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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58화 (58/132)

〈 58화 〉 혼자 여행을 떠나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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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액을 보니 경리부서에서 다른 사람에게 갈 돈이 잘못 입금됐다고 하기에도 이상했고, 그렇다고 계산에 착오가 있다고 하기에도 이상한 어중간한 금액이었다.

결국 직접 경리부서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조금 전 문자를 보낸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한강수 배우님.”

“방금 통장을 확인했는데 돈이 잘못 입금된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입금한 것 맞습니다.”

“아뇨. 650만 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너무 많습니다.”

사실 ‘네 안의 야수’는 예담기획과 계약하기 전, 내가 개인 자격으로 출연계약을 했던 영화다.

그리고 오디션을 볼 당시에 감독님으로부터 주목을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출연료를 놓고 조율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흔하디흔한 조연급 출연료로 계약했던 것이다.

내 몸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영화가 상영되면서, 또 드라마 ‘마지막 황후’가 방영되면서부터였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예담기획에 소속되고 난 후 영화가 500만 관객을 돌파했고, 500만 돌파를 기대하면서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을 내가 주도하다시피 한 탓에, 예담기획에서 러닝개런티에 간여할 건수가 생긴 것이다.

“얼마가 들어왔기에, 그렇게 놀라고 그래?”

“1억5천.”

“뭐? 6천 조금 넘어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놀라지.”

내가 예담기획과 계약할 때 정산비율을 6:4로 계약했었다.

그러니 계약서상으로 150만 명이 더 들어왔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받아야 할 금액이 세금을 제하고 나면 6천을 조금 넘긴 금액이다.

그런데 통장에 두 배가 넘는 1억5천이 입금되었으니, 어떻게 내가 놀라지 않겠는가?

“그래 경리부에서는 뭐라고 해?”

“영화계약은 회사에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한 것이니, 출연료 전액을 나한테 주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하네.”

“그래도 5천 정도가 더 들어 왔잖아?”

“그건 회사 이미지를 올려준 데 대한 보너스라는데.”

“무슨 그런 말이 다 있어.”

“그러게. 아무튼 지금 회사로 가자. 대표님께 감사하단 인사는 드려야지.”

비록 예담기획이 법인이긴 하지만 상장이 되지 않은 회사다보니, 회사 지분은 100% 선 대표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이런 큰돈을 내 통장에 입금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선 대표님의 의지가 작용한 것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이제 정말 모두 끝이 났으니 집에 가서 며칠 푹 쉬지, 뭐하려고 회사에 나왔어.”

“정산금이 너무 과하게 많아서요. 이렇게 하시면 회사로서는 마이너스 아닙니까?”

“전혀. 어차피 이번 영화는 한 배우가 개인 자격으로 계약한 것이니, 회사가 그 돈을 나눠 가질 이유가 없지. 그런데 이번 영화 덕분에 한 배우의 상품가치가 올라간 것이 사실이잖아. 그걸 참작한다면 회사가 손해를 볼 이유는 전혀 없어. 그리고 자네 덕분에 예나가 예상치도 않았던 러닝개런티를 받게 됐잖아. 그것도 한 배우보다 훨씬 더 많이 말일세.”

예나의 러닝개런티를 생각하면, 선 대표님의 말씀이 맞긴 했다.

내가 아무리 엄청난 활약을 했고, 또 회사에서 내 러닝개런티를 올리려고 해봤자, 신인배우라는 몸값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수가 툴툴거리면서 불만을 표시했던 것처럼, 나는 부상의 위험까지 감수해가면서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몸을 놀렸지만, 500만 명을 초과하면서부터 1인당 75원을 받기로 한 것이 전부였다.

반면 사인만 열심히 했던 문지훈 배우와 서예나 배우는, 나보다 거의 세 배나 많은 200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자네 팀이 모두 자네 집에서 기거하기로 했다면서?”

“어차피 남는 방이 있기도 하고 팀워크를 다지는 데도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뭘 지원해주면 되겠나?”

“있는 밥상에 숟가락 몇 개만 더 얹으면 되는 걸요.”

“아무튼 그 문제는 내가 알아보고 결정하겠네.”

주겠다는데 악착같이 필요 없다고 거절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고정식구가 자그마치 셋이나 늘어났으니, 식자재 비용이 그만큼 더 지출될 것이고, 여자가 셋이나 늘었으니 연료비와 수도요금 또한 제법 나올 것이다.

“당분간은 쉬어야지?”

“예. 일단 여행을 좀 다녀올 생각입니다.”

“여행?”

“예. 러시아 쪽을 한번 다녀올까 합니다.”

“예나 하고 같이 갈 생각인가?”

“아닙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갈 거라서, 혼자 다녀올 생각입니다.”

“예나가 따라가려고 난리를 칠 텐데. 걔가 어릴 때부터 고집이 보통이 아니거든.”

“그냥 비밀로 하고 떠나면 되죠. 아직 진수만 알고 있으니까요.”

예상치 않았던 큰돈도 생겼기에, 예전부터 꿈꾸던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서 그곳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갔다가, 가능하다면 유럽 쪽으로 넘어가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여행 기간 중에, 앞으로 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다.

물론 내가 세상을 가장 쉽게 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전생에 국민배우로까지 불렸던 나였고 또 연기의 스킬이 그대로 내 몸에 각인되어 있으니, 흥행했던 영화나 드라마만 콕 집어서 출연한다면, 내 앞길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공짜인생은,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전생의 연기 스킬이 내 몸에 그대로 각인되어 있으니, 성공할 영화나 드라마에서 내가 할 수 있고 또 주목받을 배역을 따내서 성공하기보다는, 엎어진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내가 출연해서 그 영화나 드라마를 흥행시켜서 내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도 명색이 2회 차 인생인데, 쪽팔리게 남이 던져주는 먹이만 받아먹는 똥개 노릇은 할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마치고 3월부터는, 대학에 진학해서 정치를 공부하는 것도 준비해야 했다.

************

“내가 공항까지는 태워다 줄게.”

“됐어. 전철 한 번만 갈아타면 바로 갈 수 있는데, 뭐하려고 귀찮게 그래.”

“그런데 정말 서 배우에게 말도 하지 않고 떠날 생각이야?”

“따라가겠다고 하면 어쩌려고? 네가 책임질래?”

“그럼 어디 갔다고 해?”

“너한테도 아무 얘기하지 않고 갔다고 해.”

“지수한테는?”

“지수한테도 그냥 한 달쯤 여행이나 다녀온다고 하니, 그러라고 하더라고.”

혹시 말이 새 나갈까 봐, 예나 촬영이 있는 날을 출국하는 날로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그리고 지수가 학교에 가고 누나 둘은 자기들 방에서 뒹굴 거리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오전 시간에, 캐리어 하나만 끌고 집을 나섰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해서 진수에게 전화를 걸어, 우선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렸다.

오늘과 내일 이틀간은, 이곳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볼 예정이다.

‘자기 어디야?’

‘응, 잠시 머리 좀 식히려고 좀 멀리 와 있어.’

‘양산?’

‘그 비슷한 곳. 촬영은 잘하고 있어?’

‘응. 잠시 쉬는 시간이야. 지금 전화 걸어도 돼?’

‘나중에 저녁에 내가 전화할게.’

광고를 촬영하는 중간에 잠시 짬이 났던 모양인지, 예나가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나에게 어디냐고 묻는 것을 보면, 예나가 무언가 눈치를 챈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예나한테서 전화가 왔었어?”

“아니. 나한테 뭐하려고 전화를 해. 갑자기 그건 왜?”

“뭔가 눈치를 챈 느낌이어서.”

“과민 반응이야. 아직 집에 있는 사람조차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라.”

진수가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예나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진수 말대로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일 수가 있다.

관광을 하겠다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호텔 객실에서 한참을 뒹굴 거리다가 커피 생각이 나서 로비로 내려갔다.

“외출하세요?”

“예. 그냥 거리 구경도 좀 해보고 커피도 한잔하려고요.”

이곳이 러시아 영토의 끝자락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였지만, 내가 투숙한 호텔이 한국기업에서 운영하는 호텔이었기에 한국 직원도 있었다.

덕분에 편하게 주변 지역에 관한 안내를 받을 수가 있었고, 나는 그 직원에게 지도를 한 장 얻어 그 직원이 이야기해준 길을 따라 이곳의 명소라는 아르바트 거리를 찾았다.

10여 분쯤 걸어 아르바트 거리에 도착했고,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진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벽화를 구경하기 위해 큰 도로가 아닌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솔직히 크게 볼 만하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결국 나는 다시 거리로 나와 한적한 커피숍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Ты из Кореи?”

갑자기 러시아어가 들려와 고개를 드니, 늘씬한 미인 하나가 나를 향해서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분명 나를 향해서 뭐라고 말을 하긴 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지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똑같다고 느껴지는 소리를 반복하기에, 결국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번역기를 실행시켰다.

“예. 한국인 맞습니다.”

그렇게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반복되었고, 급기야 이 아가씨는 내 맞은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Какая у тебя работа?”

“배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가 배우라고 이야기하니, 이 아가씨의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아무튼 번역기라도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난생처음 보는 아가씨가 왜 말을 걸어오는지, 그것이 궁금하면서도 불안했다.

“혹시 나에게 할 말이 있나요?”

“Ты классный.”

대단하긴 뭐가 대단하다는 말인가?

어쩌면 몸을 파는 아가씨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점차 불편해졌고, 나는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칫 외국에서 얼굴이 예쁜 것이 혹해서, 여자를 따라가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이 들었으니 말이다.

“Подожди!”

“왜 그러세요?”

“Мой дед - кореец.”

젠장! 자기 할아버지가 한국인인 것하고,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결국 나는 할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말에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고, 커피와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했다.

아무튼 번역기의 도움으로 이 아가씨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자기 할아버지는 조선 사람이고 또 당장 돈을 벌어야 하기에 한국으로 가길 원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이 아가씨의 사정이 아무리 딱하다고 하더라도 내가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미안해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해도, 러시아 사람인 아가씨를 한국으로 보내줄 수는 없어요. 꼭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면, 취업비자를 신청해서 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물론 이렇게 길게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끊어서 번역기를 통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야길 끝내고, 나는 과감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있다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를 일이고, 이곳 러시아란 곳은 내게는 말도 통하지 않고 도움조차 쉽게 받을 수 없는 곳이니 말이다.

“이따금 그런 여자가 있긴 합니다. 러시아 사람 중에서 우리나라가 아주 잘 사는 그런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이따금 있거든요.”

호텔로 돌아와 우리나라에서 건너온 직원에게 물어보니, 내가 경험한 그 경험이 아예 없지는 않은 이따금 한국 관광객이 경험하는, 그런 일이라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상대로 도덕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을 그런 일을 벌이는 한국인도,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렇게 러시아 땅에서의 첫날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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