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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73화 (73/132)

〈 73화 〉 뜻하지 않았던 가족여행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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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나가 벌써 활동을 재개하려고 하던가?”

“그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의견이 맞지 않아서 중간에 그만뒀는데, 예나 생각은 저하고 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아예 몇 년을 쉴 것 같은 분위기더라고요. 어쩌면 연기를 완전히 접을 생각조차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랬구먼. 예나도 지치긴 많이 지쳤을 거야. 자네가 굳이 반대할 생각이 없다면, 그 애 생각대로 하게 놔두는 것은 어떻겠나? 어차피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할 일은 없으니까.”

“예. 아버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장인이신 선 대표께서는 예나가 당분간 활동을 쉬려고 한다는 말에도, 심지어 연기자로서의 삶은 그만두려고 한다는 말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애는 언제쯤 가질 생각인가?”

“집사람이 아기 문제 때문에 활동을 쉬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고민입니다. 쉬는 것이야 크게 문제가 될 일이야 없겠지만, 그렇게 몇 년을 쉬고 나면 찾아주시는 감독님도 안 계실 것이고, 그러면 그때 집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서요.”

“아기를 가지는 문제야 두 사람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만, 솔직히 나도 빨리 아기를 낳아서 제대로 된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생각이구먼. 나도 손자 손녀 재롱도 받아봐야 하질 않겠나.”

부녀의 반응이 어째 짠 것처럼 비슷했다.

나도 어렸을 적에 부모님을 잃고 일가친척도 없이 지수와 둘이서 외롭게 자랐지만, 예나 같은 경우도 장인어른이 외동이셔서 사촌남매조차 없이 혼자 외롭게 컸다는 점이, 지금처럼의 생각을 가지게 한 것인지도 몰랐다.

“한 서방.”

“예. 아버님.”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한 서방 자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난 예나하고 자네는 가능하거든 아이를 많이 낳아 길렀으면 싶네. 자네도 알다시피 나도 외동이었고 예나도 외동으로 자라서인지, 가장 부러워했던 것이 집이 북적거리는 것이라네.”

합당치 않은 기대였다.

아무리 북적거리는 집안을 부러워하고 살아오셨다고 하더라도, 아기를 가진다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 또 가냘프다고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예나의 몸을 고려할 때,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다.

“혼자 지내시는 것이 싫으시면, 저희가 서울에 왔을 때는, 아버님 댁에서 지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정말인가?”

“아버님께서 불편하시지 않으시다면, 저야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돈처녀가 혼자 지내야 하지 않는가?”

“집에는 다른 식구들이 있지 않습니까. 거긴 저 없어도 거의 매일 밤 파티를 하고 잘 지냅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예나하고도 의논을 해봐야 할 걸세. 예나가 많이 불편해할 테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에도 예나를 아버님 댁에서 만났던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고, 잠을 자고 나온 것은 결혼식 당일 날 밤과 신혼여행을 다녀와서가 전부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예나에게 아버님이 사시는 집이, 편한 공간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집이나 아버님이 예나에게 편안한 공간이고 대상이었다면 예나가 아버님이 홀로 계시는 집 대신에, 지내기에 훨씬 불편한 우리 집에서 자고 가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버님을 만나 이야기 하는 이 순간에, 아버님이 계시는 이 방 대신에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진 않을 것이니까.

“작품은 자네가 골라볼 텐가? 아니면 몇 개를 골라서 보내줄까?”

“오늘은 회사에서 확인을 해보고, 나머진 진수나 김 실장님에게 부탁해놓고 내려가겠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작품을 하나 하기로 하고, 나는 선 대표님의 방을 나섰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해?”

“지금 분위기를 탔으니까, 작품을 하나 해보는 것은 어떤가 하셔서.”

“벌써 일을 하겠다고?”

“어차피 조금 있으면 기말고사잖아. 그리고 방학 때는 딱히 할 일도 없고, 또 처음부터 방학 기간에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할 생각이었고.”

“우리 결혼하고 첫 방학인데도?”

“두 달 동안 그냥 놀기만 하면, 지겹지 않겠어?”

“벌써? 자긴 벌써 나하고 있는 것이 지겨워졌어?”

“그런 말이 아닌 걸 알면서 왜 그래?”

예나가 다시 보채기 신공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이럴 때는 딱히 애교를 부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똑같은 억양에 똑같은 태도라고 해도 예나가 이럴 때는 내가 마음이 약해진다.

내 눈에 뭐가 씌기라도 한 것인지.......

“자기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들어오는 작품 중에 정말 괜찮다 싶은 작품이 없으면, 그땐 우리 둘이서 여행이라도 다녀오자.”

“정말이지? 이번엔 그냥 우리나라를 둘러보고 싶어. 언니하고 둘이서 다니는 것도 겁이 나서, 나는 아직 우리나라의 여행할 만한 곳조차 가본 적이 없거든.”

“어딜 가장 가고 싶은데?”

“바다!”

“바다라고? 바닷속에 들어가려고?”

“치! 그냥 바다를 구경하고 싶다고. 부산도 가보고 서해안 쪽으로도 가보고 또 정동진이라는 곳도 가보고.”

아예 전국을 훑자는 말이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서해를 보고 또 부산의 바다를 보고 싶다는 것은, 남해를 보고 싶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정동진이라면 동해니 우리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삼면의 바다를 모두 보고 싶다는 것이고, 그걸 다 하려면 아예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말이다.

“국내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고 싶다면,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면 되겠네.”

“자기가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해?”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하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당신이 많이 피곤할 텐데?”

“여행을 다니려면, 그 정도 피곤한 것은 각오 해야지.”

“그럼 집에 잠시 들러서 인사나 하고 바로 출발하자.”

“어딜 가려고?”

“정동진 가자면서? 강릉 정도에서 하룻밤 자고 정동진에 가서 일출도 보고, 거기서 동해안 해변을 따라 양산까지 가면 되지.”

“정말 우리 둘이서만?”

“그래.”

갑자기 예나의 기분이 승천하기 시작했다.

예나는 후다닥 대표실로 달려가더니 선 대표님께 인사를 하고, 마치 나를 잡아가듯 주차장으로 끌고 갔다.

“우리 저거 타고 가자.”

“저거라니?”

그러자 잠시 후 ‘삐~익!’하는 소리와 함께, 비상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이 차는 누구 찬데?”

“아빠가 시골 같은데 가실 때 끌고 다니는 차야. 업무용으로 등록되어 있으니까 보험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예나가 타고 가자는 차는, 영국 L사의 SUV 차로서는 대표적인 차인 L이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이 차가 고가의 차여서 혹시나 하는 걱정에 운전하길 꺼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예나가 선 대표님께 허락을 받고 차 열쇠까지 받아 왔고, 또 내 살림살이 또한 예전과 많이 달랐기에 기쁜 마음으로 운전석에 올랐다.

“출발!”

부드러운 배기음을 귓가로 흘리면서, 우리는 예담기획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와~ 오빠. 이 차는 누구 차야?”

“대표님 차.”

“에이~ 난 오빠가 차를 새로 산 줄 알았었네.”

“인마, 아직 내가 저런 차를 끌고 다닐 정도로 돈 벌어둔 것 없다.”

“그런데 오빠하고 새언니는 독일에 안 가?”

“아마 가게 될 거야.”

“그럼 그때 나도 좀 따라가면 안 될까?”

“학교는 어쩌고?”

“학교는 체험학습 보고서만 써내면 되잖아.”

지수가 차에 대해 감탄하더니, 갑자기 독일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데 학기 중에 독일에 가려는 것이, 단순히 여행을 하겠다는 이유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독일은 왜?”

“독일에서 공부할 수 없을까 싶어서.”

“유학?”

“응. 독일이 힘들면 오스트리아 쪽을 알아보고.”

“갑자기 웬 유학이야?”

“음악 공부를 진지하게 해볼까 해서. 물론 가고 싶다고 해서 바로 입학허가가 떨어지진 않겠지만, 몇 년 준비하면 가능하지 않겠어?”

솔직히 유학이라는 갑작스러운 내용에, 순간 머리가 멍해진 기분이었다.

물론 지수가 고전음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유학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기에, 난 당장 지수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다.

“혼자서 생활할 수 있겠어?”

“요즘이 조선 시대야? 1950년대에도 혼자 독일에 유학을 간 여자도 있는데.”

“혹시 전혜린 그 양반?”

“응. 물론 그분처럼 철학을 공부하러 가려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지만, 나도 그분처럼 독일이란 나라에서 무엇인가를 느껴보고 싶어.”

“일단 오빠한테도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줘.”

“알았어. 어차피 학부는 졸업하고 갈 생각이니까.”

“인마, 그렇다면 아직 한참 남은 일이잖아.”

“미리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야지. 그래야지 그 먼 곳까지 가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오지.”

순간 속으로 ‘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산 내려갈 때는 내가 운전해줄게.”

“됐어. 양산에 바로 가는 것이 아니거든.”

“그럼?”

“동해안 따라서 내려가 볼 생각이야.”

진수가 양산까지 운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예나하고 단둘이 여행을 하자고 약속했으니 그럴 수는 없었고, 또 쓸데없이 양산까지 내려갔다가 혼자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오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언니, 오빠랑 동해안 일주해요?”

“오빠가 방학 때, 나하고 못 놀아준다고 해서요. 왜 아가씨도 같이 갈래요?”

“치! 따라간다면 괜히 눈치 주려고요?”

“설마요.”

예나는 속에 있지도 않은 말을, 능청스럽게 내뱉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지수는 지금 여기서 한 번만 더 권하게 되면 무조건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 예나 입에서 같이 가자고 권하는 말이 나오질 않기만 바랐다.

“아가씨, 학교 때문에 그렇다면 그냥 정동진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는 건 어때요? 우리 오늘 강릉에서 일박하고, 내일 아침 정동진에서 일출 구경할 예정인데.”

“정말이요? 정동진에도 가요?”

“예.”

“그럼 나도 갈래요. 언니 정말 눈치 주고 그러는 거 아니죠?”

순간 예나의 낯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체면치레로 한마디 더 한 것을 눈치도 채지 못하고 따라가겠다고 한 지수나, 지수의 성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같이 가자고, 속에도 없는 말을 한 예나나 똑같다는 생각이다.

“그럼 내일 아가씨는 어떻게 서울로 돌아오죠? 우린 바로 해안도로를 따라 양산까지 내려갈 예정인데.”

“버스를 타고 오면 되죠. 내가 버스도 혼자 못 탈까 봐서요.”

예나가 뒷수습을 해보려고 돌아오는 문제를 놓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지수는 아주 씩씩한 태도로 버스를 타고 오겠다고 장담했다.

그냥 이것으로 게임이 끝이 난 것이다.

‘지수 승!’

“제수씨, 지수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내가 따라갔다가 지수를 태우고 돌아오면 되니까요.”

순간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수만으로도 버거운데 진수가 따라가겠다고 나섰으니, 아마 100% 미선이 그리고 미정이 누나 지민이 누나까지 함께 가겠다고 설쳐댈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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