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96화 (96/132)

〈 96화 〉 롤 모델(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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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면 의원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우리 정치가 뭔지 모르게 정치 본래의 모습에서 많이 어긋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정치와 현실 정치는 많이 다른 법이지.”

“물론 그런 면도 있겠지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너무 개인적인 욕심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 한 배우 자네 말이 맞겠지. 당 지도부는 당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포장하고, 국회의원 개개인은 자기를 뽑아준 지역구민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일 테니 말일세.”

조금 지나칠 수도 있는 내 말에도, 김영범 의원님은 의외라고 할 정도로 순순히 시인하셨다.

사실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해봐야, 유권자인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정치인이 하는 말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선거 때마다 출마한 후보는 하나 같이 자기가 당선이 되면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것이라고 떠들어 댔었지만, 그 약속을 지킨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아예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럼 자네가 배지를 달면, 어떤 정치인이 될 생각인가?”

“그점에 관해서는 아까 말씀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네 정치에 관해서 말인가?”

“예.”

내가 그 부분에 관해 이미 내 생각을 밝혔다고 이야길 하자, 김영범 의원은 잠시 앞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돌아보려는 것인지, 잠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서울에서도 한밤중에 하늘을 쳐다봐봐야 딱히 보이는 것도 없었지만, 부산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내가 살고 있는 양산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밤중에 하늘에서 무엇인가를 찾거나 보려면, 시내와는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나 별이든 무엇이든 볼 수가 있는 법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배우로서 확실한 인기를 얻는 것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얻었던 인기를, 정치인 한강수에 대한 인기로 갈아타게 할 생각이고요.”

“그도 한 방법이겠지.”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작고하신, 전직 대통령님의 경우에서 확인된 사실이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현실 정치에서 패하지 않으셨나?”

“그분께는 그리고 그분을 지지하고 사랑했던 국민들에겐 유감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분의 방식은 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 않습니까?”

배우 중에서도, 순간적으로 인기몰이하면서 엄청난 숫자가 팬으로 자처하는 배우가 있다.

그리고 또 어떤 배우는 확연히 드러나진 않고 그 숫자도 대단하지는 않지만, 참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면서 굳건하게 인기를 누리는 배우가 있다.

스타 기질이 있는 연예인은,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는 존재다.

그런데 그렇게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이, 본인이 직접 실수한 일이 아닌 엉뚱한 구설수에 오르기라도 하면, 사안에 따라서는 그간 그 연예인을 떠받들던 사람들까지, 한순간에 등을 돌리고 적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리고 그런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 대부분은, 재기하지 못하고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사라진 배우가 우리 연예계에 어디 한둘이었던가?

반면 인기가 아닌 연기력 또는 실력으로 인기를 얻은 연예인 대부분은 규모는 작지만 확실한 코어 팬을 가지고 있기에, 웬만한 구설수가 생기더라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배우들보다 우위에 서 있다고 하는 배우가, 전생의 나처럼 이른바 국민배우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자잘한 구설에 올라도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팬들,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성벽으로 내 진심이 왜곡되지 않게 만들어주는 팬들, 그런 팬들을 지닌 배우가 바로 국민배우이다.

내가 정치권에 발을 디딘 후에도 그 팬들 대부분은, 배우 한강수에 대한 지지와 사랑을 정치인 한강수로 옮겨주셨기에, 초선의원에 불과한 나였지만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지닐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나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당내 인사들의 집중적인 견제가 시작 되었고, 그 견제는 비토를 넘어 이유모를 증오로 변해갔다.

그런 이유모를 증오는, 나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자 더욱더 커져갔다.

그리고 결국 대통령 임기를 마친 이후, 현직 대통령과 내 참모가 공모한 결과 죽임을 당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 양반이 실패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제게 그렇게 질문하시는 것을 보니, 의원님께서도 이미 그 이유를 알고 계신다는 뜻이 아닙니까?”

“자네 생각을 듣고 싶네.”

“전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가지가 결국 한 가지인 것이 아닌가?”

역시 김영범 의원 또한, 나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두 가지되 그 두 가지가 병립되어야만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는 그것을, 돌아가신 그 양반은 지니지 못하셨다.

“우선 그분은 대중적 인기를, 온전히 그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셨습니다. 만들지 못했다는 것보다는, 진짜가 아닌 허상을 보셨던 것이지요.”

“OOO 그 조직 말인가?”

“예. 그분이 대통령선거출마가 가시화되기 이전까지의 지지자만 믿으셨어야 했는데, 대통령선거출마가 가시화되자 몰려든 어중이떠중이들까지 자기를 지지한다고 믿었던 그것이 실수였지요. 그 과정에서 도를 지나치셨고, 그 때문에 국민에게서 외면받기 시작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인기란 것은 한순간입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배우의 삶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지금까지 우리 연예계에, 얼마나 많은 스타가 있었습니까? 하지만 지금 정말 스타라고 불릴 수 있는 배우가, 과연 몇이나 되는지 그것만 살펴봐도 답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그리 어렵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김 의원께서는 한참을 고민하는 표정이다.

“하~아~ 그만한 인기를 얻기도 쉽지 않지만, 그 인기를 지속시킨다는 것이.......”

“그 문제는 고민하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돌아가신 그분을 예로 들자면, 그분이 대통령출마가 가시화되고 난 이후에 몰려든 2/3에 달하는 지지세력, 그들을 집권 후에는 기억에서 지우셨더라면, 결코 국민에게서 배척받는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너무 자신의 인기를 믿었던 것이, 패착이었단 말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돌아가신 그 양반을 좋아하고 존경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더라도 그 양반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야 했다.

나 역시도 준비가 끝나면 다시 정치할 결심을 굳힌 상태니, 그분의 경우를 반면교사 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 양반이 간과하고 지나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야만, 나도 불행한 정치인으로 남지 않을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가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대중적인 인기야, 그래도 끝까지 그분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초기 지지자 대부분은 남아 있었으니 괜찮았지만, 여의도에 그분의 편이 몇 없지 않았습니까. 거기에다가 지지자 대부분도, 그다지 영향력 있는 분들이 아니었고요.”

“그렇지. 만약 당내의 의원들이 그 양반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었더라면, 결코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탄핵이란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지. 또 임기 내내 지지율이 바닥이지도 않았을 테고, 그런 비극 또한 없었겠지.”

김영범 의원의 그 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 중 과반을 차지하는 제1당의 대통령 후보였지만, 그 양반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순탄치 못했다.

대통령선거 직전까지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등의 헛소리를 내뱉었던 족속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당 소속 국회의원들이었으니 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봐도, 그 양반이 그런 난관을 뚫고 대통령선거에 그대로 출마해서, 대통령으로 선택받은 그 사실이 기적이었다.

결국 대통령선거 당선의 1등 공신은 당 소속 국회의원 그 누구도 아닌, 당시 그 양반의 지지 세력이었던 OOO라는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아니 OOO라는 그 조직 이외에는, 그를 지켜주고 지지했던 세력 자체가 아예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럼 한 배우 자네는, 왜 우리당의 국회의원들이 그 양반을 배척했다고 생각하나?”

“한 마디로 가소로웠겠지요. 그냥 남들 다 가는 대학도 가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졸 출신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학을 졸업한 자기들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고 설치니, 그들의 눈에 그게 곱게 보였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당선자를 그리고 헌법이 인정한 대한민국 대통령을 배척했을까?”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하긴 지금 이 자리에는 의원님과 저 둘밖에 없으니까요. 솔직히 전 그분의 지나치리만큼 직설적이었던 그분의 화법이, 문제가 되었다는 쪽입니다.”

똑같은 말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서 그 말의 뉘앙스가 많이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나와 그 상대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 그 뉘앙스의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또 나와 비슷한 거리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두 사람의 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에 똑같은 말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이셨던 그 양반의 경우, 위에 언급한 그 부분이 다른 그 어떤 누구보다 극명하게 갈리게 하는 그런 양반이었다.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에 따라서, 그 양반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게 만드는 그 양반 특유의 화법,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었다.

“자네 재학 중에도 연기활동을 계속 할 생각인가?”

“학교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활동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정치인이든 배우든 국민의 인기를 먹고사는 사람들이야, 국민들 눈에서 멀어지면 금방 잊히는 법이니까요.”

“그런가. 음....... 자네로선 그럴 수밖에 없겠지.”

“혹시 따로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김영범 의원은, 내게 재학기간 중에 연기자로서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지금은 연기자로서의 삶을 그리고 지금은 머지않은 미래에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내게, 김영범 의원의 방금 질문은 무의미한 질문이었다.

연기자와 정치인의 가장 큰 공통점은, 두 직업 모두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인기란 것은, 대중의 눈에서 멀어지는 순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점이니,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 의원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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