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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87화 (87/132)

〈 87화 〉 도시의 하이에나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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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응?”

“저녁은 민정 씨 초대해서, 우리 집에서 같이 먹는 건 어때?”

“집에 딱히 먹을 것도 없잖아?”

“자기가 라면 잘 끓이잖아. 민정 씨에게 자기가 라면을 잘 끓인다고 했더니, 민정 씨가 자기가 끓여준 라면을 꼭 먹어보고 싶다는 눈치여서.”

아무튼 하지 않아도 되는, 별 희한한 이야기까지 다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손님을 초대해서 라면을 대접해? 그리고 상호도 라면 먹고 자면 배고파서 잠 못 자.”

“다른 음식 조금 시키면 되지.”

그렇게 예나가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민정 씨의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민정 씨가 팬 카페를 개설해서 회원을 2,000명 가까이 모았다는 것을 보면, 확실히 내 팬인 것은 맞다.

그리고 지금 저 눈빛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직접 끓여준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어린 팬심일 것이다.

“민정 씨, 우리 집에 가보실래요?”

“정말이요? 정말 따라가도 되나요?”

굳이 물어볼 이유도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의견을 물었더니, 예상했던 대로 좋아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우선 지난번 장산곶매 동아리 회원들을 초대했을 때 주문했던 음식점에, 음식 몇 가지를 주문하고 상호가 운전하는 밴에 올랐다.

“넌 그냥 시동 끄지 말고,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와. 내가 받아서 나올 테니까.”

양산에 도착해서 음식점 앞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잠시 세우고, 나는 차에서 내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음식을 받아 양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상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와! 여기가 두 사람이 사는 집이야?”

“응, 아직 이삿짐조차 다 풀지 못해서 좀 정신없지?”

“나 이렇게 넓은 집은 처음이다. 그런데 왜 네 사진은 저렇게 큰 액자에 있는데, 강수 씨 사진은 작은 사진밖에 없어?”

“저 사진은 우리가 결혼하기 전부터 있었던 사진이거든. 회사 복도에 걸어둘 사진을 뽑으면서 똑같은 걸 한 장 더 뽑은 거야.”

“나, 여기 집 안을, 사진으로 찍어서 카페에 올려도 돼?”

“침실 빼고야 뭐 문제될 것 없잖아.”

언제부터인가 예나와 민정 씨는, 서로 말을 놓고 편하게 하고 있었다.

물론 민주와 내가 동창이고 민정 씨와 민주가 동료교사였기에 서로 편하게 이야기 하자고 한 사람은 나였지만, 언제부터 저렇게 친했다고 친한 척을 하는 것인지.......

아무튼 나는 함께 먹을 라면을 끓이느라 주방에서 바쁘게 일을 했고, 상호는 음식점에서 사가지고 온 음식들을 테이블에 세팅할 동안, 예나와 민정 씨 두 사람은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수다삼매경이었다.

“자~ 모두 오세요.”

평소 내가 끓이던 라면이 완벽하게 완성되었기에, 나는 두 사람을 불렀다.

“와~ 맛있겠다.”

“빨리 각자 자리 잡고 앉으세요.”

그렇게 우리 네 사람은 식탁에 모여앉아, 사가지고 온 음식과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혹시 한 배우님은 어릴 때 자취를 하셨어요?”

“자취가 아니라 부모님께서 사고로 우리 남매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예. 죄송해요.”

“아니, 괜찮아요. 그런데 민정 씨는 왜 예나하고는 말 편하게 하면서, 저한테는 계속 경어를 써요? 그냥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솔직히 서로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양반이 나에게만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아니요. 그냥 이렇게 해야 해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제가 무슨 실수라도?”

“아뇨! 절대 그런 것 아니에요.”

“그럼?”

“사생팬이 될까봐서요. 사생팬이 자기가 되고 싶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배우님도 잘 아시잖아요. 이렇게라도 선을 그어두지 않으면, 제가 실수라도 할까봐 그것이 겁이 나서요.”

무슨 뜻인지 대충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경어를 쓰면서 선을 긋게 되면, 자연스럽게 중간에 선이 생겨서 실수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반면 말을 편하게 하다가 보면, 자신도 모르게 친밀감이 상승하고 그러다 보면 배우와 팬이 아닌, 이성으로서 착각하게 될 수도 있으니, 그걸 걱정하는 것이다.

민정 씨가 이야기 하는 사생팬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처음에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그 연예인이 주는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에 그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연예인이 자기의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라는 감정에 빠져들게 되고, 스토킹 하게 되고 심지어 집까지 찾아가는 일까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서 차를 마시는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이슥한 시간에 상호에게 민정 씨를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부탁했다.

“민정일 자기 전담으로 붙여달라고 할까?”

“뭐?”

“어차피 자기 팬 카페를 운영하니까, 자기 옆에 따라다니면서 스태프 역할도 하고 하면 좋잖아.”

“아까 그 양반 이야기 듣지 않았어? 자칫하면 서로 피곤한 일 생겨.”

“같이 부대끼면서 지내다가 보면, 바빠서 그런 생각 들 시간도 없어. 아예 나쁜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면 몰라도.”

“아니야. 당신 말대로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불편해.”

괜히 가만히 놔두면 될 일을 가지고, 쓸데없이 걱정할 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민정 씨 문제는 정리가 되었고, 우리 부부는 하루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는 생각으로 침실에 들었다.

“한 배우, 혹시 내일 서울에 올 시간이 되겠나?”

“예. 감독님 가능합니다.”

그렇게 폭행사건 건이 마무리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황우 감독님으로부터 호출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상호가 운전하는 밴을 타고,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 있다.

“형님, 군위 휴게소에 들렀다 가실 거지요?”

“중앙 안타고?”

“이 도로가 조금 더 빠릅니다.”

내가 여기쯤에서 항상 휴게소에 들르자고 하는 것을 누구에겐가 들었던 것인지, 상호는 군위휴게소 못미처서 휴게소에 들러 쉬었다 갈 것인지를 물었다.

“뭘 먹을래?”

“제가 사오겠습니다.”

“그냥 화장실이나 다녀와. 난 휴게소에서 먹는 것이 정해져 있거든.”

“형님이 직접 가시면 아는 사람들 때문에 소란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냥 이쪽에 계세요.”

“인마, 내가 네 형수처럼 스탄 줄 알아? 아직 내 얼굴보고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아는 사람 거의 없어.”

물론 민정 씨처럼, 적극적인 팬이 한둘쯤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땅덩어리가 좁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한 조그만 부분인 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나를 알고 나 때문에 난리를 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직 꿈일 뿐이다.

나는 상호를 화장실로 쫓아 보내고 모자를 깊숙이 내려쓴 후, 휴게소에 길게 늘어선 가게로 가서 상호가 좋아한다는 감자와 떡볶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호두과자를 사가지고 차로 돌아왔다.

“감독님, 처음 뵙겠습니다. 신인배우 한강숩니다.”

“어! 한 배우 어서와. 이제 신인배우라고 하기엔 그 급은 넘어섰지.”

“아닙니다. 아직 많이 배우고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아무튼 시나리오가 볼만은 하던가?”

“예. 아주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도 탐을 많이 내더라고요.”

“이거 한 배우가 날 만난 것이 영광이 아니라, 우리 서예나 배우가 내 작품을 탐을 낸다는 사실이 영광일세. 서 배우에게 꼭 그 말을 전해주시게.”

“그런데 오디션은 어디서 하게 됩니까?”

“한 배우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해보니, 굳이 오디션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긴 한데....... 일단 화진 장 사장님이 오면 그때 보세나.”

“화진 엔터에서 투자하기로 했나 봅니다.”

화진 엔터테인먼트라면, 배급 또한 순조로울 것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투자와 배급사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배급사이니 말이다.

화진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고 황우 감독님께서 메가폰을 잡은 이상에는, 이 정도 시나리오를 가지고 실패할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흥행에 실패한다면, 그 실패의 책임은 오롯이 나를 비롯한 공동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능력부족일 것이기에,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한 배우, 인사드리시게. 화진 엔터테인먼트 김화란 대표님이네.”

“처음 뵙겠습니다. 신인배우 한강수라고 합니다.”

“한 배우님, 잘 부탁드려요.”

황우 감독님과 차를 마시며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화사한 옷차림의 풋풋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20대라고 해도 착각할 정도의 여자가 한 사람 들어왔고, 황우 감독님께서는 내게 그 여자 분을 화진 엔터테인먼트 대표라고 인사를 시켰다.

“대표님 혼자 오셨습니까?”

“오늘 기사님이 병원에 가셔서, 제작팀장님 차를 얻어 타고 왔거든요. 그래서 제작팀장님은 주차장에 차 대러 가셨고요. 그런데 한강수 배우님은, 한창 깨가 쏟아질 신혼이신데 일하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집사람도 같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참! 맞다. 서예나 배우하고 결혼하셨다는 사실을 깜빡했네요. 결혼식장까지 찾아가서는.......”

김화란이라는 이름의 화진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나이가, 도무지 짐작되지 않았다.

그리고 투자사를 겸한다고 하니 제법 돈을 굴린다는 뜻인데, 이렇게 젊은 나이에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참 제목은 정하셨어요?”

“일단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그 제목들에다가, 한 가지 더 추가해볼까 합니다.”

“제목이?”

“도시의 하이에나는 어떻습니까?”

“음....... 뭔가 사내들의 욕망과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느낌이네요. 앞에 말씀하셨던 제목들보다, 음습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도 않고요.”

“그렇습니까?”

“예. 한 배우님은 제목이 어떠세요?”

“저야......”

다짜고짜 김화란 대표가, 내 의견을 구하기에 나는 말을 얼버무렸다.

내가 경력이 있는 Top급의 배우라면 몰라도, 아직 신인 티조차 제대로 벗지 못한 상황에서, 나댄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마이너스라 생각했던 탓이다.

“감독님께서도 동의하신다면, 저는 그걸로 했으면 싶어요. 남자들뿐 아니라 여성관객들도, 가슴이 울렁거릴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렇게 이번 영화의 제목은, ‘도시의 하이에나’로 결정되었다.

막상 제작팀장이 도착했지만, 오디션은 요식행위라고 느껴질 정도로 간단하게 끝이 났다.

“한 배우님 연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확인했거든요. 단지 이번 ‘도시의 하이에나’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배우가 맞는지, 그것을 보기 위해서 만나자고 했던 겁니다.”

그게 김화란 대표가, 나를 양산에서 서울까지 오디션을 빙자해 불러 올린 이유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배우를 이기는 존재가 감독이고, 그 감독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이 투자사 대표이니 말이다.

그렇게 이번 영화의 제목이 '도시의 하이에나'로 결정되었고, 나 또한 그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 된 것으로 미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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