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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03화 (103/132)

〈 103화 〉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이게 뭔가?”

말 대신에 뜬금없이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내려놓자, 학과장님은 도대체 이게 뭘 뜻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셨다.

그런 학과장님의 시선을 일별하고 휴대전화를 열어, 방금 강준철 교수 방에서 있었던 일이 그대로 녹음된 파일을 재생시켰다.

“OO 정책연구소라면, 강준철 교수 아닌가?”

“본인 이름이 그렇다더군요.”

“우리 대학도 아닌, 법대 양반이 왜 자넬?”

“그러게요. 그런데 교수님이 부르신다고 하는데, 가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강 교수 그 사람이, 한 배우 자넬 괴롭혔단 말인가?”

“계속 들어보시지요.”

파일이 재생될수록, 학과장님의 얼굴 빛깔은 점점 죽어 들어가고 있었다.

초반에는 부끄러움인지 아니면 짜증이 나서인지 얼굴이 벌게졌다가, 강 교수란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점점 거칠어지자, 서서히 분노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는 벌게질 수가 없을 정도가 되자, 아예 손까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런 개······. 이런 나쁜 인간이......”

하지만 그런 학과장님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나는 녹음파일을 계속 진행시켰다.

그리고 강 교수란 인간의 입에서 딴따라 어쩌고 하는 개소리가 흘러나오자, 학과장님의 얼굴은 퍼렇다 못해 아예 새파랗게 질린 표정이었다.

“한 배우, 이거······. 이건 내가 혼자 처리할 문제가 아닌 것 같네. 혹시 이 파일을 하나 복사해서 날 줄 수는 없겠나?”

“휴대전화를 가져가셨다가, 나중에 돌려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나를 믿고 잠시만 기다려주게. 어떻게 교수란 자가.......”

휴대전화를 집어 드는 학과장님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학과장님은 내가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신 것인지, 마치 귀신에라도 씐 표정과 몸짓으로 휘적거리는 걸음을 하면서, 학과사무실 밖으로 나가고 계셨다.

“어딜 가시려고요?”

“바깥바람 좀 쐬려고요.”

“어디 멀리 가시는 것은 아니시죠?”

“예. 전화주시면 바로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아마 학장님 방으로 가셨을 테니까요.”

겨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으니, 조교 선생님도 안에서 무슨 내용의 이야기가 있었는지 모두 들었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조교 선생님은 내가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준 후에 학과사무실을 나섰다.

어차피 이것으로 게임은 끝이 난 것이다.

물론 휴대전화를 통째로 건넸으니, 어쩌면 사회대 학장님이나 총장님 선에서 그 휴대전화의 파일을 삭제하고, 이번 건을 덮으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나는 감히 그들을 향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전생의 삶에서 뿐 아니라 이번 생에서도, 매니저인 진수에게 아예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던 잔소리가 있다.

누군가와 1:1로 둘만 있는 공간에 있게 될 때는, 만약을 위해서 그 상황을 녹음해두라고 잔소리를 들었었고, 저 휴대전화 역시 진수가 사서 내게 억지로 안겼던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저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은, 이미 내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되어 고이 보관된 상황이니, 만약 총장님이나 사회대 학장님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더라도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형, 뭐해요?”

“예? 아, 김 선배. 그런데 호칭이 갑자기 왜?”

“형이 저보다 나이가 많잖아요. 그런데 후배님이라고 이야기하려니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차라리 형이라는 호칭이 편할 것 같아서요.”

“그렇긴 하네요.”

“그런데 형은 여기서 혼자 뭐 하세요?”

“보다시피 멍하니 앉아 해바라기하고 있잖아요.”

잔디밭 주변에 드문드문 놓인 벤치 중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멍하니 있는데, 현서 양이 나를 불렀다.

나도 호칭이 어색해서 어떻게 호칭 정리를 하면 서로 편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그 점에 관해서는 현서 양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형, 점심은?”

“아직.”

“그럼 가요. 오늘 돈가스 나오는 날이거든요. 오늘 지난번 사지 못했던 밥 살게요.”

우리 사회대가 좋은 점이, 바로 학생식당과 가깝다는 점이다.

그냥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바로 식당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고, 번호를 확인하니 대학 구내의 내선 번호였다.

“한강숩니다.”

“예. 한 배우님, 총장실인데 지금 어디세요?”

“점심 먹으러, G 회관으로 가는 길입니다.”

“죄송하지만 총장님께서 잠시 뵙자고 하시는데, 지금 오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학과장님과 학장님이 나가시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이미 그 사실이 총장님께 보고가 된 모양이었다.

“김 선배, 점심은 다음에 먹어야겠네.”

“왜요?”

“총장님께서 잠시 보자고 하시네.”

“또 무슨 일을 하셨어요? 총장님께서 공로상이라도 주신다고 해요?”

“그런 일이 아니고.......”

그렇게 현서 양을 남겨두고, 나는 바로 총장실이 있는 대학본부로 향했다.

“한강숩니다.”

“어서 오세요. 총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부속실의 여직원이 나를 확인하고 총장님 방의 문을 노크했고, 이어 ‘들어오세요.’란 총장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강숩니다.”

문을 열고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언제 오신 것인지 사회대 학장님과 학과장님, 그리고 처음 보는 얼굴의 교수로 짐작되는 한 분이, 총장님과 한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서 오게. 먼저 학교 총장으로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만든 점에 대해 사과하겠네.”

“아닙니다. 총장님께서 하신 일도 아닌 걸요.”

“우선 그리로 앉으시게.”

역시 점잖은 양반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까지 숙여 사과하는데, 그 면전에다 대고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총장님 아무리 강 교수가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사유를 가지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서 해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부서 해임처분을 승낙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부총장님! 부총장님 말씀대로라면, 아예 칼을 들고 살인 정도는 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인격살인도 살인입니다. 어떻게 교수란 작자가 학생 앞에서 그런 개소리를 지껄이고, 그것도 부족해서 뺨까지 때릴 수 있답니까?”

“학장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지요. 만약 강 교수 그 사람이 해임무효청구 소송이라도 내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합니까?”

학장님과 학과장님 맞은편에 앉은 양반이, 교육부총장인 모양이다.

그리고 학장님과 학과장님은 강 교수란 자를 파면해야 한다는 쪽이고, 부총장님은 징계수위를 조절하자는 쪽이었던 모양인지,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한 배우, 참으로 미안한 말이네만, 강준철 교수를 고소할 생각인가?”

“그 부분에 관해서는 일단 자퇴서가 수리된 후에 회사와 의논해서 처리할 생각입니다. 제가 예담기획에 소속된 배우이고, 활동을 병행하면서 학교에 입학한 것도 회사의 허락을 얻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니, 학교를 그만두는 문제 또한, 회사와 협의해서 처리해야 할 상황이거든요.”

굳이 내가 뭐라고 단정 지을 필요도 없었고, 내 말에 책임질 일을 만들 이유도 없었다.

녹음파일에 저장된 내용만으로도, 교수의 탈을 쓰고 있는 강준철이란 인간을 세상에서 완전히 매장시킬 정도는 충분하니 말이다.

단지 내가 학교를 그만두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굳이 내가 주도해서 강 교수란 자를 내치겠다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하책이다.

그냥 교수들이 알아서 강 교수를 교수사회에서 추방시키게 만드는 것이, 나로서는 가장 좋은 결론이 되는 것이다.

그랬기에 나는 모든 결정권은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속된 소속사에 있다는 것으로 책임을 소속사로 미루는 것이다.

“부총장님, 만약 학교에서 강준철 교수에 대해 합당한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제가 앞장서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겠습니다.”

“학장님!”

“왜요? 못할 것 같습니까? 과연 우리 학교 재학생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학생들이 그러려니 하고 가만히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 한 배우 팬들이나 강 교수 말에 피해를 본, 대한민국 배우나 가수들이 가만히 참고 있겠습니까?”

우리 학장님이 의외로 다혈질이셨다.

몇 차례 뵈었을 때는 정말 푸근하다는 기분을 가질 정도로 온화한 성품의 할아버지 같으신 분이셨는데, 지금 이 순간에는 열혈투사가 따로 없을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시는 것이다.

“학장님, 조금만 진정하시지요.”

“총장님, 지금 이 사안이 진정해서 될 사안입니까?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아먹는 교수란 작자가, 학생을 폭행했습니다. 또 입에 차마 올리기조차 더러운, 몸을 파느니 어쩌느니 하는 그런 개소리를 지껄이면서 선량한 학생을 매도했는데, 그 학생의 선생이란 작자가 가만히 참고 있으라니요?”

내 목구멍에선, 연신 ‘나이스!’란 소리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 학장님께서 저렇게 강경하게 나오시는지 모를 일이지만, 학장님과 학과장님만큼은 무조건 내 편이신 것은 확실했다.

아무튼 학장님의 태도로 미루어 보건대 이번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결론이 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내가 이 대학에서의 생활은 꽃길 그 자체란 생각이다.

학장님과 학과장님이 깔아두신 꽃길을 사뿐히 즈려밟고, 다니면서 4년간의 대학생활을 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똑!’ ‘똑!’

“들어와요.”

그렇게 부총장님과 학장님의 격렬한 언쟁 속에 노크 소리가 들렸고, 총장님의 들어오란 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온 부속실 여직원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총장님, 이걸 좀 보셔야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여직원은, 자기 휴대전화를 총장님 눈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여직원의 휴대전화를 확인한 총장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저도 방금 확인한 일입니다.”

“알았어요. 잠시 나가 계세요.”

그렇게 총장님은 여직원을 밖으로 내보내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비롯한 교수님들 쪽으로 시선을 옮기셨다.

“녹음파일이 유출된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방금 우리 학교 재학생들이 이용하는 ‘대나무 숲’이란 곳에, 한 배우와 강 교수에 관한 글이 올라왔어요. 조금 있다가 녹음파일을 편집해서 올리겠다는 예고까지요.”

“예? 그게 무슨?”

“이제 이 사건은 우리 손을 떠난 것과 마찬가집니다. 부총장께서는 즉시 교수회의를 소집해주세요.”

상황이 전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녹음파일은 내 휴대전화에 있는 것과 내가 내 이메일로 보낸 그것이 전부인데, 어디서 그 녹음파일이 유출되었다는 말인가?

혹시 그사이에 학과장님이나 학장님께서 무슨 일이라도 벌이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학장님과 학과장님 또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고, 강 교수에 대한 파면을 반대하던 부총장님은 황급히 총장실 문을 나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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