 치내냐?”
“그런데 김 대리님.”
“예. 배우님!”
진수가 라면을 놓고 농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예나가 김영수 대리를 불렀다.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죠?”
“예?”
“잡초는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하셨는지, 기억 못 하세요?”
“아! 잡초는 뿌리까지 완벽하게 솎아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뇨, 솎아내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솎아낸 후에 뿌리에 붙은 흙까지 탈탈 털어내서, 햇볕을 잘 받을 수 있게 가지런히 펼쳐둬야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팀장님께서 현재 일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김 대리님하고 홍보팀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저도 지켜볼 겁니다.”
갑자기 훈훈했던 분위기가 ‘싸~’해지는 느낌이다.
역시 국민배우 노릇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예담기획의 실질적인 오너인 선 대표님의 딸다운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강수야.”
“응?”
“이거 좀 봐.”
그러면서 진수가 휴대전화를 내 눈앞으로 들이민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경상북도지사 명의의 성명서였고, 그 성명서 내용이 다름 아닌 ‘독도 홍보대사’인 나를 딴따라로 비하하고, 심지어 인격살인까지 서슴지 않은 후안무치한 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이었다.
[....... B 대학교 강준철 교수가 딴따라라고 비하하면서, 그 딴따라를 돈 때문에 몸까지 파는 사람으로 매도했다.
하지만 그가 매도한 한강수 배우는, 부인인 서예나 배우와 함께 멀리 포항과 독도를 수차례 방문하여, 역대 어떤 홍보 동영상과도 비교할 수 없는 퀼리티의 독도홍보 영상 제작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또한 한강수 배우와 부인 서예나 배우는, 독도홍보 영상뿐 아니라 독도홍보대사를 자처하면서 일체의 개런티를 받지 않았고, 도 예산으로 책정된 그 비용 모두를 독도홍보를 위한 자금으로 기부한 사실이 있다.
국가를 위해 우리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배우로서 일본 진출이 불가능해지는 것까지 감당해가면서 독도홍보 영상에 출연하고 독도지킴이를 자처한 한강수 배우를 두고, 딴따라라느니 돈에 몸을 파는 배우라느니 하는 망언을 한 강준철 교수는, 후학을 양성할 자격조차 없을뿐더러 그의 속마음에는 친일 사상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차마 부끄러운 말이 되겠지만, 지금까지 독도를 우리 땅으로 알리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강구 해왔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강수 배우와 부인 서예나 배우 덕분에, 우리 독도 정책과 소속 공무원들뿐 아니라 경상북도 공무원 모두는, 이번에 제작된 홍보영상으로 하여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금하지 못한다.
그런데 소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교단에서 후학을 가르친다는 자가, 우리 국민의 자긍심이 될 배우를 향하여 차마 입에조차 담기 어려운 망언을 내뱉었다.
이에 경상북도의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본 도지사를 비롯한 우리 경상북도 공무원 모두는, 대한민국 사법당국에 강준철 교수에 대한 엄중한 법적 처분을 요구하는 동시에, 임명권자인 대통령께도 강준철의 교수직 파면을 촉구하는 바이다!]
그 어느 누구가 강준철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경상북도 명의의 이 성명서 이상은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헐! 대박! 형님, 이거 정말 경상북도에서 직접 발표한 성명서가 맞습니까?”
“맞겠지.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광역단체장과 광역단체 명의의 성명서를 가짜로 만들겠냐.”
“게임아웃!”
“예? 배우님 뭐라고 하셨습니까?”
“게임아웃이라고요. 김 대리님은 오늘 푹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바로 서울로 올라가셔도 되겠습니다.”
결론은 이제 더는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참 웃기게도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제1당과 제2당은, ‘빨갱이’ 프레임 아니면 ‘친일’ 프레임을 서로에게 덧씌우면서 자기 정당의 목숨을 연명해 간다.
그리고 지금 성명을 발표한 경상북도 도지사 같은 경우는, 상대 정당에게 ‘빨갱이’란 프레임을 덧씌워서 국민들 지지를 받는 정당이다.
그리고 그 말을 역으로 하자면, 이 경북도지사란 양반은 상대 정당으로부터 ‘친일’이라는 비난을 받는 정당 소속이고, 또 그 정당의 텃밭이 바로 경상북도이고 그 경상북도 지역의 정치판의 수장이란 사실이다.
그런 양반의 입에서 강 교수를 ‘친일’하는 교수로 낙인 찍어버렸으니, 이제 강준철 그자는 어디 발붙이거나 등을 기댈 곳조차 완벽히 사라졌다는 뜻이다.
“난리가 났다.”
“왜?”
“벌써 실검 1위야. 그리고 2위가 독도홍보 동영상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들 다혈질인 것은, 알아줘야 해.”
“그러게 말이다. 이제 당신이나 나나, 일본은 여행조차 가지 못하게 생겼다.”
“일본을 가야 할 이유가 뭐가 있어. 그 동네 물가만 비싸지 볼 것도 없는데.”
아무튼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희한한 나라다.
아니 나라가 희한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민성이 희한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평소에는 철천지원수라도 만난 듯 싸우다가도, 일본과 대치하는 상황이 생기면 너나 할 것 없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일본을 적대시하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굳이 ‘마지막 황후’를 선택하고, 또 독도홍보 영상 촬영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이유 역시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의 정치인이 이번 일에 대해 강준철 교수를 친일 어쩌고 하면서 몰아붙였다면 역풍도 불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의 심장이라는 경상북도의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도지사가, 대놓고 강 교수를 친일분자로 몰아붙였기에, 아예 역풍이 불 여지조차 없어진 것이다.
“이 양반들 또 숟가락 얹으려고 하네.”
“왜?”
“배우협회하고 연예인협회서, 내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네.”
아무튼 경상북도 명의의 성명서가 불러온 파장은 대단했다.
각종 시민사회단체에서 서로 뒤질세라 강 교수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고, 그것은 정치권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네티즌들도 개인 SNS 계정에 독도 홍보 동영상과 함께, 강 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강준철 교수 파면촉구 청원, 하룻밤 새에 100만 돌파!]
네티즌 중 누군가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강준철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고, 그 청원이 하룻밤 사이에 100만을 넘겼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계속 청원이 이어져, 내가 기사를 확인하고 국민청원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는 이미 130만을 넘기고 있었다.
“오늘도 학교 가려고?”
“안 가면 오히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해.”
늦게 잤더니 온몸이 찌뿌둥했지만 그렇다고 수업을 빼먹을 수는 없었다.
“저기 뭐야?”
“뭐긴 뭐야. 강준철 그자에 대한 파면촉구 서명을 받는 거지.”
“잠깐!”
“왜?”
정문을 통과하려니 학생들 몇 명이 현수막을 걸어두고, 강준철 교수에 대한 파면촉구 서명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서명을 받는 학생들이, 은교를 비롯한 영화동아리 장산곶매의 회원들이었다.
결국 나는 그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고, 진수는 상호에게 차를 맡긴 후 홍보팀 김영수 대리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오빠.”
“이런 일을 뭐하려고 해?”
“그럼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해요? 우리도 학생이지만 영화 밥을 먹는 사람인 걸요.”
“인마, 이러다가 학교에서 찍혀.”
“괜찮아요. 그런데 오빤 정말 괜찮아요?”
“내가 그 정도에 휘둘릴 것 같았으면, 정치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 아무튼 곧 상황이 종료될 테니까, 그만 정리하고 들어가자.”
“싫어요. 어차피 저희 아니어도, 각 단대 앞에서 모두 서명을 받고 있거든요.”
“응?”
“오늘 어젯밤부터 학교에 난리가 났었어요. 총학이 뭐하는 데냐고요. 그래서 어젯밤부터 서명 문안을 만들고 각 단대와 동아리 연합회에 연락해서, 장소를 배분하고 했었거든요. 우린 영화동아리여서 정문을 차지한 거고요.”
밤사이에 학교도 완전히 뒤집혔던 모양이다.
만약 이 일이 정치적인 문제였더라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배우인 나였고, 또 요즘 젊은 친구들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연예계의 일이란 점이, 학생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 10대들의 꿈 중에서, Top이 아이돌 가수로 성공해서 한몫 잡겠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지 간에 이제 더는 회사에서 이번 일을 가지고 작업을 할 일도 없었고, 나 또한 더는 쇼를 할 이유가 없게 되었다.
강 그자가 파면을 면하고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강의를 찾아서 들을 학생도 없을뿐더러 교수들 사이에서도, 그를 동료로 인정할 사람이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게임아웃인 상황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