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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68화 (68/132)

〈 68화 〉 입학 그리고 결혼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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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어.”

“자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괜히 북적거리는 것이 싫어서 그래.”

“하지만 지금까지 나간 축의금도 생각해야 하잖아.”

“치! 축의금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될 거라고. 정말 축하해주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인사할 기회가 있잖아.”

본격적으로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면서, 결혼식 진행방법에 관해 이견이 생겼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내 처지를 생각해서였는지, 예나가 결혼식을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만 불러서 간소하게 치르자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몇이나 초대하려고?”

“우리 집 정원 규모를 생각한다면, 한 100명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집에서?”

“식장을 따로 구하면, 하객이 아닌 사람들을 막기 힘들잖아.”

결국 예나의 고집대로 하기로 했다.

조금 불만은 있었지만 하객의 숫자를 100명으로 한정 짓는다면, 내 쪽에서는 쉰 명만 초대하면 되니 크게 비교되진 않을 것이란 안도감도 들었다.

물론 내가 결혼식에 초대할 사람이라고 해봐야, 내가 출연했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대부분일 것이니 예나가 초대한 손님과 겹치게 될 것이지만 말이다.

“형, 결혼식에 초대 안 해요?”

“기사 봤을 거잖아. 그냥 가까운 친척들만 초대하려고 해.”

“에이~ 그래도 난 초대해주실 줄 알았는데.”

“인마, 교수님께도 말씀드리지 않았다.”

그동안 제법 친해진 덕분에, 진호와는 아주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인인 진호를 결혼식장에 초대한다면, 요즘 시쳇말로 오징어가 되는 것은 한순간일 것이니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세요?”

“뉴질랜드.”

“얼마나요?”

“일주일만 있다가 올 예정이야.”

“그럼 돌아오셔서 집들이는 해요?”

“그건 해야지 않겠어. 물론 직접 만든 음식이라고 해봐야 라면이 전부겠지만.”

“서예나 배우님 요리 못 해요?”

“그 친구가 언제 데뷔했는지 몰라? 그때부터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언제 음식 만드는 것을 배웠겠냐?”

“그럼 평소에는 서예나 배우님도 양산에 사시는 거예요?”

“인마, 부부가 한집에 살지 따로 살까? 아무튼 빨리 들어가자. 괜히 지각할라.”

결혼식이 목전에 다가왔지만, 내 일상에는 별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나는 여전히 임시로 얻어둔 원룸에서 학교에 다녔고, 양산에 마련한 신혼집은 진수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아예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할만한 가구와 가재도구들을 사들여 수납공간을 채워놓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예. 김 실장님.”

“제부, 왜 학교 친구들은 초대자 명단에 없어요?”

“학교 친구라고 해봐야, 딱히 결혼식 분위기에 어울릴만한 사람이 없어서요.”

“어울리고 말고가 무슨 상관이에요.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이 문제지. 혹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요? 점심도 혼자 먹고 그러면서.”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요즘 동생들 밥 사주느라 카드가 휘청거릴 정도인 걸요.”

예나의 이종사촌이자 전담매니저인 김 실장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건넨 초대자 명단에 지금 내가 생활하고 있는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기에, 그걸 지적하는 것이다.

“제부, 이번 결혼식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은 없어요. 예나도 정말 예나하고 가까운, 예나가 편하게 생각하는 친구만 초대했거든요. 그러니 제부도 그렇게 아시고, 다시 명단을 보내주세요. 그냥 추가해도 되고요.”

부르려고 한다면, 참석하려고 난리를 치는 동생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진호 같은 경우는 아예 반쯤 미쳐서 날뛸 정도일 것이고, 진호가 아니어도 그동안 수차례 결혼식 초대를 해주지 않느냐고 칭얼거리던 동생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미 전달한 명단에서 뺄만한 사람은 없었기에, 난 진호를 포함해서 다섯 명의 동생들과 지도교수님을 초대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와~ 이 차가 형이 평소에 타고 다니는 밴이에요?”

“응.”

“차 정말 죽인다.”

결혼식 전날 평소 학교에서 가깝게 지내던 동생들 남자 셋과 여자 둘, 그리고 지도교수님이신 황수찬 교수님을 내가 사용하던 밴에 태우고 함께 서울로 가기로 했다.

이른바 연예인 밴에 처음 타본 동생들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체면 때문에 입을 꾹 닫고 계시지만 그것은 황수찬 교수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4시간을 달려, 예나가 살던 아파트에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어!”

아파트 벨을 누르자 현관문이 열렸고 현관 한쪽으로 비켜선 예나의 모습에, 동생들은 아예 입을 쫙 벌리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마, 들어가! 교수님 기다리시잖아.”

“아, 예.”

그렇게 한껏 놀란 표정의 동생들을 거실로 안내했다.

“왜 아직 집에 가질 않고?”

“교수님께서 오신다는데 인사는 드리고 가야지. 그리고 자기 동생들도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차피 내일은 제대로 인사조차 드리지 못하잖아.”

우선 황 교수님께 예나를 소개했다.

그리고 진호를 시작으로 다섯 동생들을 소개했고, 소개가 끝나고 소파에 나누어 앉자 도우미 분이 간단한 다과를 내왔다.

“여기가 서 배우님이 사시는 집이에요?”

“이제 강수 씨하고 같이 살 집이죠. 그런데 강수 씨에게는 형이라고 하면서 왜 저는 서 배우예요? 나 정말 서운해지려고 한다.”

“그럼요?”

“하다못해 누나나 언니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내일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형수라고 하든지.”

“정말 그렇게 해도 돼요?”

“당연하죠. 그런데 교수님, 아직 저녁 못 드셨죠?”

“아, 그렇죠. 그냥 급하게 오다가 보니....... 아무튼 이렇게 초대해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강수 씨 지도교수님이신데 당연하죠. 그런데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그래도 될까요?”

“강수 씨에게 교수님이시라면, 저한테도 마찬가지잖아요. 시간 되시면 나중에 양산 집으로 놀러 오시고요.”

국민 여배우라는 이름이 어딜 가진 않았다.

얼떨떨해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동생들과 교수님을 단번에 휘어잡고는, 분위기를 주도해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주방에서는 음식준비가 끝이 난 것인지, 도우미 분들이 쟁반에 음식들을 하나씩 내오기 시작했다.

“언니, 이거 사진 찍어서 제 스타에 올려도 돼요?”

“얼마든지. 그렇지만 이 요리들을, 내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거짓말은 하면 안 돼. 창피한 이야기지만 난 라면도 제대로 끓여본 적이 없거든.”

평소에도 그렇지만 예나는, 오늘 찾아온 교수님이나 동생들이 과히 불편하지 않았던 것인지, 평소의 털털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덕분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저녁을 먹고, 언니라 부르며 따라다니는 여동생들에게 집 구경까지 시켜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친절함까지 보여줬다.

“교수님, 내 집이다 생각하시고 편하게 쉬시고 내일 뵐게요.”

“그래요. 고마워요.”

내가 집까지 바래다주려고 했더니 예나는 이곳에서 교수님과 동생들을 챙기라고 했고, 또 김 실장님과 진수가 함께 갔기에 나까지 예나를 따라갈 이유가 없었다.

“자네 부인은 잘 구했구먼.”

“그렇습니까?”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Top 스타가, 저렇게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은 법인데.......”

황 교수님도 예나에 대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하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여배우가, 간질거리는 목소리로  ‘교수님’ ‘교수님’ 하는데 그걸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거기에다 혼식 하객으로 초대받아 부산에서 이곳 서울까지 소위 말하는 연예인 밴을 이용하고, 기자들조차 구경하기 힘이 드는 여배우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불만을 품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형, 그런데 우리 어디서 자요?”

“교수님은 저 방에서 주무시면 되고, 남자 셋은 저 방에서 그리고 여자 둘은 저쪽 방에서 자.”

“그럼 형은요?”

“내 방은 따로 있어.”

“그런데 여기 방이 몇 개나 있어요?”

“옷을 보관하는 방까지 하면 일곱 개.”

잘 방을 이야기했지만 동생들은 잠조차 오질 않는 것인지, 거실에 앉아 창밖에 펼쳐진 한강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예나와 나의 결혼식 전날 밤은 서서히 깊어가고 있었다.

“진호 네가 책임지고 뒷정리하고, 교수님 잘 모시고 와. 10시 반에 1층에 차가 도착해 있을 테니까.”

아침 일찍 나는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집을 나섰다.

드디어 오늘 결혼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메이크업을 받지도 않았는데, 우리 강수 씨 얼굴에서 광이 막 나네.”

“자꾸 놀리실 거예요?”

“오늘 같은 날 말고는, 새신랑을 놀릴 기회라도 있겠어. 그런데 그렇게 좋아?”

“장가가는데 그걸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결혼하면서 웃으면, 딸을 낳는다더라.”

“그럼 확실하게 웃어야겠습니다. 그래야 예쁜 딸을 낳죠.”

“하긴 예나 씨만큼 예쁜 딸이라면, 나도 그랬을 거지만.”

그렇게 메이크업을 받고 예복으로 정한 턱시도로 갈아입은 후, 오늘 결혼식이 열리는 예나의 본가로 향했다.

비공개로 결혼식이 치르기로 한 덕분에, 예나의 본가로 향하는 골목에는 기자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이것으로 신랑 한강수 군과 신부 선예나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야 예나의 성이 서 씨가 아닌 선 씨라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황 교수님을 비롯한 동생들과 내가 초대한 하객 쪽에서는, 그것에 놀란 것인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렇게 예나와 나의 결혼식은 끝이 났고, 이제야 비로소 합법적인 부부가 된 것이다.

“한 서방, 잘 부탁하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나 눈에서 절대 눈물이 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무남독녀 외동딸을 시집보내는 선 대표님의 눈이,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선 대표님이 내 손을 잡고 있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하객들의 축하인사에, 선 대표님뿐 아니라 나 역시도 바빴기 때문이다.

“자기야, 우린 저리로 가서 먹자.”

“응?”

“교수님하고 자기 동생들만 따로 떨어져 있잖아.”

역시 내가 걱정했던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오늘 초대받은 손님들 대부분은 이미 한두 번쯤 얼굴을 익힌 사이였고, 또 앞으로도 개인적인 친분이든 아니면 이권으로 엮인 사이였지만, 황 교수님과 동생들은 그런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아예 사람들의 관심에는 멀어졌기 때문이다.

“교수님, 저희 여기 앉아도 되죠.”

“자네들이 여기에 왜 와. 저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야지.”

“저분들이야 저희 아니어도 사람들 많아요. 어차피 아빠 얼굴 보러 온 분들인걸요.”

입으로는 왜 왔느냐고 하셨지만, 황 교수님 또한 지금 분위기가 많이 불편하셨을 것이다.

교수님 또한 대학교수로서 이른바 사회저명인사라고 할 수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누구도 관심을 둬 주지 않는 푸대접을 받게 되었으니, 교수님 스스로도 난감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의 결혼식은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교수님과 동생들은 맨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진수가 운전하는 밴에 올라 부산으로 향했다.

우리 두 사람은, 교수님과 동생들을 배웅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밤은 예나의 본가인 이 집에서 첫날밤을 지내고, 내일 아침 일찍 인천공항으로 가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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