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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86화 (86/132)

〈 86화 〉 새로운 인연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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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정말 이번 일 때문에 사표를 냈다는 거야?”

“아마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학교나 교육청에서 징계는 받을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물론 해직까지는 아니겠지만.”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잖아?”

“공무원이라는 조직이 그래.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니, 교원 품위유지가 어떻고 하면서 징계하면 할 말도 없거든.”

“그럼 그분은 앞으로 어떻게 해?”

“그러게.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해줄 능력도 없고.”

내가 듣지 않았던 것처럼, 아예 모른 척한다고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도 없다.

그리고 설령 내가 그런 사실을 듣고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여선생님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욕을 얻어먹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에 멍울이라도 생긴 것처럼 답답해지면서,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불편해지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예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 여선생님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분이 자기 팬이라면서?”

“그렇다고 하네. 팬 카페까지 만들어서 운영한다더라.”

“팬 카페? 나도 없는 팬 카페가 자기한테 있었어?”

“그러게. 그런데 원래 남자들이 팬 카페 만들어서 활동하고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아? 굳이 팬 카페가 아니어도, 당신이야 대한민국 사내들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고.”

“아무튼....... 혹시 그분을 내가 만나보면 안 될까?”

“당신이 만나자고 한다면, 그 선생님이 싫다고 할 리가 있겠어? 다른 사람도 아닌 서예난데.”

“그분이 자기 팬이지 내 팬은 아니잖아. 어쩌면 내가 자기랑 결혼한 것 때문에 나를 미워할 수도 있는데.”

사실 내 입으로 꺼내기 미안했는데, 예나 입에서 그 선생님을 만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야 아직 누굴 따로 데리고 있을 능력이 없지만, 예나는 직접 스태프로 데리고 있든지 아니면 예담기획에 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되니 말이다.

굳이 예나가 예담기획 대표의 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금 예나가 회사에서 가진 위치는 직원 한둘 채용해 주라고 요구할 정도는 되는 것이다.

‘한강수 배우 부인인 서예나라고 합니다. 언제 통화 가능하신 시간에 이 번호로 연락 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만나기로 마음을 정한 예나의 행동도 빨랐다.

예나는 진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박미희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받았고, 바로 그 여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문자를 보내고 10분 정도 지나서, 예나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박미희 선생님?”

“예. 배우님 팬입니다.”

“치! 선생님은 남편 팬이시잖아요. 선생님께서 자기 팬 카페를 운영하신다고, 집에 오자마자 자랑하던 걸요.”

“그게.......”

“아뇨. 농담이었어요. 그런데 혹시 내일 오후에 시간 좀 내실 수 있으세요?”

“시간이야 얼마든지 가능한데 그런데 무슨 일로.......”

“저희가 사는 신혼집이 양산이어서, 서울까지 가려면 오후나 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요.”

“저 지금 서울이 아니라, 부산 고향 집에 내려와 있어요. 서울에서는 복잡한 일 때문에......”

“그러세요? 그럼 내일 점심을 같이하는 건 어떠세요?”

그렇게 예나가 박 선생님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

“만나서 어떻게 하려고?”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우리 잘난 서방님 덕분에 멀쩡하던 직장인이 백수가 되었으니, 마누라인 내가 책임을 져야지.”

“무슨 생각해둔 방법이라도 있어?”

“우선 그분의 생각부터 들어봐야지. 아무리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그분에게는 아닐 수가 있잖아. 그러니까 그분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가능한 한 그분이 원하는 쪽으로 만들어 봐야지.”

어릴 때부터 연예계 생활만 했기에 내심 걱정을 했더니만, 그런 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예나의 생각은 합리적이었다.

아무튼 근심거리 하나는 덜었으니, 우린 신혼부부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 동시에 의무인 뜨거운 밤을 만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잘 잤어?”

“응. 자긴 피곤하지 않아?”

“피곤하긴 뭐가 피곤해.”

“치! 알면서 꼭 그렇게 이야기해야 해? 그런데 나 너무 밝히는 여자인 것 아니야? 여자가 밝히면 서방 잡아먹는다는데?”

“그렇게 잡아먹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솔직히 저 여자가, 정말 사내가 옆에 접근만 해도 몸이 굳었던 그런 여자였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예나는 적극적이고 뜨거운 여자다.

덕분에 나 역시도 30년 가까이 꽉 억눌려 있었던, 본능적 욕구를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었고.......

“오늘 강의 몇 시에 끝이 나?”

“오늘은 일찍 마치는 날이잖아.”

“그럼 나 그분하고 점심 먹고 자기 학교로 가도 돼?”

“그래, 그렇게 해. 학교 안에서야 난리를 치는 사람들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상호하고 같이 다녀.”

예나가 학교에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우리학교 학생 중에서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예나가 나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니, 학교에 찾아온다고 해서 그다지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매니저인 상호와 함께 오라고 했다.

“형, 정말 잘 됐어요.”

“고맙다.”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진호가 내게 달려와 축하인사를 건넸다.

딱히 축하를 받을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내가 아닌 다른 배우였더라면 계속 연예계 생활을 계속해야 할까 할 정도로 악성 댓글에 시달렸을 것이니, 진호가 건네는 그 축하인사가 아예 생뚱맞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나야 조만간 그 악성 댓글은 사라질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전모를 낱낱이 공개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말이다.

단지 그게 민주가 아닌, 당사자라고 할 수도 있는 박 선생님이라는 점이 의외이긴 했다.

“자기 지금 어디에 있어?”

“응. 방금 강의 하나 끝이 나서, 구도 쪽에 있는 커피숍에 있어.”

“알았어. 지금 정문 통과하고 있으니까, 바로 그리로 갈게.”

아침부터 과의 동생들에게 시달리던 일도, 점심시간을 지나 오후가 되니 잦아들었다.

진호가 껌 딱지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 덕분에, 나는 다른 친구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학교 내에 있는 커피숍에서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형수님이세요?”

“응. 나한테 전화를 걸 여자가 있기나 하냐?”

“그거야 아무도 모르죠. 그걸 알면 그게 불륜인가?”

“또 까분다. 인마, 나이도 어린놈 입에서, 걸핏하면 불륜이니 뭐니 하는 섹드립이냐?”

아무튼 나이가 별 차이도 나지 않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성에 대해서는 개방적이다 못해 적극적이다.

그러니 대학축제가 열리는 봄이나 가을이면, 학교 내에 있는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주점에서는 선정적이다 못해 아예 노골적인, 메뉴판이나 적나라한 복장 때문에 뉴스에까지 나오곤 하지 않는가?

아무튼 진호 역시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진호가 학교를 졸업한 후에, 꼭 내가 아니더라도 어떤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채용되어 의원회관에서 생활하려면, 지금처럼 말과 행동하는 것은 꼭 바꿔야 할 것이다.

굳이 행동으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성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말 한마디나, 정적에게 먹잇감이 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으로, 한방에 훅 간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또 현역의원이 직접 그런 일을 벌인 것이 아니라 데리고 있는 보좌진이 그런 일을 벌였다고 하더라도, 유권자인 국민들은 보좌진 당사자뿐 아니라 그가 모시는 현역 국회의원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결코 지금 진호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보좌진을 옆에 두기 꺼릴 것이 분명할 것이니 말이다.

구도 쪽 도로에 상호가 운전하는 밴이, 비상등을 깜빡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왔어?”

“응, 자기야 선생님도 같이 모셔왔다.”

그러고 보니 예나 뒤에 박미희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기에,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상호야, 차는 우리 단대 주차장에 주차하고, 커피숍으로 와.”

“전 그냥 차에 있겠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다. 그냥 내려와서 커피나 마시며 놀자.”

상호는 아직 예나와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함께 있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은지, 차 안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이미 오늘 내가 받을 강의는 끝이 났고, 지금부터는 예나를 데리고 학교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줄 생각이었으니, 그게 한두 시간에 끝이 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튼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박 선생님의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커피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저, 괜찮은데요.”

“선생님이 드시지도 않는데, 저희끼리 어떻게 마셔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새삼 부끄러운 것인지, 박 선생님은 아예 커피조차 주문하는 것을 망설였다.

나는 계산대로 가서 박 선생님과 상호가 마실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후 나온 커피를 들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자~ 선생님, 드세요.”

“감사합니다. 배우님.”

“배우는 무슨. 그냥 편하게 하세요. 그제 보니까 민주하고 동갑이신 것 같던데 맞나요?”

“예.”

“그러니 저하고도 동갑이니, 말 편하게 하세요.”

상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별로 어울리지도 않은 너스레를 떨었다.

“자기야.”

“응?”

“박 선생님, 우리 회사 홍보실에서 근무하기로 했어.”

“그게 정말이야? 잘됐다.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시다가, 연예기획사 일 하시는 것이 괜찮으시겠어요?”

“전 좋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일을 하고 싶었었는데, 부모님들께서 말리시는 바람에....... 그리고 저 부전공으로, 홍보 쪽 강의를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차피 어른들의 생각이야 그런 연예기획사보다는 안정적이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인 교사를 선호하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부모님의 강권에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팬 카페를 만들어 운영할 정도로 연예계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박 선생님 처지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인연이 엮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선연에서 시작된 이 인연을, 앞으로 좋은 인연으로 엮어갈지 아니면 악연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는, 우리 서로의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박 선생님의 처우 문제는, 회사인 예담기획에서 할 일이었다.

덕분에 나와 관련된 문제로 인해, 박 선생님이 교직에서 물러난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저 오늘 법원에 가서 개명신청 했어요.”

“예?”

“미희란 이름이 촌스러운 느낌도 있고, 이번 일로 혹시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까봐서요.”

“그럼 바꾼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

“박민정이요.”

민정이란 이름이나 미희란 이름이나 별로 세련된 이름은 아니란 생각이었지만, 아직 그리 친하지도 않은데 굳이 그걸 두고 입을 댈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커피를 손에 들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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