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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98화 (98/132)

〈 98화 〉 롤 모델(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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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충격을 받은 김 의원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김 의원이 화를 내거나 분노하는 것에, 걱정하지 않았다.

만약 김 의원이 방금 내가 한 말에 대해 분노하여 내게 화를 낸다면, 그냥 이 양반의 그릇은 딱 여기까지란 생각으로, 김영범이란 이름을 석 자를 내 머릿속에서 지우면 그뿐이었으니까.

“한 배우 자네, 보기보다 아주 잔인하구먼.”

“그렇게 받아들이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속에 담아두는 성격이 되질 못 해서요.”

“자네 말이 맞네. 대통령이 되어서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큰 것은 사실일세. 또 성격 탓인지 아니면 내가 진정성에 매몰된 때문인지 몰라도, 쇼맨십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

“그리고 그걸 보완할 능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의외로 솔직했을 뿐 아니라 그걸 확인이라도 시켜 주기라도 하시려는 것인지, 마지막 한 마디를 따로 떼어내 방점까지 확실히 찍어 주신다.

김영범 의원은 내가 가졌던 기대 이상으로 솔직했고, 또 자신의 약점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김 의원이 자신의 부족한 면을 알고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나에겐 고비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그 고비라는 것은, 김 의원이 나에 대해 어느 정도 가치를 매기고 있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의원님, 제가 의원님께 부족한 부분을 채워드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말인가?”

“제가 확실한 의원님 참모가 되는 것이지요.”

“한 배우 자네도 정치할 것이라면서? 그런 사람이 어떻게 내 참모 노릇을 하겠다는 겐가?”

“제가 직접 정치를 시작하려면, 아직 몇 년이란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러니 제 정치를 시작하기 전까지, 의원님 곁에서 의원님 참모로 역할을 해보겠다는 것이지요.”

“조금 전까지 당직조차 맡지 않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것인가?”

김영범 의원으로서는 당연히 가질 의문이다.

그 말을 한 것이 며칠이 지난 것도 아니고, 조금 전 이 자리서 김 의원님의 제안에 대한 대답이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국회의원 김영범이라는 정치인을 위한, 참모 역할을 오래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의원님께서 단순히 배지를 한 번 더 다시는 일은 크게 염려할 일도 아니고요.”

“선거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일세.”

“그러시겠지요. 그냥 제가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렇다고 치고, 그럼 한 배우 자네 생각은 어떤 것인가?”

“대권 주자 김영범의, 참모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입니다.”

내가 던질 패를, 모두 던졌다.

김 의원으로서는 지금의 내 인기로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고, 속으로 나란 존재를 욕심만 가득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이 지금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김 의원과 같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나나 김 의원 둘 중의 하나는, 노선을 변경해야 하는 장애물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바로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시각이다.

김영범 의원에게는 미안한 일이 되겠지만, 만약 김 의원이 그 문제로 하여 고집을 부린다면 나는 내가 갈 길을 포기하는 대신에, 김 의원과의 관계를 완벽하게 접을 생각이다.

지나치게 오만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일본과의 관계에 관해서 만큼은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는 판단이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유권자인 국민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참, 제가 하나 빠트리고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뭘 말인가?”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앞으로도 저는 연기를 할 때뿐 아니라 정치에 입문하게 되더라도, 일본과는 가깝게 지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한 배우 자네 행보가 궁금했었네. 그냥 배우로만 활동하려고 하는 사람도 아니고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한 배우가, 왜 일본과 대립하는 이미지를 굳히려고 하는지 말일세. 그럼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그게 한 배우 자네가 의도한 결과란 말인가?”

“맞습니다. 독도 홍보 동영상은, 오히려 제가 자청해서 찍었다시피 했다고 보시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놀랍다기보다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이었다.

정치인 김영범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는, 나의 반일의식에 동조할 수도 아니면 나보다 훨씬 더 강하게 반일 또는 극일을 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반일을 외친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 정치인생의 무덤을 파는 일이 될 수 있다.

재계뿐 아니라 교육계 언론계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깊고도 넓게 친일의식이 뿌리내리고 있는 현실에서, 친일파들을 자극해서 득이 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자네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게 된 배우나 가수들 대부분은, 해외시장 진출의 첫 도전지를 일본으로 하는 현실을 모르진 않을 텐데, 굳이 그렇게 대놓고 일본과 척을 지려는 이유가 있으신가?”

“개인적으로 왜놈들을 믿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제가 정치를 하게 되었을 때 확실한 저만의 지지 세력을 만들고 굳히기 위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자넬 지지하는 세력을 만든다고?”

“아무리 우리 땅에 우리 국민들 속에 숨어있는 친일분자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일본에 반감을 품은 국민 숫자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그야 당연한 말이겠지.”

“그러니 단순히 산술적인 계산만으로도, 일본에 반감을 지닌 국민을 결집시키는 것이 훨씬 승부에 유리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정치적 관점에서는, 그게 그렇게 유리하거나 현명한 판단이지만은 않을 걸세.”

김 의원은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김 의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인 대부분의 반응이, 김 의원과 비슷할 것이다.

“혹시 의원님께서는 Anti를 걱정하시고 계시는 것입니까?”

“맞네. 정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지. 정치는 덧셈의 정치를 해야지 절대 뺄셈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말, 말일세. 그런데 자네 식으로 정치하게 된다면, 처음부터 아예 일정 비율의 적대세력을 깔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에 친일성향을 지닌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네.”

김 의원이 걱정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맞는 말이다.

김 의원 말처럼 우리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친일성향을 지닌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되지 않았고, 또 대놓고 일본을 찬양하는 골이 빈 10대 20대가 많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처럼 반일이나 극일을 부르짖는 사람이 정치를 하겠다고 선거에 출마한다면, 과연 친일분자들이 외면하고 침묵하면서 가만히 있을까?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대놓고 비토하진 못하겠지만, 언론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다른 갖은 술수를 동원해서 교묘한 방법으로 나를 깎아내리려고 할 것이고, 아주 사소한 실수조차도 침소봉대해서 세상에 다시없을 나쁜 놈으로 몰아갈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게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고 선이 있는 법이다.

내가 배우로서 활동하면서 반일 행보를 벌이는 것에는 ‘국뽕’이니 뭐니 하면서 비아냥거릴 수는 있겠지만, 대놓고 나를 적대시하는 행위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서 내가 대중들에게 확실한 ‘국뽕’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국뽕’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Top 배우로서 위치를 굳힌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국뽕’ 분위기에 편승해서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해서 그 ‘국뽕’ 분위기를 주도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쇄신시킬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확실한 힘의 우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감히 덤벼들려고 마음먹는 어리석은 바보는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김 의원의 고민은 제법 오래가게 될 것이다.

나란 인간이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이 위험한 존재일 수도 있고, 아니면 뜯어먹을 살점은 별로 없는데 버리려니 아까운 계륵이라고 생각될 테니까.

아무튼 정치든 개인의 인생이든,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지금 현재의 배우 한강수는 이 나라에 흔하디흔한 배우 중 하나일 뿐이지만, 내가 계획한 대로 내 연기자로서의 생활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머지않아서 전생에서처럼 국민배우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 내가 정치인으로서 삶에 도전하면, 그때는 누구의 도움이 없더라도 나 혼자서도 충분히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다.

오히려 지금 나를 대변하는 ‘반일’ ‘국뽕’ 이미지가, 나만의 무기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은 나뿐 아니라 김 의원에게도 선택의 순간이었고, 나에게는 여의도 입성 그리고 김 의원에게는 대권가도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탈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자네 하나만 물어보세.”

“말씀하시지요.”

“혹시 자네 예전에 따로 정치를 공부하거나, 다른 정치인 밑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나?”

“그럴 시간이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자네가 단순한 배우 그리고 정치를 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간 정치 초년생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서 말일세. 솔직히 우리당의 초선의원들하고 이야기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단 느낌일세.”

김 의원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믿기지 않는 사실이겠지만, 김 의원의 저 생각은 지극히 타당한 생각이었다.

내가 전생의 삶에서 국회의원으로 생활했던 것뿐 아니라, 어쩌면 눈앞의 김 의원보다 더 높은 곳을 꿈꿨던 인간이 나였으니까.

내가 판단하기에 김 의원은 아직 3선 의원이긴 하지만, 진정성과 정치력은 대한민국 여느 국회의원보다 앞서고 또 깊이 있는 정치인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전생에서 김 의원이 대선에 도전했다가, 당내경선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사실을 안다.

그리고 그렇게 중간에 탈락한 이유가, 바로 지금까지 김 의원과 이야기한 그런 내용 때문이었다.

대중은 아무 맛도 없이 건강식이라고 주장하는 요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해롭다고 규정지어지지 않은 한 MSG를 팍팍 친 자극적인 요리를 선호하는 법이다.

그런데 김 의원은 정치를 시작부터 끝까지, 대중이 원하는 MSG가 팍팍 들어간 요리 대신에 건강식만 고집했으니, 큰 선거에서 낙선은 예정된 결과였을 뿐이다.

누구나 지역구라는 소규모 지역에서는, 진정성이라는 무기로 대중을 설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반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진정성이라는 것만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진정성으로 승부하려는 사람 반대편에 맵고 달콤하고 시원한 소재를 팍팍 던지는 정치인이 있다면, 승패의 추는 당연히 자극적인 맛을 선사하는 정치인에게 기울게 되는 법이다.

바로 그 점이 내 전생의 대선에서 본, 김영범 의원의 패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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