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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69화 (69/132)

〈 69화 〉 새출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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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왔나?”

“예. 덕분에 편하게 지내다가 왔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계속 예나 잘 보살펴주고.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절대 예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5박 6일 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딱히 여행이라기보다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넓게 펼쳐진 평원을 그리고 시원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빈둥거리다가 온 것이, 우리 두 사람의 신혼여행이었다.

“하룻밤을 더 자고, 내일 아침에 내려가도 되지 않는가?”

“죄송합니다. 월요일 1교시에 강의가 있어서요.”

“사람하고는......”

처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종일 빈둥거리다가 양산으로 내려가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니, 장인인 선 대표께서 아쉬움을 드러내셨다.

그동안도 따로 떨어져 살았었지만, 막상 결혼을 시키고 아예 양산이라는 먼 곳으로 딸을 떠나보낸다 생각하니, 생각 이상으로 서운하신 모양이다.

“아빠, 어차피 일 때문에라도 자주 올라올 거잖아.”

“아무리 그래도......”

“자주 올라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버님.”

“그래, 그렇지. 한 서방 자네에게 아버님 소릴 처음 듣는구먼.”

그러고 보니 장인어른에 대한 호칭이, 처음에는 선 대표님이었다가 예나와 결혼하기로 한 이후에는, 딱히 호칭을 따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지금까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탓에, 아버님이란 호칭을 사용하려니 어색하기도 했었고.

하지만 내 입에서 아버님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장인어른께서는 그게 마냥 감격스러우셨던 것인지, 아예 내 두 손을 꽉 잡으시고 놔주실 생각조차 하지 않으셨다.

“앞으로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그래, 자네도 나를 장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아버지라 생각하고 편하게 하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님.”

아버님이란 단어에 마냥 좋아하시니, 못 불러드릴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장인어른이라는 단어보다는 아버님이란 호칭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학교를 졸업하면 일도 일이지만, 회사 업무도 하나씩 배워가도록 하게. 언젠가는 자네하고 예나가 물려받아야 할 회사이니 말일세.”

“회사는 집사람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기획사 업무에 관해서 아는 바도 없고요.”

물론 장인어른 말씀처럼, 언젠가는 예나와 내가 예담기획을 맡아서 경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고, 또 내가 꿈꾸는 일이 연예기획사 운영이 아닌 정치였기에, 장인어른의 그 말씀을 그대로 수긍할 수는 없었다.

‘정 안 되면 전문경영인이라도 들이면 되지.’라는 것이, 내 솔직한 속마음이었다.

“잘 다녀왔어?”

“덕분에.”

“와~ 그런데 우리 제수씨 얼굴에 꽃이 활짝 피었네요.”

“뭐래? 제수씨라니 형수님!”

“지랄한다!”

장인어른께 큰절로 작별인사를 하고 나오니, 대문 앞에서 진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진수는 당분간 양산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다가, 양산생활이 안정되면 다시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는 것으로 했었다.

그런데 진수까지 양산에서 생활하게 되면 집에 지수와 함께 여자들만 지내야 했기에, 결국 의논 끝에 양산에는  로드매니저 한 사람을 남겨두기로 하고, 진수는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언니, 축하해.”

“그래, 고마워. 그런데 이제 시누이에게, 내가 말을 이렇게 편하게 해도 되는 건가?”

“언니!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야?”

“정말 괜찮겠어?”

“당근이지.”

우선 양산으로 내려가기 전에 집을 들렀다.

미리 온다고 전화를 걸어두었기에, 벨을 누르자마자 지수를 시작으로 미선이 그리고 미정이 누나와 지민이 누나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이런 건 뭐하려고 사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아도 공항면세점에서 샀어요. 의외로 뉴질랜드에는 마땅히 선물할 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지수를 비롯한 식구들에게, 공항면세점에서 산 선물을 나눠주니 모두가 기뻐서 난리였다.

“그래도 저녁밥은 먹고 가야지. 어차피 양산에 가도 집에 먹을 만한 것이 없잖아.”

“가다가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대충해결하면 되죠.”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아무리 어른들이 계시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기가 시댁이잖아. 그리고 오늘은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처음으로 시댁에 온 날이기도 하고. 그러니 저녁밥은 먹고 출발해.”

어른들이 계시지 않는다는 그 말에, 가슴 한구석이 싸~해 왔다.

부모님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기껏 결혼까지 하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마당에 부모님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예나야.”

“응?”

“아무래도 오늘 밤은 여기 집에서 자고 가야겠다.”

“내일 1교시 강의가 있다면서?”

“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아버지 어머니께 인사드려야 한다는 것을 깜빡했네.”

“아! 맞다! 죄송해서 어쩌지?”

내 말에 예나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돌아가신 분이라고 하더라도 시아버지 시어머니이신데, 예나 역시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 것이라고 하는 것인가?

그렇게 예나에게 오늘 양산에 내려가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우리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비밀 이야기를 했기에?”

“오늘 여기서 자고 가려고요.”

“언니, 정말이야?”

“응, 원래는 주말에 다시 올라와서 아버님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바빠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오늘 밤은 집에서 자고 간다고 하니, 지수가 가장 반겼다.

지수 또한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오빠인 나와 단둘이서 살다시피 했기에, 가족이란 존재가 그리웠을 것인데 이렇게 새 식구가 생겼으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혼여행은 어땠어?”

“뭐 특별할 거라도 있나. 그냥 한적한 동네서 자연과 함께 쉬다가 온 것뿐인데.”

“관광은 하지 않고?”

“딱히 가볼 만한 곳도 없고, 그냥 ‘뉴질랜드 사람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정도?”

“그럼 허니문 베이비는 성공적으로 만든 거야?”

“누나!”

“왜?”

“여기 미성년자도 있는데.......”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한 저녁으로 배를 채우고, 우리는 소파에 둘러앉아 맥주를 들이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진수와 양산으로 따라 내려가기로 한 상호와, 그리고 예나는 미선이와 미정이, 지민이 누나 그리고 지수와 함께 모여서 수다 삼매경에 취해 있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커플을 앞에 둔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미 나이가 찰대로 찬 미정이 누나가 첫날밤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아직은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사내의 몸을 받아들이는 것이 처음인 예나에게 말이다.

그랬기에 나는 미성년자인 지수를 핑계로, 그 말을 가로막았다.

“뭐 어때? 지수 나이쯤 되면 알만한 것은 다 알아. 요즘 애들이 어디 손만 잡고 자는 줄 알고 있을까 봐?”

“누나에겐 참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우리가 묵었던 곳이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민박이어서, 누나가 기대하는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정말이야?”

“당연히 정말이죠. 그런 일을 가지고 왜 거짓말을 해요?”

“체! 무슨 그런 신혼여행이 다 있어. 자고로 신혼여행이라면 뼈와 살이 타는 밤 정도는 되어야지.”

“그건 나중에 누나가 결혼하시면 그때 하시고요.”

‘이 양반도 순진하기는.......’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처녀 총각이 명색이 신혼여행이라고 갔다 왔는데, 정말 손만 잡고 자고 왔다는 말을 믿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한 말처럼 초야를 치르기 불편한 곳이었다면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아예 그런 집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실제로는 민박이 아닌 호텔에서 묵었으니 지금 내가 한 말은 100% 거짓말이었다.

내 말이 끝나자 예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나를 쳐다보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도 처음 맛보는 고통과 환희가 어우러진, 그 날 밤의 격렬했던 그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렇게 예나의 시댁이자 내 본가에서의 밤은,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속에 깊어만 가고 있었다.

“아빠, 엄마. 저희 결혼했어요.”

“아버님, 어머님. 앞으로 예쁘게 잘 살아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 어머니의 묘소에 도착해서, 돗자리를 깔고 상석 위에 준비해간 음식을 진설했다.

그리고 예나와 둘이서, 무덤에 술을 올린 후 절을 올렸다.

“지수 넌 절 안 하고 갈 거야?”

“됐어. 오늘은 오빠하고 언니가 결혼했다는 것을, 아빠, 엄마께 말씀드리러 온 거잖아.”

뭔가 심통이 난 것인지, 지수가 툴툴거리고 있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니.”

“그런데 오늘 왜 갑자기 심통이 난 모습이야?”

“그냥 나도 양산으로 가면 안 되나 싶어서.”

“인마, 학교는 어쩌고?”

“전학을 가면 되지.”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도 마. 이제 학교 다닐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하지만 이젠 나 혼자 있어야 하잖아.”

“왜 혼자야? 진수 오빠도 있고 미선이 언니도 미정이 누나 지민이 누나도 같이 사는데.”

“피! 아무리 그래도.”

“어차피 양산에 가 있어도 자주 올라와야 해. 먹고 살려면 일은 해야지.”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 헤어지면 당분간 혼자라는 생각에 심통이 난 모양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고, 또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는 주로 서울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었기에, 굳이 지수까지 양산에 데리고 갈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몰라도 예나는 일을 계속하기로 했기에, 대부분 날을 서울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서울로 돌아와 본가에 지수를 내려주고 양산을 향해 출발했다.

“지수가 많이 서운한 모양이다.”

“아이고, 한두 살 먹은 알라도 아니고 이제 곧 성인인데. 그냥 네가 적당히 달래줘.”

“특별히 바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와서 지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 사람이야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테니까.”

“제수씨 벌써 일을 하시려고요?”

“놀면 뭐해요. 그리고 백수 서방을 먹여 살리려면, 저라도 돈을 벌어야죠.”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다가 보니, 어느새 양산에 도착했다.

“집에 올라가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

“됐어. 신혼집에는 둘이서 올라가는 게 원칙이야.”

새로 마련한 양산 집에 도착하자, 진수는 양산에 남아 있어야 하는 상호의 숙소인 원룸을 살펴본 후에, 바로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진수를 보내고, 우리는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이 살아가야 할 집의 대문을 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두 사람만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집에서 우리는 둘이서 뜨거운 사랑도 나누고, 또 예쁜 아기도 낳아 기르면서 새로운 삶을 위한 도전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서로 손을 꼭 잡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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