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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66화 (66/132)

〈 66화 〉 입학 그리고 결혼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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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뭡니까?”

“선지급금일세.”

“제가 선지급금을 부탁드린 적이 없는 데요.”

“알아. 자네가 지난번에 얘기하기로, 조만간 양산에 집을 구할 생각이라면서?”

“예. 아무래도 그곳에서 출마하려면, 집부터 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걸로 집부터 구하게. 양산에 있는 집 정도는 살 수 있을 테니까.”

“아직 급한 것 아닙니다.”

독도 공익광고 촬영 건에 관한 내용을 전하기 위해 회사에 들렀더니, 선 대표께서 나를 방으로 부르셨다.

그리고 여직원이 차를 내려놓고 나가자, 선 대표께서는 내 앞으로 통장을 내미시는 것이다.

“이왕 자네가 정치할 생각이라면 우선 결혼부터 하고, 신접살림은 양산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일세.”

“하지만 결혼은, 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에나 생각해볼 문제가 아닙니까.”

“자네 나이도 생각해야지. 그리고 대학에 처음 입학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학사이지 않은가? 그리고 자네 나이에 재학 중에 결혼한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을 테고.”

집 이야기가 나오더니만, 이젠 아예 결혼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통장에 들어 있는 돈으로, 신혼집을 마련하라는 말씀인 것이다.

“혹시 자네 예나하고 결혼하는데 있어,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나?”

“그건 아닙니다. 사실 저야 남자니 결혼을 하는 것에 별 지장을 받지 않겠지만, 여배우인 예나의 경우에는 인기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럼 자연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고요.”

“그건 걱정할 일이 아닐세. 예나가 자네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은퇴를 하느냐 하는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으니.”

“예?”

“자네도 알지 않는가? 예나가 사람 특히 남자를 만나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말일세. 그런 애가 어떻게 이 연예계에서 버텨낼 수가 있겠는가?”

어차피 돈이 없는 집안도 아니니, 굳이 예나가 배우란 직업에 목을 매달 이유는 없었다.

그랬기에 선 대표님 역시 예나가 배우의 길을 포기하더라도, 예나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 대표께서 내민 통장을 받을 수는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야 제대로 된 직장도 없었고 집을 마지막 보루라 생각하고 살았기에, 아무리 돈이 없어 힘이 들었을 때라도 감히 집에 손을 댈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예전과 상황이 달랐다.

일단 집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대출금 정도는 충분히 갚아나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으니까.

“집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따로 모아둔 것이라도 있나?”

“솔직히 그건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일을 하면, 양산에 집을 구할 정도야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정 힘이 든다면, 우선 전세를 구해도 되고요. 하지만 결혼하기 전에, 학교는 졸업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4년이나 남았는데? 우선 결혼부터 하고,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은 어떻겠나?”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예나만큼 괜찮은 여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도 예나에 대해 호감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예나가 내게 대해 가지는 호감은 내가 가진 그것보다 훨씬 이상이다.

물론 예나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많을고 또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생겨나겠지만, 그런 점들이야 함께 살아가면서 보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나하고 따로 만나서 의논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게.”

그렇게 선 대표님과의 이야기는 대충 정리를 했다.

어차피 선 대표님의 지금 반응을 보면, 예나가 독도 홍보 광고에 나와 함께하든지 하지 않든지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쓰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 조만간 양산으로 내려갈 생각이야.”

“응? 그럼 일은?”

“사는 것은 양산에서 살고, 일이 있으면 서울로 올라오고 그래야지. 우선 학교가 우선이니까.”

“학교 때문이면, 부산에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니야?”

“내가 양산에서 출마하겠다고 얘기했었잖아. 그런데 부산에 살면서 양산에 출마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잖아.”

“그럼 여기 집은?”

“집은 그대로 놔둬야지. 지수도 여기서 살아야 하고, 미정이 누나랑 지민이 누나도 여기서 지내야 하니까.”

“그럼 돈은?”

“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생각이야.”

“그럼 양산 집은 내 돈으로 살게.”

“됐어.”

내가 양산에 집을 구해서 그곳에서 살 것이라는 말에도, 예나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 내가 부산에서 대학을 다시 다닐 것이란 것은 잘 알고 있었고, 또 양산에서 출마할 예정이란 사실을 예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 않는 것이다.

“대표님 말씀으로는 빨리 결혼하라고 하시던데, 예나 네 생각은 어때?”

“그걸 물어볼 필요가 있어? 난 지금 당장에라도 결혼하자면 할 텐데.”

“나하고 결혼해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고?”

“치! 나중에 내가 후회하게 만들 거야?”

“그건 물론 아니지만.......”

“그럼 우리 빨리 결혼해. 어차피 할 결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하는 것도 괜찮잖아.”

예나야 전부터 결혼을 서둘렀으니, 내가 결혼하자는 말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내가 과연 한 가정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아서, 결혼을 애써 미뤘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예나의 답을 듣고서, 결혼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

결혼을 결심하자, 정말 일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 라고 하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나와 예나는 약속한 독도홍보 동영상 촬영을 위해 포항과 독도를 몇 차례 왕복했고, 우리가 그렇게 독도와 포항을 오가는 도중에도, 진수의 주도하에 내 결혼식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결혼식장을 잡는 일,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살 신혼집을 마련하는 일 또 그 신혼집에 들어갈 살림살이를 준비하는 일들은, 결혼하게 될 우리 둘보다 진수를 비롯한 나와 함께하게 된 스태프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그렇게 주변의 도움으로 양산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그 안에 들어갈 세간을 준비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마침내 두 번째 내 대학입학식 날이 다가왔다.

“초등학교도 아니고 대학 입학식에 누가 따라와.”

“자길 따라가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기가 입학하는 것 보고 싶어서 가는 건데.”

“그런데 네가 학교에 나타나면, 입학식장이 엉망이 될 거란 사실을 몰라?”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가면 몰라. 그리고 내가 대학교 입학식장에 나타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일반 학생들이야 모르겠지만, 기자들은 알아챌 수도 있다.

아직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없는데 어디서 그런 소스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몇몇 기자는 5월에 우리가 결혼할 것이란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부산에 있는 B 대학의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해서, 오늘 입학식을 가진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기자 중에서 혹시 오늘 입학식장에 예나가 참석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 기자도 있을 것이며, 만약 그런 기자가 있다면 아무리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고 하더라도 예나의 존재를 눈치 챌 것이 확실했다.

아무리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수수하게 차려입고 나간다고 하더라도, 배우는 배우 나름의 포스가 그대로 드러나는 법인데, 하물며 대한민국 최고 Top 스타 중의 하나인 예나야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저기 서예나다!”

“어디? 어디?”

주차장에서 내려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향하는데, 기껏 얼굴을 가린 마스크와 목도리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학생들은 예나 대신에, 그동안 예나와의 관계로 몇 차례 사진을 찍혔던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고,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여자가 예나란 사실을 눈치 챈 것이다.

결국 우리 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혹시나 해서 멀찍이 떨어져서 우릴 지켜보던 진수가 나타나 앞을 틔워준 덕분에, 우린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사인해달라고요?”

“아니요! 사인도 좋지만 같이 사진 찍어주세요.”

“좋아요. 그런데 사진은 우리 서방님하고 먼저 찍고 난 다음에 찍어도 되죠?”

“예.”

주변에 몰려드는 학생들을 피해서 강당을 나오려는데, 예나는 입학식을 알리는 현판이 매달린 강당 무대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자 학생들은 우리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예나는 그런 학생들을 향해 아주 능숙한 태도로 우리 둘이 먼저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진수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도중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포즈를 잡고 서 있는 예나와 나를 찍어 댔고, 우리 두 사람의 사진 촬영이 끝나자, 예나는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과 함께 서서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도 잡혀가서, 예나와 함께 카메라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안면 근육이 굳어버린 것 같아.”

“어차피 앞으론 자기도 끊임없이 사진을 찍히게 될 것이니, 미리 연습했다고 생각해.”

“도대체 넌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사진을 찍히면서도, 계속 웃을 수가 있어?”

“닥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 자기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나처럼 자연스러워질 거야.”

사진을 찍히는 것도 고역이었다.

한두 장이면 몰라도 수십 수백 장을 찍히는 것은 정말 보통의 끈기로는 버텨내기 힘들었고, 그렇게 사진 찍히는 것이 끝이 나자 아예 몸이 녹초가 되는 그런 기분이었다.

“자기가 주로 수업을 받는 강의 동은 어디쯤이야?”

“사회과학대학 안에 정외과가 있으니, 사회과학대학 건물이지.”

“우리 잠시 거기 구경하고 오면 안 되나?”

“어차피 학교 건물이 거기서 거기지. 딱히 구경할 것이 뭐가 있을 거라고.”

“그래도 앞으로 자기가 4년 동안 생활할 곳이잖아.”

솔직히 또 학생들에게 시달릴까 봐 걱정은 되었지만, 4년 후 졸업식 때가 아니고서는 예나가 이 학교에 찾아올 날이라곤 없을 것이기에, 밴에 올라타고 사회과학대학 건물로 이동했다.

아직 정식으로 강의가 시작된 것이 아니었고, 오늘이 입학식이 있는 날이어서인지 건물 입구는 조용했다.

“거기 혹시 한강수 학생?”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 제가 한강수입니다. 그런데 누구십니까?”

“앞으로 자넬 담당할 1학년 지도교수일세.”

“그러십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1학년 지도교수란 양반이 머리가 희끗희끗하니, 제법 연세가 들어 보이는 양반이셨다.

“바쁘지 않으면 잠시 내 연구실로 가서 차나 한잔하지 않겠나?”

“예?”

“다른 학생하고 자네는 좀 다르지 않은가? 신입생들과 나이 차이가 있기도 하고, 또 내가 듣기로는 자네가 배우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어차피 교수란 양반이 차나 한잔하자는데, 이제 갓 입학식을 마친 신입생이 그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와 예나 그리고 진수 이렇게 셋은, 1학년 담당 지도교수란 양반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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